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내 시리아 내전난민 장애인 상황
본문
올해 7월 발표된 통계에 의하면 시리아 난민 인구는 401만 3천명으로 밝혀졌다. 난민들은 레바논, 터키 등에서 간신히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의 밀알복지재단에서는 상대적으로 많은 난민들이 상주하고 있는 레바논에서 난민 지원을 실시하고 있다. 특히 난민 중에서도 약자인 장애인, 아동, 여성에 대한 지원이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판단한 밀알복지재단은 레바논에서 그들을 지원하기 위해 2014년 8월부터 지금까지 기약 없는 지원 프로그램을 가동 중이다. 레바논에서 상주하고 있는 레바논 지부 김영화 간사로부터 현장 상황을 받아보았다.
▲ 난민촌 전경 |
알리
알리는 시리아 홈스에서 온 11살 남자아이다. 동생 함무데와 하닌 그리고 엄마 아빠, 다섯 식구가 방 한 칸에 살고 있다. 집이라기보다 집 사이 골목에 벽돌을 쌓고 양철지붕을 얹어 겨우 비바람만 피할 정도의 공간이라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알리의 부모님은 월 200불의 월세를 감당하기 위해 청소 등의 일용직 노무 일을 하고 있다. 말도 안 되는 월세가격에 화도 나지만 그래도 한 가족 누울 수 있는 공간이 있는 것으로 감사해 하고 있다. 베이루트의 사는 움무 알리(알리 엄마)의 여동생 들은 방 한 칸에 두, 세 가족이 같이 지내고 있으니 그에 비하면 호사스러운 생활이라 할 것이다. 시리아에서는 택시 일을 하며 중산층으로 남부럽지 않게 살았는데 이 곳에서 청소와 일용직 노무 일을 하는 것이 처음에는 부끄럽고 힘들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난민들이 일을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일할 수 있는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
알리는 다른 아이들과 다름 없는 비장애 아이였다. 2013년 겨울 어느 날 부모님과 동생들은 시장에 가고 집에 혼자 남아 놀고 있었다. 갑자기 비행기 소리와 폭격이 시작됐다. 너무 무서워 화장실에 숨어 부모님을 기다렸다. 폭격은 3일이나 지속되었고 부모님은 3일 뒤에야 겨우 집에 돌아와 화장실에 쓰러져 떨고 있는 알리를 발견하였다. 그러나 곧 알리가 평상시와 달리 말도 어눌해지고 팔과 다리의 마비증상을 보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여러 병원을 전전했지만 정확한 원인을 알지 못했다. 외상은 없었다. 충격에 의한 정신적인 문제이거나 고열에 의한 신경손상으로 보인다는 추측만 들을 뿐이었다. 결국 부모는 알리의 치료를 위해 그 날로 시리아의 집을 버리고 레바논으로 옮겨왔다. 그러나 레바논에서의 상황은 더욱 어려웠다. UN과 국제NGO들의 도움을 바라고 왔으나 긴급구호 분야에서 장애인 치료 지원은 사치와 같이 여겨질 뿐이었다. 장애인 치료를 지원하는 NGO도 없었고 비싼 병원비 때문에 의사조차 만나지 못하고 원인도 모른 채 그냥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마람
마람은 9살의 눈이 예쁜 여자 아이다. 레바논 난민 텐트촌에서 부모님과 4명의 형제자매와 살고 있다. 나무로 틀을 만들고 천막으로 겉을 덮어 만든 천막 집이다.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매우 춥다. 대부분의 난민들이 이런 천막 집에서 생존하고 있다.
마람은 다리 신경이 손상되고 뼈가 뒤틀려 잘 걷지 못한다. 13살인 오빠 무함마드는 왼쪽 팔이 없다. 2년 전 시리아 집 앞에서 놀고 있을 때 갑작스런 비행기의 폭격으로 마람은 다리를 다치고 오빠는 팔을 잃었다. 폭격 이후 무작정 레바논으로 도망 왔지만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치료는 엄두도 못 내고 있다. 의사는 빨리 수술하면 다시 걸을 수 있을 거라 했지만 수술은 마다하고 비싼 의료비 때문에 병원에 갈 엄두조차 못 내고 있다. 여러 NGO들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누구도 답을 주지 않고 있다. 부모님들은 예쁜 딸이 영영 걷지 못하게 될까 눈물로 하루하루 지내고 있을 뿐이다.
