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장애인권리협약 한국 심의 최종견해와 장애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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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9월 17일과 18일에 개최된 장애인권리위원회에서는 대한민국의 최초보고서를 심의하고, 최종견해를 채택했다. 그 중 제 6조 장애여성 조항과 다른 부분에서 장애여성을 언급한 견해를 모아보는 한편, 현재 우리나라의 실태를 살펴봤다.
장애여성 (제6조)
13. 위원회는 장애인에 관한 입법과 정책이 성인지적 관점을 결여한 것을 우려한다. 위원회는 또한 시설 안팎에서 벌어지는 장애여성에 대한 성폭력뿐만 아니라 장애여성에 대한 가정폭력을 막기 위한 충분한 대책이 부족한 것에 대해서도 우려한다. 나아가 장애여성과 장애소녀들이 평생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데서 겪는 어려움과 임신과 양육기에 장애여성을 돕는 충분한 지원이 부족한 것도 우려의 지점이다.
14. 위원회는 당사국이 장애 입법과 정책에 성인지적 관점을 포함시킬 것과 장애여성에 대한 특화된 정책을 개발할 것을 권고한다. 위원회는 또한 당사국이 시설 안팎에서 벌어지는 장애여성에 대한 폭력을 해결하기 위해 효과적인 조치를 취할 것을, 특히 성폭력과 가정폭력을 예방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계획할 때 장애인지적 관점을 도입할 것을 권고한다. 위원회는 나아가 장애여성이 그들의 선택과 욕구에 맞는 적절한 평생교육을 그들이 정규교육을 이수했는지 아니면 완전히 소외되었는지에 상관없이 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을 권한다. 위원회는 또 당사국이 장애여성이 임신 및 양육 기간에 받을 수 있는 지원을 늘릴 것을 권한다.
개인의 존엄성 보호(제17조)
33. 위원회는 법으로 금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장애여성이 강제 낙태를 하도록 하는 것을 우려한다. 또한 이 문제에 대해 당사국이 조사에 착수했다는 정보가 없다는 점을 우려한다.
34. 위원회는 당사국이 강제 낙태를 근절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 이 조치는 장애여성의 권리를 장애여성의 가족과 공동체가 인식하도록 하는 것과 강제 낙태로부터 보호하는 메커니즘이 효과적이고 접근 가능하다는 것을 보장함을 포함한다. 또한 위원회는 당사국이 강제 낙태에 대한 최근 사례를 조사할 것을 권고한다.
근로 및 고용(제27조)
51. 위원회는 장애인에 대한 의무고용 할당제가 있음에도 장애인 실업률이 일반 인구에 비해 높으며, 특히 장애여성의 실업률이 높은 것을 우려한다.
52. 위원회는 당사국이 고용 격차를 줄이기 위한 조치를 취할 것과 특히 장애여성에 관심을 가질 것을 권고한다. 특히 위원회는 당사국이 이 분야에 대한 성과나 결과에 대한 통계를 출판하는 것과 동시에 장애인 의무고용 할당제를 효과적으로 시행할 것을 권고한다.
최종견해 발표 10개월, 역행하는 여성장애인 인권
여성장애인은 가부장적인 문화와 사회체계로 인해 여성과 장애, 빈곤이라는 다중의 차별에 놓여있다. 비장애여성이나 남성장애인에 비해 교육수준, 취업률, 소득수준이 현저히 낮은 것이 현실이다.
장애인권리협약 비준국이 되고 최초의 국가보고서에 대한 최종견해가 전달되었을 때 여성장애인들은 나름 환호했었다. CRPD위원회에서 우려한 최종견해에 따라 정부와 부처에서 장애 인지적이며 성 인지적 관점의 정책이 수립될 것이라는 기대를 하였기 때문이다.
현재 여성장애계는 CRPD위원회의 최종견해는 말 그대로 견해에 불과함을 알게 되었다. 하긴 국내 존재하는 장애관련 법률들도 하등 다를 바가 없다. 법이란 강제력이 있어야 하고 지키지 않았을 때 그에 따른 제재가 따라야 하는데 장애인복지법이든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에 관한 법률이든 늘 권고 수준에 머물러만 있다.
CRPD위원회에서는 국내 입법과 정책에 성인지적관점이 부족함을 지적하였다. 또한 여성장애인을 위한 특화된 정책의 부족과 평생교육의 문제를 거론하였다. 여성장애인 성폭력 피해자 지원의 부족과 여성장애인의 실업률이 높음에도 염려를 표했다.
하지만 최종견해가 발표된지 10개월이 지나도록 정부는 CRPD위원회의 최종견해에 따른 정책 수립은 고사하고 오히려 최종견해를 역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장애를 가진 여성이라는 이유로 학교를 보내지 않아 72%의 여성장애인이 중졸 이하의 학력을 가지고 있으며, 교육에서의 차별받은 여성장애인들은 학력과 스팩이 중시되는 우리나라의 노동시장에서 배제됨은 물론 정보접근권, 문화권 등 사회참여에 많은 차별로 이어지게 되어 생애주기별 빈곤의 악순환을 반복하게 된다. 이런 문제점을 다소나마 해결하고자 보건복지부와 여성가족부에서는 여성장애인 대상의 특화 정책을 시행하고 있었다.
보건복지부에서는 저학력 여성장애인의 기초학습능력 증진을 목적으로 ‘여성장애인 교육사업’을 전국 31개소를 지정하여 한 개소 당, 지자체의 대응투자액을 포함해 년 2,250만 원을 운영비 없이 사업비로 지원해 왔다. 인건비가 지원되지 않는 사업이라 수행기관 특히 여성장애인 당사자 수행기관에서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나마 교육지원사업의 혜택으로 많은 여성장애인들은 검정고시를 통해 학력을 취득하고 일반학교에 진학도 하며 배우지 못한 한을 풀었다.
