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과 미국의 사회서비스 현금지급제도
본문
사회서비스 현금지급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국가들 중 평등주의 문화가 강한 스웨덴과 네덜란드, 공동체문화가 강하지만 일차적으로 가족의 책임을 중시하고 가족의 역할이 부족할 경우 국가가 보조적으로 지원하는 독일, 프랑스, 오스트리아, 가족 돌봄을 중시하면서 국가가 지원하는 경우에도 가족에 의한 지원을 활성화하고자 하는 이탈리아의 사회서비스 현금지급제도를 살펴보았다. 이번 호에서는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면서 잔여적 복지제도를 발전시키고 있는 영국과 미국의 사회서비스 현금지급제도를 살펴볼 것이다.
영국의 개인예산제도
영국의 성인 지역사회서비스는 거주서비스와 비거주서비스로 구성되며, 비거주시설 서비스는 개인이 시설을 방문하는 형태의 서비스와 서비스 제공인력이 이용자의 집을 방문하는 형태의 서비스가 있다. 영국의 지역사회서비스는 18세~64세의 장애인과 65세 이상 노인을 포괄하며, 조세를 재원으로 운영된다. 서비스 신청은 지방정부의 사회서비스국에 하도록 되어 있으며, 여기서 서비스 자격여부 및 서비스 급여량이 산정된다.
영국은 1993년부터 지역사회서비스 이용자의 서비스 선택을 통한 이용자 참여의 진작을 위해 시장화와 민영화를 추진했다. 그러나 현실세계에서 서비스가 시장화, 민영화된다고 해서 정보와 선택능력에서 취약한 이용자의 선택권이 신장되는 것은 아니었다. 이 점에 대하여 1990년대 중반부터 장애인단체를 비롯한 이용자 단체에서 정부가 표방한 이용자 참여의 진작은 허구에 불과했다는 비판을 쏟아내기 시작했고, 이런 요구에 의해 1996년에 직접지불제도법이 제정, 이 법에 의해서 직접지불제도가 시행되었다.
이어 직접지불제도 이용에 대한 어려움 등 제도와 관련된 비판에 따라 개인예산제도가 도입되었다. InControl이라는 비영리민간단체는 2003년도부터 지방정부와의 협약을 통해 돌봄서비스에 한정된 개별예산제도(individual budgets) 시범사업을 시작했고, 정부는 2005~06년(영국의 정부 회계연도는 매년 4월부터 다음해 3월말까지이기 때문에, 2005~06년이라 하면 2005년 4월부터 2006년 3월까지를 말한다)에 보건부, 노동부 등의 자금을 통합하는 범정부 차원의 개별예산제도 시범사업(individual budgets)을 진행하였으나, 법률개정 없이는 사업이 불가능함을 알게 됐다. 이에 따라 보건부의 돌봄 관련 서비스만 통합하여 개인예산제도(personal budgets)로 명칭을 변경하고, 2007~8년에 잉글랜드의 13개 지방정부에서 시범사업을 진행하였다. 이 때 시범사업의 효과성에 대한 연구는 개별예산제평가네트워크(IBSEN)에서 수행했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2008년부터 영국의 전체 지방정부에 개인예산제도가 도입됐다.
이 제도는 직접지불제도가 확산되지 않고 있는 이유를 제거하고, 동시에 발달장애인과 같이 직접지불제를 이용하기 어려운 사람도 직접지불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데 목적을 뒀다. 개인예산제도는 현금을 지불받는 것에서 더 나아가 서비스의 설계에서부터 집행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이용자의 자기주도성을 높이는 것이다. 이와 함께 개인예산으로 받은 현금을 관리하고 집행하는 데 도움을 받기 위해서 중개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용자는 지방정부 또는 민간 서비스 조직에 고용돼 있거나 자신이 개별적으로 지정한(가족이나 친척도 가능) 지원인에게 서비스 이용 주문을 주면, 지원인이 적절한 서비스를 찾고, 이에 대하여 비용을 지불하는 등의 번거로운 일을 대행한다. 즉 영국의 개인예산제도는 현금에만 방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현금을 통해 자기주도성, 개인의 욕구에 맞추는 서비스의 유연화 등을 추구하는 제도다.
