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학대 사건, 가해자 아닌 피해자에 초점 맞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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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신체적, 정신적 학대 사건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언론 등을 통해 계속해서 드러나고 있는 장애인 학대 사건들.
사건 속에서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들과 그를 학대하는 비장애인들이 보여주는 권력 구조는 아직도 장애인 학대가 사라지기까지 긴 시간이 필요함을 반증한다. 때문에 가해자 처벌만큼이나 중요한 과제로 피해자 지원이 뒤따른다. 하지만 현재 한국의 학대 피해 장애인에 대한 지원은 충분하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다양한 학대 방식을 망라해 보여줬던 대표적인 장애인 학대 사건인 염전노예사건 피해자를 통해 부족한 인프라를 확인할 수 있었다.
염전에서 가족의 품으로
지적장애 3급인 A씨는 20대 초반 집을 나섰다가 직업소개소를 통해 염전으로 유입됐다. 언론에 드러났듯이 염전에서의 생활은 노동력 착취와 신체, 정서적 학대의 연속이었다. 염전에서의 노동뿐 아니라 인근 농사까지 도맡아야 했던 A씨는 피폐해진 모습으로 40대가 돼 가족에게 돌아왔다.
염전노예사건은 2014년 2월, 신안 염전에서 오랫동안 반복되고 있는 장애인 학대 사실이 밝혀지면서 대중으로 하여금 충격을 안겨준 대표적인 장애인 학대 사건이다. A씨의 경우 떠들썩하게 염전노예사건이 세간에 오르내리던 시기를 지난 후 발견된 피해자다. 염전노예사건을 계기로 실시됐던 경찰의 염전 지역 전수조사도 모두 끝난 시점이었다.
전수조사가 이뤄졌던 시기, 가해자 B씨는 일체의 조사를 피하기 위해 경찰 등이 방문할 때마다 A씨를 창고에 숨기며 A씨를 붙잡아뒀다. 하지만 같은 해 6월, B씨는 A씨를 반복적으로 숨기는 등 관리가 번거로워지자 A씨를 육지에 있는 자신의 아들 집으로 보냈다. 그곳에서 A씨는 약 15년 만에 세상으로 나올 수 있었다. B씨의 아들이 A씨를 쫓아내듯이 내보낸 것이다. A씨는 B씨의 아들이 준 약간의 돈으로 버스를 타고 고향으로 향했다. 하지만 20대에 떠나 40대에 돌아온 고향은 너무나 많이 변해있었다. 거의 대부분의 건물이 사라졌고 낯선 건물들이 즐비했다. A씨는 기억을 더듬어 집을 떠나기 전, 자주 왕래했던 이웃집 전화번호 몇 개를 떠올렸다. 하나씩 전화를 걸어봤지만 수화기 너머의 목소리들은 A씨가 아는 이웃이 아니었다. 실망이 계속되던 중 단 한 이웃이 전화를 받았다. A씨가 기억하고 있던 바로 그 이웃이었다. 과거의 이웃을 통해 A씨는 원가정으로 돌아갔다.
사건 이후 A씨를 지지해준 사람들, 그리고 변화
A씨의 동생은 A씨가 겪은 일이 형사사건이며 처벌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염전노예사건 해결의 축에 있었던 장애인인권침해예방센터(이후 인권센터)를 곧장 찾을 순 없었다.
“처음에는 너무 막막했다.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 갈피가 잡히지 않았다. 한 차례 염전노예사건 이슈가 사그라든 상황이었고 어디서 도움을 받아야하는 지 몰랐다. 가장 먼저 생각났던 건 현직 경찰인 친척이었다. 친척의 도움으로 고발장을 작성했지만 그 이후에도 우왕좌왕이었다. 그러던 중 내 이야기를 알고 있던 직장 상사가 전남인권센터를 알려줬다. 덕분에 이후부터는 매끄러운 진행을 할 수 있었다.”