여성가족부에서는 사회전반에 걸쳐 참여를 제한받는 여성장애인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성장애인사회참여확대사업’을 진행하여 전국 22개소의 어울림센터를 지정 운영했다. 어울림센터는 세 사람의 인건비와 사업비가 지원되었지만 해마다 사업비가 줄다 보니 각 어울림센터마다 펀드를 따로 받아 사업을 진행하였다. 어울림센터의 주된 사업은 생애주기별 여성장애인의 고충상담 및 해결, 가정·사회·문화생활에 필요한 역량강화, 직업훈련, 취업알선, 지역사회기관 연계 등이다.
2013년 말, 보건복지부에서는 2014년 예산안에서 유사 중복을 이유로 여성장애인 교육사업비와 출산지원금 전액 삭감을 감행했다. 여성장애인 단체들의 항의와 국회 본회의에서 유사중복이 아님을 지적하여 예산이 원상복구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4년이 되자마자 보건복지부는 또 다시 여성장애인교육지원사업과 여성장애인사회참여확보 사업이 유사중복이라며 사회보장심의위원회에 두 사업의 통합 문제를 거론하였고 결국 2015년 5월 국무조정실에서는 부처를 보건복지부로 통합하되 여성가족부 사업 내용을 담보하고 기존 이용자가 삭감되지 않도록 하라는 조정결과가 나왔다.
이를 토대로 보건복지부에서는 2016년 여성장애인 관련 사업비 26억을 상정하였으나, 기획재정부의 3차에 걸친 심의 끝에 결정된 정부 예산안은 14억3천 7백만 원에 불과하다. 현재 정부 예산안대로 2016년도 예산이 확정되었을 시에는 기존 사업을 이용하던 여성장애인이 그 참여가 차단됨은 물론이고 22개소의 어울림센터 종사자 총 66명도 일자리를 잃게 된다. 더구나 3분의 2에 가까운 여성장애인 종사자들의 갈 곳은 어디인지 답답할 뿐이다.
유엔장애인권리협약 비준국으로서 더더구나 최초국가보고서에 대한 최종견해에서 성인지적관점의 정책 수립과 여성장애인을 위한 특화정책 및 평생교육, 성폭력 피해자 지원에 대한 염려들이 명시되었지만, 이 모든 것들이 CRPD위원들의 수고로만 끝나는 것은 아닌지 싶은 생각이 든다.
여성장애인들의 높은 실업률의 해결을 위해 정부가 내놓은 대안은 현재 월 50만 원인 중증여성장애인의 고용장려금을 2016년부터 60만 원으로 인상한다는 것이 전부이다. 장애 1급과 2급 중 상지장애가 있는 경우를 중증으로 분류하는데 이 범주 안에 들어가는 여성장애인 근로자 수가 얼마나 되며 중증 여성장애인 대상 고용장려금 10만 원 인상이 여성장애인 실업률 감소에 과연 얼마나 기여하게 될지, 여성장애인 당사자로서는 부정적인 시각이 짙다.
▲ 여성장애인정책 지원예산 삭감에 대응하는 기자회견이 지난 8월 10일이 진행됐다. |
갈 곳 없는 가정폭력 피해 여성 장애인
한편 여성장애인 성폭력·가정폭력 피해자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이를 지원하기 위한 여성장애인성폭력상담소가 전국 23개소 있고 통합상담소(성폭력·가정폭력) 1개소가 있으며 가정폭력 피해자를 지원하는 상담소는 달랑 1개소가 있다. 피해자들을 가해자로부터 분리해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피해자 지원 쉼터는 여성장애인성폭력쉼터 11개소, 가정폭력쉼터는 3개소에 불과하다. 이러다 보니 쉼터에 긴급 입소가 필요한 폭력 피해자들은 자신이 머물고 싶은 지역의 쉼터가 아닌 빈자리가 있는 쉼터를 찾아야 하며, 오랜 기간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가정폭력의 피해 여성장애인은 제대로 된 지원을 받을 수 없어 숙명처럼 폭력을 감당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CRPD의 이행실태는, 제 6조 장애여성 조항을 비롯하여 여타 장애여성이 거론된 조항들 모두, 최종견해를 받은 후나 전이나 달라진 것이 전혀 없다. 오히려 새는 예산을 잡기위해 유사중복 사업을 없애라는 청와대의 지시에 맞춰 각 부처에서 제시하는 2016년도의 정책들은 CRPD의 권고사항들을 거침없이 역행하며 퇴보하고 있는 수준이다.
9월 22일, 이룸센터에서는 정진엽 복지부장관과 34개 장애인단체 대표들과의 간담회가 있었다. 보건복지부에서 사단법인 혹은 재단법인의 인·허가를 받은 단체의 장들이 모두 모였는데, 여성장애인은 한국여성장애인연합 상임대표 한 사람뿐이었다. 필자는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그 상황을 지적하며 그것이 바로 여성장애인들이 처한 현실임을 알렸다.
장애인단체 내에서 조차 여성장애인 당사자 단체가 아니면 대표조차 할 수 없는 그 현실……. 바로 CRPD의 최종견해와 여성장애인에 대한 대한민국의 이행실태이다. 내일은 좀 더 나아질 거라는 비젼을 도무지 찾을 수 없는 현실이 슬프고도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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