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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420공투단 39일간의 농성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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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간단식농성 해체 기자회견

저상버스 점거에서 시작된 농성이 경기도청, 수원역 육교로 이어졌다. 그리고 이 지난한 여정은 지난달 21일 14일 간의 이룸센터 유리처마 단식 농성을 마지막으로 끝이 났다. 경기도로부터 장애인의 이동권을 보장받기 위한 경기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이하 공투단)의 투쟁이 막을 내린 것이다. 교통약자들의 이동권을 보장하기 위한 교통약자 이용편의증진법(이하 이동편의증진법)이 시행된 지 만 10년을 맞았다. 그러나 여전히 장애인의 이동권이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점에서 39일간의 농성은 단순히 숫자로 셀 수 없는 의미가 있다.

과연, 누구의 불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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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스 점거 농성

10월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10년 이내 저상버스 100% 전환 추진 ▲2016년 수요 조사 시 300대 이상 도입 추진 ▲저상버스 구입비 지원을 위한 조례 개정 추진 등의 경기도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공문으로 약속했다. 이것은 그에 앞서 약속한 2층 버스 장애인석 확보를 이행하지 못한 데 대한 사후대책이나 다름없었다.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 이형숙 상임대표는 “경기도에는 수도권을 지나다니는 광역버스 2천대가 있다. 그러나 휠체어 장애인이 탈 수 있는 광역버스는 한 대도 없다. 재작년에 남경필 도지사가 경기도가 100% 예산을 들여 2층 저상 버스를 도입한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그래서 잔뜩 기대를 하고 시승을 했는데 휠체어는 간신히 들어가고 안에서는 이동이 불편했다. 원인은 버스가 유럽에서 그대로 공수해 온 것으로 유럽형 휠체어와 한국형 휠체어 구조가 다른 탓이었다.
‘휠체어를 좀 돌릴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자’고 제안했더니 경기도에서 흔쾌히 수락했다. 그런데 막상 10월 18일에 첫 운행을 하는데 개선된 부분은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10월 20일 날 저상버스 점거를 했다.”
저상버스 점거 이후 남 도지사는 이행문을 공문으로 보냈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경기도는 그 공문에 명시한 특별교통수단과 저상버스 증차를 이행하지 않았고, 특별교통수단 운영비 지원예산을 일정기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폐지되는 일몰예산으로 처리했다. 이에 경기420공투단은 지난 5월 13일 공문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대화를 5차례나 거절한 경기도를 규탄하며 ‘남경필 도지사 규탄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예산담당관실 점거를 시작했다.
남경필 도지사는 “도청 점거 농성은 불법이며, 먼저 농성을 풀기 전에는 어떠한 대화도 할 수 없다”고 일관했다. 이형숙 대표는 “남경필 도지사는 불법점거는 안 되며, 불법을 해지하고 도청을 나와야 대화가 가능하다고 하지만, 그 전에 공문을 지켰어야 하는 게 아닌가. 도에서 기본적으로 장애인의 삶을 이해하고, 기본권을 보장한다고 하면 장애인들이 도청 찬바닥에서 노숙하는 점거가 왜 생겨나는가. 공문을 만들고도 약속을 지키지 않는 집행부와 도청 밖에서는 과연 무슨 얘기가 되겠는가”라고 비난했다.
한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대표는 “남경필 도지사는 도청 점거농성을 공공건물침입죄, 공무집행방해죄로 불법이라 운운하는데, 그럼 따져보자. 국제장애인권리협약에는 장애인 이동권을 보장하고 자립생활권리 보장하라고 쓰여 있다. 그 책무는 대통령과, 도지사와, 시군에게 있다. 다음, 헌법을 보자. 헌법으로 장애인 차별을 금지해놓고, 대한민국에서 이동하지 못하는 것은 차별이 아닌가. 남경필 도지사는 이렇게 국제장애인권리협약, 헌법을 위시해 장애인복지법, 교통약자편의증진법을 모두 위반했다. 숫자 싸움을 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과연 누가 불법을 한 것인가. 그렇게 볼 때 우리는 정당방위이다”
경기도청 점거농성은 장기화됐다. 이에 경기420공투단의 이도건 집행위원장은 수원역 육교 고공시위를 했고, 지난 7일, 밧줄을 매단 채 이룸센터 유리처마 위로 올라가 고공단식농성을 시작했다.
단식 3일째 만난 이도건 위원장은 고공농성의 동기를 묻자 “경기도가 법률에 따라 장애인을 비롯해 교통약자의 이동의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경기도는 31개 시군을 관장하고, 지원하고, 감독할 의무가 있다. 그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고, 심지어 당사자들과 공문으로까지도 약속한 부분을 전혀 이행하지 않아서 점거농성을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르쇠로 일관하기 때문에 이것을 보다 여론에게 알리고, 경기도의 각성을 촉구하기 위해 고공 단식농성까지 하게 됐다”고 밝혔다.
 