인권센터와 연락한 뒤 A씨와 A씨의 가족은 형사고발을 통한 가해자 처벌을 위해 고소장을 제출하는 등 절차를 밟았으며 비로소 올해 과정이 끝나고 결과가 나왔다.
그간 A씨의 가족과 인권센터는 형사고발 진행 외 A씨를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다. 먼저 A씨가 거주하는 지역 내 복지관을 찾아 복지관 이용을 요청했다. A씨에 대한 지원 담당 사회복지사 C씨는 A씨의 안정을 위해 1년 이상 A씨를 전담했다. 가족들이 복지관 프로그램 참여 의사를 밝혔지만 오랫동안 염전에 갇혀 지낸 A씨의 정서적 불안감은 컸다. A씨는 복지관까지 가는 것조차 어려워했다. 가해자가 찾아올 것에 대한 불안함과 다수의 낯선 타인들을 마주하는 것을 꺼린 탓이었다. C씨는 그런 A씨가 스스로 복지관까지 올 수 있도록 순차적으로 유도했다.
집 앞 슈퍼까지 1분간 혼자 걸어오는 것에서부터 시작해 5분 거리까지 혼자 올 수 있도록 유도하고 이후에는 복지관 방문까지 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였다. 방문건강관리를 통해 낯선 이들과 소통하는 것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하고 복지관 내 프로그램에 참여해 무언가를 스스로 하는 것에 대한 성취감을 느낄 수 있게 했다. A씨가 C씨의 전담 마크 없이 안정적으로 복지관을 오가기까지 걸린 시간은 1년이었다. 그 이후로 지금까지도 C씨의 정서적 지지는 이어지고 있다.
“A씨의 경우, 당사자와 가족들이 하고자 하는 의욕을 가지고 있어 좀 더 매끄럽게 진행됐다.
처음에는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본인 스스로 무엇인가를 하겠다는 의사 표현도 없었는데 지금은 프로그램이 없어도 복지관을 찾아와 본인이 할 일을 하고, 하고 싶은 프로그램 신청도 한다. 아직 복지관 내 낯선 이용자들과 적극적으로 친해지려는 태도를 보이진 않지만 A씨의 성향에 맞는 방식으로 풀어나갈 문제라고 본다. 무엇보다 이제 사건 소송이 끝났기 때문에 A씨의 생활이 더 안정적으로 변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사건 지원에 비해 미비한 사후 지원
2015년 장애인인권침해예방센터가 발표한 활동보고에 따르면 2015년 접수된 전체 상담 6,116건 중 학대 상담이 2,717건으로 44%를 넘겼다. 학대 유형에서는 A씨와 같은 신체적, 경제적 착취가 다수를 차지했다. 하지만 이 수치도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상담 요청이나 제보가 들어오지 않는 이상 장애인 학대가 드러나기란 어렵기 때문이다.
염전노예사건도 섬에서 육지로 보낸 편지를 통해 밝혀졌다. 만약 당사자의 편지가 닿지 못했다면 지금도 염전에서는 수많은 이들이 학대 당하며 살고 있을 것이다. 이처럼 물밑에서 이미 학대 당해왔고 지금도 학대 당하는 장애인들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현재의 제도 안에서는 학대 피해자가 과거의 피해를 딛고 일어서기란 쉽지 않다.
