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입원과 장기입원 쳇바퀴 속 정신장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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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심에 위치한 정신병원 내부 |
지속적으로 지적 당해온 정신장애인 강제입원, 장기입원 문제는 여전히 더 큰 목소리를 필요로 하고 있다. 시대에 따라 병원 내 분위기가 전에 비해 좋아졌다고 해도 정신장애인의 장기입원에 따르는 문제점들은 존재한다. 하지만 정신장애인의 장기입원은 필요에 의한 것이라는 의견도 맞선다. 당사자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정신보건법의 울타리 내에서 정신장애인들은 끝없이 분리되고 고립되고 있다.
퇴원? 가족이 거부하면 갈 곳 없어
병환이 깊어지거나 신체 일부가 다쳐 의료진에 의한 지속적이고 집중적인 치료가 필요할 때 사람들은 의사의 권유로 입원을 하게 된다. 2주에서부터 한 달, 큰 병의 경우 훨씬 더 긴 시간 동안 병원 내에서 생활하게 된다. 어딘가 불편한 상태이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병원 내,외부를 돌아다닐 수도 없다. 주어진 공간에서 주어지는 식사를 하면서 치료를 통해 몸이 나아지길 기다린다. 입원기간이 몇 주간 이어지면 입원해 있는 환자 당사자는 흔히 ‘몇 주간 갇혀있다’는 말로 자신의 상황을 설명한다. 컨디션이 허락한다면 병원 안과 밖을 얼마든지 돌아다닐 자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갇혀있는 갑갑함과 지루함을 느낀다. 때문에 책, TV 등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각자 몰두할 소재를 찾는다. 이처럼 몇 주간의 입원에도 돌파구를 찾게 되는 입원 생활을 1년, 나아가 반복해서 몇 년간이나 지속하는 이들이 있다. 강제입원과 장기입원의 쳇바퀴 속에서 살아가는 정신장애인들이다.
정신장애인 강제, 장기입원은 이미 오래 전부터 거론돼 왔지만 아직까지도 공공연하게 일어나고 있다. 언론을 통해 강제, 장기입원 사건들이 보도되면 잠시 여론이 일지만 그것 또한 병원 내 인권침해나 고의적인 비장애인 입원 문제를 중심으로 한다. 정신장애인을 오랫동안 입원 시키는 것 자체에 대한 논의는 아직 장애계 밖으로까지 이어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OECD 가입국의 연평균 정신병원 입원 기간은 10일에서 35일. 하지만 한국의 경우 연평균 입원일수가 200일이 넘는다. 또한 퇴원 30일 내 재입원율도 OECD국가 중 2위로 19.4%에 달한다. 이들 장기입원자 중 35.4%는 의학적 이유가 아닌 사회 지지체계의 부족으로 입원을 유지하고 있다. 퇴원을 한다고 해도 가족이 함께 하길 원하지 않으면 갈 곳이 없는 것이다. 정신보건법 제4장 27조에 따라 만들어지는 정신보건심판위원회의 고민도 여기에 머물러 있다.
최성남 전 심판위원은 “심판위원회에서 여러 논의를 하면서 심판위원들이 겪는 갈등은, 이 환자가 병원에 있는 게 최선이 아닌 것은 알겠는데 실제로 퇴원 후 적절하게 갈 곳이 없다는 점”이었다며 “증상에 의한 것이 아닌 갈 곳이 없어 머무는 사회적 입원이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현 심판위원회에 소속돼 활동하고 있는 최지은 심판위원도 마찬가지의 의견을 밝혔다. 최지은 심판위원은 “대안이 없는 경우에 계속 입원으로 이어지게 된다”며 “가족들이 절대적으로 퇴원반대를 하는 상황에서는 환자분에게 퇴원 결정을 내린다고 해도 갈 곳이 없기 때문에 심판위원회 입장에서는 결정을 하기가 난감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지은 심판위원은 “가족들의 부담은 사회적으로 정신장애인에 대한 지원이 부족한 현실에서 전적으로 모든 케어를 가족들이 맡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가족들은 영문을 모른 채 정신장애인 당사자의 행동반경 내에서 생활하면서 증상과 마주치고 다른 선택지가 없는 상황에서 입원을 선택하게 된다.
당사자를 배제하고 위험성 따지는 입·퇴원
정신보건법 제3장 23조에는 ‘자의입원’에 대한 정의와 방식이 명시돼 있다. 자의입원은 말 그대로 당사자 본인이 입원 또는 입소신청서를 제출하고 정신의료기관에 입원하는 것을 말한다. 이 경우 환자가 퇴원 의사를 밝히면 즉각 퇴원이 가능하다. 하지만 실제로 ‘자의입원’하는 정신장애인은 많지 않다.
