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 습득’ 넘어 ‘자신감’ 선사한 민주시민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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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수료식을 끝으로 마무리된 ‘장애인 정치참여 실천을 위한 민주시민교육’의 수료자 두 분을 이룸센터에서 만났다. 17일 진행된 민주시민교육평가 참여를 위해 서울의 끝과 끝에서 달려왔다는 함순옥씨와 심보란씨였다. 민주시민교육에 참가하면서 알게 됐다는 두 분은 막역한 친구사이처럼 인터뷰 중간중간 손사래를 치며 함께 웃었다. 두 분은 민주시민교육에 참여한 것을 행운으로 여겼다.
민주시민교육, 낯설게 여기는 이들이 아직 많은데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심보란(이하 심): 처음 ‘민주시민교육’이라는 단어를 접한 건 함께걸음 잡지를 통해서였다. 내가 살
▲ 수료자 심보란씨 |
고 있는 동네에서 멀기도 하고, 교육이라고하면 지루하게 느껴질 법도 한데 이상하게 끌려서 신청했다. 아니나 다를까, 무척 재미있게 교육 과정에 참여했다. 무엇보다 내 의견을 제시할 수 있고 그것이 받아들여진다는 점과 다 아는 내용이 아닌 몰랐던 정보를 습득할 수 있다는 것이 즐거웠다.
함순옥(이하 함): 이전부터 장애인 권익에 관심이 있었는데 인터넷을 통해 민주시민교육을 접했다. 마침 시간적 여유가 있는 시기이기도 했고 내용이 궁금해 한 번 가보자는 마음으로 신청했다. 가볍게 신청했지만 생각보다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다. 일방적인 교육 뿐 아니라 여러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알게 되는 것들도 적지 않았던 것 같다.
‘장애인 정치참여 실천을 위한 민주시민교육’ 과정에서 어떤 것을 느꼈나
심: 교육의 중요성을 절실하게 깨달았다. 하루는 교육이 끝나고 이룸센터를 나가는데, 휠체어가 지나갈 수 있게 설치된 슬라이드 앞에 차가 한 대 주차돼 있었다. 차로 막힌 길에 휠체어장애인 3분이 나갈 수가 없어 대기하고 있었다. 어렵게 차주와 통화를 했는데 죄송하다는 말이 들리질 않았다. 오히려 우리에게 짜증을 냈다. 차를 빼기 위해 내려왔을 때도 전혀 미안한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결국 우리는 차를 몰고 그냥 빠져나가려는 차주에게 끈질기게 항의한 끝에 사과를 받아냈다. 만약 내가 민주시민교육을 받지 않은 상태라면, 법에 대해 제대로 몰랐다면 그렇게 큰 소리를 낼 수 있었을까 생각해본다. 아니었을 것이다. 결국 나는 교육 내용을 숙지함으로서 좀 더 힘을 키운 셈이다. 다르게 생각해보면, 비장애인 차주가 민주시민교육을 받았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기도 하다. 장애인에게도 비장애인에게도 민주시민교육 같은 교육이 필요하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가장 기억이 남는 교육 과정은 무엇인가
심: 사실 대부분의 강의가 좋았지만, 굳이 꼽자면 정보공개청구 요청하는 방법 강의가 가장 인상 깊다. 적절한 시점에서 정보공개 요청만 해도 상대방이 얕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아는만큼 손해보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
▲ 수료자 함순옥씨 |
함: 사회가 장애를 만든다는 강의 내용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강의를 듣기 전에 가족들과 식사를 하려고 식당에 갔는데 가보니 계단이 있었던 적이 있다. 모르고 갔고 계단 앞에서 난감해하고 있는데 식당 사장이 오더니 나를 보고 “당신이 장애를 가졌으니 아무래도 안 되겠다”며 돌아가라고 말했다. 순간 화가 나서 “장애는 내가 아니라 건물”이라고 항의했다. 그때는 홧김에 한 말이었는데 그 이후에 그 말이 머릿속에 남아있었다. 그런데 이번 교육에서 동일한 강의 내용을 듣게 된 것이다. 구체적이고 전문적으로 장애는 사회에 있음을 들을 수 있어서 반갑고 좋았고 이제는 좀 더 당당하게 장애는 사회에 있음을 말할 수 있게 됐다.
이제 수료식이 끝났다. 수료증 외에 얻은 것과 아쉬운 점이 있다면
심: 지식도 지식이지만, 자신감을 얻었다. 투표권, 자기결정권 등 수박겉핥기 식으로 알고 있던 것들을 구체적으로 알게 됨으로서 좀 더 당당한 태도를 가지게 됐다.
함: 동의한다. 부당한 일을 겪었을 때 단순히 분개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논리적으로 문제 제기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얼마전에 실제로 동사무소로부터 진단서를 냈는데도 직접 와서 몸 상태를 보여달라는 요구를 받은 지인을 대신해 일을 해결해 준 바 있다. 배운 내용을 활용한 것도 그렇지만 확실히 내 권리에 대해 확신이 생겨 자신감이 뒤따르는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이런 교육이 작은 동네에서도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이 부분이 아쉽다.
심: 내 경우, 교육장으로 오기 위해 장애인콜택시를 예약해 타고 먼 길을 와야 했다. 이런 불편을 해소하면서 동시에 더 많은 장애인, 비장애인들이 교육에 노출될 수 있도록 교육이 많이 퍼져나가길 바란다. 이번 교육과정만으로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함: 그리고 심화교육도 필요하다. 좀 더 많이 알아서 내 지역 장애인들에게도 전해주고 싶다. 그래서 내가 얻은 자신감을 모두가 가지길 바란다.
함순옥씨는 마지막으로 지적장애 1급인 친언니를 언급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교육 과정에서 자기결정권 강의를 들으며 자신이 언니에게 한 행동들을 반성했다는 그는 “장애인 당사자로서 교육을 들었지만 교육을 통해 내 권리뿐 아니라 내 옆의 사람들, 내가 제대로 보지 않고 있던 장애인들의 권리까지 돌아보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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