난민 상황
2013년 시작된 시리아 사태는 민주화 운동을 넘어 이슬람 시아파와 수니파 종파 간의 내전의 양상으로 변질돼 버렸다. 두 종파간의 갈등은 이슬람 발생과 함께 시작돼 1600년을 이어 온 헤게모니 싸움으로 현재 복잡한 세계 정세와 맞물려 그 끝이 보이지 않고 있다.
UNHCR 자료에 따르면 현재 터키에 150만, 레바논에 120만, 요르단에 80만 등 약 350만의 난민들이 주변국에 흩어져 있다. 그러나 UN에 등록하지 않은 난민의 수를 포함하면 그 수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현재 주변국들은 난민 인구수의 폭발적인 증가로 사회적 혼란을 겪으며 난민을 더 이상 받아들이지 않는 등 유입억제정책을 펴고 있으나 IS(이슬람 국가)의 등장으로 시리아를 탈출하는 난민들의 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는 상태다.
레바논의 경우 전체 약 550만 인구 중 120만에서 150만의 시리아 난민이 유입되어 전체인구의 1/3에 이르고 있으며, 이로 인해 물가급증, 저임금 노동자들의 실직 문제 등 사회 문제와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2014년 말 공식적으로 난민을 받지 않겠다고 발표하였고 현재 난민들의 비자를 갱신해 주지 않아 대부분의 난민이 불법 체류자로 전락한 상황이다. 또한 사태 장기화에 따른 UN과 국제 NGO의 예산부족으로 난민들의 지원은 줄고 있다. UNHCR(국제난민지원기구)은 2014년 1인당 난민 지원금을 30불에서 19불로 줄인데 이어 올해부터는 그나마도 자체선별을 통해 지원자체를 끊고 있는 상황이다. 많은 국제 NGO들도 사업을 축소하거나 철수하고 있어 난민들의 생존은 사태 초기보다 더 어려워지고 있다.
난민 중 장애인 상황
아랍 지역은 높은 장애인구율을 보이고 있다. 아랍 이슬람 문화의 특성상 근친결혼을 장려하기 때문이다. 사촌간의 근친결혼과 다산으로 한 집 건너 한 집 또는 한 가족 안에도 여러 명의 장애인이 있는 것을 쉽게 본다. 그러나 장애를 알라의 저주라 생각하는 아랍 이슬람 문화의 특성상 장애를 숨기고 부끄러워하기도 한다. 이에 정확한 장애 통계자료조차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이 현실이며 타 분야에 비해 장애인복지에 대한 시스템과 지원은 매우 열악한 상황이다. 복지라는 단어 자체도 정확한 아랍어로 번역이 안되며 복지라는 개념 자체를 이해 못하는 경우도 많다.
사업초기 정부관련부처와 장애관련 단체들에 장애인 관련 통계 자료를 요청했지만 어느 곳에서도 관련 정보를 얻지 못했다. 다만 DAYS OF HOPE라는 레바논 장애관련 단체가 80년대 초 KARITAS(가톨릭 NGO)와 함께 레바논 베카 주 일부 지역에서 가구조사를 실시해 전체인구 중 약 10%가 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통계를 얻었다고 알려줘 대략 추측할 수 있는 정도다. 우리나라의 장애인구 비율이 5%인 것에 비하면 2배 정도 높다고 짐작할 수 있다.
장애인에 대한 국가 지원도 병원비 일부 지원 외에는 전무한 상황이며 거의 모든 장애관련 단체와 시설은 사립단체로 개인적 관계를 통한 후원자 모집이나 후원행사를 통한 모금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그나마 후원도 매년 줄어 가고 있어 심각한 재정난을 겪고 있다고 한다. 이는 기부문화에 대한 사회적 이해 부족과 후원자에 대한 세금감면 혜택 등 국가차원의 시스템 부재에 기인한다.
이렇게 열악한 장애복지상황 속에서 특별히 시리아 난민 장애인의 상황이 얼마나 취약한지는 말하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레바논에서 활동 중인 수백 개의 난민관련 단체 중 장애인 사업을 전문적으로 진행하는 단체는 HANDICAP INTERNATIONAL과 밀알복지재단 뿐이다.