A씨의 사례는 염전노예사건 피해자 중 매우 긍정적인 결과를 보인 사례다. 이미 수차례 언론을 통해 밝혀졌듯, 염전사건 피해자들 중에는 거주지 등의 이유로 다시 염전으로 돌아간 케이스도 존재한다. 염전으로 돌아가지 않더라도 노숙을 하는 등 안정적인 생활을 찾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A씨의 경우, 일단 적극적으로 나서서 지지하는 가족이 있었다. 20여 년 만에 돌아갔지만 가족들은 그를 거부하거나 짐으로 여기지 않았다. 가족들의 지지는 A씨의 현재를 이끌어낸 원동력이었다. A씨는 복지관 서비스 외 인권센터와 지역 범죄피해자지원센터의 지원을 받았다. 이 모든 지원을 알아내고 A씨의 상황을 설명한 것은 모두 가족이었다. 사회복지사 C씨는 A씨와 함께 보낸 시간을 돌이켜보며 피해자 가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A씨가 혼자 였다면 복지관 이용 의사를 밝혔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A씨의 내성적인 성향상 직접 움직이는 것도 어려웠을 것이며 연결이 됐다고 해도 지속되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무엇보다 가족들의 역량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지적장애인의 경우 가족 등 본인 외 사람들의 도움이 절실하다. 염전사건 피해자들이 염전으로 다시 돌아갈 수밖에 없던 이유는 가해자 처벌과 사건 해결에만 초점이 맞춰져 이후 피해자의 삶을 지원해주는 사람이나 체계가 충분치 않았기 때문이다. A씨의 동생도 이에 대해 답답함을 토로했다.
“형사사건에 대한 지원은 충분했다. 특히 인권센터가 든든한 역할을 해줬다. 하지만 이후의 자립에 대한 지원은 너무나 부족하다. 단순히 경제적 지원만으로는 학대피해를 입은 당사자의 자립을 도왔다고 볼 수 없다. 어디에도 학대 피해를 당한 지적장애인에 대한 섬세한 프로그램은 찾아볼 수 없었다. 무엇보다 아쉬웠던 점은 오랜시간동안 학대를 받았지만 심리 상담 지원을 받지 못했다는 점이다.”
오랜시간 학대에 노출된 피해자들은 장애인, 비장애인을 막론하고 누구나 내면에 큰 상처를 입는다. 이 상처는 이상적인 환경에서 가족들과 지인들의 도움으로 치유될 수 있다. 하지만 전문적인 상담이 병행됐을 때 그 효과가 배가될 수 있다. A씨의 동생과 사회복지사 C씨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A씨가 심리 상담 지원을 받지 못했고 못하고 있다는 것에 큰 아쉬움을 드러냈다. 사회복지사 C씨는 A씨가 복지관을 찾은 뒤 심리 상담 서비스를 연계하기 위해 지역 내 정신건강증진센터에 문의를 했다. 하지만 정신건강증진센터에서 상담 서비스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A씨가 직접 센터를 방문해야 했다.
A씨가 집 근처의 복지관으로 나서는 것도 힘들어 하는 상황에서 거주지에서 1시간 이상이나 걸리는 센터를 찾아가 매번 상담을 받는 것은 무리였다. 하는 수 없이 C씨와 동생은 A씨의 심리 상담을 포기했다.
A씨는 자신의 화분들을 낙으로 삼고 있다. |
학대피해장애인을 위한 지원 인프라 필요
학대피해장애인들을 위해 필요한 것은 먼저 그들을 찾는 것이다. 그리고 학대 피해 장애인에게 집중적으로 다양한 분야의 지원이 이어져야 한다. 피해를 당한 장애인이 자신이 받을 수 있는 지원들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지원 체계 안에서 피해 장애인에게 적합한 지원이 따라붙어야 한다. 심리 상담, 경제적 지원, 거주, 의료 등의 지원과 나아가 취업, 완전한 자립까지 고려한 지원이 필요하다.
원활한 지원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인프라 구축이 중요하다. A씨의 동생이 경찰 지인을 찾았을 때도 A씨는 인권센터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없었다. 경찰, 복지관, 인권센터 등 지역 내 포진돼 있는 다양한 기관들이 학대 피해 장애인 지원을 위해 연계돼 있고 서로 충분한 정보 공유를 했다면 A씨의 동생은 초기에 경찰 지인으로부터 인권센터를 소개받았을 것이다. 향후 다양한 지원이 가능해졌을 때도 이러한 연계는 시기를 놓치지 않고 지원하기 위한 밑바탕이 된다.
