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차별금지법 개정, 장애인권리협약 이행의 첫걸음이다 > 기획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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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차별금지법 개정, 장애인권리협약 이행의 첫걸음이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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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의 권리에 관한 협약(Convention on the Rights of Persons with Disabilities)」(이하 ‘장애인권리협약’은 신체 장애, 정신 장애, 지적 장애를 포함한 모든 장애가 있는 이들의 존엄성과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유엔인권협약이다. 장애인권리협약은 21세기 최초의 국제인권법에 따른 인권조약이며, 2006년 12월 13일 제61차 유엔총회에서 채택되었다. 2008년 4월 3일까지 중화인민공화국, 사우디 아라비아를 포함한 20개국이 장애인권리협약을 비준했고, 2008년 5월 3일에 발효됐다. 장애인권리협약은 장애인의 사회권, 자유권, 장애여성과 아동에 대한 차별 금지, 협약의 이행 등이 명시된 총 50개 조항과 선택의정서로 이뤄져 있다. 우리나라는 2009년 1월 10일 건강보험의 제공을 규정한 제25조 제1항과 개인진정제도를 규정한 선택의정서를 유보한 채 비준했다.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장애계의 오랜 입법운동에 따른 결과로 2007년 4월 11일 제정됐다. 이 법은 모든 생활영역에서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장애를 이유로 차별받은 사람의 권익을 효과적으로 구제함으로써 장애인의 완전한 사회참여와 평등권 실현을 통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구현함을 목적으로 한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장애인권리협약의 목적과 맞닿아 있고 그 이행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이 개정되어야 할 점 몇 가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장애 개념

장애인권리협약은 “장애인은 다양한 장벽과의 상호 작용으로 인하여 다른 사람과 동등한 완전하고 효과적인 사회 참여를 저해하는 장기간의 신체적, 정신적, 지적, 또는 감각적인 손상을 가진 사람을 포함한다.”고 하여 장애를 사회적 모델로 규정하고 있다(장애인권리협약 제1조 참조). 한편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장애’를 ‘신체적·정신적 손상 또는 기능상실이 장기간에 걸쳐 개인의 일상 또는 사회생활에 상당한 제약을 초래하는 상태’로 규정하고 있다(장애인차별금지법 제2조 제1항 참조).

이러한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장애 정의는 장애를 손상 중심적이고 의료적인 모델로 다루는 것으로 장애인의 사회생활 제약을 개인의 문제로 인식하게 만드는 문제가 있다. 따라서 장애인권리협약의 정의에 부합하고 장애인차별금지법의 목적을 실현할 수 있도록 장애의 개념을 인권적·사회적 모델로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

 

장애여성에 대한 차별금지

장애인권리협약은 제6조에서 장애여성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해당 조항은 당사국이 장애여성과 장애소녀가 다중적 차별의 대상이 되고 있음을 인정하고, 이러한 측면에서 장애여성과 장애소녀가 모든 인권과 기본적인 자유를 완전하고 동등하게 향유하도록 보장하기 위한 조치(제1항)와 여성이 이 협약에서 정한 인권과 기본적인 자유를 행사하고 향유하는 것을 보장하기 위한 목적으로, 여성의 완전한 발전, 진보 및 권한 강화를 보장하는 모든 조치(제2항)를 취할 것을 그 내용으로 하고 있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역시 제33조에서 장애여성에 대한 차별금지를 규정하고 있다. 그 내용은 임신·출산·양육·가사 등에 있어서 장애여성의 강제 및 배제금지(제2항), 사용자의 직장보육서비스 이용 등에 있어서의 정당한 편의제공 의무(제3항) 등이다. 임신, 출산, 양육, 가사, 보육 등은 장애여성과 장애남성의 공통된 문제이다. 그럼에도 이 내용이 장애여성에 대한 차별금지 조항에 규정됨으로써 이 문제가 장애여상만의 문제인 것처럼 여겨지게 하고 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장애여성 조항은 장애인권리협약의 장애여성 조항에 비해 성평등의 관점에서 부족한 점이 많다. 따라서 남녀 장애인에게 공통된 내용은 장애여성에 대한 차별금지 조항이 아닌 모·부성권을 규정한 장애인차별금지법 제29조나 사용자의 편의제공의무를 규정한 장애인차별금지법 제11조와 같은 일반조항에 규정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장애인차별금지법 제33조는 장애인권리협약 제6조의 내용을 반영해 장애여성이 마주하는 다중차별 등에 대해서 언급하고 장애여성 역량강화에 대한 내용을 규정할 필요가 있다.

