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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벼랑 끝 죽음으로 내몰린 이들

중증장애인 위한 심리상담 지원 조례제정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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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과 학대에 울부짖던 이들은 타인에 의해, 혹은 자의에 벼랑 끝으로 내 몰리고 있다. 사랑받고 보호받아야 할 아이들이 부모의 무관심과 냉대 속에서 버림받다 못해 죽임을 당하고 있는 비참한 현실이다.

중학생 딸을 때려 숨지게 한 뒤 11개월가량 방치한 혐의를 받고 있는 목사 아버지에 이어 4년여 전 큰 딸을 때려 숨지게 하고 암매장한 혐의로 구속된 어머니가 우리 사회를 경악시키고 있다. 또 아버지가 폭행해 숨지게 한 후 시신을 훼손하고 무려 3년이란 냉장고에 숨겨둔 패륜범죄 사건도 있었다.

이들에게 자행된 반인륜적인 범죄는 지난 12월, 3년이 넘은 시간동안 계속된 감금과 폭행을 견디다 못한 11살 소녀가 한겨울에 맨발로 가스배관을 타고 탈출하면서 알려졌다. 피해 아동들이 비참하게 살해된 지 수년이 지나도록 교육 당국과 지방자치단체가 최소한의 공적 안전망으로 제구실을 못 한 점도 안타까운 지점이다.

위의 자녀학대, 사망 사건은 곳곳에서 유사점이 발견된다. 큰 딸을 때려 숨지게 하고 암매장한 혐의로 구속된 어머니는 남편과 불화 끝에 두 딸을 데리고 집을 나오는 등 가정 해체를 겪었다. 여중생 시신 방치 사건의 친부 역시 재혼한 뒤 계모와 함께 딸을 잔혹하게 학대하다가 때려 숨지게 했다.

특히 7세 딸을 암매장한 비정한 부모는 자녀가 대소변을 가리지 못해 냄새가 났기 때문에 욕조에 가둬놓고 학대를 했다고 밝혔고, 자신의 아들을 훼손된 시신으로 방치한 아버지는 아들이 이상행동을 보였기 때문에 체벌을 한 것이라 진술했다. 또 경찰에 의하면 아이의 엄마는 지적 능력이 떨어져 남편의 지시에 순종하며 살았기 때문에 친엄마임에도 학대와 폭력으로부터 아이를 지키지 못했다. 장애계에서는 일련의 상황과 진술로 미뤄볼 때 학대받은 두 아이가 주의력 결핍장애로 과잉행동을 할 가능성이 있고 발달이 지체돼 생리현상 조절이 어려웠을 지도 모른다는 의견이 내놓기도 했다. 방귀희 한국장애예술인협회 회장은 부모의 무관심으로 미처 발견 되지 못한 아이의 장애가 이들의 잘못인 양 훈육이란 미명 아래 폭력을 휘둘러 죽음에 이르게 한 것은 단순이 부모의 아동학대 차원을 넘어, 사회가 발달장애인에 대한 진단부터 재활훈련까지 책임지지 못한 장애인 복지시스템의 미비 때문으로 보아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경향신문. 5월 4일자)

안타까운 아이들의 죽음은, 건강한 삶을 살지 못하는 어른들의 비뚤어진 마음과 행동이 이들 가슴에 피멍을 남겼을 뿐 아니라 한 맺힌 생을 마감하도록 내 몰았다. 또한 아동학대에 무감각한 우리 사회의 병폐와 장애에 대한 무지한 부모의 이해와 사회의 인식을 절실히 드러낸 이 사건은 벼랑 끝으로 내몰린 이들에 대한 심리적 지지와 지원이 필요함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중증 장애아동, 사회적 차별과 아동학대 이중고로 피눈물

 비장애 아동·청소년에게 자행된 패륜적인 학대로 온 대한민국이 경악하고 있는 이 시점에 중증장애인과 발달장애를 가진 아동은 부모에 의한 학대의 위험과 더불어 사회적 편견과 차별로 인한 이중고가 심각하다.

중증장애인와 발달장애 아이를 가진 부모의 소원은 ‘내 자식보다 하루 빨리 죽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장애아동이 청소년, 성인으로 성장하며 삶을 살아가며 겪는 어려움과 고초가 그 만큼 크고 이를 지켜보고 함께 하는 부모들 또한 당사자만큼이나 심리적인 어려움과 불안을 경험하며 내 아이를 믿고 맡길 부족한 사회적 안전망에 절망하며 보다 나아진 복지, 삶의 희망을 염원한다.

중증장애가 있는 자녀에게 큰 애정과 사랑을 가지고 가정을 일구는 부모마저도 장애를 가진 아이로 인해 크고 작은 심리적인 불안과 우울증상을 겪고 고통을 호소하고 있으며 심한 경우에는 가정의 해체 위기에 봉착하기도 한다.

