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인권 침해한 한옥박물관장 즉각 해임하라!" > 기획 연재

성명서 낭독하는 장애인인권침해예방센터 백지현 간사

지난 23일 오후 2시 서울 은평구청 앞에서 은평역사한옥박물관 관장 해임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지난 12일, 은평역사한옥박물관에서 특수유모차를 이용한 6살 뇌병변장애1급 아이의 입장이 거부됐다. 내부 오염, 내부혼잡, 시설물 파괴 세 가지 이유였다. 아이의 특수 유모차는 몸 가누기 어려운 아이를 위한 받침대와 몸 지지대, 발 받침대가 있다. 특수유모차라곤 하지만 일반 휴대용 유모차와 비교할 때 높이와 폭은 거의 비슷하다.

13일 장애인인권침해예방센터로 사건이 접수됐고, 인권침해예방센터에서 황아무개 관장과 통화한 결과, 전시장 내 공간이 협소하여 사고가 날 우려가 있다는 점을 이유로 관내 비치된 휠체어와 유모차만 사용할 수 있게 하고 있었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러나 이전부터 주출입구 승강기 잠금장치 설치, 휠체어 이용 장애인 동반자 승강기 이용불가, 장애인 주차구역 주차콘 설치 등 장애인차별과 관련된 민원이 수차례 제기됐다.

황아무개 관장은 이번 건에 대한 개인 SNS에 사과문을 올렸으나 공개사과를 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자신의 왜곡보도로 인한 피해자라며 반박보도를 내 모두의 공분을 샀다.

황아무개 관장 해임촉구 기자회견에서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김태현 정책실장은 “제가 어렸을 때 아버지와 로봇 태권브이를 보러 극장에 간 적이 있었다. 그러나 제가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거부됐다. 그 때는 20세기 대한민국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21세기의 대한민국이다. 장애인의 문화향유권을 막았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 게다가 뇌병변장애인의 특성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준비된 유모차를 이용하라는 지시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며 “공무원들이 장애인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야한다. 장애인인권법 교육을 철저히 해서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애인이살기좋은은평을만드는사람들의 정종기 대표는 “장애인에 대한 사고와 편협한 인식을 가지고 있는 공공기관장이 있는 한 은평구는 장애인이 살고 있는 지역사회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장애인의 능력을 과소평가하고, 장애인 부모의 마음을 두 번 아프게 하는 이런 인선은 절대 공직에 있을 수 없다”고 규탄했다.

중증중복뇌병변장애인부모회 이정욱 공동대표는 “황아무개 관장이 단순한 해임만으로 끝날 일이 아니고 장애인식개선교육을 철저하게 받아서 이 사회 어느 자리에 계시던 간에 이 사회의 약자란 어떤 사람이고, 그 사람을 위한 어떤 배려가 필요하며, 그 약자를 키우는 장애 부모들의 그 마음이 어떤 지에 대한 폭넓은 이해심을 가지기 바란다”고 전했다.

은평인권네트워크 김선윤 대표는 성명서에서 “이 사건은 단순히 장애인이나 특수유모차 입장거부의 문제로 국한해 바라볼 문제가 아니다. 장애아동과 가족에게까지 상처를 줬다는 사실은 비장애 관람객을 대하는 태도에도 문제가 있을 수 있음을 알게 한다.”며 “박물관은 공공의 성격을 지닌 다중이용시설이다. 내부오염이나 혼잡을 이유로 관람객을 제한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한옥박물관의 규모를 볼 때 혼잡은 입장거부 이유가 될 수 없다. 혼잡은 입장 대기 사유다. 다중이용시설에서 오염을 이유로 특정 입장객을 제한한다는 것은 관람객을 오염원으로 본다는 얘기다. 이것은 관람객에 대한 모독이다. 또한, 유모차로 인한 사고에 대한 민원 발생인데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서 미리 걱정하는 것은 기우다. 박물관관계자의 기우가 입장제한의 이유일 수 없다. 그래서 특수유모차 입장거부의 원인을 박물관 운영지침거부로 밖에 볼 수 없다”규탄했다.

장애인인권침해예방센터 백지현 간사는 성명서에서 “본 사안은 장애인이 장애인보조기구 등을 시설물에 들여오거나 시설물에서 사용하는 것을 제한하는 것이며 장애인의 문화, 예술 활동 참여에 있어 장애인의 의사에 반해 특정한 행동을 강요한 것으로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제4조, 제18조, 제24조, 제35조를 위반에 해당하는 차별행위다”라고 밝혔다.

또한 “여행, 영화관람, 스포츠 등 여가생활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 오늘날, 문화 예술 활동에 참여하는 권리는 교육을 받을 권리, 시설물에 접근할 권리와 마찬가지로 지극히 기본적인 권리에 해당하며, 이는 장애를 가졌다고 하여 예외일 수 없다”며 “해당 박물관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동등하게 관람을 할 수 있도록 조속히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직원들의 인권 감수성 향상을 위한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고 전했다.

기자회견이 있은 후 취재진이 박물관을 찾았다. 여러 차례 민원이 제기됐기 때문인지 여부를 확인할 수 없으나 장애인주차구역, 주출입구 승강기, 휠체어 이용 장애인 동반자 승강기 이용에는 문제가 없었다. 비치된 유모차와 휠체어를 확인했다. 몸을 제대로 가눌 수 없는 뇌병변장애아동도 이용할 수 없으니 성인 뇌병변장애인이 이용한다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불가능했다. 누구나에게 권리는 평등해야 한다. 그리고 누구나 아무런 문제없이 문화를 향유할 권리가 있다. 왜냐하면 연대발언의 한 구절처럼 우리는 21세기 대한민국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