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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장애인의 지팡이’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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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나라의 국민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경찰과 마주하게 된다. 소지품을 잃어버리는 등의 사소한 일에서부터 신변의 위협을 느끼는 등의 큰 사건에 이르기까지 경찰의 도움을 구하곤 한다. 그럴 경우, 경찰은 장애 유무를 떠나 평등하게 모든 국민을 돕고 보호하는 역할을 해야 할 책임이 있다. 하지만 사회적 소수자인 장애인에 대한 경찰의 이해가 턱없이 부족한 현실에서 경찰과 마주한 장애인들은 충분한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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턱없이 부족한 경찰의 장애인인권의식

2015년 7월, 정신장애인 A씨는 개인적인 사유로 B지구대를 방문했다. B지구대에서 해결해야 할 일을 끝낸 후, A씨를 집에 있는 가족에게 인도하기 위해 B지구대에서는 A씨의 동네를 관할하는 C지구대에 연락을 취했다. 연락을 받은 C지구대에서 경찰 D씨가 왔고 A씨와 집까지 동행했다. 당시 집에는 A씨의 어머니가 있었다. D씨는 A씨를 귀가시킨 후 어머니에게 “이런 장애인을 또 혼자 다니게 하면 그때는 정신병원에 넣어버리겠다”고 말했고 이에 A씨와 어머니는 큰 충격을 받았다.

이 사례는 경찰의 장애인권의식이 얼마나 낮은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정신장애인은 정신병원에 있어야 한다거나 정신장애인은 혼자 다닐 수 없다는 편견도 엿볼 수 있다. 특별한 사건이나 수사가 없는 상황에서의 이러한 차별 사례 외에도 사건에 연루된 다양한 차별 사례들이 있다.

2015년 6월, 청각장애인 K씨는 저녁식사를 마치고 본인의 자동차를 운전해 귀가하던 중이었다. 주행 중, 한 비장애인 운전자의 운전 실수로 사고가 발생했다. 다행히 신체 부상이 있을 정도로 심각한 사고는 아니었다. K씨는 경찰에 신고를 했고 곧 출동한 경찰이 도착했다. 사고 당사자인 두 사람이 경찰 조사를 받아야 하는 상황, K씨에게는 필수적으로 수화통역사 지원이 필요했다. 하지만 경찰은 늦은 시각이라는 이유로 수화통역사를 부를 수 없다며 K씨의 조사를 다음날로 미루고 비장애인 운전자를 먼저 조사했다. 혼자 경찰 조사를 받은 비장애인 운전자는 조사 과정에서 사고에 대해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진술했다. 다음 날, 조사를 위해 경찰서를 찾은 K씨를 대하는 경찰들의 태도는 부정적이었다. 비장애인 운전자의 진술을 토대로 K씨를 가해자로 전제한 채 조사를 진행한 것이다. 경찰은 K씨의 이야기를 들으며 “거짓말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거나 질문 자체를 가해자에게 하는 내용으로 구성했다.

K씨는 비장애인 운전자의 진술을 듣고 사실과 다른 부분을 지적하고 수정하려 했지만 그 조차도 경찰은 믿지 않았다. 이미 비장애인 운전자의 진술로 조서를 꾸민 상태였기 때문에 조사가 공평하게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이 사건은 결국 수화통역사와 함께 현장검증을 함으로써 진실이 드러났다. 덕분에 K씨는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로서 조사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경찰 대상 장애인권교육 ‘효율성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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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 대상 장애인인권교육은 1년에 한두번 실시된다

앞선 사례들과 비슷한 맥락의 크고 작은 경찰의 장애인 차별 사례는 전국적으로 산재해있다. 그만큼 평균적으로 일선에서 근무하는 경찰들의 장애인권의식이 적정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장애인 차별을 일삼는 모든 이들의 근본적인 문제가 ‘무지’에서 오듯이, 경찰을 대상으로 하는 장애인권교육의 부족이 일선 경찰들의 장애인 차별을 조장하고 있다.