최근 국가인권위원회가 전국의 유치원과 특수학교, 어린이집, 장애아 전문 어린이집에서 근무하는 교사와 관리자, 학부모 등 1,21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와 심층면담을 진행한 결과 중증장애아동이 가장 빈번하게 당하는 학대로 구타와 체벌 등 폭력이었다.

또 장애를 이유로 놀리거나 비하하는 언어폭력은 물론이거니와 또래의 과도한 장난이나 따돌림 등 괴롭힘을 경험했다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또한 장기결석을 방치하거나 교육적 무관심 등 최근 사회문제로 떠오른 교육적 방임을 경험했다는 응답과 장애아동이 성폭력이나 성추행을 당했다는 진술도 있었다. 장애아동의 부모뿐 만 아니라 당사자도 학대로 인한 가슴 속 피멍울이 깊이 맺혀 또 다른 심각한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명백하다.

게다가 며칠 전 전북 장애인 보호시설에서 잇따라 발생한 장애인 집단 학대 및 가혹행위는 담당 사회복지사에 의해 자행된 일이라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특히 발달장애인의 경우에는 학령기를 지나 성인이 돼도 인지와 지적능력이 다르지 않아 육체적, 신체적 연령이 아닌 인지, 사회적 성장에 따른 지속적 교육과 심리적 지원이 필요하다. 사회적 차별에 따른 학대와 정신적 고통으로 인한 불안, 초조, 우울증상은 발달장애인과 가족 뿐 아니라 뇌성마비․ 지체․ 시각장애 등 전 중증장애 유형이 일생을 거쳐 몇 번쯤은 경험해 봄직하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서울지소가 진행한 ‘장애인 건강실태 및 욕구 조사’에 따르면 조사에 응답한 전체장애인 1천2백88명 중 70%가 ‘장애가 없었으면 좋겠다’고 응답했다. 이중 53%가 타인이 시선을 의식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최근 5년 사이 자살을 심각하게 고민해 본 적이 있는 응답자는 17.8%이었다, 이어 심각하게 자살을 생각해 본적이 있냐는 질문에 ‘중간이다’로 응답한 사람은 16.7% 이었고, 한번 이상은 자살을 생각해보거나 심각하게 고민한 장애인이 전체의 34.5%를 차지해 사회적 심리적 상담과 지지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30.4%에 이르는 당사자들이 심리 상담이 필요하다고 응답했으며 이들 대부분이 20대 이상의 성인 장애인인 것을 감안한다면, 정부차원의 전문 심리상담 지원이 필요한 것으로 요구된다.

 

불안과 초조, 우울 호소하는 성인장애인이 갈 곳은 어디?

비장애 아동도 그렇겠지만 장애아동, 청소년은 학업에 따른 스트레스와 함께 신체성장에 따른 2차 성장기인 사춘기를 맞이하며 장애로 인한 편견과 차별을 경험하고 이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함께 질풍노도와 같은 심리적 갈등을 겪게 된다. 또 대학진학에 대한 스트레스와 또래집단 간 갈등, 집단 내 따돌림 등으로 인해 우울증상을 토로하는 청소년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특히 장애청소년은 또래 집단과는 다른 변화무쌍한 신체적․정신적 발달특성으로 인해 더 큰 혼란을 경험하기도 한다.

현대인이 겪고 있는 대표적인 스트레스 성 주요 정신질환으로는 불안장애, 조현증, 조기정신증, 기분장애(조울증, 우울증), 자살, 소아청소년기 질환(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광범위성 발달장애, 자폐증, 레트증후군, 아스퍼거 증후군, 소아기 우울증, 틱장애, 학습장애, 인터넷 중독) 등이 있으며 스트레스로 인한 불안이란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 적응하고자 할 때 나타나는 가장 기본적인 반응양상 중 하나다. 보통 위험이나 고통이 예견될 때 또는 예기치 않은 상황에 직면했을 때, 불안 현상을 경험하게 되는데 현실적인 위험요소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불안하거나 그 정도가 심해 오래 지속되는 경우를 불안장애라 한다. 불안장애의 종류로는 사회(대인)공포증, 공황장애, 강박증,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범 불안장애가 있으며 신체적으로 질환이 없다는 것을 자신이 확인하고 인지하는 것이 첫 걸음이다. 불안은 환자의 의지가 부족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며, 어쩔 수 없는 정신 질병 상태이기 때문에 신체적인 질병과 마찬가지로 정확한 진단과 전문가의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는 학령기 및 학령 전기 아동에서 흔히 나타나는 소아정신과 질환으로 지속적인 주의력결핍, 과잉행동 및 충동성의 증상을 보이며, 아동의 정상적인 학교생활과 가정생활에 큰 지장을 초래하는 질환이다. ADHD의 치료에는 약물치료, 부모교육과 상담, 가족치료, 놀이치료 또는 정신치료, 인지행동치료, 사회성 훈련, 특수교육 등이 있다.