현재 개인예산제도의 현금지출범위는 계속 유연화되고 확장되고 있다. 초기 직접지불제도에서는 현금지급을 택하더라도 서비스 구매는 정부가 지정한 서비스 제공기관 또는 지정된 범위의 서비스에 국한했기 때문에, 현금성이 근본적으로 약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후 개인예산제도에서는 정부가 지정한 서비스와 제공기관에 국한하지 않고 이용자가 원하는 관련 서비스를 광범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가 확대되고 있다. 이용자가 합의된 성과를 만족시킬 수만 있다면 전통적인 사회서비스는 물론이고, 전통적인 서비스 개념에서는 서비스라고 할 수 없는 것들을 포함해 공공, 민간 비영리 및 영리 영역을 망라한 광범위한 서비스에 개인예산을 사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체육관 활동과 같은 사회적 활동, 레저 활동, 또는 주방보조기구 장비 설치 등에도 사용될 수 있다. 하지만 시설서비스에는 사용이 여전히 불가능하다. 개인예산제도에서는 배우자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임금을 받을 수 있으며, 임금 수준은 이용자와 제공자가 자율적으로 결정한다.
현금 사용 이후의 검토는 합의된 성과가 충족되고 있는지 확인하고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서 정기적으로 행해졌다. 리즈시의 경우 서비스 공급이 시작되면 3개월 이내에 서비스가 계획한 대로 제공되고 있는지를 점검하며, 이상이 없을 경우 연간 점검단계로 들어갔다.
2014~15년 지역사회 장기지원서비스 이용자 중 83%가 직접지불, 부분적 직접지불, 관리형 개인예산 제도 등 자기주도지원을 이용하고 있고, 완전 직접지불을 이용하는 이용자는 22%이다.
이처럼 영국은 개인의 욕구를 전문가가 찾아내기 보다는 개인이 주장하는 욕구를 전문가와 합의하는 과정으로 변화시키고 있으며, 이에 따라 욕구를 충족시키는 방법을 기존 사회서비스에만 한정하지 않고 다양한 방법을 사용하고자 하고 있다. 결국 개별적 욕구에 맞춘 서비스 유연화 정책이라고 볼 수 있다.
미국의 사회서비스 현금지급제도
미국에서 장기지원은 만성적인 신체적 또는 정신적 질병이 있거나 일상생활이 제한되는 장애가 있는 모든 연령대의 사람들에게 지원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말하며, 돌봄이라는 용어보다는 서비스와 지원이라는 용어를 선호하여 ‘장기서비스 및 지원(Long-term Services and Supports; LTSS)’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장기서비스 및 지원의 가장 큰 재원은 메디케이드(Medicaid, 우리의 의료급여)이고, 서비스 제공의 책임은 주정부에 있다. 주정부는 연방의 가이드라인 내에서 메디케이드를 적용할 수 있는 장애의 수준과 유형을 결정하고, 어떤 환경에서 재가 돌봄 서비스를 제공할 것인지, 제공할 서비스의 유형과 양이 얼마만큼인지를 결정한다. 또한 주정부는 메디케이드가 보장하지 못하는 범위를 보충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주정부의 일반 조세를 사용한다. 따라서 동일한 프로그램이라도 주정부마다 지원 대상, 지원 범위 등이 다양할 수 있다.
미국의 사회서비스 현금지급제도의 초기 모형이라고 할 수 있는 캐쉬앤카운슬링(Cash and Counseling) 1차 시범사업은 1997년부터 3개 주에서 시행되었다. 이 프로젝트는 연방의 조사 및 시범사업(1115조) waivers(면제)를 획득함에 따라 시범사업으로 발전되었다. 따라서 서비스 비용이 전통적인 개인지원 서비스 수준을 넘지 않는 수준에서 Cash and Counseling을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 이용자들은 기존의 급여양과 동일한 수준의 예산을 받아 자신의 기능적 지원 욕구를 최선으로 충족시킬 수 있는 재화와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게 되었다. 이처럼 현금급여를 선택한 이유는 이용자들이 자신의 욕구를 최대로 충족시키기 위해 다른 일반 구입자들이 누리고 있는 수준의 선택과 통제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었다.
