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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강남역 살인사건의 본질을 왜곡하지 말라" 긴급집담회 열려

약함의 연대, 여성 ·장애 ·사회적 소수자가 연대하는 99대 1싸움을 대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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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 살인사건 관련 긴급집담회가 "대한민국 정신장애인 인권의 현주소"란 주제로 지난 2일 여의도 이룸센터 누리홀에서 오후 3시부터 개최됐다. 최근 강남역 살인사건과 관련돼 정신병원 강제입원을 통한 정신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배제와 격리를 강화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경찰의 무책임한 주장이 큰 논란이 되고 있다.

이에 이번 집담회는 강남역 살인사건과 관련해 한국사회의 정신장애인 편견과 혐오실태, 언론보도의 문제점 등을 짚어보고, 인권운동과 사회복지 차원에서 이 문제를 해결해가기 위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눠 보고자 마련됐다.

정신장애인복지지원법 추진 공동행동이 주최하고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이 주관한 이번 토론회의 사회는 서동운 학대피해장애인지원센터장이 맡았다. 토론회는 오후 3시부터 7명의 토론자들이 약 10분 씩 개별 발표를 했으며 이후 종합 토론이 이어졌다. 한편, 토론회장에는 개정안을 반대해 온 일부 당사자 연대가 참석해 정신보건법 개정안 통과 저지 시위와 개정안 관련 “이번 개정안에는 독소 조항이 많다. 그것이 통과되면 우리는 사냥꾼의 먹잇감이 된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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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석한 진선미 국회의원은 “이와 같은 자리를 마련해줘서 감사하다. 저도 이 자리에서 논의된 의견들을 법제정에 포함될 수 있도록 열심히 뛰겠다”고 전했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는 ‘장애인인권단체에서 본 정신장애인 인권 현실’을 주제로 발표했다. 박경석 대표는 “이 문제에 대해서 이미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했지만 이번 강남역 살인사건은 한 집단에 대한 혐오 문제를 또 다른 집단에 대한 혐오로 바꿔치기한 마녀사냥이다”라고 질타했다. 박 대표는 “장애인 권리 협약에서 기준 하는 인권에 대한 목소리를 기반으로 제도가 만들어지고 이행돼야 한다. 당사자 분들의 입장도 명확하게 제시돼야 한다”고 촉구하며 “이번 추모 움직임처럼 강제입원에 관해 헌법재판소 앞에서 포스트잇을 붙이는 공동행도도 했으면 좋겠다”고 뜻을 비췄다.

