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무부 초청 국제 프로그램-모두를 위한 접근(Access For All) > 기획 연재


기획 연재

미 국무부 초청 국제 프로그램-모두를 위한 접근(Access For All)

미국 장애인 인권

본문

  14858_14029_546.JPG  
▲ 접근성 보장을 위해 완만한 경사와 각도를 구현한 밀레니엄 파크

지난 3월 26일부터 4월 16일까지 미 국무부에서 주최하는 연수 프로그램(IVLP)이 있었습니다. IVLP는 1940년부터 시작된 유서 깊은 프로그램으로, 미국은 다양한 주제로 전 세계의 NGO활동가, 학자, 정치인, 공무원 등 다양한 영역의 인사들을 초청하여 미국의 제도와 정책을 소개하고 국제 협력과 상호 교류를 위한 행사를 갖고 있습니다.

이번 2016년에는 ‘장애’를 주제로 Access For All(모두를 위한 접근) 이라는 제목의 프로그램이 진행됐습니다. 모두 19개국에서 주로 장애인 단체 종사자로 구성된 21명의 참가자가 참여한 이번 행사는 3주간 워싱턴-벌링턴-시카고-샌프란시스코를 다니는 일정이었으며 장애와 관련된 국가기관, 공공기관, 장애인단체, 자립생활센터, 학교 등을 방문하여 그들의 정책과 활동에 대하여 듣고 관련된 이슈에 대해서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지난해 미국 대사관에서 처음 제게 프로그램을 소개해 주었을 때, 통역이 없이 진행되는 3주간의 일정이 부담되기도 했지만 전 세계에서 장애인 활동가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인데다가 아무래도 우리나라보다 한참 앞서 있는 미국에서 배워올 것이 많을 것이란 생각에 남은 기간 열심히 영어공부를 하기로 하고 용감히(?) 프로그램에 지원했습니다.

많이 알려져 있다시피 미국은 ADA의 나라입니다. ADA는 미국 장애인법(Americans with disabilities act)의 약자인데 이 법은 제정 당시 이제까지 인류가 만든 장애인차별금지법제 중 가장 종합적이고, 상세하고, 강력한 법제라는 찬사를 받아 ‘장애인 권리장전’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고 합니다. 이 법으로 인해 미국의 장애인들의 삶이 획기적으로 바뀌었다고 하지요.

그러나 한국에서 나고 자란 저로써는 그동안 미국의 장애인법이 과연 미국을 어떻게 바꾸었는지, 미국의 장애인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매우 막연하고 간접적으로 접해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대중교통을 통한 이동이 100% 보장된다던가, 건축물 접근권, 문화·예술·고용 등 다양한 영역에서 한국보다 훨씬 낫다 던가 장애인을 차별‘했다가는’ 소송을 당해 막대한 손해배상금을 물어야 한다 던지 하는 소문만을 들어 보았을 뿐입니다. 그래서 이번 미국 방문은 미국의 장애인들은 어떻게 살아가는가, 미국은 왜 그러한 삶이 가능했는가,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는 질문을 가진 채 시작되었습니다.

  14858_14025_249.JPG  
▲ 벚꽃이 만개한 워싱턴의 공원

워싱턴

프로그램의 첫 일정은 워싱턴에서 시작 되었습니다. 잘 알려져 있듯이 워싱턴은 미국의 수도로서, 미국 연방의 입법·행정·사법의 중심지입니다. 워싱턴은 어떤 주에도 소속되어 있지 않고 산업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세종특별자치시’를 연상하면 될 것 같습니다.