 

발달장애인에 대한 편의제공

장애인권리협약은 교육과 고용에서 장애인에게 합리적 편의 제공이 보장되어야 함을 천명하고 있다(장애인권리협약 제24조 제5항, 제27조 제1항 자호 참조). 장애인권리협약은 합리적 편의제공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규정하고 있지 않다. 한편 장애인차별금지법은 더 나아가 고용, 교육 영역 등에서 편의제공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편의제공의 내용은 확대 독서기, 수화통역사, 휠체어 접근로 등 신체적 장애인을 위한 것이 대부분이다. 그리하여 지적장애 또는 자폐성장애를 가지고 있는 발달장애인들이 장애인차별금지법의 명시적인 규정이 없어 어려움을 겪는 일이 많았다.

장애인차별금지법 뿐만 아니라 장애인 편의시설에 대해 규정하고 있는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에서도 발달장애인에 대한 내용은 거의 없다. 아직 발달장애인에 대한 편의제공에 대한 인식은 부족한 실정이다. 그러므로 지금이라도 고용과 교육 영역 등에서 사용자 또는 교육책임자 등의 편의제공 의무에 쉬운 단어나 그림으로 표현된 문서, 음성으로 녹음된 자료, 동영상 자료 등 발달장애인을 위한 의사소통 보조수단의 제공 등을 추가할 필요가 있다.

 

정보접근권

장애인권리협약은 제9조에서 접근성을 규정하고 있다. 당사국은 ‘정보, 통신 및 전자서비스와 응급서비스를 포함한 기타 서비스’에 대해 접근성에 대한 장애와 장벽을 식별하고 철폐하는 것을 포함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장애인권리협약 제9조 제1항 나호 참조). 특히 제9조 제2항 사호는 ‘인터넷을 포함한 새로운 정보 통신 기술 및 체계에 대한 장애인의 접근을 촉진할 것’이라고 하여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정보통신 환경을 고려하고 있다.

장애인권리협약과 달리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정보통신 환경의 변화를 고려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그러다 보니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제정되고 나서 변화한 정보통신 환경을 반영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국민 대부분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시대가 되었음에도 장애인차별금지법은 모바일 접근권에 대한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그리하여 시각장애인 등이 모바일 기기를 완전히 사용하지 못하는 차별이 발생하고 있다. 이에 대한 개정이 시급하다. 모바일 접근성이 보장되지 못하는 데에는 정보통신 관련 제조업자에게 정보통신제품 장애인 접근성 보장에 관하여 노력의무만을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장애인차별금지법 제23조 제2항 참조) 따라서 해당 조항을 의무조항으로 개정할 필요가 있다.

 

관광

장애인권리협약은 제30조에서 문화생활, 레크레이션, 여가생활 및 체육활동에 대한 참여를 규정하고 있다. 특히 제30조 제5항 다호는 ‘관광지에 대한 장애인의 접근을 보장할 것’을 당사국이 취해야 할 조치로 명시하고 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은 문화·예술활동에 대한 차별금지를 규정하면서 장애인의 관광활동에 대한 차별금지에 관해서는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그래서 많은 장애인이 관광활동에 있어 불편함을 느끼고 있으며 관광활동 참여율 또한 매우 저조한 상황이다. 렌터카 업체에서 휠체어 승강 설비를 갖춘 차량을 구비하지 않기도 하고 숙박시설에서 장애인 편의시설을 갖추지 않기도 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장애인차별금지법 뿐만 아니라 관계법령의 개정이 필요하다. 그리하여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 장애인의 관광활동에 대한 차별금지를 명확히 규정하여 다른 법령 개정의 시발점이 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부족하지만 장애인권리협약이 효과적으로 이행되기 위하여 장애인차별금지법이 개정되어야 할 사항을 몇 가지 적어 보았다. 물론 이 5가지 사항 이외에도 장애인권리협약이 효과적으로 이행되기 위하여 장애인차별금지법이 개정되어야 할 부분은 많을 것이다. 한 번에 이룰 수는 없겠지만 조금씩 장애인차별금지법이 개정되고 장애인권리협약을 완전히 이행할 수 있기를 비대해 본다.

김재왕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

작성자김재왕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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