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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정신보건법 개정안을 둘러싼 온도차

정신보건법 개정안 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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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남역살인사건 관련 긴급집담회에서 개정안 반대측이 5분여 피켓시위를 했다

정신보건법의 전면 개정을 담은 정신보건법 전부개정법률안(이하 개정안)이 지난 5월 19일 제19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개정안을 둘러싸고 당사자, 장애계, 복지부, 의사협회 등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렸던 만큼 앞으로 시행령·시행규칙 작업에서도 혼선이 끊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해묵은 숙제, 정신보건법 개정안
정신보건법은 지난 1997년 ‘정신질환자의 인권 존중, 치료 보장, 차별 대우 금지 등’을 위해 만들어졌다. 이후 20년 동안 이어져 온 법은 정신장애인 강제입원 등 독소조항과 구체화되지 못한 내용 등으로 개정 논의가 여러 차례 이뤄졌다.
지난한 논의 끝에 5월 19일 본회의를 통과한 이번 개정안은 정신병원 강제입원제도를 개선하고 정신질환자에 대한 사회적 차별 완화, 전 국민에 대한 생애주기별 정신건강 증진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법안 명칭이 ‘정신보건법’에서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로 바뀌었고, 총 6장 59조문이었던 내용이 8장 89개 조문으로 대폭 확장됐다.
주요 내용은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로 명칭 변경 ▲법 적용 대상인 정신질환자 정의의 축소 ▲동의입원 신청 시 전문의 72시간의 범위 내에서 퇴원 거부 가능 ▲경찰관 요청에 따른 응급입원 가능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 진단 시 전문의 2인 이상의 동의 필요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 시 최초 입원 3개월로 축소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를 통한 당사자 입원적합성 판단 등이다.
전부개정안을 두고 ‘기존의 법 보다 악법’이라고 주장했던 입장과 강제입원의 절차를 강화시키고 정신장애인의 복지증진에 기반을 마련한 것이라는 입장이 아직도 팽팽히 맞서고 있는 만큼 다양한 의견과 시행령·시행규칙의 과제, 정신장애인의 자립을 위해 나아갈 방향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제24조 강제입원 위헌 급물살