워싱턴의 첫 인상은 ‘한국과 매우 비슷하다.’였습니다. 일단 날씨가 비슷했고, 그러다 보내 풍경이 비슷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한국보다 한 일주일 정도 앞서 시작된 워싱턴의 벚꽃축제가 매우 장관이었습니다. 워싱턴에 웬 벚꽃이냐구요? 저도 처음에는 몰랐지만 워싱턴의 벚꽃은 가쓰라-태프츠 밀약의 감사표시로 일본이 3000그루의 벚꽃을 워싱턴에 선물하면서 봄철 워싱턴의 명물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가쓰라 태프츠 밀약은 일본은 미국의 필리핀 지배를, 미국은 일본의 한국 지배를 상호 승인해 주는 내용이었다고 하니 더 이상 벚꽃을 쳐다보기가 싫어 졌습니다. 그런데 벚꽃 축제가 한창이던 워싱턴의 공원인 내셔널 몰의 한켠에는, 한국 전쟁을 추모하는 공원이 따로 조성되어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FREEDOM IS NOT FREE)라는 문구와 함께 한국의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목숨을 바친 참전 용사를 추모 하고 있었습니다. 가쓰라 태프츠의 댓가인 벚꽃과 한국전쟁 추모공원, 복잡했을 국제정세를 감안하더라도 뭔가 모순됨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워싱턴에서의 주요 방문 기관은 국무부, 국방부, 대통령실(Executive Office Of the President), 미국장애인협의회(National Council on Disability), 청소년 전환교육센터(National Youth Transition Center), 청각장애인 협회(National Association of the Deaf), 시각장애인 연합(National Federation of the Blind) 등이었습니다. 가장 기대되는 만남은 미국 국무부의 국제 장애인인권 특별보좌관 쥬디 휴먼과의 만남이었습니다. 국무부 방문은 모든 공식 일정 중 가장 첫 일정이었는데 미국 ADA의 제정사와 미국의 장애 인권운동사를 소개해 주는 영상자료를 보는 것으로 일정이 시작됐습니다. 쥬디 휴먼은 1990년 ADA를 제정하기 위한 시민운동을 주도 했는데 영상에서 소개된 당시의 시민운동은 지금도 여전히 진행중인 우리의 장애운동과도 매우 비슷했습니다.

  14858_14026_333.JPG  
▲ 쥬디 휴먼과 함께. 사진 맨 왼쪽이 쥬디 휴먼

거리로 쏟아져 나온 장애인들이 휠체어를 타고, 목발을 짚고, “ADA, NOW!”를 연호했고, 장애가 있는 소녀가 접근권이 구비되지 않은 연방 의회 계단을 기어오르는 영상은 지금도 보는 사람의 피를 끓게 만들지만 당시의 미국사회에서도 큰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켰다고 합니다. 관공서를 점거하고 쇠사슬로 서로를 묶고, 또 버스 이동권을 요구하며 버스 아래로 기어 들어가는 그런 과격한 시위를 미국에서도 했었다는 사실, 그리고 그것이 사회적으로 매우 큰 파장을 불러 일으켜 결국 ADA가 만들어 졌다는 사실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장애인 인권운동 또한 얼마나 중요하고 대단한 일인가를 떠올리게 했고, 한 명의 활동가로서의 제 자신을 되돌아보게 했습니다.

이렇게 장애인 운동의 모습은 현재의 우리 모습과 당시의 미국의 모습이 비슷했지만, 그것을 받아들이는 정부와 사회의 태도는 우리와 사뭇 달랐습니다. 당시 대통령이던 조지 부시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행사를 열고 ADA에 서명을 하고 선포를 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이렇게 연설 했습니다. “Let the shameful wall of exclusion finally come tumbling down.”(장애인을 배제하는 수치스러운 장벽을 완전히 무너뜨립시다) 그리고 미국은 지금 장애인법 제정 25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를 여기저기서 개최하고 전시회를 열고 있습니다. 인권을 대하는 태도는 이렇게 달랐습니다.

미국의 국방부인 펜타곤을 방문했던 일도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장애 관련 프로그램을 국방부에서 진행한다는 사실 자체가 매우 놀라웠는데 미 국방부는 ‘다양성 관리와 동등한 기회 사무소(Office of Diversity Management and Equal Opportunity)’를 두고 거기에 ‘장애 프로그램 사무소(Office of Disability Program)’을 두고 있었습니다. 이곳에서는 장애를 가진 전·현직 군인들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 있고 특히 보조공학을 중요시 여겨 별도의 프로그램(CAP. Computer/Electronics Accommodation Program) 을 만들고 장애를 가진 군인들도 동일한 기회를 갖고 복무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었습니다.