발달장애는 지적장애를 비롯해 소아 자폐증, 레트장애, 아스퍼거 장애 등을 일컫는 용어이다. 지적장애는 지적인 기능이 평균 이하인 상태이며 지능 발달의 장애로 학습이 불가능하거나 제한을 받고, 적응행동의 장애로 관습의 습득과 학습에 장애가 있는 상태를 말한다. 지능발육지연의 정도에 따라 경도(IQ 50-70), 중등도(IQ 35-49) 및 심도(IQ 20-34)로 구분하고 있다.

자폐성장애인은 소아기 자폐증, 비전형적 자폐증에 따른 언어·신체표현·자기조절·사회적응 기능 및 능력의 장애로 인해 지적장애, 언어장애, 학습장애, 뇌전증 등 다른 장애가 동반될 수 있고, 증상은 매우 다양하다. 중증인 경우 기괴한 행동이나 공격성, 자해행위 등이 나타나며 경증인 경우 학습장애로 보일 수도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으로 보건복지부는 지난 2007년 장애인활동보조, 노인돌봄 분야의 지역사회서비스투자사업을 도입해 산모/신생아 도우미, 가사간병방문 지원사업, 임신출산진료비 도입, 발달재활서비스 등 다양한 건강, 심리상담 프로그램을 확대․실시하고 있다. 현재 만 18세 미만 장애아동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발달재활서비스의 경우 언어, 미술, 음악, 행동ㆍ놀이ㆍ심리운동 치료 분야 외의 재활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사회서비스 전자바우처 도입 배경은 공급자 지원방식으로 이뤄진 기존 사회복지서비스를 지양하고 수요자의 선택권 확대를 위해 실시됐으며, 지원방식을 수요자 중심의 직접 지원방식으로 바우처(서비스 이용권)제도를 도입했다.

하지만 사회서비스 전자바우처는 대상자의 소득을 기준으로 기초생활수급권 가정과 차상위 가정, 장애정도, 연령별로 자부담(본인부담금)을 지불한 후 사회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데 그 대상자를 기초생활수급자 및 차상위 계층 등으로 한정하고 있다. 때문에 장애로 인한 편견과 차별, 또는 개인적인 질병으로 인해 고통을 호소하는 성인장애인의 심리 상담과 지지는 전적으로 개인의 몫으로 돌아가고 있다.

 

중증장애인 위한 심리 상담 지원 조례 제정, 시급해

교육당국의 ‘장기 결석 아동 조사’로 학대 아동을 확인하는 것 못지않게 부모의 무관심으로 방치·학대·살해되는 아이들에게 사회적 지지와 안전망을 확충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아이들이 패륜적인 학대로 인해 죽어나가는 안타까운 현실을 타계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또 장애에 대한 인식이 확대돼 아이의 다른 행동을 이상 또는 반항행동으로 오해해 자녀를 학대하고 죽음까지 이르게 하는 무지한 부모가 더 이상 이 땅에 존재하지 않도록 사회가 노력해야한다.

특히, 가정폭력과 사회적 차별과 편견으로 상처받은 장애아동과 중증장애인 당사자, 가족에 대한 심리적 지지와 상담, 치료가 하루빨리 이뤄져 마음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만약, 부모에 의한 자녀학대와 장애로 인한 사회적 학대로 얼룩진 상처가 적절하게 이뤄지지 못 할 경우 또 다시 한 맺힌 여린 영혼들이 죽어나갈지 모른다.

이를 타계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의 일환으로 가정폭력, 성폭력, 사회적 폭력으로 학대받고 상처받은 아동·청소년과 가족, 성인 중증장애인 당사자를 위한 심리상담 지원이 요구된다.

이제 더 이상 성인중증장애인의 우울과 자살충동이 개인의 고민과 부담이 아니라 이들이 삶을 살아가며 경험할 수 있는 심리적 불안과 초조, 우울증상을 생애주기별로 지원받을 수 있는 통합 심리지원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 특히 장애를 이유로 아동학대와 사회적 차별과 편견의 이중고를 겪고 있는 중증장애인 당사자와 가정에 우선적으로 상담심리 지원 조례제정이 이뤄지고 확대돼 더 이상 장애를 이유로, 우리 아이들이 벼랑 끝으로 몰리고 끝끝내 죽음으로 몰리는 안타까운 현실이 하루빨리 없어지길 바라는 바이다.

 

 

 

작성자윤미선 (사)해냄복지회 마음해센터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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