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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우리나라에 바람직한 현금지급제도 모형 및 추진과제

사회서비스 현금지급제도에 대한 연구

본문

지금까지 사회서비스 현금지급제도의 개념, 8개국 사회서비스 현금지급제도의 모습, 장애운동의 영향 등에 대해 살펴보았다. 이에 따라 조금 더 이용자의 선택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고, 돌봄 노동자 일자리의 질을 보장할 수 있는 모형을 만들어 나갈 필요성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절대적으로 바람직한 제도란 있을 수 없다. 그럼에도 이번호에서는 이번 연재를 마무리하면서 우리는 어떤 모습의 제도 모형을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해 살펴볼 것이다.

 

1. 선택의 정도

오스트리아 장기요양수당, 이탈리아 동행수당, 독일 현금급여처럼 서비스 계획도 없고 정산의 책임도 없이 수당처럼 지급되면서 이용자 지원체계도 없는 경우 이용자가 현금의 주인이 되지 못하고 오히려 가구의 추가적인 수입으로 유입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또한 프랑스 장기요양수당처럼 어떤 지원도 없으면서 엄격하게 사례관리자의 통제를 받고 활동보조인 고용에 한정하여 현금을 사용할 수 있는 경우 이용자의 자립생활을 어렵게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고용관계에 의해 돌봄 노동자를 선택하고, 이와 더불어 관련된 서비스 및 재화를 구입할 수 있을 정도의 선택권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자기주도지원 프로그램의 한 예인 아칸서스 주에서처럼, 이용자들은 자립적으로 사는데 도움이 된다면 자신의 가정이나 탈것을 개조하거나, 전자렌지, 세척기, 드라이어 등 가정 기구를 구입할 수도 있어야 한다. 이 경우 소득 대체 효과도 일부 나타난다. 그러나 이 경우 자립생활의 가능성을 더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현금 급여의 목적을 사회서비스 제공에 한정하기 보다는, 자립을 촉진할 수 있고 사회적 배제를 방지할 수 있는 수단이 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 같다.

또한 이용자 혼자 지불정산 등 모든 행정절차를 완수하는데 어려움이 존재하고 있었으며, 이에 따라 현금급여를 포기하는 사례들이 많이 있었다. 실제로 영국 직접지불제도에서 지원서비스가 부족하다보니 이용률이 높지 않았으나 영국 개인예산제도에서 지원서비스를 강화함에 따라 이용률이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스웨덴 활동지원수당, 네덜란드 개인예산제도, 미국 자기주도지원 프로그램, 영국 개인예산제도처럼 지원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이 반드시 존재하여야 하며, 이와 같은 지원서비스는 정부가 별도의 보조금을 통해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또한 서비스 전반에 대한 이용자의 참여 및 통제가 필요하다. 참여적 민주주의는 사람들이게 적극적 시민으로써 자신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 결정에 실제적인 참여를 할 수 있도록 참여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 Cash and Counseling의 상담은 통제를 위한 비효과적인 조언에 불과하였다. 또한 영국의 직접지불제도도 돌봄 구입을 위한 개별화된 과정이기는 했지만 통제의 성격이 강했기 때문에 장애인들로부터 비판을 받았었다. 따라서 이용자의 진정한 참여를 통한 참여적 민주주의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영국 개인예산제도나 미국 자기주도지원 프로그램에 포함되어 있는 자기주도 사정이 선행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자신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 결정에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어야 진정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사례관리자와 협의하여 돌봄 계획을 작성하기 전에 자신에게 할당될 수 있는 현금이나 서비스의 양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갖고 사례관리자와 협상하는 과정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가족 구성원의 고용 가능성과 관련하여 살펴보면, 장애인은 가족으로부터의 의존적 상황에서 벗어나고자 하기 때문에 독립적인 돌봄 제공자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노인들은 친숙한 가족으로부터 돌봄을 제공받기를 원하고 있다. 또한 소수인종의 이용자, 특정 종교나 문화를 가진 이용자 등도 자신과 동일한 인종, 종교, 문화를 가진 친숙한 사람을 고용하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돌봄 제공자로 가족 구성원을 고용할 수 있는지의 문제는 쉽게 결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활동지원제도 도입 당시 가족으로부터의 의존성을 탈피하고자 하는 장애인들의 입장과 가족에 의한 부정수급을 방지하고자 하는 정부의 입장에 따라 가족 구성원의 고용은 원천적으로 금지되었다. 하지만 현실에서 가족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편하다보니, 두 가족이 서로 교차하여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처럼 서류만 조작하고 실제로는 가족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가족 구성원의 고용을 무조건 금지하기 보다는 고용 가능한 돌봄 제공자의 폭은 넓히되, 엄격한 고용관계가 성립되도록 관리체계를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스웨덴 활동지원수당, 네덜란드 개인예산제도처럼 가족 구성원일지라도 엄격한 고용계약을 작성하고 이를 확인하는 절차를 갖는다면 의존으로부터의 독립을 방해하지는 않으면서 선택의 폭은 넓힐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 돌봄 제공자 일자리의 질

