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로 여름휴가(1)
본문
최근 사람들은 짧은 연휴만 있으면 해외로 여행을 나간다. 짧지만 이국적인 분위기 속에서 휴가를 즐기기 위해서다. 달러, 유로, 엔화가 낮아지는 현상이 이어지면서 수 많은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빨간 날’이면 인천공항을 찾는다. 나 역시 기회가 주어질 때면 주저 없이 다른 나라의 문화와 생활을 체험하기 위해 가방을 싼다. 이번 오키나와 여행은 우연한 기회에 특가 항공권을 발견해서 급하게 준비했다.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 시쳇말로 ‘한번도 안 해(먹어) 본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해(먹어) 본 사람은 없다’는 말이 있다. 이 말처럼 해외여행을 한번도 안 가본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나가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만큼 견문이 넓어지고 새로운 것을 경험하는 일은 신나고 즐겁기 때문이다.
하지만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들은 대게 비행기를 타는 일을 걱정하기도 한다. 때로는 장애인 본인이 염려해 비행기 타기를 꺼려하는 경우도 있고 때로는 그 가족들이 제대로 된 정보를 몰라 비행기 타기를 꺼려하며 여행을 포기하기도 한다. 물론 비행기를 탈 때 걱정해야 하는 부분도 있다.
예컨대 호흡기나 폐질환으로 건강상태가 좋지 못한 경우 기압 차가 건강에 몹시 위험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장애인이라면 휠체어를 사용하고 있다고 해서 걱정할 필요는 없다. 다년간 수 차례의 비행기 탑승 경력을 살려 ‘쉽게 비행기 타는 법’을 설명해주고자 한다. 앞으로의 이야기를 듣고 가깝게는 제주도 여행을 준비하거나 해외 여행을 준비하는 장애인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나 역시 같은 방법으로 이번 오키나와 여행을 준비했기 때문에 휠체어 사용 장애인의 비행기 탑승 매뉴얼이라고 생각해도 무방하겠다.
휠체어 사용 장애인의 비행기 탑승법
첫째. 되도록 메이저(국적기) 항공사를 이용하자
메이저 항공사라 함은 각 나라를 대표하는 항공사이다. 한국의 메이저 항공사로는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 항공이 있다. 일본의 경우 일본항공(JAL), 필리핀은 필리핀에어라인(Philippine Airline), 홍콩은 케세이퍼시픽(Cathay Pacific), 네델란드는 KLM, 독일은 lufthanza 등이 있다(이외에도 많다). 메이저 항공사의 경우 휠체어 및 장애인 탑승객을 응대하는 매뉴얼이 잘 숙지되어 있어서 크게 불편함 없이 항공기에 탑승할 수 있다(물론 일부 노선은 예외다).
그렇다면 저비용 항공사는 다른가?
불과 1, 2년전까지만해도 우리나라 저비용 항공사의 장애인 탑승객 응대 수준은 빵점에 가까웠다고 말하고 싶다. 최근 각종 매체나 보도를 통해 저가항공사의 장애인 탑승객 응대 서비스가 논란이 되면서 많이 개선되기는 했지만 그마저도 일부 저비용 항공사에 불과하다.
2년 전 제주도를 가기 위해 제주항공을 이용한 적이 있다. 사전에 휠체어 사용 여부와 기내용 휠체어(좁은 항공기 통로 규격에 맞춘 전용 휠체어) 사용 여부 및 필요한 정보를 다 제공했고 콜 센터를 통해서 휠체어 서비스 및 기내용 휠체어 구비에 문제가 없다는 확답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탑승 당일 날 ‘휠체어 서비스는 항공기 탑승구까지만 제공된다’는 불쾌한 응대를 받았던 적이 있다. 물론 기내용 휠체어는 없었다.
일정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와 보행불가 장애인의 기준이 뭐냐며 격렬하게 항의 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휠체어 서비스는 항공기 탑승구까지만 제공된다’는 앵무새 같은 대답뿐이었다. 용솟음 치는 화를 꾹 참고 ‘앞으로 기내용 휠체어를 구비할 생각이 없냐’는 물음에는 ‘없다’라는 기막힌 대답이 되돌아왔다. 그 후로 적어도 나에게는 저비용 항공사에 대한 인식이 썩 좋지 않았다.
나는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 여행객에게 저비용 항공사를 그다지 추천하지는 않았다. 특히 국내 저비용 항공사는 더욱 그러했다. 아직까지 개선해야 할 많은 문제들이 있기도 하거니와 항공사에 따라 서비스의 질이 천차만별이고 저렴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안전 문제를 우습게 여기기 때문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일부 항공사에서는 장애인을 업거나 안아서 좌석으로 옮겨주는 것을 당연시 여겼다. 일부 장애인들도 그게 큰 문제가 되는지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안전 문제는 백 번 떠들어도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같은 장애 유형이라고 해도 장애인 개인의 상태는 각기 다르다. 장애 특성을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는 항공사 직원이 업거나 안아서 좌석에 옮기다 미끄러지는 등 아찔한 찰나의 순간을 목격해왔다(특히 강직이나 발작이 있는 경우 안전에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해외의 경우 안전을 이유로 기내용 휠체어 사용을 권장하고 있고 때로는 과하다 싶을 정도로 안전을 챙기기도 한다. 한국도 점차 변화하고는 있지만 그리 오래되지 않은 과거에는 안전은 뒷전이고 장애인을 마치 ‘짐짝’ 옮기듯이 취급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최근 지인들을 통해 일부 저비용항공사의 서비스가 나아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바 있다. 그렇다고 해도 모든 저비용 항공사의 휠체어 서비스 또는 장애인 탑승객 응대가 좋은 것은 아니다.