또한 지역 정신건강증진센터와 같이 모든 지역 거주인이 이용할 수 있는 기관이 아닌 장애인이면서 동시에 학대 피해자인 사례에 맞춘 지원 기관이 필요하다. 앞서 A씨의 경우 학대 피해로 인한 심리 상태와 맞지 않는 조건 때문에 심리 상담을 받지 못했다. 만약 지적장애와 학대 피해라는 두 가지 특수성을 고려한 기관이 있었다면 방문 상담이 이뤄졌을 것이다.
학대피해장애인지원센터 김강원 팀장은 피해 장애인 거주 문제도 심각하다고 전했다. “장애인 전문 지지 체계가 전무한 현실에서 피해 장애인은 갈 곳이 없다. 피해 아동, 노인, 성가폭 등의 경우 피해자 지원과 쉼터가 존재한다. 하지만 장애아동, 장애노인, 장애여성은 해당 지원을 받지 못한다. 장애에 대해서 잘 모르기 때문에 접수 자체가 안된다. 쉼터도 경증 지체라면 몰라도 발달장애인은 이용할 수 없다. 장애인에 특화된 곳이 없다보니 갈 곳이 없는 장애인들은 결국 생활시설로 들어간다. 시설 문제를 겪은 사람이든 재가 장애인이었든 결국 시설로 들어서게 되는 구조다.”
장애인이 입소할 수 있는 쉼터들이 생활시설화 되는 것도 문제다. 자립생활이 불가하니 쉼터에서 나가지 못하고 결국 쉼터가 생활시설처럼 변모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문제를 쉼터를 운영하는 이들의 책임으로 돌릴 순 없다. 피해 장애인이 자립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별도의 지원이 마련돼 쉼터는 쉼터로서의 순기능만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김강원 팀장은 “올해 처음 출범한 학대피해장애인지원센터가 전수조사를 통해 피해 장애인을 발굴하고 피해 장애인을 찾아가는 지원 서비스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학대피해장애인지원센터와 함께 지역 경찰, 근로감독관 등이 움직여야 더 폭넓은 발굴과 지원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지에서의 삶, 모두에게 주어진 권리
A씨는 현재 작은 아파트를 얻어 혼자 살고 있다. 가족이 사는 곳에서 멀지 않은 곳이지만 자신만의 집을 찾은 것이다. A씨의 집은 깨끗하고 햇볕이 잘 들어 밝은 인상을 준다. A씨는 가장 볕이 잘 드는 베란다에 일렬로 작은 화분들을 세워뒀다. 일반 화분에서부터 고추, 토마토 등 소소한 작물까지 줄을 이어 생생한 푸른 잎을 자랑하고 있다. A씨가 염전에서 나와 관심을 가지고 즐겁게 하고 있는 일이다.
복지관 원예 프로그램에 참여한 것을 계기로 이제는 복지관 텃밭까지 가꾸고 있는 A씨는 최근 컴퓨터 수업을 듣고 집에 컴퓨터를 장만해 자주 인터넷을 이용한다. A씨는 염전에서 나와 변화된 것들 중 가족들, 특히 동생과 연락하고 지내는 것을 가장 좋은 점으로 꼽는다. 염전에서 나온 뒤 동생에게 물었던 첫 질문도 동생의 학업에 대한 것이었을 만큼 A씨의 애정은 깊었고 지금도 깊다. A씨의 동생은 A씨가 그저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가길 기도한다. 지역사회에 자리를 잡고 이후에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가정을 꾸렸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이제 사람다운 삶을 살아가고 있는 A씨처럼, 학대에 노출됐던 모든 장애인들에게는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아갈 권리가 있다. 가족이 없어도 그 권리는 국가 차원에서 보장돼야 한다. 피해자 발굴과 분리, 사후지원, 자립 생활 지원 등 너무 쉽게 학대에 노출되는 장애인들을 위해 이제는 학대 가해자만큼이나 피해자에게도 시선을 돌려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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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얼음여왕님의 댓글
얼음여왕 작성일
으휴 역시 비장애인들은 악의 그 자체임 ㅉㅉ
진짜 장애인한테 뭔 짓을 할 줄 모른다 더러운 비장애인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