개인고용에 의해 고용관계가 이루어지다보니 일자리의 질 보장을 위한 개입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돌봄 관계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돌봄 일자리의 질이 보장되어야만 한다. 일자리의 질이 보장되지 않으면, 돌봄노동자의 인권에도 문제가 되지만, 결국 이용자들에 대한 착취 가능성이 더 높아지기도 한다. 따라서 이용자의 권한을 강화하기 위해 시장화 정책을 선택하지만 시장논리가 돌봄 관계까지 훼손하지 못하도록 돌봄 제공자의 일자리 질 보장 정책을 발전시키는 것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사회서비스 현금지급제도 도입 시 돌봄 제공자 일자리의 질 보장을 위해 다음과 같은 점이 보장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개선은 현재 바우처로 시행되고 있는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일자리의 질 보장에도 적용될 수 있다. 첫째, 기본적으로 돌봄 노동자들이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임금은 보장되어야 한다. 돌봄 서비스 자체가 비숙련 노동이다 보니 저임금의 문제를 쉽게 벗어나기는 어려워 보인다. 또한 주당 20시간 이상처럼 충분한 노동시간을 보장하는 문제도 해결되기 어려워 보인다. 노동시간을 보장하려는 정책을 시행하다보면 이용자의 선택권을 제한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루 8시간, 한 달에 23일 정도 일하면 기본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수준은 되어야 한다. 현재 장애인활동보조서비스의 경우 시간 당 6,600원 정도의 급여를 받기 때문에, 한 달 임금은 120만 원 정도로 볼 수 있다. 이 수준의 임금으로는 적절한 일자리라고 할 수 없으며, 결과적으로 적절한 인력이 유입될 수도 없다. 현재 스웨덴의 시간 당 평균임금인 32,000원 수준은 안 되더라도 현재보다는 상당 수준 높일 필요가 있다.

둘째, 돌봄노동자를 위한 사회보험 지원은 상당한 수준까지 보장되어야 한다. 미국의 경우, 낮은 수준의 현금급여를 받은 이용자들이 돌봄노동자의 사회보험 기여금을 모두 납부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스웨덴, 네덜란드의 경우에는 돌봄노동자에 대한 사회보험 가입을 보장하기 위해 이용자들이 고용주로써 보험료를 낼 수 있을 정도로 현금급여의 수준을 높게 설정하였다. 그리고 독일에서는 장기요양보험과 같은 별도의 재정에서 돌봄노동자의 사회보험료를 지원하였다. 스웨덴과 네덜란드의 경우 노동자 보호에 대한 사회적 합의 수준이 상당히 높기 때문에 이용자의 현금급여에 돌봄노동자의 사회보험료를 포함시켜도 별 문제없이 가능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노동자 보호에 대한 사회적 합의 수준이 낮은 국가들의 경우 이용자들이 여러 편법을 동원해 돌봄노동자의 사회보험 가입을 기피할 수도 있다. 실제로 영국과 미국의 경우 이러한 사례들이 발생했었다. 현재 우리나라 장애인활동지원제도의 경우 활동지원기관의 수수료 25% 내에서 활동보조인의 사회보험을 지원하고 있다. 그런데 현금급여 방식으로 전환할 경우 우리나라도 영국이나 미국처럼 노동자 보호에 대한 사회적 합의 수준이 낮기 때문에 편법을 동원해 돌봄노동자의 사회보험 가입을 회피할 수도 있다. 따라서 스웨덴이나 네덜란드처럼 이용자의 현금급여에 포함시키기 보다는, 독일처럼 별도의 재정지원을 통해 돌봄노동자의 사회보험 지원을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셋째, 훈련지원 정책에서 기관소속 노동자와 직접고용 노동자를 구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 둘을 구분할 경우 돌봄노동의 양극화현상은 더 심화될 수도 있다. 노동시장이 양극화되면 두 유형은 서로 다른 유형의 이용자들이 이용하게 되면서 각각 서로 다른 길을 가게 되어, 돌봄 환경의 양극화와 불평등이 발생하게 될 것이다. 가난한 사람은 가족에 의존하고, 부자인 사람들은 시장을 이용하는 분화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현금급여 도입에 따라 이용자들의 직접고용이 가능해질 경우, 일시적으로 보다 저렴한 돌봄노동자를 활용하기 위해 직접고용 돌봄 노동자의 일자리 질 보장 정책을 적용하지 않음에 따라 제공자를 양분하는 것은 반드시 경계해야 한다.

