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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겠다!”를 입버릇처럼 쓰고 계십니까?

인식개선캠페인-일상 속 차별 표현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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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밤중에 나가겠다니, 정신이 나갔군.”, “돌겠다! 이 일을 언제 다 끝내지?”, “미치겠어. 성적이 통 오르지 않네.”
우리는 일상 속에서 이와 유사한 말들을 입버릇처럼 쏟아낸다. 그러나 이 말 속에 정신장애인에 대한 차별 용어가 섞여 있다는 것을 인지하는 사람은 드물다. 이보다 빈도가 낮지만 정신병자, 미치광이, 정신이상자도 정신장애인을 비하하는 대표적 용어이다.
정신장애인이라는 표현이 낯선 것도 사실이다. 정신장애는 장애인복지법상 규정하고 있는 15개 장애유형 중 하나로 조현병(정신분열증), 조울증, 공황장애로 자주 불리는 불안장애, 강박증, 외상 후 스트레스, 과잉운동성장애(ADHD) 등의 정신질환을 뜻한다. 지난 2014년 6월 ‘장애인 비하 법령용어 개선을 위한 개별소비세법 시행령 등 일부개정령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며 장애인 비하 법령용어에 대한 개선 작업이 진행됐고 정신병자라는 용어는 정신질환자로 개선되기도 했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의 일상, 언론, 미디어에는 정신장애인 비하 용어가 무분별하게 쓰이고 있다.
「‘미치광이’ 라더니.. 트럼프 “김정은과 대화” 돌변, 왜?」, 「한 미치광이의 흉기 난동…경찰에도 화학약품 투척」,「강남역 인근 묻지마 사건에 경찰 정신병자 ‘행정입원’ 강화 추진」, 「요즘엔 군대 안 가려 정신병자 행세, 「‘기억’ 이성민 “나 미친 거 맞네, 제 정신 아니야” 명연기」

특히 최근 들어선 헤드라인 기사마다 ‘미친’의 향연이다. 「미친 제주 집값·땅값 잡는다!…주거복지정보센터 설립」,「“완벽하게 미친 올해 최고의 영화”」, 이 밖에도 미친 연기력, 미친 존재감, 미친 박자감, 미친 비주얼 등 사례는 넘쳐난다.
정신장애인에 대한 인식제고도 필요하다. 많은 한국인이 정신장애인에 대해 ‘위험하다’는 선입견을 갖고 있으며 심지어 사회에서 격리해야 할 존재로 바라본다. 그 편견의 밑바닥에는 정신장애를 나와는 동떨어진 질병, 다름이 아닌 틀림으로 보는 시각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신장애인은 사회적 요인에 의한 중도장애가 많다. 세계보건기구(WHO) 등 국제사회에서는 의료의 의미만 담긴 ‘정신질환(mental illness)’보다는 사회·문화적 맥락이 담긴 ‘정신장애(mental disorder)’라는 표현을
선호하고 있는 추세이다.
결국 경쟁구도, 성과주의, 물질만능주의 등의 폐단이 속출하는 현대사회에서 정신적 아픔을 호소하는 사람은 비례하게 돼있다. 나와 내 주변을 가만히 둘러보자. 방송에서는 연예인들이 잇달아 자신이 갖고 있는 공황장애를 고백했으며, 최근 한 조사에서는 직장인 10명 중 6명이 공황장애를 겪은 일이 있다고 답했다. 특별한 이유 없이 예상치 못하게 나타나는 극단적인 불안 증상인 공황장애는 많은 현대인에게 정도의 차이로 나타난다.
결국, 정신장애와 정신장애인에 대한 비하는 나와 거리가 먼 어떤 사람, 혹은 결코 내가 겪을 리 없는 처지에 대한 경솔한 언사가 아니다. 과거 언젠가 내가 경험했을지도 모르고, 내가 사랑하는 누군가의 말 못할 고민일 수도 있으며, 훗날 내가 겪게 될지도(물론, 그렇게 되길 바라는 것은 아니다) 모를 내면의 아픔일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런 만큼 정신이 나갔군, 돌겠네, 미치겠네, 미치광이, 정신병자 등 정신장애인 비하 용어에 대한 자각과 반성이 요구된다. 우리는 이와 유사한 어떤 상황과 감정에 대해 ‘말도 안 돼!’, ‘답답하다’, ‘뛰어난 연기력’ 등 다양한 표현으로 바꿔 쓸 수 있다.

지난 5월 19일 정신보건법 전부개정안이 19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회를 통과한 정신보건법 전부개정법률안은 정신병원 강제입원제도를 개선하고 정신질환자의 사회적 차별 완화, 전 국민의 생애주기별 정신건강 증진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정책은 이렇게 정신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근절하기 위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우리의 제대로 된 인식도 함께 해야 할 것이다 .


 

작성자김은정 기자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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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윤지님의 댓글

윤지 작성일

저는 정신장애인인것이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장애인으로서 소수자의 감수성을 가질 수 있기에 비장애인들 처럼 칙칙해지지 않을 수 있거든요. 그리고 약자이기에 기득권을 잡을 기회가 차단되니까 기득권을 통해 약자를 상처입히지 않을 수 있어 좋아요. 비장애인들은 기득권을 가지고 얼마나 많은 이들을 상처 입힙니까? 비장애인들은 이렇게 자기도 모르게 괴물이 되는게 불변의 진리 잖아요. 전 괴물이 될 수 없어 행복해요. ^

여왕벌레님의 댓글

여왕벌레 작성일

비장애인이 정신장애인 보다 더 잔인하고 좆같은데 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정신장애인이 잠재적 가해자면 비장애인은 절대적 가해자다. 이렇게 언어를 통해 장애인을 짖밟는 괴물이 바로 비장애인이니까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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