보건복지부 ‘정신의료기관 입원 유형별 현황’ 자료에 따르면 국내 정신의료기관 입원 환자 중 자발적 입원자 비율은 32.4%다. 반면 국가인권위원회 ‘정신장애인 인권보호와 증진을 위한 국가보고서’에 따르면 독일, 프랑스 등 선진국의 경우 자의입원 비율이 80%가 넘는다.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김락우 대표는 현실적으로 정신장애인의 자의입원은 매우 어렵다고 말한다.
“당사자로서 나는 5번의 입원을 했다. 그 중 가장 최근의 입원만이 완전한 자의입원이었고 나머지 4번의 입원은 모두 보호자 동의 입원이었다. 당시에 정신과 진료 중 입원을 권유 받았고 스스로 증상에 의해 지친 상태였기 때문에 수긍했다. 여기까지 보면 자의입원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입원 절차에서 서명을 하고 결제한 것은 가족이었다. 결과적으로는 동의에 의한 입원이 되는 것이다. 입원 절차에는 거의 가족이 동행하게 되고 당사자가 재정상태가 좋더라도 병원 측에서는 가족의 동의를 받으려 한다. 문제가 생길 가능성을 고려해 일단 보호자 동의를 받는 것이다. 이렇게 입원 절차가 진행되면 퇴원을 할 때도 마찬가지로 가족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당사자의 결정권은 없는 셈이다.”
정신보건법상 동의 입원 상태에서 계속 입원 심사 청구를 해야 하는 시점은 입원 후 6개월이다. 최소 기간의 정의는 없지만 평균적으로 최소 3개월의 입원기간을 거치게 된다는 것이 김락우 대표의 설명이다.
“입원 후 증상이 사라진 걸 일주일만에 체감한다고 해도 일주일 만에 나갈 수는 없다. 내가 나가고 싶은 욕구가 있는데도 무조건 갇혀있는 것이다. 내 경우, 기본적으로 15일 이후에 면회가 가능했고 진단을 내리는 기간, 그 후 치료기간 등을 보냈다. 환청이나 망상 등이 모두 사라진 상태에서 입원을 유지하며 배급되는 약을 먹고 의사 얼굴을 더 본다고 해서 증상이 그 이상으로 나아지는 것은 아니다. 동시에 6개월 이상, 1년씩 입원해 있어도 증상이 나아지지 않는 사람을 계속 입원시켜놓는 것 또한 치료 의미가 없다고 봐야 한다. 후자의 경우 입원 치료보다는 격리에 가까운 것이다.”
한편, 6개월 이상 계속 입원 여부를 심사하는 정신보건심판위원회는 입원 기간 동안의 치료에도 병식(현재 자신이 병에 걸려 있다는 자각)이 없고 증상 완화가 되지 않았다면 입원을 계속하는 것에 동의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기본적으로 정신보건심판위원회의 구성원에 정신과 의사가 포함돼 있기 때문에 의료적 관점에 치우쳐 판단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최성남 전 심판위원은 2012년 당시 참여했던 심판위원회에 정신과 의사 2명과 정신보건 전문요원 2명, 보건소 공무원, 변호사 등이 함께했다고 밝혔다. 이 중 정신보건 전문요원은 참여한 정신과 의사와 같은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이들이었다. 최성남 전 심판위원은 “자신이 근무하는 기관의 의사가 내는 의료적인 판단에 직원이 반박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라며 전반적인 분위기가 의료적인 판단 중심으로 흘러갔다고 설명했다.
“심판위원회는 대체로 서류 심사를 한다. 해당 환자의 증상이 나아지지 않아 자·타인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는 의사의 소견서와 지역사회에 환자와 맞는 사회복지시설이나 지지 체계가 있는지, 가족들의 의견은 어떤지 등의 서식으로 작성된 서류를 판단 기준으로 삼는다. 인프라가 없고 가족들이 동의한다면 계속 입원 판정을 하는 것이다. 안정이 돼야 내보낸다는 의료적인 관점의 판단에 내가 반박을 해도 결국 표결에 의해 통과되고 마는 시스템이었다.”
증상이 남아있는 당사자를 퇴원시키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위험성’이다. 정신장애인에 의해 일어난 사건 사고들을 표본으로 삼아 해당 당사자 또한 위험할 수 있으니 내보낼 수 없다는 논리가 주를 이룬다. 하지만 정신장애로 인한 범죄를 명확하게 규정할 순 없다. 지난해 함께걸음 10월호에 실린 ‘묻지마 범죄, 정신장애인 가두는 또 다른 감옥’ 기사에서 이영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지적처럼 “어떤 범죄가 정신장애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리는 것은 결국 정신과 의사의 소견일 뿐”이며 “진단명을 붙이려면 모두 다 붙일 수 있”으므로 정신장애인의 위험성을 일반화하기엔 무리가 있는 것이다.