시각장애인 연합은 워싱턴 근교의 볼티모어에 소재해 있었습니다. 멋진 건물과 브리핑도 인상적이었지만 시각장애인의 투표를 보조하는 보조기기가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여러 가지 종류의 음성 투표 기기들을 전시하고 있었는데 식별 카드를 삽입하고 음성안내에 따라 스크린을 터치하여 투표를 하면 카드에 투표 결과가 인쇄되어 나오는 방식의 기기였습니다. 총선 직전에 있었던 방문 당시, 민주주의의 근간인 선거권을 보장하고자 하는 노력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낡은 방식의 우리나라 시각장애인 투표방식이 떠올랐습니다.

벌링턴

워싱턴에서 국가 차원의 장애인 정책과 제도를 소개받았다고 하면 두 번째 목적지인 벌링턴은 지역사회에서의 자립생활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벌링턴은 버몬트 주에 속해 있는 곳이었는데 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드넓은 평야와 산지 중간에 띄엄띄엄 있는 소도시 중 하나였습니다. 캐나다와 인접한 지역이어서 날씨가 4월 이었지만 눈이 올 만큼 날씨가 추웠습니다.

벌링턴에서의 일정은 버몬트 대학교의 보조공학 프로그램 체험 센터, 버몬트 주 장애와 예술 기구(VSA, Vermont State Organization on Arts and DIsability), 버몬트 시각장애인 연합, 버몬트 주 노령과 자립생활 부서(DAIL, Department of Aging and Independent Living), 버몬트 자립생활센터(Vermont Center for Independent Living) 등을 방문하거나 관계자가 내방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다운증후군을 가진 레이첼이 운영하는 쿠키 가게를 방문했던 것도 감동적인 순간이었습니다. 레이첼은 쿠키 가게의 설립자이자 사장님인데 쿠키를 만들어 판 수익금으로 인근의 학교와 교회를 후원하는 멋진 분이었습니다. 장애가 있는 사람이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오히려 이웃에게 베푸는 삶을 살 수 있는 환경이 너무도 부럽고 멋졌습니다.

버몬트 대학교에서는 다양한 보조기기들과 일상생활, 여가 등을 즐길 수 있는 여러 도구들을 선보여 주었는데 이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대여해 주는 것이기도 했습니다. 신기하고 창의적인 도구들과 어떻게 하면 장애인의 일상생활을 증진할까 만을 고민하는 대학의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주로 발달장애가 있는 사람들과 문화와 예술로 소통하며 그들의 재능을 끌어내는 장애와 예술 기구(VSA)에서는 장애인과 함께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체험하는 시간을 가졌었고 버몬트 주에서 나온 공무원들은 버몬트 주가 미국에서 장애인의 인권과 자립생활과 관련해서 가장 앞서가는 주가 될 것이라는 포부와 함께 자부심을 보여 주기도 했습니다.

벌링턴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바로 자립생활 센터 였습니다. 비단 벌링턴 뿐만 아니라 다음 일정인 시카고와 샌프란시스코에서도 가장 인상 깊었던 만남은 자립생활 센터 방문이었는데, 미국의 자립생활 센터들의 특징을 들자면 단연 권익옹호(Advocacy)였습니다. 자립생활 센터들이 ADA의 이행을 모니터링 하고 차별이나 인권침해에 대응하는 활동과 법적인 옹호를 제공하는 한편 장애인 개개인의 필요를 파악하여 각종 보조기기와 편의시설,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활동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자립생활센터들도 1990년 ADA를 만들어 낸 경험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워싱턴에서 만난 쥬디 휴먼과 함께 투쟁했던 경험들을 자랑스럽게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그들 모두가 영웅처럼 느껴졌습니다.

시카고

시카고는 가장 미국적인 도시이면서도 역사가 길지 않은 젊은 도시 였습니다. 시카고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밀레니엄 파크에는 ADA 25주년을 기념하는 팻말들이 여기저기에 붙어 있었고, 밀레니엄 파크가 장애인의 접근성에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자폐성 장애인 인식개선 주간이라는 스티커를 시내 전역의 가게마다 쉽게 볼 수 있었으며, 특히 시카고 역사박물관에서는 ADA 25년을 기념하는 전시회가 개최 중이었습니다.

