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장애인체육회 보조금 비리 의혹 방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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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한 휠체어테니스실업팀이 보조금 미지급 내지 횡령, 파행 운영 등의 비리를 저질렀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국고 보조금으로 급여를 받은 감독이 실제 감독 업무를 수행하지 않았고, 역시 보조금으로 구입한 장비들을 선수들에게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다는 지적 등 여러 가지 의혹이 팀 내부 선수들에 의해 제기되고 있다. 그런데 팀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대한장애인체육회는 제기되고 있는 여러 가지 의혹들에 대해 문제제기 시점으로부터 3개월여가 지나고 있는 지금까지도 ‘현재 조사중’이라는 답변만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제대로 쓰여야 할 국고 보조금의 유용 내지 횡령 의혹을 받고 있는 휠체어테니스 팀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아봤다.
실업팀 지원된 국고보조금에 대한 문제제기
▲ 지난해 8월 진행된 A휠체어테니스 실업팀 창단식 |
문제의 휠체어테니스 팀은 지난해 8월 1일 창단된 A모 실업팀으로, 대한장애인체육회(이하 체육회)의 장애인스포츠실업팀 지원 사업에 선정돼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1년에 7천만 원씩, 2년간 총 1억 4천만 원의 국고 보조금을 받기로 확정된 팀이다. A팀을 만든 회사는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해외 유명 테니스 용품 수입 업체로, 2014년 자부담 4천만 원, 2015년 9천만 원을 부담하기로 하고 팀을 창단했다.
팀이 심의를 통과해서 확정한 보조금 사용 계획에 따르면 우선, 작년 국고 보조금 7천만 중 3천 5백만 원은 감독 인건비 1천2백5십만 원, 선수 3인 인건비 2천2백5십만 원으로 책정됐고, 나머지 3천5백만 원은 시합구와 라켓 등 테니스 용품 구입비 2천4백여만 원, 피복비 5백여만 원, 휠체어 구입비 6백5십여만 원 등 장비 구입비로 책정됐다.
회사가 부담하기로 한 2014년 자부담 4천만 원은 시합구 및 휠체어, 기타 용품 구입비 1천여만 원, 중식비 4백만 원, 선수 포상금 1천5백만 원과 경기 출전비 1천만 원, 코트 임차료 1백만 원을 쓰겠다는 게 심의를 통과한 계획안이다.
대한장애인체육회에 보고된 2014년 결과보고를 보면, 이러한 예산 사용 계획은 모두 정상적으로 집행됐다고 보고됐다. 그런데 제기된 의혹은, 이러한 예산 사용에 관한 내용들이 모두 허위로 보고됐다는 것이다. 문제제기를 하고 있는 한 선수는 “감독은 직함만 가지고 있었을 뿐. 감독의 역할을 전혀 하지 않았다. 선수인 나도 거의 감독을 보지 못했다. 훈련 스케줄을 짜고, 훈련을 진행하는 감독으로서의 역할은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채, 실제 팀으로서의 훈련도 단 한 차례도 이뤄진 적 없는데, 그러면서도 5개월치 감독 인건비 1천2백5십만 원은 고스란히 받아갔다. 명백한 횡령인 셈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선수는 “구체적인 비용을 살펴보면, 국고 보조금은 7천만 원인데, 실제로 인정할 수 있는 비용은 선수 인건비 2천2백5십만 원 지급, 경기용 휠체어 1대 구입, 1박스의 시합구, 선수 1인당 3자루의 라켓, 30개의 그립, 몇 개의 스트링(라켓 줄)과 2켤레씩의 테니스화, 기타 피복 등이 전부였다. 이는 금액으로 따지면 약 1천2백5십만 원으로, 국고보조금 집행 총액은 3천5백여만 원 정도다. 여기다가 회사에서 부담하기로 한 자부담 4천만 원 중 실제 집행된 금액은 3백만 원(4대 보험)과 회식비 등 수십 만 원이 전부였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휠체어테니스 팀이 실업팀을 운영한다는 간판만 걸어둔 채 아무 역할도 수행하지 않은 감독 인건비를 국고 보조금으로 지급하고, 장비 구입, 훈련 실시 등을 허위로 보고해 국고 보조금을 유용 및 횡령했다는 것이 제기된 의혹이었다.
