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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일간의 노역, 집 잃은 정신장애인

최근 노역 관련 기사들을 접하면서 근래 가장 바쁘게 마주했던 그가 생각납니다. 연고가 없고 정신장애가 있는 그는 사유지 무단경작 등의 이유로 법원으로부터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고 벌금을 내지 않아 작년부터 수배가 내려진 상황이었습니다. 그 사실을 몰랐던 그는 올 해 5월 초 집에서 연행돼 50일간 광주교도소 노역장에 유치됐다가 며칠 전 출소했습니다.

출소하기 2주 전 광주교도소에서 그를 접견했습니다. 수감 전까지 살던 집의 월세를 내지 않아 그가 꾸려온 살림들이 한 시설 창고에 옮겨졌다는 그의 지인의 제보를 받고서였습니다. 노역장에 있는 본인의 상황도 어리둥절해하는 그에게 ‘교도소 입감 후 월세를 내지 않아 건물주가 집을 비웠고, 집 안에 있던 살림들이 다른 곳으로 옮겨졌다’ ‘출소하고 지낼 곳을 찾아보자’ 라는 얘기를 어렵사리 꺼냈습니다. 그는 인정하지 못했고 실제 출소하는 날에도 ‘우리 집

열쇠가 나한테 있다’, ‘집에 바래다달라’ 라고 요청했습니다.

정신장애가 있는 그는 “세 들어 살았던 방은 조상님이 물려주신 본인 소유의 공간”이라고 여겨왔습니다. 그에게 월세는 임대인에게 다달이 지급함으로써 최소한의 삶을 유지할 수 있는 제도와 합의로 여겨지지 않았던 것이죠.

출소 후 집이 없다는 것을 그에게 설명하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수감 중 입금된 두 달 치 기초생활수급비 100여만 원이 그가 가진 모든 것이었고 접견 이후부터 출소 당일까지 관할구청과 시청, 법무부 등 그를 지원할 수 있는 것들을 고민하고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책임과 의무는 ‘그’에게만 있을까

그가 처한 상황이 긴급한 상황임을 알리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취약계층을 위한 긴급주거제도가 있으나 아파트나 주택 입주 시 300만원에서 500만원까지의 보증금이 필요했습니다. 긴급주거지원 신청 당일 주거를 제공하기 어렵고, 본인이 집을 계약하고 관련 서류들을 제출하면 지원여부를 검토하겠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매달 십여 만원의 주거급여를 지급하고 있음에도 그가 월세를 내지 않았다는 것에 초점을 둔 부서담당자는 ‘그’가 월세를 안 냈기 때문에 ‘그’가 감당해야 할 ‘그’의 문제로 여기는 듯 했습니다.

입주 전까지 출소자 숙식제공 및 취업지원을 알선하는 법무보호복지공단과의 연계도 고민이 됐지만 자립해서 살고 싶어 하는 그에게 개인의 자유가 통제되는 그 곳을 소개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조력자에 불과한 제가 움직인 만큼의 삶이 그에게 ‘주어질’ 것이라는 생각과 부담감에 온종일 그와 함께 바삐 움직였습니다. 그가 활동하기 좋아하고 익숙한, 출소 전 살던 집 근처에 보증금 30만원에 월세 15만원의 작은 방을 계약했습니다. 단지 ‘운’이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수감될 동안도 지급됐던 두 달 치 수급비가 아니었다면 그 ‘운’도 바랄 수 없었겠죠. 매달 50여만 원의 수급비 중 공과금을 포함한 20여만 원을 공간에 지불해야 하는 그의 상황보다 더 큰 불안은 제 2, 제 3의 그를 마주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가 처한 상황과 관련된 몇 가지 법률도 살펴봤습니다. 그 중 ‘긴급복지지원법’에 나와 있는 기본 원칙은 위기상황에 처한 사람을 ‘일시적’으로 ‘신속하게’ 지원하는 것입니다. 또한 그가 속한 관할 구청이 제정한 ‘긴급복지지원에 관한 조례’에서도 ‘긴급복지지원 담당공무원의 현장

확인을 통해 긴급한 지원의 필요성이 인정되면 우선 지원하고 추후 소득, 재산 등을 조사하여 해당 구청 긴급복지지원심의위원회에 적정성 심사를 심의 요청한다.’ 라고 명시돼 있었습니다.

법이 정하고 있는 최소한의 의무를 어겼을 때 우린 죗값을 치러야 합니다. 그게 안 되면 그처럼 노역이라도 살아서 그 의무를 지켜야 하는 만큼, 딱 그만큼만이라도 국가와 제도가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보호와 지역사회에서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의무도 지켜져야 하지 않을까요?

사람을 침대에 놓고 침대보다 작으면 늘리고 크면 잘라내는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가 생각납니다. 익숙하고 효율적인 그 제도 속에 포함되지 않을 다양한 삶을 고민했으면 좋겠습니다. 처음엔 특별하게 다가갈 다양한 개인의 삶에 대한 고민이 점차 익숙해지고 이후에 제도로써 자리 잡을 수 있는 ‘가슴’이 필요한 지금입니다. 익숙함과 상상력. 그 거리는 머리와 가슴까지의 거리가 아닐까요?

가구원 수, 소득, 수급, 부양의무, 장애등급 등 한 개인을 시스템으로 확인하고 결정하는 익숙함이 시스템의 대상이 되는 누구에겐 익숙하지 않을 것입니다. 사각지대 대상자라고 명명하기 이전에 제도의 울타리 안에선 사각지대가 없음을 인정하고 제도 밖으로 벗어난 다양한 삶을 누군가가 아닌 누구나가 고민할 수 있게 책임과 역할을 갖는 유연함이 필요한 지금입니다.

 

작성자글. 박려형/광주장애인인권센터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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