넷째, 모든 돌봄노동자에 대해 질병휴가, 휴일휴가 등 후생서비스의 의무적 도입은 반드시 필요하다. 현재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의 경우 이와 같은 후생서비스가 전혀 도입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사회서비스 현금지급제도를 도입할 경우 후생서비스의 도입이 반드시 필요할 뿐만 아니라 현재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도 후생서비스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이에 대한 재정지원은 사회적 환경에 따라 스웨덴처럼 이용자의 현금급여에 충분한 수당을 포함시키든가, 독일 사례처럼 정부가 별도로 지원하는 방안을 강구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회보험 지원과 마찬가지로 이용자가 돌봄노동자를 착취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독일처럼 별도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3. 연재를 마무리하며

우리가 속칭 개인예산제도로 언급하는 사회서비스 현금지급제도는 서비스에 사람을 맞추지 말고 사람에 서비스를 맞추자는 인간중심의 사고를 기본으로 하는 것이다. 단지 현금을 주자고 하는 것이 아니다. 이처럼 사회서비스 현금지급제도는 공공 서비스 및 사회 돌봄을 전혀 다른 방식으로 사고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 우리나라도 장애인의 자기결정권과 선택권을 강화하기 위해 개인예산제도의 도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개인예산제도는 문화적 혁신이라 불릴 정도로 대대적인 복지체계의 개편을 필요로 한다. 혼란을 피하고자 하는 정부, 자신의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전문가와 공급자의 입장에서 보면, 이 제도를 도입하고자 하는 동기는 낮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제도는 장애인의 선택과 통제권, 자기결정권을 증가시키고, 결과적으로 장애인들이 시민으로서의 동등한 권리를 확보할 수 있는 주요한 수단이기 때문에, 동등한 시민으로서 살고 싶은 장애인 입장에서는 너무 간절한 것이다. 이제 발달장애인을 포함한 모든 장애인은 이류 시민의 지위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원을 하는 사람들의 통제를 받을 필요는 전혀 없다. 장애인이 직접 지원과정을 통제하면서 얼마든지 사회로부터 지원을 받아 떳떳한 시민으로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소위 복지선진국이라고 하는 국가들에서 이미 발달장애인들은 이처럼 자신의 통제 하에 각종 지원을 받으며 당당한 시민으로서 살고 있다. 우리라고 안 될 이유가 있는가? 우리나라 장애인만, 우리나라 발달장애인만 모자라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 않는가?

지난 20년 동안 장애인복지예산은 급속도로 증가하였다. 아직도 성에 안차고 앞으로도 많이 늘어나야 한다. 하지만 늘어나는 복지예산에 대해 누가 주인행세를 하고 있는가에 대해서 더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더 늘어나기 전에 바로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세금을 내는 국민들은 장애인복지예산은 장애인이 갖고 가는 줄 알 것이다. 하지만 누가 주인 행세를 하고 있는가? 소위 우리가 말하는 전문가들이고 제공기관들이다. 이제 그 주인을 바꿀 때가 되었다. 더 이상 늦춰서는 안 된다. 예산을 더 늘리고 주인을 바꾸자고 하면 아마 더 힘들어 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 동안 10회에 걸친 사회서비스 현금지급제도 연재를 읽어주신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동석 사회복지학 박사, 성공회대학교 외래교수

작성자이동석 사회복지학박사, 성공회대학교 외래교수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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