기존의 정신보건법에서 가장 많은 논란이 됐던 조항은 제 24조로 보호의무자 2명의 동의와 의사 한 명의 의견이 있으면 당사자가 원하지 않아도 강제 입원시킬 수 있는 제도였다. 그로인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했다.
한국정신장애인연대(KAMI) 권오용 사무총장도 제24조로 인한 강제입원과 시장의 확대 등에 날선 비판을 했다. “제 24조는 강제입원이 쉽고, 나올 수 없는 구조를 만들었다. 일단 6개월간 입원이 되고 심사를 통해 계속 연장이 된다. 한 번 들어가면 10년, 20년 유지되고, 들어가서 나가지 않으니 병원은 병원대로 재정이 쌓이고, 규모가 커지며, 거대 세력이 된다.”
우리나라처럼 사법적 심사 없이, 쉽게 강제입원이 가능한 나라는 선진국 어디에도 없다. 국내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는 환자는 약 8만 명으로 추산되며 중앙정신보건사업지원단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1년 기준 한국 정신의료기관 자의입원율은 21.4%에 불과하다. 이는 일본의 자의입원율 64.2%, 유럽국가의 70%~97% 정도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치다.
유럽인권재판소는 1980년대 이래 ‘자해, 타해의 현저한 위험이 있고, 또 그런 위험이 지속되는 기간만 강제입원이 가능하다’고 판결해왔다. 환자는 당연히 사법적 심사를 받을 수 있다. 이런 시류에 역행하는 국내 강제 입원의 문제점은 계속 지적됐고, 헌법재판소는 지난 4월 14일, 정신보건법 제24조 제1항의 위헌 여부에 대한 공개변론을 실시하기도 했다.
이번에 개정된 법은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 조항을 입원 필요성과 자·타해 위험성이 있어야만 강제입원 시킬 수 있도록 요건을 강화했다. 특히 2주간 기간을 정해 입원을 한 후 입원치료 지속 여부를 결정하려면 소속이 다른 정신과 전문의 2명 이상이 일치된 소견을 보여야 한다. 입원 기간도 최초 입원을 한 날부터 3개월 이내로 제한해 기존보다 3개월 단축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 장애계의 의견은 분분했다. 강제입원에 대한 사법적 심사를 도입하지 않은 것에 유감을 보였고, 천천히 협의해 나가 정신보건법을 아예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이런 지적에 대해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염형국 변호사는 “정신보건법 폐지가 당장 가능하면 좋겠지만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있어 그럴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기존 정신보건심판위원회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개정안에서는 국립병원장이 위원장을 맡도록 하고, 정신건강과 인권에 전문적 지식이 있는 사람 등을 심사위원으로 하는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 등을 도입한다. 이렇게 단계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행정입원 논란, 경찰이란 단어로 인한 불안감 해소 필요
개정안으로 가장 논란이 됐던 조항은 제44조 행정입원 관련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경찰관은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칠 위험이 큰 사람을 발견한 경우 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 또는 정신건강전문요원에게 진단과 보호 신청을 요청할 수 있다.
권오용 사무총장은 “누가 난동을 부린다고 신고가 들어오면 경찰이 출동을 한다. 그래서 입원을 해야 한다 싶으면 가족의 동의 혹은 무연고인 경우 행정기관장이 동의하면 되는데 2주 동안 진단을 해서 입원 필요 유무를 정한다. 그 권한을 경찰관이 가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일부 단체는 정신장애인을 입원시킬 시간적 여유가 없을 때에는 의사와 경찰관의 동의를 받아 정신의료기관에 응급입원을 의뢰할 수 있도록 한다며, 정신장애인이 길거리를 배회하다가 경찰에 끌려갈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개정안 찬성의 입장을 취했던 정신장애인복지지원법추진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 측은 경찰이 바로 입원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의사나 정신건강전문요원에게 행정입원을 요청할 신청권을 주는 것으로 오히려 관행상 이뤄지고 있던 직접 신청권을 통제한다고 반박했다.
염형국 변호사는 법의 적합성 논쟁을 떠나 일단 경찰이라는 단어가 당사자에게 줄 공포나 두려움에 대해 여러 차례 유감을 표명했다.
“당사자 입장에서는 개정안의 행정입원 제도가 경찰에 의한 입원을 신청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을 만들었다고 생각할 수 있고, 일정부분 비판받을 수 있다. 특히, 경찰이라는 단어가 당사자분들에게 공포나 불안을 조장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라며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이 피해를 입지 않고 불안을 느끼지 않도록 시행령·시행규칙에 다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신질환자 정의의 축소
개정된 법은 정신질환자에 대한 정의를 축소하기도 했다. ‘정신병·인격장애·알코올 및 약물중독 기타 비정신병적정신장애를 가진 자’라고 정의하던 것을 ‘망상, 환각, 사고나 기분 장애 등으로 인해 독립적으로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데 중대한 제약이 있는 사람’으로 국한한 것이다. 예를 들어 가벼운 증상으로 진단받은 사람에게는 ‘정신질환자’라는 의무기록을 남기지 않도록 했다.
권오용 사무총장은 기존법의 정의가 일상생활을 영위하는데 인권 침해를 야기하나 환자 개념 규정에 의해 대상자가 줄게 되고, 지역사회 정신보건과 복지라는 명분을 찾기 어렵게 한다는 견해를 보였다. “일단 정부의 의도는 이해가 간다. 정신질환자로 낙인이 되면 일상생활에 제약이 있으니 인권침해다. 그러나 정의의 축소로 대폭 퇴원될 사람들은 어디로 갈 건지, 일상생활 제약 없는 사람이 무작정 시설을 나올 경우 이들을 위한 정부 대책이 뭔지 모르겠다”며 의구심을 나타냈다. 공동행동 측은 정신질환자라는 이유로 취업 등에서 사회적 차별과 제약을 받는 일을 줄인다는 측면에 일면 타당성을 갖는다는 입장이다. 종전 법률은 정신병, 인격장애, 알코올·약물 중독이 있으면 경중을 가리지 않고 모두 ‘정신질환자’로 규정함으로 의사·미용사·요양보호사 등 법으로 정해진 특정 직업의 면허나 자격증, 심지어 운전면허증을 취득하는데 제약이 있었다. 이제는 약간의 우울증을 느낀 사람이 병을 키우기 전에 병원을 찾고자 할 경우, 정신질환이라는 소견에 대한 부담 없이 진료를 받아볼 수 있게 된다.
 

