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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장애인, 이제 ‘치료’아닌 ‘복지’를 이야기하자

주거‧고용 등 복지체계 마련에 중점… 7월중 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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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신장애인 이 씨는 "구직하면서 느끼는 점은 정신장애인은 취업의 기회 자체가 없다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한 지역사회 속에서 살아가기 위한 복지체계가 부족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사람들이 가지는 선입견이 가장 큰 걸림돌

서울에 거주하는 이모(41, 정신장애 3급)씨는 최근 고민이 많다. 일자리를 구하는 데 계속해서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이 씨에게 정신장애 증세가 나타난 것은 지난 20여년 전. 경북 모 시의 시내에서 칼을 들고 난동을 부리다 연행되어 시립병원에 입원, 정신분열증 진단을 받게 됐다.

이 씨가 정신장애 등급 판정을 받은 것은 서른 살이 지났을 무렵. 장애 등급을 받는 게 싫어서 받지 않다가 어머니의 권유로 판정을 받게 됐다. 정신병원에 처음 입원한 것도 그 무렵이었다. 그 전까지 그는 꽤 오랜 기간 동안 약물에 의존하며 정신장애가 있는 것을 숨겼다. 자동차 정비 자격증이 있어 20대의 대부분은 자동차정비업체에 다녔고, 그 후 3년 가까이 택배, 문서 파쇄 일 등 여러 직종을 전전했다.

“사람들이 가지는 선입견 때문에 정신장애인임을 밝히지 못했어요. 보통 위험하다고들 생각하니까요… 약타러 다니기도 힘들었죠. 정신과 약 부작용 때문에 말이 어눌해지기도 하고, 흥분하면 실수할까봐 말을 자제하기도 했어요. 강박증 약 같은 걸 먹는데 가슴이 두근두근했죠”

등급 판정을 받은 이후에는 한 장애인표준사업장에서 일하게 됐지만, 그마저도 회사가 이전해 그만두게 됐다. 하지만 이 씨는 당시에 대해서는 만족했다. 매주 사례관리를 하러 와 주던 사회복지사가 있었는데, 어렵거나 불편한 점을 들어주고 과정, 부장 등 관리직에 전해 주는 등 최선을 다했다는 것.

하지만 대부분의 정신건강증진센터 담당자들은 그렇지 않았다고 한다. 해당 회사를 다닐 때 만났던 사회복지사처럼 얘기를 잘 들어주고, 최선을 다해 사례관리를 하는 복지사는 만나기 어려웠기 때문. 결국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복지관이나 장애인고용공단, 기타 직업재활 센터 등을 이용해 봤지만 현재까지도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 지난 6월 시설관리 9급 장애인공무원 시험을 보고 결과를 기다리는 상태지만, 뒷일은 알 수 없다.

결국 다음과 같은 이 씨의 말은, 현재 정신장애인 복지체계의 부재를 정면으로 지적하고 있다. “구직하면서 느끼는 것은 정신장애인을 받아주는 곳이 없어요. 기회 자체가 없다는 것이 큰 문제인 것 같아요. 또 취업이 되면 끝인가요. 필요한 경우 사례관리자의 도움을 받아야 해요. 저 같은 경우는 주거지가 있으니 사정이 나은 편이죠. 다른 정신장애인들은 어떤가요. 결국 기초생활수급자여도 기본적으로 잘 살 수 있는 사회가 돼야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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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인 새정치민주연합 김춘진 의원과 정신보건법바로잡기공동대책위원회,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등 장애인 단체들이 21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정신장애인 복지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 제정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정신장애인 ‘복지’에 중점 뒀다

정신장애인들이 거대한 의료 권력과 사회의 차별, 이를 방조하는 국가권력에 둘러싸여 오랫동안 자기결정권을 침해당하고, 강제입원과 같은 위헌적인 제도에 지속적인 인권침해를 당해왔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또한 이 씨 사례처럼, 이들이 지역사회에서 살 수 있는 사회적 기반이 없다는 사실은 인권침해가 계속되는 또 다른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는 정신장애인이 위험하거나, 사회 통합에 저해 요소라는 편견과 낙인 때문. 대국민 정신질환 태도조사(2013)에 따르면 정신장애를 가진 사람에 대해 약 70%가 ‘위험하다’고 대답해, 정신장애인에게 거주공간을 제공하거나 지역사회에서 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데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밝혀졌다.