이러한 비리 의혹이 일고 있는 데에 대해 문제의 실업팀을 운영하고 있는 회사 측에 해명을 요청하자 “체육회에 다 보고했으니 답변할 말이 없다. 체육회의 조사 결과가 나오면 알게 될 것이다”라며 취재 요청을 거듭 거부했다. 다만 “물품들은 작년에 전부 구입했고, 증빙 서류를 모두 제출했다. 구입한 물품들은 올해 선수들에게는 지급한 상태”라는 것이 감독의 말이었다.
팀 훈련 한 번 없는 실업팀에 감독 급여는 지급
장애인체육회 전문체육부 박아무개 과장은 이러한 의혹 제기에 대해 ‘서류적으로는 문제가 없다’고 언급하면서, 아직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우선, 횡령 의혹 중 가장 큰 액수를 차지하는 장비 구입에 대해 회사 측이 제출한 증빙 서류에 따르면 계획에 있는 장비들을 모두 구입한 것으로 나와 있고, “공, 라켓 등 경기 용품들은 한 번 구입하면 장기적으로 쓸 수 있기 때문에 구입이 다 돼 있다면 규정을 어긴 것이 아니다”라는 답변이었다.
이어 박 과장은 감독이 역할을 하지 않고도 급여를 받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감독이 실제로 어떤 일을 했는 지는 더 자세히 확인해봐야겠지만 감독이 꼭 모든 훈련에 참석해야 되는 건 아니다. 훈련 일정, 컨디션 관리, 대회 참가 관련한 외부 업무 등 포괄적인 일을 하는 것이 감독 업무고, 훈련 진행에 있어서는 감독의 재량으로 코치에게 일임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회사 측이 집행하기로 한 자부담이 집행되지 않았다는 문제제기에 대해서는 “선수들이 아시안게임, 전국대회 훈련 등 대회 훈련에 소집되다 보면 팀 훈련을 할 시간이 없을 수도 있다. 그러다 보면 자부담을 전부 집행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요약하자면 체육회의 답변은 팀의 운영이 정확히 계획대로 진행되진 않았지만 실업팀의 특성, 대회 일정 등의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하면 의혹이 제기된 사항들을 무작정 문제로 볼 수 없다는 거였다.
이러한 체육회에 답변에 대해 팀 내부 선수는 “직접 눈으로 확인한 것이 아니라, A사 측에서 보고한 문서로만 확인하는 것이 무슨 조사냐. 한번 전화해서 공 몇 박스 받았냐고 물어본 것 뿐이다. 2014년 훈련보고서를 내가 작성했으며, 그 내용 중 팀 훈련에 대한 내용은 허위로 작성했다는 사실을 스스로 밝혔는데 그에 대해 체육회는 왜 사실 조사를 하지 않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선수 역시 “창단 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팀 훈련이 없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결국 체육회의 조사가 형식적인 확인에 그쳤기 때문에, 체육회의 답변을 객관적인 사실로 볼 수 없다는 게 선수들의 입장이었다.
선수들이 지적하는 보다 구체적인 사실은, 선수 2인이 국가대표에 발탁되어 국가대표 훈련에 주력한 시간은 6주였고, 신인 훈련에 참가한 선수의 경우 불과 3주인데. 결국 이외의 시간에 팀이 무얼 했느냐에 대한 설명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 즉, 팀훈련이 단 한번도 없었으니 시합구 등이 지급되지 않은 것이며, 감독 역할이 필요가 없었다는 지적이었다.
회사 자부담 내역에 대해서도 확실하지 않은 부분이 있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회사 입장대로 자부담 계획을 전액 집행할 시간이 없었다거나 또다른 이유로 집행이 곤란했다 치더라도, 소속 선수들이 아시안게임에서 금, 동메달을 획득했고, 전국체전 등등의 대회에서도 우수한 성적을 거두었는데도 자부담 항목으로 책정된 포상금이나 경기출전비가 소액이라도 지급되지 않은 사실은 A사의 팀 운영 방향에 상당한 의구심이 들게 만드는 대목이라는 게 선수들 주장이다.
한 선수는 팀이 국고보조금을 받게 된 심의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었다. “2015년 3월 사업계획에 있는 선수들 중 현재 팀에 남아있는 선수는 단 한 명도 없다. 그런데도 그대로 팀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은 납득하기 어려웠다”는 입장을 밝혔다.