전 국민 생애주기별 정신건강 증진 조항은 과연
개정안에서는 전 국민의 정신건강을 화두에 두는 새로운 조항이 신설됐다. 전 국민에 대한 생애주기별 정신건강 증진을 목적으로 하며 증상이 없는 건강한 시민들도 정신건강 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전국 225개 정신건강증진센터의 기능과 접근성을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이에 대해 권오용 사무총장은 시장의 확대로 인한 예산의 편중과 정부의 권력 남용을 우려했다. “개인의 정신건강에 관한 것을 국가에서 장악하는 것은 아닌지 염려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아동에 관한 전수조사는 큰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 아이가 조금만 산만해도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라 병명을 내리고 약을 권하지만 사실 아이의 행동은 부모의 훈육과 환경에 의해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경쟁이 심각해 자살한다면 그 근본적인 경쟁을 완화시켜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건강보호 데이터를 만들고 홍보하는데 예산과 에너지를 쏟는다. 그게 정신건강을 높이는지는 다소 회의적이다.”
염형국 변호사는 그간 보건의 관점으로만 정신장애인문제를 다뤘다면 보건과 복지를 아울러서 양 축으로 가기 때문에 시장의확대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시장이 확대된다는 입장은 일정부분 인정한다. 한국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자살률 부동의 1위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정신건강 증진문제가 정신장애인 당사자만이 아니라 전 국민에게 요함을 간과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의미에서 기존의 정신건강증진센터도 초점을 중증정신장애인을 넘어 전국민정신건강과 자살예방으로 두는 거다. 그러므로 전 국민에 대한 생애주기별 정신건강 증진 시장이 확대되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시장의 확대를 우려할 수는 있으나 기존 정신보건법에서 정신건강복지법으로 ‘복지’가 법명에 들어갔다는 것은 단순한 변화가 아니다. 단적인 예로 앞으로 정신보건심의위원회나 장애인정책과에서 정신장애인을 넘어 전 국민 정신건강을 위한 복지의 개념이 논의될 수밖에 없는 틀이 다져진 것이다.”
 

시행령·시행규칙의 선결과제
법이 만들어지면, 그것을 기준으로 국정운영이 돼야 하겠지만, 법만으로 모든 행정행위를 규정 할 수는 없으므로, 법에 의해 제한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그 기준을 세세히 정한 것을 시행령과 시행규칙이라고 한다. 개정안 통과를 두고 장애계는 기대와 우려의 시선을 전했다. 이번 개정안과 관련, 남아있는 우려의 불씨는 앞으로 시행령·시행규칙을 통한 세부 조율로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염형국 변호사와 권오용 사무총장은 시행령·시행규칙의 선결과제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으나 당사자의 목소리와 자기결정권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었다.