  14858_14028_54.JPG  
▲ ADA제정 당시 활동 모습

ADA는 제정 자체가 미국의 장애인들이 이룬 놀라운 성취였고 미국인의 승리였으며 미국이라는 나라의 인식 수준을 보여 주었던 기념비 적인 사건이었습니다. 그리고 대통령도 법무부 장관도 ADA 제정을 축하하고 곳곳에서 ADA를 기념하는 모습에서 미국이 얼마나 ADA를 아끼고 존중하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시카고 역사박물관의 ADA 25주년 기념 전시회는 사진전이었는데, 제목이 신기하게도 제가 참여한 프로그램과 같은 “Access for All” 이었습니다. 사진전에서는 ADA 제정 과정과 시민운동의 생생한 모습, 그리고 그들이 쟁취해 낸 승리의 감격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같은 박물관에서는 링컨의 일대기와 노예 해방운동을 담은 전시회가 같이 진행되고 있었는데 두 전시회 모두 자유와 해방을 갈망하고 불의와 싸웠던 미국인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던 좋은 경험이 되었습니다.

시카고에서는 공립학교의 일종의 교육청이었던 Chicago public Schools Office of Diverse Learner, 알비니즘 단체인 NOAH(Northern Illinois Chapter of the National Organization for Albinism and Hypopigmentation), 정신장애연대인 NAMI(National Alliance on Mental Illness) 등을 방문했고, 시카고 장애인 시장실과 자립생활센터인 Access Living을 방문했습니다.

알비니즘을 가진 사람에 대한 인식개선과 권익옹호를 하고 있는 NOAH와 한국의 KAMI처럼 정신장애인의 권익을 위한 활동을 하고 있는 NAMI와의 만남도 인상적이었지만 Access Living은 정말 많은 영감을 준 단체 였습니다. 다양한 장애 영역을 반영한 직원 구성이라든지, 자립생활기술 훈련, 권익옹호, 인식개선, 연구, 문화예술, 법률지원 등의 다양하고 활발한 활동, 그리고 그들 한 명 한 명이 굉장히 깨어있고 인권인식이 투철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벽에는 장애인 작가들이 그리고 만든 많은 영감을 주는 그림과 사진, 전시물들이 붙어 있었고 건축물의 접근권은 완벽했습니다. 엘리베이터에는 청각장애인이 응급상황시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자판이 설치돼 있었고, 화재나 재난 상황에서 어떻게 대피하는지가 자세히 소개되고 있었습니다. 설립 당시는 5명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이만큼이나 성장했다면서 오바마 대통령과 찍은 사진을 자랑스럽게 소개해 주신 단체 대표님과 아쉬운 작별 인사를 나누고 다음 목적지인 샌프란시스코로 향했습니다.

샌프란시스코

샌프란시스코는 맑고 따뜻한 날씨로 유명한 캘리포니아에 속해 있지만 한국보다는 춥고 바람이 많이 부는 곳이었습니다. 샌프란시스코는 좁고 길쭉한 형태로 되어 있는 반도 였는데 한 편으로는 드넓은 태평양이 펼쳐져 있고 다른 한편은 육지 깊이 침식해 들어온 만(灣)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샌프란시스코의 첫인상은 ‘어? 부산이네?’ 였습니다. 해안도시라는 점도 그렇고 구불구불한 도로나 많은 언덕은 부산을 연상하게 했습니다.

샌프란시스코는 마지막 일정이었기에 일정이 빠르게 진행됐습니다. 방문 기관은 버클리대학교와 인근의 The Ed Roberts Campus(ERC)라는 곳이었는데 버클리대학교에서는 반평생을 장애를 가진 영재들이 사회에 참여하고 기여할 수 있도록 힘써왔던 폴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다음달 정년을 앞두고 있다면서 퇴임 이후에 세계를 다니며 장애 학생의 고용과 취업에 관한 활동을 계속하시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ERC는 7개의 장애인 단체로 구성된 건물이었는데 ERC에서 반 나절 동안 세 개 단체를 만났기에 나눈 이야기는 너무 짧고 빨리 지나갔지만 세계 장애보고서를 작성하는 WID(World Institute on Disability)와의 만남은 이미 홈페이지를 통해 여러번 방문했던 적이 었던 곳이어서 왠지 아는 사람을 만난 것처럼 반가웠습니다.

  14858_14030_722.JPG  
▲ ERC의 유니버셜 디자인, 계단 대신 2층에 올라갈 수 있는 경사로, 벽면에는 ADA 재정당시의 투쟁과정이 담긴 사진이 붙어있다.

