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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을 위해 무언가를 선택하기 전에 장애인 권리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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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저상버스와 나뭇조각에 고정된 휠체어

“어머, 아이들 너무 귀엽다. 손잡고 있는 것 봐”

노란 병아리 같이 귀여운 아이들이 둘씩 짝을 이뤄 손을 잡고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몇 분 후 버스가 도착했다. 저상버스였다. 그런데 도착한 버스가 인도 쪽으로 기울어졌다. 인도와 기울어진 차체가 거의 닿을듯했다. 덕분에 아이들이 편하게 차에 올라탈 수 있었다. 버스가 기울어진다…?
6년 전 다녀온 일본에서의 기억이다. 나에게 있어 신기하고 놀라운 광경들이 굉장히 많았다. 그 중 하나가 앞에서 언급한 저상버스의 차체가 기울어지는 모습이었다. 사람들은 나의 이야기에 “상상하기 어렵다”고 했다. 한국에서는 저상버스가 드물고, 그나마 있는 저상버스는 장애인이 타는 과정을 한 번도 본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일본에서는 아동·노인·장애인이 쉽게 탈 수 있게끔 버스가
인도 쪽으로 기울어지는 저상버스를 빈번하게 볼 수 있었다.
 

나뭇조각으로 휠체어를 고정한다
6년 전 일본에 갔을 당시 대학생이었다. 재활공학을 전공해 장애인·노인복지가 선진화된 일본으로 연수를 갔다. 오사카에서 전철을 타고 실버센터로 이동하는 길은 아침 출근길이어서 번잡하고 사람이 많았다. 복잡한 플랫폼에서 휠체어 탄 사람이 전철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옆에는 역무원이 경사로를 들고 있었고, 전철이 오니 경사로를 바닥에 내려놓고 휠체어가 전철에 탈 수 있도록 해줬다. 아무래도 전철이 노후했기에 플랫폼과 전철 간격이 멀었나보다. 그런데 내가 놀란 것은 경사로가 특별히 좋은 것이 아니라 나무판자 같은 일자 경사로라는 것이었다. 재활공학을 전공하고
있었기에 경사로의 여러 종류를 검색해봤고, 무조건 비싸고 여러 기능이 있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일본은 일자 경사로라니... 놀라웠다.
또 다른 놀라운 광경도 있었다. 마이시마 재활스포츠센터 셔틀버스에 휠체어 탄 장애인이 있었는데, 특별한 잠금장치 없이 나뭇조각으로 휠체어가 움직이는 것을 막고, 옆에 활동보조인이 서 있었다. ‘사고 나면 어떡하려고 저 부실한 나뭇조각으로 고정할까’ 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길에는 방지턱이 없었고, 버스는 일정 속도로 달려 너무나 안정적이었다. 일본 사회의 장애인에 대한 시민의식을 볼 수 있었다. 일본에서 3박 4일 밖에 머물지 않았지만, 저상버스를 쉽게 볼 수 있었고, 출근하는 휠체어 장애인을 볼 수 있었다. 30년을 한국에서 살면서 저상버스에서 장애인을 본 적이 딱 1번밖에
없었던 나로서 그 며칠 일본 속 장애인들의 모습은 놀랍고 고마운 광경이었다. 장애인이 이용하는 편의시설이 첨단기술을 접목한 하이테크(High technology)이든, 재래식의 일반기술(Low technology)이든 상관없이 장애인이 사회 속에서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한 것이다. 일본은 복지가 우리나라보다 잘 돼있기 때문에 그럴까?
 

차별적 시선이 없는 베트남
7년 전 베트남 YMCA 소속의 장애인클럽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했다. 베트남 장애인클럽은 복지관처럼 지역사회의 장애인이 교육, 직업재활을 받으면서 숙식도 하는 놀이터 같은 공간이었다. 지체장애인, 시각장애인, 청각장애인 등이 어울리며 생활을 하고 있다. 그들은 장애인클럽에서 놀다가 시간이 되면 직장으로 출근하곤 했다. 오후 시간에는 여성장애인이 집안일을 하고 클럽에 와서 뜨개질을 하면서 후원제품을 만들었다. 그곳은 지역사회 주택단지 안에 있으며, 대문이 늘 활짝 열려있었다.
하지마비 장애인과 함께 다니면서도 특별한 시선을 느껴본 적이 없다. 물론 내가 베트남 전체의 장애인복지에 관해 공부하고 여러 기관을 다닌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5개월 동안 머물면서 장애인 편견, 차별을 특별하게 느껴본 적이 없었다. 베트남이 한국보다 복지 선진국인가? 그렇지 않다.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 우리나라와 다르기 때문이다. 베트남 전쟁으로 인한 고엽제 피해 신체 기형 장애인이 많기 때문에 이 부분을 틀림이 아닌 다름으로 보는 것이다.
 

첨단기술의 기기를 떠나 장애인에 대한 인식의 필요
일본이 우리나라보다 장애인 복지가 앞서가기에 장애인차별이 덜한가? 그러면 우리나라는 베트남보다 복지나 경제면에서 더 앞서는데 그곳보다 장애인 차별이 덜 심각한가? 무엇이 문제일까? 문제는 사회의 시민의식이다.
장애인을 복지 서비스를 받는 수혜자의 입장이 아닌, 권리 주체로서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시민의식이 우리보다 앞서는 것이다. 물론, 베트남은 우리나라보다 사회·경제면에서 도약해야 할 부분이 크지만, 내가 경험한 바로는 우리나라에 비해 장애인이 지역사회에 소속될 수 있는 환경이 제공됐다.
장애인이 이용하는 편의시설, 보조공학기기가 뉴스에 나올법한 첨단 기술의 비싸보이는 하이테크(High technology)인가, 보기에는 심플하지만 저렴한 로우테크(Low technology) 기기인가는 문제가 아니다. 무엇을 제공할 것인가 하는 과정의 고민이 아니라 장애인의 당연한 권리를 어떻게 실현시킬 것인지 고민을 해야 하는 것이다. 장애인이 당연한 권리의 주체로서 살아갈 수 있도록 환경을 마련할 수 있도록 시민의식이 발전하길 빌어본다.

작성자천유화 간사 경기도장애인인권센터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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