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악한 장애인 고용 현실 하지만 답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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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의 현실에 좌절한 J씨
“너무 답답해서 무작정 찾아왔는데, 혹시 취업 상담이 가능할까요?
한창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었던 지난 해 8월 말, 땀으로 흠뻑 젖은 와이셔츠에 가벼운 정장차림, 피로와 지친 기색이 얼굴 전체에 가득한 J씨가 연구소를 방문했다. 방금 업체에서 부당해고를 당하고 근처를 방황하다가 너무 답답하고 속상해서 상담이라도 받고 싶어 무작정 왔다고 했다. 수동휠체어로 지하철을 몇 번씩 갈아타고 이동하느라 힘들었던 흔적이 눈에 훤히 보였다. J씨는 본인을 1급 지체장애인이고, 수원에서 서울로 직장을 구하기 위해 수많은 이력서와 면접을 거친 후 본인이 원하는 업체에 최종 합격까지 되었다고 설명했다. 이후 예상치 못한 교통사고가 났고, 회사는 상황을 이해하고 며칠간의 공백을 배려해주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하루 만에 입장을 바꾼 회사는 다른 사람을 채용했다며 해고를 통보했다. J씨는 휠체어 이동이 가능한 편의시설을 갖춘 회사를 찾기도 쉽지 않은데, 어렵게 합격된 이곳도 포기해야 한다는 현실에 심한 좌절감을 느낀다고 호소했다. 상담을 진행한 나 또한 J씨에게 당장 필요한 현실적인 해결책을 지원할 수 없다는 사실에 한동안 답답함과 죄스러운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장애인 직업지원 관련 업무를 담당한지 올해로 13년째이다. 그동안 수많은 장애인분들과 취업상담을 했고, 지역 내 업체를 방문하고, 장애인 고용유도를 위해 다양한 기관과 실무자들을 만났다. 위에 언급한 사례는 유독 기억에 남았다. 본인의 역량을 알고, 더 발전하기 위에 노력하면서도 결국 취업의 문을 넘지 못하고 돌아서는 분들이 10년 전에도, 현재에도 변함없이 생기고 있다.
물론, 전에 비해 장애인 고용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수행 기관이 늘어났고, 사업주 지원제도의 종류와 폭도 한층 넓어졌다. 매년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사이트에는 분기별로 장애인 구인·구직 및 취업동향이 게재되고 여기에는 구인·구직자 수와 취업장애인 수, 직종별, 지역별, 나이별 취업자 분포도 등을 한눈에 볼수 있도록 통계화 되어 있다. 하지만 실무에서 담당자와 구직장애인들이 느끼는 체감 속도는 아직도 느리고 빈곤하다.
나, 너, 우리가 느끼는 현실
장애인 한 사람의 취업연계를 위한 과정은 다음과 같다. ①초기 면접을 통한 구직장애인의 인적사항, 취업욕구 파악 및 기초상담 ②사례회의를 통한 직업재활계획수립 및 방향 설정 ③지역사회 내 사업체 개발 및 직무분석 ④구인·구직 적합성 비교분석 ⑤취업알선을 통한 면접 ⑥취업 확정 ⑦취업 후 적응지원을 통한 사후관리 및 종결 이다. 이 일련의 과정 속에서 현실적으로 가장 시행착오를 많이 거치고 어려운 부분이 구인·구직 매칭 부분이다.
업체 측과 구직 장애인의 구직조건이 비교적 부합되거나, 상호간의 이해를 바탕으로 직무가 배치되면 서로간의 만족도도 상승하기 마련이다. 반면, 상호간의 조건이나 이해가 맞지 않은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고용연계를 시도하다보면, 당연히 만족도는 떨어지고 업체 측도 힘들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무를 하는 담당자도 이 과정은 굉장히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추진하고 있으나, 장애로 인한 노동력의 한계와 고용주들의 장애인 고용 기피 현상으로 인해 장애인 취업은 더욱 힘들어지고 있다.
장애인 의무고용률 준수, 장애인 채용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강화 필요
정부의 다양한 장애인고용촉진 정책이 증가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직업적 중증장애인들의 취업문은 좁기만 하다. 한 사람의 일생에서 돈을 벌고, 직장생활을 한다는 것은 삶의 질 뿐 만 아니라 사람답게 살기 위해 절실히 필요한 부분이라고 상담을 오신 분들은 한결 같은 말씀을 하신다.
본 센터에 오시는 대부분의 구직자분들은 50대 이상의 고령을 바라보거나, 중증인 분들이 80%가 넘는다. 장애인 구인 업체에 방문하여 직무를 분석하면, 성별, 연령, 장애의 경중 여부 등에 제약이 걸리기 마련이고, 중증장애인들은 상대적으로 취업 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물론, 자신이 원하는 직장을 찾기 위해서는 당사자 스스로도 노력하고 준비해야 할 부분이 분명히 있다.
하지만 정부와 공공기관 등에서 먼저 솔선수범 하여 의무고용률을 준수하고, 장애가 있어도 직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다양한 범위에서 맞춤형 직무배치가 이루어진다면..? 아무리 장애인 고용 활성화를 위한 수많은 지원제도와 정책이 생겨난다고 해도, 실질적으로 채용하려는 움직임이 있지 않는 이상 장애인 고용의 현 주소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 이다.
올해에는 좀 더 많은 장애인 분들의 사회참여 확대와 경제적 자립을 위한 고용 체계가 보다 활성화기 위한 실질적 대안과 노력이 확대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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