▲ 정신병원 내부. 병원 직원 자리에서 한층의 대부분을 볼 수 있다. |
장기적 정신과 약 투여가 낳는 문제
정신병원에서는 입원 환자에게 때마다 정신과 약을 배급한다. 정신과 약은 적절한 때에 잠시 최소한의 용량을 사용한다면 환자의 고통을 더는 순기능을 하지만 오랫동안 복용할 경우 부작용이 발생한다. 이 부작용 문제는 이미 수많은 정신장애인들이 겪었고 겪고 있다. 하지만 정신과 약은 이미 부작용 사례들이 많음에도 대부분 환자 개인의 선택을 배제한 채 충분한 설명없이 처방된다. 조현병의 경우, 평생 약을 먹어야 한다는 선고를 하기도 하는데 이는 환자에게서 약에 대한 선택권을 미리 거두는 것과 같다고 볼 수 있다.
오직 정신의학적 진단과 정신과 약, 치료만이 정신장애 증상을 다스릴 수 있다는 의료적 시각이 지배적이지만 실제로 병원에 입원하고 오랫동안 약을 먹었음에도 약을 끊고 생활하는 정신장애인 당사자도 존재한다.
김락우 대표는 생각과 감정이 둔감해지게 하고 나아가 장기 복용 시 신체적 부작용을 야기하는 정신과 약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정신과 약이 정신병적 증상만을 잡아주는 것은 아니다. 전체적으로 약이 작용하기 때문에 환각과 환청이 줄어드는 것과 동시에 생각과 감정도 둔해진다. 새로운 걸 머리로 받아들이기가 힘들고 집중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 이 자체도 부작용이지만 장기 복용할 경우엔 더 심각해진다. 내 경우에는 몸에 경련과 마비가 와서 일상생활이 불가능했다. 때문에 약을 줄여나가다 지금은 몇 년간 약을 먹지 않고 있다.
하지만 직업을 가지는 등의 과정을 통해 자존감을 찾고 안정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신체적 부작용 외에도 정신과 약 장기복용의 위험성은 사람을 멈추게 한다는 데에 있다고 생각한다. 사고할 수 없는 상태로 약을 먹으며 입원해 있는 기간 동안 당사자는 시간을 흘려보낼 뿐 그 시간 동안 인간적으로 성장할 기회를 얻지 못한다는 것이다.”
정신장애인 탈원화는 모든 현대인을 위한 과제
다양한 유형의 장애인들이 자신의 장애를 받아들이고 장애와 함께 삶을 살아간다. 비장애인에 비해 불편한 부분에 대해 불편하지 않게 환경을 바꿔달라고 요구하면서 살아가기에 장애 운동은 존재한다. 정신장애인도 마찬가지로 환경을 바꾸고 인식을 바꾸면 장애를 가진 채로 비장애인과 동등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신장애인들이 ‘커밍아웃’을 어려워하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정신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오해는 깊다.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 것에 대해 이유를 따지지 않고 위험하다고 낙인 찍는 방식은 발달장애인을 대하는 태도와 같은 맥락에 서있다. 정신장애인을 잠재적 범죄자이자 누군가의 짐이 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미리 격리하는 것은 그 자체로 차별이 된다. 비장애인 누구라도 범죄자가 될 가능성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에도 아무도 비장애인에게 잠재적 범죄자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라고 요구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신장애인 탈원화는 나아가 치열한 경쟁 사회를 살며 스트레스를 견디는 모든 현대인을 위해서도 실현돼야 한다. 경쟁, 스트레스, 개인에게 모든 책임을 돌리는 사회 분위기 등의 조건이라면 언제든지 누구라도 정신장애를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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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하늘님의 댓글
하늘 작성일명불허전 비장충들의 홀로코스트타이쿤은 세계 제이이일~~!!!!
유팀장님의 댓글
유팀장 작성일칼의 양면일겁니다. 요리에 쓰이는 칼이긴해도 누군가 집밖으로 들고 나옴 흉기가 되는 점...세상사가 다 그런 모양이지요. 간혹 나오는 묻지마 살인같은 일이 주변에서 안 일어날수는 없읍니다. 사람들 모두가 온전하진 않을테니까요. 필요악이지 않을까요. 비단 제가 관련일을 해서라기보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