염형국 변호사는 “복지부가 한 축으로는 정신과 의사, 당사자, 장애계 등 각계의 인사가 모여서 시행령·시행규칙에 대해 논의하는 TFT를 꾸릴 것이고, 또 한 축으로는 발달장애지원법처럼 연구용역을 맡기려고 하는 것 같다. 시행령·시행규칙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서 만들어야 하며 무엇보다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반영해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또한, “대만의 경우 입원적합성심사규정이 들어가서강제입원 비율이 반으로 낮아졌다. 우리도 비율이 낮아질 것이다. 병원에서도 6개월이고 1년이고 입원하게 하는 방식보다 낮병동을 확대하면서 지역사회에 있는 정신질환자들이 필요에 의해 병원을 이용하게끔 전환하는 것 같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낮병동이라는 게 또 하나의 시설처럼 작동되면 안 되며 그룹홈, 자립주택 등의 다양한 대안 중에 하나로 기능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권오용 사무총장은 “개인적으로 시행령에서 가장 해결해야 하는 부분이 개정안의 ‘정의’ 부분이라 생각한다. 예컨대 독립적으로 일상생활을 영위하는데 중대한 제약이 있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명확해져야 한다. 또한, 당사자들이 꾸준히 공익 변호사들의 법률 조언이나 지역의 인프라를 지원 받도록 할 필요가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당사자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정신질환자의 자립을 위해 나아갈 방향
‘정신보건법 전부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지 일주일 만에 정부·여당이 모여 조현병 환자에 대한 행정입원명령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을 논의했다. 정신질환자의 인권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법이 개정된 지 일주일 만에 논의가 그 반대 방향으로 흐른 것이다. 원인은 경찰과 언론에 의해 정신질환자의 소행으로 낙인된 ‘강남역 살인사건’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염형국 변호사는 당사자를 중요한 한 축에 두고 시행령・시행규칙 활동이나 차별 편견에 대한 캠페인, 인식개선 사업을 펼쳐나가야 할 것을 당부했다. “최근 들어서 강남역 살인사건을 비롯해 사건 사고를 정신질환자 범행으로 몰아가고 있다. 그래서 정신질환자에 대한 체크리스트를 만들고, 행정입원 제도를 강화해 사회에서 배제시키려는 움직임들이 많이 있는데 그런 것들에 힘을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 아무리 법이 개정되고, 복지의 장이 신설돼도 많은 국민들이 언론이나 사회적 사건을 매개로 한 경찰의 입장을 통해 정신질환자는 위험한 존재고, 사회에서 배제시켜야 한다고 인식하면 정신장애인의 지역사회에 통합된 삶은 요원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염 변호사는 “궁극에 있어서 법의 문제도 정신장애인의 편견이나 낙인을 해소할 수 있는 방향으로 운영돼야 하고 그러려면 정신장애 당사자 그룹, 지지하는 그룹이 연대해서 함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권오용 사무총장은 정신질환자의 회복을 위한 최우선 과제로 자기결정권을 꼽았다. “회복이란 개념은 당사자 본인이 스스로 병 관리하는 것이다. 정신질환이라는 것은 고혈압처럼 만성질환이니 당사자에게 약 관리하는 방법을 가르쳐주고 전문가들은 곁에서 도와야 한다. 무엇보다 자기결정권이 가장 회복에 도움이 된다. 회복이라는 것은 병을 가지고, 약을 먹으면서도 직업도 가지고 사회생활에 참여하고 가족관계도 유지하고 그래서 자기 삶에 보람을 느끼는 상황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정신병이 있다면 정신병의 의미가 뭔지, 정신병이 있다고 해서 자기가 원치 않는데 입원시키는 게 정당한지, 그리고 입원시키는 걸 정당화시키려면 어느 정도 절차적 규제가 필요한지, 국가에서는 이것을 어느 정도로 다뤄야할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그런 점에서 관련 공무원, 법률가, 정신건강 전문가, 인권 전문가 등에게 정실질환에 대한 이해와 심도 있는 학습이 요구된다”고 답했다.

작성자글 사진 김은정 기자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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