2014년 8월, 경찰교육원은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와 함께 ‘장애인 경찰 조사 가이드라인’이라는 소책자를 발간했다. 책자에는 장애의 의미, 장애인 비하용어와 올바른 표현, 장애유형별 조사 가이드, 장애인 수사에서 인권보장을 위한 경찰업무관련 규정이 담겨 있다. 경찰교육원에서 발간한만큼 적극적으로 교육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확인한 결과 특별히 장애인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진 않았다. 경찰교육원은 “장애인에 대한 과정이 별도로 개설돼 있지는 않다. 장애인을 포함한 사회적 약자 관련 교육과정이 포함돼 있으며 거기서 사용되는 교재는 교수에 따라서 달라 ‘장애인 경찰 조사 가이드라인’을 반드시 활용하게끔 강제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실제 근무를 하는 동안의 교육은 어떨까. 경찰청 확인 결과 장애인 차별인식교육은 매년 1회 실시되는 사회적 인식교육에 포함돼 있었다. 그 외에는 지역에서 두드러지는 장애인 차별 사례가 발생했을 때만 일회성 교육을 실시하며 평상시 교양 등으로 하달되고 있는 정도다. 이렇게 진행되는 교육의 효율성에 대해 광주장애인인권센터 황현철 센터장은 “효율성이 없다”고 일축했다. 실제로 경찰들의 근무 환경이 2교대, 3교대 근무이기 때문에 장애인 관련 교육을 듣는 사람은 소수라는 지적이다. 황현철 센터장은 “장애인 차별 예방을 위한 다양한 교육 과정이 마련되야 각각 다른 근무일정에 맞춰 교육을 들을 수 있는 현 상황에서 일년에 한 두 번 일정을 잡아놓고 교육을 실시 한다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시간을 내서 교육을 듣지 못할 경우 앞서 언급한 ‘장애인 경찰 조사 가이드라인’과 같은 책자로 현장에서의 장애인 대응 방법을 숙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 지구대 근무 경찰들은 책자를 숙지하지 못하고 있다. 한 지구대 근무 경찰은 장애인 대응 매뉴얼에 대해 묻자 “있는 것 같은데, 실제로 본 적은 없다. 장애인을 마주칠 일이 없어서 특별히 숙지하고 있지는 않다”고 답했다. 같은 질문을 던진 그 외 몇몇 지구대 근무 경찰들의 대답도 다를 것이 없었다. “있는 줄 몰랐는데 찾아보니 대응 매뉴얼이 있다”거나 “대응 매뉴얼은 있었던 것 같은데 별도의 교육을 받아본 적은 없다”는 답변들이 이어졌다. 장애인 대응 매뉴얼은 지구대에서 먼지 쌓인 채 보관만 되고 있는 셈이다.

장애인에게 불리한 수사과정 의사소통 문제

청각, 언어장애 1급의 L씨는 얼마 전, 운전면허 정지 기간이 끝나 면허증을 찾기 위해 경찰서를 찾았다가 예상치 못하게 긴급체포를 당했다. 면허정지 관련 건으로 벌금이 부과됐지만 장애로 인해 글을 읽을 수 없어 벌금을 내지 못한 탓에 수배중이었던 것이다. 영문을 모른 채 형사계로 보내진 L씨에게 담당 형사는 글로 이유를 설명하고 조서에 사인을 받았다. L씨는 글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지만 사인을 했다. 이 과정에서 L씨는 수화통역사 명함을 보여주며 수화통역사에게 전화해달라는 의사표현을 했지만 담당 형사는 이를 묵살했다. 결국 L씨는 검찰로 이송됐고 검찰에서도 1차 조서를 토대로 한 간단한 조사 후, L씨를 구치소로 보냈다. 이 과정에서도 앞서 형사에게 했듯 수화통역사 명함을 보여주며 전화해달라는 의사표현을 했지만 검찰은 단 한 번 전화를 해보고 받지 않자 더 이상 통화 시도를 하지 않았다. 이 일련의 과정은 법원 재판과정에서 알려지게 됐다. L씨는 벌금 납부 후 교도소에서 어렵지 않게 나왔지만 L씨를 실종신고하는 등 마음고생이 심했던 가족들은 이후 경찰과 검찰에 사과를 요구했다.