1차 시범사업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결과에 따라, 2009년까지 진행된 2차 시범사업에서는 15개 주로 사업이 확산되었다. 이 기간 중에는 중앙정부 차원의 제도화가 진행되었다. 1차 시범사업은 예외적인 시범사업으로서의 지위를 가졌지만, 2002년 5월 사회보장법 1915(c) 웨이버 개정에 의해 주정부가 자기주도지원을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다가 2007년 적자감소법(Deficit Reduction Act) 시행에 의해 주정부는 사회서비스 현금지급 형태의 자기주도지원 프로그램을 지원할 수 있는 1915(i), 1915(j)와 같은 두 가지 세입을 확보하게 됐다. 1915(i)에 의해 주정부는 연방 가이드라인 내에서 특정 집단의 특정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지역사회기반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게 되었으며, 이 중 일부 또는 전부를 자기주도지원 프로그램으로 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1915(j)에 의해 등록한 사람은 부모나 배우자 같은 믿을 만한 사람을 고용할 수 있게 되었으며, 현금을 사용해 자립을 증진시킬 수 있는 다양한 지원, 재화, 서비스, 기구 등을 구입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예산이나 가능한 구입목록에 없더라도 재량으로 구입할 수 있는 예산의 양을 정할 수도 있게 되었다. 이 때 서비스 계획 및 예산은 참여자주도 계획과정에 의해 개발돼야 한다. 2010년 제정된 우호돌봄법(Affordable Care Act)에 의해 1915(k)가 승인되었고, 이에 따라 주정부는 자체적인 계획에 의해 지역사회기반 지원서비스를 자기주도지원 모형으로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
현재 미국의 자기주도지원 프로그램의 운영방식을 보면, 이용자와 사례관리자가 협의하여 현금에 대한 예산안이라고 할 수 있는 현금지출계획을 작성하고, 이 계획대로 지출하여야 한다. 현금급여 중 90% 이상은 임금, 영수증, 또는 이동비용기록지 등을 반드시 첨부하여야 하고, 10% 미만 또는 월간 37.50 달러 미만만 영수증 없이 재량에 의해 사용할 수 있다. 영수증을 사례관리자에게 제출하지 못하면 재량적인 현금급여는 받을 수 없게 된다. 또한 활동보조인과의 임금은 최저임금만 넘기면 자유로운 계약에 따라 결정할 수 있다.
활동지원서비스를 제공할 사람을 고용하거나, 식사준비 도구, 의사소통 도구, 안전 도구, 휠체어 경사로 등을 포함한 집 개조, 활동보조인 이동 비용 등에 현금급여를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활동지원서비스는 사회적 활동에 대한 폭넓은 지원이라기보다는 개인의 신체적 활동지원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현재 현금급여를 사용하여 시설서비스는 구매할 수 없다. 메디케이드센터가 배우자의 고용을 허락할 수 있는 웨이버(waiver)를 공시했기 때문에, 주정부가 요구하는 경우 대부분 배우자의 고용이 가능하게 되었다. 하지만 주정부마다 배우자 등 비공식적 제공자에 대한 선택가능성이 차이가 있다. 실례로 아칸서스 주 Independent Choices 프로그램의 경우 배우자는 서비스 제공자가 될 수 없다.
또한 이용자가 현금이나 예산을 관리하기 위해 관리와 관련된 지원이 필요한데, 현재 미국의 사회서비스 현금지급제도는 재정관리지원, 의사소통지원, 의사결정지원 등 광범위한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다. 재정관리지원을 보면, 주정부로부터 외부기관이 재정지원을 받아 이용자들에게 무료로 재정관리 지원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아칸서스주의 Independent Choices 프로그램은 재정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Palco라는 기관이 아칸서스의 동부지역 15개 군에서 이용자들에게 무료로 재정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나머지 군에서는 군의 담당 직원이 상담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미국은 2007년 이후 사회서비스현금지급 모형을 사용하는 자기 주도 지원이 공식화되었으며, 이에 따라 참여자 주도 모형이 활성화되었다. 현재 미국의 모든 주에서 적어도 1개 이상의 참여자 주도 서비스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고, 참여자 주도 프로그램은 266개에 이르고 있으며, 이에 등록한 사람은 81만5천명 정도이다. 영국과 비교해보면 미국의 사회서비스 현금지급제도 발전이 다소 늦어 보이지만, 꾸준히 발전시켜나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Copyright by 함께걸음(http://news.cowalk.or.kr)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