말뿐인 저상버스 목표치 41.5%
바닥이 낮고 출입구에 계단이 없는 저상버스는 기존 버스의 계단을 오르내리기 힘든 임신부나 어린이, 노인 등 교통약자들, 특히 장애인들의 이동권을 보장하기 위해 생겼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몇몇 국가에서 도입되고 있으며, 유럽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시내뿐만 아니라 외곽 지역을 운행하는 대부분이 저상버스다. 그런데, 전국의 시도 가운데 가장 많은 인구 1,200만여 명이 집중된 경기도에 보급된 저상버스는 올해 1월 기준 1,250여 대로 전체버스 1만여 대 중 11%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먼 곳을 오가는 광역버스, 시외·고속버스 등에는 단 한 대의 저상버스도 없다. 이동편의증진법은 시행령을 통해 광역시·특별시는 시내버스의 2분의 1 이상, 시·군은 3분의 1 이상을 저상버스로 운행하도록 규정해 놓았다. 그러나 경기도는 이미 10년 전 부터 도입되기 시작한 저상버스가 대폐차 시기가됐음에도 교체를 민간업자 몫으로만 떠넘기고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이는 강제 사항이 아니어서 실제 시내버스 사업자들은 저상버스 도입을 꺼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형숙 대표는 “지자체에서 저상버스를 꺼리는 이유는 유지비의 손실이 크기 때문이다. 경남에서는 저상버스 유지비를 한대당 500만 원 정도 지원하나 경기도는 한대당 250만 원을 지원해 준다. 그러니까 운수회사로서는 적자만 쌓이지 이득이 없다. 그래서 경기도와 길고 긴 협상 끝에 유지비 100% 인상 합의를 봤다. 경기도는 그것을 2016년에 시행하겠다고 했고, 공문을 전달했다. 그런데 지난 12월에 확인해 보니 본예산에 반영이 안 됐다.”
정부는 2012년 제2차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계획을 세워 저상버스 비율을 41.5%로 높이겠다고 했지만 경기도의 저상버스 보급률 11%는 목표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 수치는 저상버스 보유율 전국 1위를 차지한 서울의 도입률(35.5%)의 3분의 1을 조금 넘는 수준이며 전국 평균(19.9%)에도 한참 모자란다. 서울처럼 지하철이 사방에 뻗어있지 않은 경기도에서 교통약자, 특히 장애인이 느낄 불편함이 클 것은 분명하다.
 

이동권은 숨 쉬는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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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경필 도지사와 협상하는 경기420공투단

정부는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을 만들면서 저상버스와 함께 이른바 특별교통수단이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특별교통수단이란 교통약자의 이동을 지원하기 위해 휠체어 탑승설비 등을 장착한 차량으로 일반적으로 장애인콜택시라고 불린다. 정부는 2010년부터 일반인들의 택시 이용 빈도수와 동일하게 각 지자체 별로 1·2급 장애인 200명당 1대 수준으로 장애인콜택시를 운영하도록 하고 있다. 경기도가 도입한 특별교통수단은 지난해 말 기준 538대로 547대인 법정 대수보다는 높은 도입률을 기록한다. 현재 대부분의 지자체들도 이 기준을 충족하고 있으나 실제로 이 수준은 장애인들의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 장애인이 한 번 쓰려면 1주일 전에 예약을 해야 하고, 당일에도 몇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또한, 운영하는 센터도 서울처럼 통합돼 있는 게 아니라 경기도의 경우 31개 시·군이 운영을 따로 하고 있어 이용요금도 다르고 체계도 다르다. 이에 불편함을 호소하는 민원은 계속 이어졌다.
이도건 위원장은 “이동편의증진법을 만든 지 10년이 넘었으나 그 법이 제대로 시행되고 있지 않다. 법 자체도 문제가 있고, 지자체는 국가로부터 예산을 받아도 그 비용을 법을 이행하는데 쓰기보다는 엉뚱한 사업들에 많이 쓰고 있다. 이동권은 숨 쉬는 권리와 같다. 우리가 경기도에 요구한 10대 요구안이 사실 하나하나 다 필수적이고 소중한 것들이나 그 중 먼저는 이동권이고, 이동권 문제를 공론화 할 필요가 있다고 여겼다. 그래서 차별에 분노하고, 잘못된 법을 바꿔내야 한다는 심정으로 농성을 시작하고 이르게 됐다”고 밝혔다.
 