이와 같은 조사 과정에서의 의사소통 문제는 지적 장애인을 조사할 때 더욱 두드러진다. 일반적으로 지적 장애를 가진 장애인들은 언어구사력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안일한 생각으로 접근하면 조사 과정에서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것이 다반사다.

경기도 장애인인권센터 안은자 팀장은 “지적장애인의 경찰 조사 과정에서 가장 큰 문제는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는데서 오는 오해가 조사 결과에 미치는 영향”이라며 “지적장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경찰이 지적장애인이 이해할 수 있는 범주 내의 단어를 조합해 질문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 때문에 경찰이 지적장애인에게 있어 어려운 용어를 쓰면서 질문을 하면 지적장애인은 그 뜻을 한정적으로 이해하고 대답하게 된다. 지적장애인이 질문을 오해해서 자신에게 불리한 대답을 하게 된다고 해도 경찰은 상황을 인지하지 못하니 조사 결과에 그 대답이 영향을 주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진술조력인 확대, 나아가 장애인 전담팀 구축되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35조제2항에 의해 성폭력 사건에서는 ‘진술조력인’이라는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13세 미만 아동이나 장애로 인해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는 경우 진술조력인이 조사과정 또는 증인 신문에 참여해 의사소통을 중개하거나 보조하는 제도다. 이 제도는 ‘성폭력’에 한해서만 적용 가능하다. 하지만 성폭력 외의 모든 사건에서 지적장애인에게 지원돼야 할 제도이기도 하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진술조력인이 중간에서 경찰의 질문을 지적장애인이 이해할 수 있게 고쳐 말해주는 등 조사가 매끄럽게 이뤄지게끔 하는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피해자나 피의자가 장애인인 모든 경우에 해당한다.

경기도장애인인권센터 안은자 팀장은 “지적장애인인 경우, 조사를 받을 때 의사소통 지원이 얼마나 이뤄지느냐와 신뢰관계인이 누구냐에 따라서 사건 진행이 달라진다. 하지만 신뢰관계인으로는 한계가 있다. 신뢰관계인으로 지인이나 가족이 들어가는 경우도 많은데 이 경우, 사건에 과하게 감정이입을 하면 장애인 당사자를 배제하고 본인이 얘기하기도 한다. 이는 사건 오염의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고 그 외에도 진술서 확인 과정 등에서 장애인이 배제되는 등의 문제 상황도 덧붙였다.

본래 신뢰관계인이란 조사를 받는 당사자가 정서적으로 안정을 얻을 수 있게 동석하는 역할이다. 즉, 동석만 하는 것이지 조사에 참여하게하는 제도는 아닌 셈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장애 전문가가 신뢰관계인으로 들어갈 경우 진술조력인의 역할을 하게 된다. 본래의 신뢰관계인 역할이 아니지만 경찰의 입장에서도 조사 진행을 위해 필요하기에 진술조력인 역할을 하게끔 하는 것이다.

전남장애인인권센터 박수인 팀장은 “진술조력인이 성폭력 외에도 장애인이 포함된 모든 형사사건으로 범위가 확대되면 적어도 경찰과 장애인 간의 의사소통은 가능해질 것”이라며 “더 나아가 진술조력인 확대 외에도 경찰에 장애인 전담팀이 꾸려지는 것이 이상적인 미래상이다. 전담팀이 사건에 따라 우리 같은 단체에 진술조력인을 요청하는 등 필요한 전문가를 모아서 수사를 진행한다면 장애인 피해자, 피의자가 모두 사법체계 안에서 권리를 보장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작성자조은지 기자  simhye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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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레이스님의 댓글

레이스 작성일

장애인도 지키지 못하는 주제에 무슨 민중의 지팡이야 병신들 ㅋㅋㅋㅋㅋㅋ 민중의 곰팡이 겠지 ㅉㅉ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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