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차법, 변화하는 욕구에 맞는 개정 필요하다 > 기획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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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차법, 변화하는 욕구에 맞는 개정 필요하다

시대 흐름에 발 맞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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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박김영희 대표는 얼마 전 제주도에서 장애인차별금지법(이하 장차법)의 부실함을 새삼 체감했다. 제주공항에 도착해 장애인콜택시를 탑승하려 했지만 제주도 장애인콜택시는 사전예약제로, 이용이 불가했고 장애인이 숙식 가능한 곳에 대한 정보도 얻을 수 없었다.

박김영희 대표는 장애인의 관광권리에 대해 찾아봤지만 법률적으로 명시된 것이 없음을 확인했다. 그는 장애인들의 관광, 여가활동 욕구가 증가하는 것에 부응하지 못하는 장차법에 큰 아쉬움을 느꼈다. 박김영희 대표는 장애인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는 장차법을 만들기 위한 실효성 강화와 개정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10월 7일 실시된 ‘장애인차별금지법 실효성 강화와 개정 방향 모색’ 토론회에서는 박김영희 대표와 같은 고민을 가진 이들이 모여 문제를 지적하고 대안을 토론했다.

희망을 만드는 법 김재왕 변호사는 발제를 통해 7개 분야의 개정 방향을 제시했다. 김재왕 변호사는 먼저 장차법상 장애의 개념에서부터 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장차법에서 ‘장애’란 ‘신체적・정신적 손상 또는 기능상실이 장기간에 걸쳐 개인의 일상 또는 사회생활에 상당한 제약을 초래하는 상태’로 규정하고 있다. 김재왕 변호사는 이처럼 장애를 의료적으로 정의할 것이 아니라 장애인권리협약을 참고해 인권적, 사회적 모델로 변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발달장애인의 경우 편의제공 내용이 절대적으로 부족함을 꼬집으며 개정시 발달장애인을 위한 정보제공 등 편의제공 내용을 포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장차법 제정 이후 지난 7년간 급격하게 변화한 정보통신 환경을 따라가지 못하는 정보접근권과 상영업자와 배부업자에게만 의무를 부여해 현실적으로 한계를 가지는 문화향유권, 편의제공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지 않아 잦은 문제를 일으키는 행정기관 장애인 차별 등 각 분야별로 취약한 부분에 아쉬움을 표했다.

김재왕 변호사는 “장애인차별금지법에 좋은 내용이 포함돼 있어도 실효성이 없으면 시행령에서 반영되지 못해 오히려 역행하는 부분이 많다. 시행령에서 실효성을 가질 수 있도록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복지부가 시행령 개정을 해야 할 것”이라며 “장차법의 많은 부분이 타 법의 내용을 적용하도록 하는 문제도 복지부가 충분한 의견을 내고 타 부서와 협의하거나 모두 복지부 주관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토론자로 참석한 이문희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사무차장은 WHO 세계장애인보고서 상 세계인구의 약 15%가 장애인인 것에 비해 한국의 장애인 추정수는 5%에 불과한 것을 봤을 때 아직까지도 장애인 등록이 되지 않은 장애인들이 많은 점을 지적했다. 또한 타 국에 비해 엄격한 장애등급적용과 적정하지 않은 장애 정의도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문희 사무차장은 개인적, 사회적 요소를 고려해 장차법 상 적용할 장애인 정의를 구체적으로 제안했다. 이어 장애인들이 법원보다 더 믿고 찾는 인권위의 구제 조치 부족 등을 지적했다.

양영희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은 각 분야별로 장차법이 좀 더 세분화되고 구체적인 내용을 담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안했다. 양영희 회장은 “어느 나라에서 우연히 장애인 차별 관련 지침서를 봤는데 600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책이었다. 그 지침서가 장애인 차별 전반에 대한 지침인 줄 알고 물어봤더니 한 분야에서의 장애인 차별 방지 지침서라고 답변을 받았다. 그때 한국 장차법이 너무 뭉뚱그러져 있다는 걸 느꼈다. 적어도 차별에 대해 제대로 얘길 하려면 분야별로 상세하게 나눠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완식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정책실장은 장차법이 시대적 흐름에 맞춰 개정되지 못한 이유에 대해 “주무 부처와 효력 담보 기관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인권위 진정 시 사건 결론에까지 걸리는 기간이 1년에서 2년으로 매우 긴 점을 꼬집으며 “그 시간동안 자료가 없어지거나 인지가 떨어져 흐지부지 되는 경우가 생긴다”며 “최소한 어느 정도 시점 내에 조사 될 수 있도록 절차를 간소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강완식 실장은 정보통신 및 방송접근 분야의 사례를 들어 현행 장차법이 가지고 있는 한계를 드러냈다. 강완식 실장은 “개정안에 시대적 상황을 충분히 반영해야 하며 세세하게 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포괄적으로 구성해서 어떤 상황에서도 적용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개정 방향을 제안했다.

김철환 한국농아인협회 부장은 앞선 토론자들과 마찬가지로 장애 개념과 교육, 정보접근 등 분야별 지적사항과 방향 제안을 내놓았다. 평생교육과 학원 등 사각지대를 가지는 교육 분야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와 사업자의 분리가 시급한 정보접근 의사소통 분야, 명확한 문구와 규정 대상에 대한 구분이 필요한 문화 분야 등을 지적했다.

김치훈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정책연구실장은 장차법 개정 필요성에 대한 논거 정리가 우선되어야 한다며 이를 위한 기존 데이터 분석 등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또한 장애인차별 실태조사에 대한 규정이 마련돼야 하며 타 영역에 비해 권리구제가 현저하게 낮은 고용분야에 대한 구체적인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장차법 이후에 여성, 성소수자 차별 등을 아우르는 평등법을 제정하는 외국의 사례를 참고해 보편적인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토론회에 참석한 인권위 이석준 과장과 복지부 김웅년 사무관은 발제와 토론에서 지적된 사항에 대해 인권위와 복지부 모두 인지하고 있으나 많은 고민과 노력이 필요함을 토로했다. 인권위 이석준 과장은 “업무를 하면서 장차법상 한계를 체감하고 있으며 인권위원회법 상 조사권 한계나 권고기간이 갖는 문제점에 대해 여러 이야기가 있었다”며 “ICC(국제형사재판소)에서 인권위원회법 개정 권고가 있었던 만큼 개정안을 매련해 좀 더 진보적인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복지부 김웅년 사무관은 “구체적인 규정과 포괄적인 규정 중 어느 방향이 맞는 지 고민하고 있다”며 모바일 접근권과 발달장애인 등 각 분야별 욕구에 맞는 장차법 구성을 위해 조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작성자조은지 기자  simhye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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