ERC의 유니버셜 디자인은 정말 기가 막혔습니다. 사실 우리나라는 유니버셜 디자인이 ‘신기한 물건’ 쯤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현실인데 유니버셜 디자인은 장애인권리협약에서도 강조되고 있고 이미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한마디로 대세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국은 건축물에도 심지어 제도나 프로그램, 교육에서도 유니버셜 디자인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ERC 건물을 돌아보며 설명을 듣고, 또 ERC 1층에 위치한 카페 한켠에 위치한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참여하는 미술 실습실을 돌아보는 것으로 마지막 공식 방문 일정을 마쳤습니다.

그리고 끝으로는 연수에 참가한 19개국 21명의 참가자들이 소감을 나누고 이후의 활동 계획을 수립하는 시간을 이틀 동안 가졌습니다. 사실 이번 행사의 가장 큰 수확을 들자면 세계 각국의 다양하고 많은 장애인 활동가를 친구로 두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그나마 한국과 교류가 있는 중국, 필리핀 등 아시아권의 활동가 이외에도 우간다, 가나, 탄자니아, 이집트 등 아프리카 친구들과 몰도바, 헝가리, 러시아, 라트비아, 타지키스탄 등 동구권 친구들, 중동 지역인 오만, 신혼여행지로 유명한 몰디브, 그리고 아이슬란드, 버뮤다, 파키스탄 등의 다양한 나라에서 온 친구들은 출신지는 각기 다르지만 모두가 장애인의 인권 이라는 한 가지 목적을 가지고 삶을 바치고 있는 멋진 친구들이었습니다. 인권은 국경을 초월한 인류 모두의 문제이고 우리는 함께 한 방향으로 가고 있음을 확인하는 시간이었습니다.

  14858_14027_435.JPG  
▲ 휠체어를 탄 채 발로, 또는 휠체어의 발판으로 누를 수 있도록 돼 있는 승강기 버튼. 내부에도 같은 형식의 버튼이 있다.

프로그램을 준비한 국무부 측에서는 프로그램을 통해 얻게 된 것이 무엇인지를 각자에게 물었습니다. 저는 “자유와 민주주의, 성숙한 시민의식, 그리고 창의력을 배웠다.” 라고 답했습니다. 그랬습니다. 미국이 장애 관련한 법과 제도, 과학기술이 우리보다 앞서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것은 우리나라도 이미 다른 나라들 보다 상당히 앞서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인들이 피 흘려 얻어낸 자유, 자기 의견을 자유롭게 말하고 토론하고 또 그것이 존중되는 민주주의, 인권과 가치에 대한 그들의 인식과 사고방식에는 분명 배울 것이 많이 있었습니다.

장애인 인권에 대해서도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국의 장애인 인권은 결코 공짜로 주어진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분노했고, 싸웠고, 설득했고, 얻어 냈습니다. 그리고 국가와 사회는 그들에게 감동했고, 설득당했고, 달라졌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그들에게 인권의 문제였고 인간의 문제 였습니다. 장애인의 인권이 장애인만의 문제, 복지 차원의 문제로 받아들여져서는 결국 우리만의 이야기, 특정 집단의 권리와 이익에 관한 이야기가 될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보편적 인권, ‘장애인’이 아닌 ‘인간’과 ‘우리’의 문제가 된다면, 그래서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장애가 고민되고 고려된다면 우리 사회도 한 걸음 더 나아가게 되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길고도 짧았던 미국 연수를 마쳤습니다.

 

작성자글, 사진 김강원 팀장/학대피해장애인지원센터  cowalk1004@daum.net

Copyright by 함께걸음(http://news.cowalk.or.kr)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함께걸음 인스타그램 바로가기
함께걸음 페이스북 바로가기

제호 : 디지털 함께걸음
주소 : 우)07236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의사당대로22, 이룸센터 3층 303호
대표전화 : (02) 2675-5364  /  Fax : (02) 2675-8675
등록번호 : 서울아00388  /  등록(발행)일 : 2007년 6월 26일
발행 : (사)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  발행인 : 김성재 
편집인 : 이미정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치훈
별도의 표시가 없는 한 '함께걸음'이 생산한 저작물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4.0 국제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by
Copyright © 2021 함께걸음. All rights reserved. Supported by 푸른아이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