장애인정책모니터링센터의 자치법규 및 법률상 정신장애인 차별 조문 문항 분석 결과, 전국 지자체 자치법규 98,663건 및 법률 4,268건 중 차별 조항수가 2,183건으로 나타났고, 그 중 60%에 해당하는 1,329건이 정신장애인 차별조항으로 분석됐다. 이는 고용 분야에서 468건으로 가장 높게 나타나 정신장애인은 언제라도 고용 불이익을 당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최근 관계자 사이에서는, 기존 정신보건법의 패러다임을 벗어나 복지체계에 중점을 둔 논의들이 진행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인 새정치민주연합 김춘진 의원과 정신보건법바로잡기공동대책위원회,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등 장애인 단체들이 21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토론회를 개최, 내용을 선보인 정신장애인 복지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이하 정신장애인 복지법)이 그것이다.

법초안 작성 과정에 참여한 염형국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정신장애인의 지역사회 거주를 막는 가장 큰 장애요인을 정부의 예산집행으로 봤다. 2009년 기준 정신보건사업 예산 750억원 중, 정신병원 및 정신요양시설에 지원되는 금액은 732억원(87%)에 달하는 한편, 정신장애인 사회복지와 관련된 예산은 15억원(3%)에 불과하다고 언급했다.

또한 정신장애인을 위한 공식적인 지지주거 프로그램이 없는 데다, 정책적 지원책도 미흡해 주거가 불안정하고, 고용 및 소득에서도 2011년 기준 월평균 임금수준이 53만원으로 매우 열악하다고 지적했다.

염 변호사는 “장애인복지법을 비롯한 현행 장애인 관련법은 신체적 장애인 위주의 지원과 보호 등을 규정하고 있으며, 정신보건법은 병원 입원과 치료 등 의료적인 부분에 중점을 두고 있어 정신장애인의 사회적 통합을 위한 지원과 권리보호에 별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언급하면서, 의료법의 특별법인 정신보건법으로서는 정신장애인들의 복지에 관한 내용을 제대로 담아내기엔 무리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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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염형국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이처럼 정신보건법이 기본적으로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을 환자로 바라보는 상황에서, 장애인복지법 적용 제외는 정신장애인들의 지역사회복지정책의 사각지대를 형성하여 이를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해왔다는 점을 강조했다.

때문에 정신장애인 복지법 안에는 ▲ 정신장애인의 범주 재설정과 권리 천명 ▲ 정신장애인에 대한 인식개선 사업 ▲ 정신장애인 지원을 위한 종합계획과 개인별 복지지원계획 수립 ▲ 개별 복지서비스 지원 ▲ 정신장애인복지시설 설치 및 운영시설 마련 ▲ 자조단체 및 자립생활센터 설립 등의 내용들이 녹아들어 있다. 즉 정신장애인에 대해 ‘치료’ 관점에만 몰두하던 기존의 논의에서 벗어나, 주거‧고용 등 정신장애인 복지를 위한 체계를 마련하자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장애인복지법상 적용을 받게 하는 것과, 활동지원 등의 장애인복지 서비스 이용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논의됐다.

 

보건과 복지 영역 동등해져야

토론회에 참석한 관계자들은 대체로 법안 취지에는 공감하면서, 몇 가지 개선사항에 대해 언급했다. 첫째 현재 운영되고 있는 정신보건센터와, 정신장애인 복지법안에 명시된 정신장애인복지지원센터의 역할이 명확히 구분돼야 한다는 점이 언급됐다. 둘째 주거‧고용보장의 세부 항목이 부족하다는 점, 셋째 정신장애인 당사자의 자기결정권이 최대한 보장되도록 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별개로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조항이 임의조항이라, 설득력이 약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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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론회에 참석한 당사자 및 관계자들

이러한 의견들에 대해 관계자들은 수용 가능한 법률안이 통과되는 것이 우선이라는 입정이었다. 세부 조항에 대한 정리는 법안 통과 이후에 수행해야 할 과제라는 것. 염 변호사는 특히 현재 보건영역에서만 다뤄지고 있는 정신장애인 복지 문제에 대해 “그간 정신보건법에 기반해 정신장애인 지원이 어떻게 다뤄졌나를 봐라. 보건과 복지 영역을 따로 떼어내서 생각하지 않으면 정신장애인 복지 문제는 영원한 사각지대에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언급하면서, 법제정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결국 관계자들은 정신장애인을 지역사회에서 지원할 수 있는 근거조항을 먼저 만들어두는 것이 논의를 한 단계 진전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봤다. 현재 법안은 7월 중 발의를 앞두고 있는 상황, 정신장애인 복지지원에 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시점에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당사자의 목소리가 반영되는 것으로 보인다.

작성자박성준 기자  natalirk@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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