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치료’ 보다 ‘처벌’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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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버스폭행 사건’으로 불리며 이목을 집중시켰던 사건의 판결이 내려졌다. 사건 당시 경찰은 가해자인 40대 여성 정신장애인이 치료감호 처분을 받을 것으로 보고 구속했다. 하지만 지난 7월 초, 실제로 내려진 판결은 달랐다. 청주지법은 해당 장애인에게 징역 6월의 실형을 선고한 것이다.
방치 속에서 발생한 청주 버스 폭행 사건
지난 4월, 청주의 한 시내버스 안에서 40대 여성 A씨가 70대 할머니의 뺨을 때리는 장면이 SNS에 게시됐다. 이 자극적인 영상은 SNS를 타고 순식간에 퍼졌고 이를 언론이 연이어 보도하면서 가해 여성에 대한 비난이 들끓었다. 사건 영상이 퍼지고 그 와중에 가해자를 막아선 젊은 여성에게 ‘사탕녀’라는 별명이 붙을 때쯤, 가해 여성이 정신장애인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이 여성은 정신장애3급으로 조울증을 앓고 있었다.
당시 A씨는 바닥에 떨어진 지갑을 보고 지갑을 잘 챙기라고 말하는 할머니에게 “무슨 참견이냐”며 화를 내며 손을 휘둘렀다. 할머니는 놀라 버스 뒷좌석으로 피했지만 A씨는 계속해서 난동을 부렸고 결국 버스기사와 승객들로 하여금 버스에서 하차됐다.
A씨는 과거 청주의료원에서 치료를 받았던 양극성 정동장애, 경도 정신지연 환자다. 꾸준히 약을 먹고 진료를 받아오다 사건이 일어나기 약 한달 전부터 약 복용을 소홀히 하면서 증상이 심각해졌다. A씨의 유일한 보호자인 남편은 병원에 입원한 상태였기 때문에 A씨의 행적을 제대로 아는 이조차 없었다. 그렇게 방치된 A씨는 집밖으로 나돌며 버스 외 거주하는 동네 곳곳에서 스스로 제어할 수 없는 행동을 반복했다.
당시 청주지법은 재범 우려와 “보호가정이 없다”는 이유로 구속영장을 발부했으며 해당 지역 경찰은 “A씨는 치료감호 처분을 받아 죗값을 치르는 동시에 치료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A씨를 구속했다. 여론은 구속 이후에도 A씨를 비난하는 방향으로 한 목소리를 내는 한편, 장애계에서는 구속 처분이 과하다는 의견이 일었다.
교도소가 장애로 인한 폭력성을 교정할 수 있나
A씨를 구속하고 검찰에 넘기면서 경찰은 꾸준히 치료감호를 언급했다. 하지만 실제로 치료감호 처분이 날 것이냐는 부분에 대해 장애계에서는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아니나다를까 지난 7월 3일, 청주지법 형사3단독 류희상 판사는 폭행 등의 혐의로 A씨에게 징역 6월을 선고했다. 류 판사는 “피고인이 앓고 있는 양극성 정동장애가 잘못된 행동을 반복하게 하고, 진지하지 못한 태도를 취하게 하는 원인으로 보이지만 이런 폭력적인 습벽을 교정하기 위해서는 실형에 의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즉, A씨가 장애를 가지고 있으며 그에 인해 행동하는 것임을 인정하면서도 동시에 행동 교정을 위해 교도소로 보내겠다는 셈이다. 현재 A씨는 청주여자교도소에 수감된 상태다. 복용해야 하는 약을 지급하고 한달에 한번씩 정신과 의사가 방문하고 있지만 급성 조증인 상태에서는 충분치 않은 조치다.
청주정신건강증진센터 최영락 센터장은 A씨의 실형 선고에 대해 “정신장애인에 대한 몰이해”라고 지적했다. 교도소에 가둬놓은 것은 행동 교정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최 센터장은 “A씨는 뇌가 흥분해서 생기는 신체질환을 가지고 있다”며 “급성 맹장염을 벌줘서 치료하겠다거나 폐렴으로 고열을 호소하는데 그냥 격리함으로서 방치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 센터장은 실제로 A씨에 대한 환자소견서를 작성해 제출했다. 하지만 소견서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최 센터장은 “의도적이었는지 정신병적 증상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사건이 발생한 것인지 정신감정에 의한 평가를 해달라는 요청했지만 묵살됐고 소견서를 통해 A씨의 상태를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치료가 우선시 되지 않았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한편, A씨의 실형 선고를 접한 한국정신장애인연대는 “조울증을 앓는 정신장애인은 단 3일간만 약을 먹지 않아도 어떤 상태가 될지 예측할 수 없게 된다. 정신장애인 본인이 약을 소홀히 한 것에 대해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지만 실형 선고가 과한 것도 사실”이라며 “조증은 일반적으로 정상적인 수면을 취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각성돼 공격성이 높아지고 예민해진다. 이 상태에서 발생한 문제에 대해 비장애인과의 구분 없이 처벌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A씨가 진정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판 과정에서는 언급되지 않은 ‘치료의 필요성’
A씨의 국선변호사는 왜 치료감호 처분이 나지 않았냐는 질문에 “검찰에서 치료감호를 올리지도 않았다”고 일축했다. 경찰은 치료감호를 운운했지만 실제로 검찰은 A씨에게 치료가 필요하다는 사실 자체를 무시한 셈이다. 재판 과정에서 A씨의 정신병적 측면이 충분히 감안되지 않았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사건 당시 A씨에게로 쏟아졌던 여론의 비난이 판결 이후에도 여전히 “형이 부족하다”는 방향으로 몰리는 것과 마찬가지로, 재판부도 정신장애인이 치료를 받아야 할 환자라는 것에 초점을 맞추지 않은 것이다. 현재 이 사건은 A씨의 항소장 제출로 항소심이 진행될 것으로 보이나 항소심 과정에서 ‘치료의 필요성’이 대두될 것인지는 미지수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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