HANDICAP INTERNATIONAL의 가구조사통계에 따르면 터키, 레바논, 요르단 전체 시리아 난민 중 장애인구비율은 22%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전쟁으로 인한 중도장애 발생 증가로 높은 장애율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들 중도장애인 중 상당수는 조기수술과 치료지원을 통해 회복 가능한 경우지만 치료기회가 없어 악화되거나 영구장애로 고착되는 경우가 많다. 장애인 사업을 진행하는 타 단체의 활동 분야도 상담 및 컨설팅에 국한되며 이후 실제적 치료와 지원은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
밀알의 지원
이에 밀알은 초기부터 난민 중에 난민, 장애인에 대한 사업적 목표를 가지고 접근해 장애인 난민에 대한 실제적인 치료지원과 복지증진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 약 30명의 장애아동에 대한 치료지원, 특히 활동장애 아동에 대한 물리치료를 레바논 현지 장애단체와 협업을 통하여 진행하고 있다. 위에 소개한 알리의 경우 밀알의 통합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심리적 충격으로부터 회복돼 사고 후 줄었던 말이 트이고 정상적인 관계성을 회복해 가고 있다. 또한 지속적인 물리치료 지원으로 보행기구를 짚고 걷는 수준까지 회복되어 조만간 걸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외에도 200명의 난민 가족에 대한 구호품 지원, 장애인 가구조사, 보조기기지원, 장애인 특수교육 및 통합교육을 진행 중이다.
현재 레바논 밀알지부에서는 250명의 일반 난민 아동에 대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사태의 장기화로 대부분의 아이들이 문맹상태이며 학교를 가지 못하고 있어 이들에 대한 교육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15명의 장애아동들을 위한 특수교육도 진행 중이며 장애아동 중 일부는 일반학급에서 통합교육에 참여하고 있다. 앞으로 점차 통합교육 인원을 늘릴 계획이다.
마무리
한국전쟁은 세계에서 가장 참혹했던 전쟁 중 하나로 역사에 기록되고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전세계 역사에서 유일하게 원조받던 나라에서 원조하는 나라로 바뀐 나라가 되었다. 이는 우리의 자부심인 동시에 우리가 갚아야 할 빚이다. 구 소련의 붕괴 이후 미래학자 새뮤엘 헌팅턴이 문명의 충돌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전세계는 문명 간의 갈등과 전쟁의 소식들로 가득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우리 민족부흥의 역사자체가 저들에게 도전이고 격려가 되고 있다. 또한 어려움 가운데 있는 민족들을 돕는 것은 빚을 갚아야 할 우리의 의무인 것이다.
현 시대를 GLOCAL시대라 한다. GLOBAL과 LOCAL이 하나가 되어 유기적으로 얽혀 돌아가기 때문이다. 우리 눈을 들어 세계를 보기 원한다. 한국의 많은 장애단체들도 어려움이 있겠지만 3세계 국가와 비교해 보면 우리는 많은 것을 가지고 있다. 저들의 복지 환경과 비교하면 우리는 충분한 경험과 전문성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이제는 우리의 전문성과 노하우를 필요한 곳에 나누는 것이 필요하다. 내적인 한계와 어려움에 봉착해 있다면 더더욱 세계로 눈을 돌리는 것이 새로운 사업의 돌파구가 될 것이다. 장애분야 사업은 장기적인 관점과 확고한 비전으로 수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점 때문에 일반NGO들이 사업을 수행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무에서 유를 일구어낸 한국의 장애복지의 경험을 이제는 더 큰 고통 가운데 있는 세계의 장애인들에게 나누어야 할 것이다. 또한 장애 당사자들이 현장에 나아가 더 어려운 환경에 있는 장애인들을 돕는다면 그들에게는 크나큰 도전이 될 것이고 새로운 비전과 인생의 보람을 찾는 기회가 될 것이다. 장애 당사자와 장애 관련 단체들이 GLOBAL VISION과 GLOBAL LEADERSHIP을 갖고 일어나길 소망한다. 그리하여 전 세계 모든 장애인들이 행복한 세상을 함께 이루어가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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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ㄴㄹㅇ님의 댓글
ㄴㄹㅇ 작성일
비장애인들이 자행하는 잔인무도한 전쟁이 장애인들에게 스크래치를 남기는 군요.
전쟁을 일으키고, 식량을 수탈하고, 질병을 퍼뜨리는 비장애인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