마침내 이룬 협상
지난한 농성 끝에 경기도는 경기420공투단에 협의하는 조건으로 ‘점거 해제’를 요구했고, 경기420공투단은 32일째 이어가던 도청 점거농성을 먼저 해제했다. 이후 TFT 협상을 진행, 1차 협상을 통해 경기도는 장애인 이동권 보장과 장애인 탈시설 정책수립 등 단기 과제들을 협의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얼마 뒤 경기도의 입장은 바뀌었다. 6월 17일 진행된 2차 TFT 협상에서 경기도는 1차 협의에서 약속한 사항 등에 대해 예산 문제를 언급하며 몇몇 세부 사항에 대해서 협의를 거부했다.
경기420공투단은 이를 규탄하며 지난 18~19일 이틀간 남경필 경기도지사 자택 등에서 노숙농성을 감행하기도 했다. 마침내 경기도청은 장애인복지과, 교육정책과, 버스정책과, 교통정책과 4개 부서에서의 공문을 통해 장애인 이동권 확대 등 8개 사업 9건을 올해 추경 예산 반영분에 넣을 것이라는 계획과 이후 요구안에 대한 TFT 논의를 이어가겠다는 내용을 420공투단에 전달했다.
경기도는 이에 따라 ▲올해 615대까지 늘리기로 했던 특별교통수단을 140% 수준인 781대(166대 증가)까지 확대 ▲전체 특별교통수단 운영비 10%를 도비에서 지원, 24시간 365일 운행, 시내버스 수준 요금, 시군 간 이동 등 광역이동 기준을 만족하는 시군에는 운영비를 추가 지원 계획 ▲현행 한대당 250만 원인 저상버스 운행손실 보조금 적자 분은 500만 원으로 100% 인상 ▲저상버스 추가 도입은 시군 수요조사를 통해 국비 지원이 확정될 경우, 도비와 시군비를 매칭해 예산을 확보하기로 했다. 이밖에 체험홈이나 중증장애인 자립생활지원센터 등은 예산을 추경에 반영해 지원하기로 했다.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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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조대의 도움을 받아 내려오는 이도건 위원장

이도건 집행위원장은 고공단식농성 14일 차이던 6월 22일 중단을 선언했다. 이날 기자회견의 연대발언에서 한국장애인총연맹 이문희 사무총장은 “우리가 이동권을 요구하는 것은 우리도 교육받고, 일하고, 사회생활하기 위해, 사람답게 살기 위한 것이다. 누구에게나 주어져야 기본적인 요구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이동권을 포기할 수 없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겠다”고 전했다.
박경석 상임대표는 “이번 투쟁이 경기420공투단만의, 이도건 위원장만의 투쟁이 아니라는 것을 실감했다. 많은 장애계 단체와 시민단체 사람들의 지지와 연대가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견뎠고, 희망을 가졌고, 그 희망의 씨앗을 뿌리고 이제 내려오려고 한다.
이제 희망의 뿌리를 잘 키워갈 수 있도록 다들 손을 꼭 잡고 물과 거름도 주고 지켜봐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이 고공단식투쟁의 의미가 무엇인지 되새겨보고, 앞으로 경기도 50만 장애인을 비롯해 전국의 250만 장애인이 차별받지 않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놓치지 않아야하는 것은 무엇인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도건 집행위원장은 “많은 동지들과 시민사회에 계시는 분들이 염원을 해주셔서 무사히 끝났다. 이 힘들이 모여서 차별 없는 지역사회와 세상을 만들 것이라 생각한다. 생각해보면 누군가는 자본의 억압 속에 363일간 어느 높은 곳에서 불평등을 외쳐야하고, 그 누군가는 젊은 나이에 꽃 한번 피워보지 못하고 지하철에서 숨을 거둬야 한다. 아직도 수많은 장애인들이 집 안에 갇히거나 시설에 갇혀 인권을 유린당하고 있는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다. 그에 비하면 39일 경기도청 농성은 우리 사회의 현실을 말하는 작은 한마디 외침에 지나지 않는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돌이켜보면 이번 투쟁도 혼탁한 투쟁이었다. 우리의 싸움이 그랬다는 것은 현실과 정치가 투쟁할 수밖에 없을 만큼 혼탁하다는 것이다. 상식이 권력에 짓밟히고 그것이 유야무야 넘어가는 현실에 살고 있다. 이동권의 문제는결코 장애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왜 장애인에게만 국한되는가. 모든 사람의 이동할 권리는 평등해야 하는 게 아닌가. 헌법과 법률에서 보장한 권리를 보장받고자 함께 누리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기위해 계속 싸워야 하고, 힘을 키워가야 한다. 이게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심정으로 계속 싸워가겠다”고 다짐을 밝혔다.
 

기자회견이 끝난 뒤 이도건 위원장은 119 구급대원의 도움을 받아 지상으로 내려와 건강검진을 위해 서울 여의도 성모병원으로 이송됐다. 밧줄을 매달아 수원역 육교 위에 올라가고, 이룸센터 처마에서 단식 농성을 펼친 이도건 위원장은 대학생 시절 교통사고를 당해 척수장애인이 됐다. 중도장애인인 것이다. 모든 사람은 사고나, 노환, 질병에 의해 중도장애인이 될 가능성이 있는 잠재적장애인이며 나이를 먹어가며 교통약자가 된다. 그런 점에서 이들의 39일 간의 농성의 의미를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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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원에 이송되고 있는 이도건 위원장
작성자글 사진 김은정 기자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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