김락우 한국정신장애인자립센터 대표는 ‘강남역 사건에 대한 정신장애인 당사자의 입장’을 주제로 발표했다. 김락우 대표는 “우리 사회에 약 50만 명 정도 되는 조현병을 가진 동료들이 있다. 바로 지역 사회에 있다. 병상 수가 9만개이기 때문이다. 옆집 혹은 뒷집의 누군가일 수 있지만 우리는 모른다. 그들은 누군가의 우려처럼 두려운 존재가 아닌 그저 평범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또한, 당사자들 스스로도 자신의 정신질환을 노출하기를 꺼린다. 하지만 아는 사람만 알고 쉬쉬할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당사자들이 질환을 숨기지 않고 움직임에 적극 동참하기를 촉구했다. “당사자들이 운동에 참여하지 않고, 정신질환을 숨긴다면 향후에도 우리는 정신장애인의 인권을 그저 이야기로 나누는데 만족해야 할 것이다. 이번 개정안이 물론 독소 조항이 있으나 그것을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동료들도 있으니 그 장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며 “환경이 바뀌기를 바란다면 끊임없이 활동을 이어가야하고 정부와 경찰에게 자신들의 요구 전달을 지속하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용표 가톨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정신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차별과 편견’이란 주제로 발표했다. 이용표 교수는 외환위기 이후에 살인과 자살사건이 증가하고, 작년 일명 ‘묻지마 범죄’ 사건에서 가해자의 63%가 무직, 24%가 일용노동자였다는 정부 발표 자료 등을 바탕으로 폭력이 개인적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에서 기인한다는데 무게를 뒀다. “정신질환자는 다른 장애 유형에 비해 기초수급자가 많고, 자가 소유율이 가장 낮다. 그만큼 생활이 열악하다는 반증이며 지역사회에 복지가 미흡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이번 개정안을 추진한 공동행동도 복지에 기반을 두는 활동을 했다. 행정입원 등이 당사자 분들로 하여금 문제로 거론되고 있지만 사실관계로는 경찰이 직접 신청하는 권한을 가진 것은 아니고 다만 요청을 할 수 있는 것이다”라고 짚었다. 이 교수는 일련의 사건에 대한 대안으로 약함의 연대를 꼽으며 “서로 포용하고 활동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신영전 한양대 의대 교수는 ‘강남역 살인사건의 사회적 의미와 대응’이란 주제로 발표했다. “30여 년 전에 이런 토론회를 개최하면 자발적으로 오는 당사자나 가족들이 얼마 없었다. 오늘처럼 당사자 분들이 나와서 목소리도 높이고 또한, 언쟁하는 것도 한 편으로는 더디지만 좋은 길로 나아가는 것의 반증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신 교수는 정부와 경찰의 대책을 지적했다. “강남역 사건은 분명 여성 혐오 사건이다. 잠재된 분노의 분출구였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여성혐오 대책은 없고, 정신장애인을 가두겠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사건의 가장 큰 비극성은 약자에 의한 약자의 살인이라는 점”이라며 이에 대한 대안을 제시했다. “우리는 진짜 싸움이 필요하다. 여기서 우리는 싸움의 대상을 명확히 해야 한다. 싸움의 대상은 약육강식, 적자생존, 경쟁중심 이데올로기 등이다”라며 싸움의 전략으로 약자간의 연대와 1:99의 싸움으로의 전환의 필요성, 합리적이고 민주적 공론장의 탈환 등을 제시했다

염형국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정신보건법 개정과 강남역 살인사건의 의미’를 주제로 발표했다. 염형국 변호사는 “앞의 발표자들처럼 약자간의 연대가 중요하다는 것에 동감한다. 이 사건을 정신질환자의 ‘묻지마 범죄’로 몰아가는 것은 이 문제가 사회로 파장이 확산되는 것을 막고자 함이다. 이 사건은 승자독식의 사회에서 배제되어 온 약자의 범죄이다. 정신질환의 환청 망상은 사회적 결함과 관련이 있다. 여성 혐오도 사회적 맥락 속에서 벌어진다. 근절하기 위해서는 약자들끼리 연대하고 목소리를 내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염 변호사는 이번 개정안의 논란에 관해서 “현재에도 8만 명 넘는 인원이 강제 입원돼 있다. 이런 안타까운 상황을 해결하고자 일부 개정이 됐던 것이다. 당사자 분들이 우려하시는 행정입원 관련해서는 경찰은 단지 요청할 수 있다는 것임에도 당사자분들이 단지 경찰이라는 단어에 공포를 느낀다는 것을 헤아리지 못했다”며 앞으로 당사자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겠다고 했다.

이미경 성폭력 상담소 소장은 ‘강남역 살인사건을 바라보는 여성단체의 입장과 방향’을 주제로 발표했다. 이미경 소장은 이번 사건으로 인간의 존엄성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됐다며 관련된 네 가지 입장을 제시했다. ▲우리 여성 단체는 이 사건을 일상적인 여성차별, 폭력 그 혐오에 의한 범죄로 진단한다. ▲정부의 조현병환자론은 또 다른 차별, 혐오, 격리, 배제를 낳고 있는 반인권적 대책이다. ▲사회적 소수자들이 안전하게 살 수 있는 인간존중의 공간과 문화가 만들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 ‘화장실’범이 아닌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제정돼야 한다. ▲초·중·고등학교에서 의무적으로 소규모 토론식 인권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등이다

이 소장은 “이 사건을 특정한 장소와 특정한 개인의 문제로 단순화시켜 사회 전체에 퍼져 있는 문제의 원인을 제대로 바라볼 수 없게 한다. 문제의 근원에 ‘혐오와 차별적 인식’이 있었음을 간과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왜곡된 인식을 확산한 언론에 대해서도 질타했다. 피의자 범행 당시 CCTV여과 없이 반복 노출하는 자극적인 보도로 국민의 공포와 분노를 유도하고, 여성혐오 논쟁보도로 사건의 본질을 흐리고, 조현병 환자를 강력범죄와 연결하며 정신질환자에 대한 편견을 심화 시킨 점 등이다. 이 소장은 다만 기존의 단체중심의 운동에서 개인이 제안하고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실천 등이 주목할 만한 변화라고 밝혔다.

