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에 대한 짧은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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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과 국가가 기획하는 차별
지난 5월 17일 강남역에서 한 여성이 살해당했다. 사건 직후 언론은 일제히 사건 피의자의 조현병력에 대해 보도하기 시작했다. 사건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보다 조현병=잠재적 범죄자라는 프레임의 보도가 넘쳐났고, 대중 여론 역시 정신질환자에 대한 포비아(phobia)와 차별들로 도배됐다. 그리고 정부는 기다렸다는 듯이, 여성대상 강력범죄의 대책으로 경찰의 정신질환자 행정입원이라는 카드를 들고 나왔다. 현재 헌법재판소에서 정신보건법 제24조 강제입원 조항의 위헌성 여부가 논의되고 있는 이 마당에 말이다.
개인의 욕심이 만드는 차별
작년 여름, 우리 인권센터에서는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인차별금지법) 이행현황에 대한 모니터링의 일환으로 경기도 내 31개 시군의 장애인복지 담당자들을 인터뷰 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대한 이해 정도와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 이후의 변화 등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 중 장애인 공무원의 고용 환경에 대한 인터뷰도 진행했는데, 그 내용이 충격적이었다. 장애인복지 담당자들을 인터뷰한 만큼 기본적으로 장애에 대한 이해가 높고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적을 것이라는 선입견을 갖고 인터뷰를 한 점은 인정한다. 하지만, 같이 일하는 동료에 대한 장애인복지 담당 공무원들의 인식은 그 점을 고려하더라도 많이 씁쓸했다.
“공무원 채용 단계에서 장애 유형을 고려해서 채용하고, 팀 내에 장애인 공무원이 있는 경우 추가 인원 배치를 해야 합니다.”
“장애인이기 때문에, 업무 처리가 미숙하므로 정원에서 배제를 해서 인원 배치를 해야 합니다.”
“장애인과 함께 일하는 조직의 비장애인 공무원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방법 등으로 장애인 공무원에 대한 부담을 줄여야 합니다.”
다수의 비장애인 공무원이 ‘장애인이기 때문에 업무처리 능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는데다가, 그런 사람들을 정원 산정에서 배제할필요가 있다는 의견은 명백히 차별적인 생각이다. 또한, 비장애인의 경우도 업무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이 있기 마련인데, 그런 사람과 함께 근무한다고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없거니와, 업무 능력이 떨어지는 비장애인을 정원 산정 시 제외하고 추가 인원을 배치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없을 것이다. 또한 업무 배치 시 장애유형을 고려해 개인의 의사를 반영해 업무를 배치하면 될 것이지, 공무원 채용 단계부터 장애유형을 고려해서 채용하는 것은 장애를 이유로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크다.
이러한 의도된 차별의 원인은 무엇일까?
개인의 욕심이 만들어 내는 의도적인 차별의 원인은 단순하다. 다름에 대한 공포니 뭐니 하는 어려운 이야기는 차치하고,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차별을 통해 상대를 배제시킴으로써 유무형의 이익을 얻는 것. 그것이 어쩌면 의도된 차별의 원인일지도 모른다.
언론과 국가가 기획하는 차별은 조금 더 복잡하지만, 사실 개인적인 차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언론은 단순히 사실을 전달하는 역할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대중에게 특정의 프레임을 제공하고, 그 프레임은 진실이 아닌 사실을 전달하며, 이는 곧 여론을 형성하게 된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 언론과 국가는 국민의 이익보다 특정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이 역시 배제를 통해 이익을 얻는 것이다.
그렇다면 차별을 막는 법, 혹은 줄이는 방법은 무엇일까? 차별하지 않는 일상끼리의 연대
인식개선교육, 장애당사자의 권익 향상을 위한 법제정, 법에 따른 정책 이행의 촉구 혹은 혁명. 차별을 막기 위한 방법은 하나일 수 없고, 사실 그 방법을 모른다고 하기도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차별을 막고, 줄이기 위한 방법을 몰라서 차별을 없앨 수 없었던 것은 아닐 테니까.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사실 나도 모른다. 다만, 차별하지 않고 차별당하지 않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는 것 정도랄까? 이 정도의 노력을 하는 개인과 개인이 모이고 또 모이면, 아마도 차별이 조금은 줄어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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