심의에 참여한 관계자 또한 “심의를 통과한 계획이 현저히 바뀌었으면, 정해진 절차에 따라 재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그러한 절차를 무시하는 것은 문제”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체육회 측은 “이렇게 한 쪽 입장만 듣고, 내부적으로 명확하게 정리가 되지 않은 채로 상황을 파악하기엔 무리가 있다. 조사를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문제가 커지게 되면, 다른 실업팀들은 어떻게 운영하고 있나 문제제기가 될 텐데 실업팀을 운영하는 업체들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되지 않겠냐”는 것이 체육회 관계자 답변이었다.
이런 체육회 입장에 대해 문제제기를 한 선수는 “국고보조금지원 사업에 문제가 생기면 체육회는 정확하고 신속하게 문제를 해결해야지, 다른 팀에 해가 된다는 말로 문제를 회피하려는 것은 잘못된 태도다”라고 지적했다.
결국 체육회의 입장은 현재까지의 조사로는 눈에 띄는 문제점을 찾아내기 힘들고, 행정적 지도 차원에서 끝낼 수 있는 사안이라는 것이 잠정적인 결론이었다. 때문에 체육회는 “조사 결과에 따라 조치하겠다”는 형식적인 답변만 내놨다.
현재 A팀은 지난 3월 심의 통과 이후 운영이 잠정적으로 중단된 상태다. 문제제기가 있기 전, 신규입단 선수 1명 사업비를 추가한 총 9천 5백만 원의 금액을 지급받기로 확정된 상태고, 지난해 창단시 고용되었던 3명의 선수는 지난 4월 A사의 일방적 고용계약만료 통보로 팀을 떠났다. 현재까지 올해 보조금은 지급되지 않고 있다. 이에 A사 역시 새로 모집한 선수들과 고용계약도 맺지 않고 급여도 주지 않은 채 팀 운영을 중단하고 있다.
체육회, 문서만 들여다보지 말고 실체를 파악해야
▲ 대한장애인체육회 전문체육부 관계자는 이러한 의혹 제기에 대해 ‘서류적으로는 문제가 없다’고 언급했다. |
결국 관리 감독의 책임이 있는 체육회는 형식적인 조사만 진행하고 있을 뿐 실제로 의혹에 대해 파악하려는 노력을 전혀 하고 있지 않았다. 팀의 감독과 사무 업무를 담당하는 업체 직원들로부터 문서로만 보고를 받으면서 실제로 장비가 지급됐는지, 감독이 역할을 했는지 등 팀에 제기된 의혹들을 제대로 확인하려는 의지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한 예로 체육회 관계자에게 보조금으로 구입한 장비의 구매나 지급 내역에 대해 현장에 가서 확인했냐고 묻자 “어떻게 그걸 현장에 가서 두 눈으로 다 확인할 수가 있냐”고 답변했다. 체육회는 올해 한 차례 선수들을 만나 팀 운영에 대해 확인한 적은 있다고 했지만, 해고 된 선수들이 아닌 올해 새로 채용된 선수들이었다.
결론적으로 최근 보조금 횡령 등이 사회적으로 민감해진 상황에서 제보된 사안에 대해서조차 허술한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은 체육회가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체육회는 ‘팀 운영 확인에 대한 관리 소홀은 어느 정도 인정한다’고 언급했지만, 실제로 훈련장이나 실업팀을 운영하는 회사를 방문할 계획은 없어 보였다.
최종적인 책임이 있는 문광부 장애인체육과 관계자는 “해당 팀은 문광부 쪽에서도 문제가 있다고 파악하고 있다면서 조사 결과에 따라 합당한 조치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반적으로 국고 보조금은 계획을 제출한 년도에 이상 없이 전부 집행돼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유용 및 횡령 의혹을 받게 된다. 체육회가 지원한 국고 보조금에 대해 분명한 실태 파악 의지가 없다는 것은 관리 감독 의무 위반이다. 또한 예산 집행, 팀 및 선수단 운영 등에 명확한 규정이 없다는 점은 장애인실업팀 지원사업의 또 다른 과제였다.
결국 문제가 있다면 실제로 현장을 방문해 해당 사실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보조금 횡령 의혹에 대해 엄격히 조치해야 하는 것이 체육회의 역할이다. 문제를 제기한 한 선수는 “체육회가 팀에 제기된 비리 의혹 문제에 대처하는 것이 소극적이어서 실망이 크다”고 언급했다. 현재 문제제기를 한 선수들은 체육회의 최종 조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체육회로서도 더 이상 사태를 방관할 수 만은 없는 입장에 처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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