강혜민 비마이너 기자는 ‘한국 언론의 정신장애인 보도 행태’를 주제로 발표했다. 강혜민 기자는 “강남역 살인사건이 이후에 불특정다수를 대상으로 한 몇 가지 범죄가 발생했다. 그런데 이 사건들은 범행 정황과 피의자의 특정 상태를 근거로 ‘정신질환자 범죄’로 비쳤다. 언론은 ‘정신질환’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경우엔 ‘정신 병력은 확인되지 않았다’라는 문장을 덧붙여 정신장애와 범죄 사이에 다리를 놓았다. 그렇게 일명 ‘묻지마 범죄’로 불린 사건들은 ‘정신질환자 범죄’가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주류언론에 ‘장애인’이 그저 소비의 대상이 되는 새태를 꼬집었다. 강 기자는 “미디어는 사회 이데올로기를 재생산하고 강화시킨다. 지금 언론은 누구의 자리에 서서 이 사건을 조망하고 해석하고 프레임을 짜고 있는가. 지금 그들이 ‘비판’하고 있는 ‘정신장애인에 대한 편견’은 누가 만들어냈는가”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이날 토론자들은 강남역 살인사건이 한 개인의 문제로, 특히 정신질환자의 범행으로 몰아가는 정부와 일부 언론 보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그에 대한 대안으로 약함의 연대, 여성과 장애, 사회적 소수자가 연대하는 99대 1의 싸움을 하자는데 한목소리를 냈다.

한편, 지난 5월 31일 정신장애인복지지원법 추진 공동행동과 여러 장애계 단체가 이번 사건과 관련 성명서를 발표했다. 성명서에서 단체 연대는 “지난 5월 17일 강남역에서 한 여인의 너무나 안타까운 죽음이 있었고, 이후 관련된 사회적 논쟁이 뜨겁게 진행되고 있다. 먼저 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를 비롯한 뜻있는 정신장애인당사자들과 정신장애인의 인권증진을 위해 함께 하고 있는 시민사회단체들은 한 여성의 안타깝고 슬픈 죽음에 진심으로 애도의 뜻을 표한다.”고 말했다.

연대는 “하지만 우리는 이 사건과 관련돼 정신병원 강제입원을 통한 정신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배제와 격리를 강화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경찰의 무책임한 주장에 심각한 우려와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인권침해의 공권력남용의 소지가 있는 행정입원을 강화하겠다며, 정신장애인 전체에 대한 사회적 두려움을 확대조장하고 있다. 경찰은 정신장애인 전체를 ‘예비범죄자’로, ‘묻지마범죄자’로 만들어버리고 말았다”고 전했다. 이어 “우려하는 정신장애인의 범죄의 경우 공식적인 통계로만 보았을 때에도 묻지마범죄 비율은 비장애인과 다를 바 없으며, 심지어 전체범죄율은 정신장애인이 더 낮다.”고 알렸다. 덧붙여 “지금 필요한 것은 정신장애인에 대한 마녀사냥이 아닌 정신장애인을 포함한 사회적 약자들이 함께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지역사회 환경을, 차이가 존중되는 공동체적 삶을 만들어가기 위한 지혜를 모으는 것이다.”라고 전했다. 연대는 “경찰은 엄연히 존재하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와 배제의 사회적 모순을 정신장애인을 희생양 삼아 축소하고 은폐하려는 시도를 즉각 철회해야 한다”며 “강신명경찰청장은 이번 일로 상처받고 피해를 입게 될 정신장애인들에 진심어린 사과와 책임성 있는 후속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고 전했다.

 

작성자김은정 기자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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