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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나도 내가 원하는 곳에서 차 한 잔을 마시고 싶다”

생활편의시설(근린생활시설/숙박시설) 차별구제청구소송 경과보고 및 장애인등편의법 및 시행령

본문

 
 
우리 주변의 건물에 가장 흔히 있고,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편의점이다. 24시간 영업하고 있기 때문에 누구나 원하는 시간에 언제든지 방문해서 원하는 물건을 살 수 있다. 하지만 그 편의점에 들어서기 위해 단 한 칸의 턱이나 계단이 있다면, 과연 그곳을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편의점이라고 할 수 있을까?
 
오는 13일 11시,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서문 앞에서 생활편의시설공동대책위원회(사단법인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사단법인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전국장애인철폐연대, 법무법인 디라이트, 사단법인 두루, 사단법인 장애인법연구회, 원곡법률사무소)의 주최로 생활편의시설(근린생활시설/숙박시설) 차별구제청구소송 경과보고 및 장애인등편의법 및 시행령 위헌 청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1998년 4월 11일「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아래 장애인등편의법)이 처음 시행된지 23년, 2008년 4월 11일「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아래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시행된지 올해로 13년, 이처럼 장애인에 대한 편의와 차별에 대해 담고 있는 법들이 20여년의 세월을 훌쩍 넘어서고 있지만, 이렇게 관련법들이 긴 시간을 보내는 동안에도 장애인은 원하는 곳에서 밥 한 끼, 차 한 잔을 제대로 마시기 어렵고, 24시간 누구나 편리하게 이용한다는 편의점의 대부분은 접근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장애인단체와 공익변호사들이 함께 모여 2018년 4월 11일 소송을 제기했지만, 1년 이상 진행된 재판부의 조정노력에도 불구하고 피고인 투썸플레이스, 신라호텔, GS리테일, 대한민국 중 투썸플레이스와 신라호텔만 편의시설 설치에 대한 조정안에 합의했다. 피고 중 GS편의점(소송제기 당시 업계 점포수 1위)을 운영하고 있는 GS리테일과 대한민국은 재판부와 원고의 조정을 위한 다양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조정을 거부하였고 새롭게 소송이 진행될 예정이다.
 
조정과정에서도 시종일관 무성의한 태도로 매장에 대한 편의시설 관련 정보들을 전혀 제시하지 않았던 GS리테일은 조정의 마지막까지 장애인의 접근권을 보장하고 차별행위를 중단하라는 원고의 요구에 대하여 ‘장애인등편의법’상 면적 300제곱미터 이하인 편의점 등의 경우 의무가 없다는 점을 계속 강조해왔다.
 
이에 소송 법률대리인단은 장애인의 접근권을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법의 제정 취지와 헌법에서의 기본권을 침해하며, 오히려 일상생활에서 밀접한 생활편의시설 이용을 제한하고 있는 현행 ‘장애인등편의법’에 대하여 명백하게 장애인의 헌법상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법률임을 판단받기 위한 위헌법률심판청구를 제기했다.
 
나동환 생활편의시설 공동대책위원회 변호사는 “현재 ‘장애인등편의법’은 편의점, 식당 등 소규모 근린생활시설에 대하여 300제곱미터(약90평) 이상이라는 면적기준을 두고 면적이 그 이하일 경우 장애인편의시설 설치의 의무에서 제외시키고 있는데, 이러한 법적 기준으로 인해 결국 전국 체인화 편의점의 수 43,975개(2019년 국가통계포털 자료) 가운데 300제곱미터 이상의 바닥면적을 가지고 있는 830개 편의점만이 장애인의 이용이 가능한 상황이다”라고 현 상황을 설명하면서 “결국 한 건물에 몇 개씩이나 있는 편의점 중 장애인이 들어갈 수 있는 편의점은 겨우 1.8%, 결국 100개의 편의점 중에서 1~2곳 정도만 출입이 가능하므로, 이는 명백하게 현행 법률이 오히려 장애인의 권리를 고민하기보다는 편의시설 설치의 의무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법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또한 “법이 장애인의 출입가능한 권리를 지켜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합법적으로 장애인이 출입할 수 없는 출입금지 구역을 늘려가고 있다”고 상황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주성희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간사는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은 친구와 약속을 잡을 때도, 가족과 외식을 할 때도 늘 접근성을 고려해야 한다”라며, “지역사회에서 장애인도 한 사람의 구성원으로 이 시간과 공간을 함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장애인은 누구나 편리하게 이용하는 편의점조차도 한두 개의 계단으로 접근이 힘든 상황이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사회는 누구에게나 평등해야 하고 그 평등함은 누구에게도 출입금지 구역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하는 만큼, 누구나 접근할 수 있고 어느 누구도 배제시키지 않는 평등한 공간이 되길 간절히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김명학 노들장애인야학 교장(소송의 원고)는 “장애인의 편의와 차별을 내용으로 하고 있는 법률이 20년의 긴 시간을 유지해 왔지만, 그동안 장애인은 원하는 곳에서 차 한 잔을 마시기 어려울 만큼 여전히 많은 공간이 장애인의 출입을 막아서고 있고 접근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라며 “이번 소송을 통해 누구나 접근 가능하고 어느 누구도 배제시키지 않는 공간을 만드는 시작점이 될 수 있도록 끝까지 함께 할 것이다”라고 힘줘 말했다.
 
지난 2020년 12월 10일 지에스리테일, 대한민국을 피고로 하는 본안소송이 시작되었고, 2021년 1월 28일 변론기일이 속행되었다. 오늘 기자회견을 통해 사회에 문제의 심각성을 알린 본 소송은, 오는 5월 13일 다음 변론기일이 예정돼 있다.
작성자박관찬 기자  p306k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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