‘일부’를 말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오키나와 여행 때는 망설임 없이 저비용 항공사를 이용해 보기로 했다. 물론 선택은 본인의 몫이지만 혹여 발생할 수 있는 고달픈 변수를 피하고 싶다면 메이저 항공사를 이용하기 바란다.
둘째. 휠체어 사용 여부는 반드시 사전에 공지한다
최근 모 포털 사이트에서 휠체어 사용 승객이 탑승을 거부당했다며 하소연하는 글을 본 적이 있다. 그 글을 보자마자 장애인 승객의 서러움이 이해 됐다. 사전에 탑승 수속 정보를 미리 알았더라면 그 분이 이런 불쾌한 일을 경험하지 않아도 되고 섭섭함이 덜 했을 거라는 생각에 한숨이 나왔다.
그 휠체어 사용 탑승객은 갑작스러운 비보로 인해 지방으로 가는 국내선 비행기를 이용해야 하는 상황이었고 가장 빠른 항공편을 알아보던 중 저비용 항공사에 예약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휠체어가 있다는 사전 공지를 하지 않아 탑승을 거부당했고 항공사와의 불화 끝에 탑승이 거부되어 다른 비행기를 이용했다는 내용이었다. 굉장히 안타까웠다. 휠체어 사용자는 갑작스럽게 비행기를 타야 하는 상황이어도 비장애인보다 짧게는 30분, 길게는 1시간 정도 대기시간이 필요하다. 나는 그 사실을 잘 알기에 그가 처한 상황과 그의 속상한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가 콜 센터로 비행기를 예약할 당시 휠체어 사용 여부를 공지했다면 상황이 조금은 달라질 수 있지 않았을까 싶었다.
이처럼 휠체어를 사용하는 경우 콜 센터로 사전에 휠체어 사용 여부를 공지하는 것은 무척 중요하다. 특히 전동휠체어 사용자는 필수라 할 수 있다. 물론 국내선의 일부 노선은 콜센터로 공지를 하지 않더라도 탑승이 가능하기도 하다.
하지만 그것은 항공사의 재량에 불과하다. 국제적으로는 휠체어 사용자의 경우 대게 24~48시간 전까지 휠체어 사용 여부, 보행 가능 여부, 기내용 휠체어 사용 여부 등을 미리 공지하기를 요구하는 항공사들이 더 많다. 그렇기 때문에 편안한 여행을 하기 위해서 조금 번거롭더라도 미리 휠체어 사용 여부를 알려준다면 오히려 항공사측에서 휠체어 탑승객에 대한 준비와 조정을 더욱 쉽게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셋째, 뭘 사전에 공지하면 될까
휠체어 사용 여부에 대해 항공사들마다 각기 다른 규정이 적용되고 있지만 국제적으로 비슷한 내용이 통용되고 있다. 따라서 항공권 예매 시 또는 출국 2, 3일 전 콜 센터로 전화하여 다음과 같은 내용을 통보한다면 공항에서 불필요한 실랑이는 없을 것이다(물론, 100%는 아니다. 언제나 여행에는 변수가 따르는 법이니 99%만 믿자).
* 본인이 사용하는 휠체어가 수동인가? 전동인가?
* 본인 휠체어의 가로X세로X높이 사이즈를 알려주어야 한다.
* 장애인 탑승객의 보행 가능 수준 여부를 공지하고, 동행인 여부를 알려준다.
* 기내용 휠체어 필요 여부를 알려준다. (수동휠체어 사용자는 여기서 끝)
* 한편, 전동휠체어 사용자는 배터리가 탈착 가능 여부, 전체 휠체어 무게(배터리 포함/미포함), 배터리 종류(리튬/니켈 여부, 습식/건식 여부)를 반드시 알려주어야 한다.
일부 항공사의 경우 니켈 배터리가 초과 용량인 경우 휠체어 탑승을 제한하거나 여분의 배터리 수송을 불허할 수도 있다. 전동휠체어에 대한 정보는 휠체어 구매처에 문의하면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굉장히 복잡한 절차가 있는 것 같지만 사실 크게 어렵지 않다.
항공권 예매 후, 콜 센터로 전화한다 ☞ 휠체어 탑승객이 있다고 공지 ☞ 휠체어 규격과 정보, 보행 가능 여부, 기내용 휠체어 필요 여부 공지. 끝!
한가지 당부를 하자면, 되도록 구체적인 정보를 알려주는 것이 좋다. 항공사 입장에서도 탑승객이 어떤 장애 유형인지 장애 상태인지를 알면 더 세심한 서비스를 지원할 수 있는지 아니면 불가능한지를 속속들이 알려 줄 수 있으니까…
오키나와행 항공권 준비가 완벽히 끝났다.
그런데 오키나와는 일본 본토와 달리 기차, 전철, 버스가 크게 발달하지 않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세상에…
이틀 밤을 오키나와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의 후기를 살펴보니 대중교통이 아닌 ‘렌터카’를 이용한다고 했다. 청천벽력 같았다. 수/전동 휠체어를 사용하는 경우 일반 승용차에 휠체어를 탑재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이 상황을 어떻게 수습해야 하나 싶어 되는대로 정보를 긁어 모으기 시작했다.
휠체어로 오키나와 여행하는 법, 장애인 오키나와 여행, 오키나와 장애인 편의시설 등…
별의 별 검색어를 집어 넣어가며 오키나와 여행 정보를 얻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했다. 엥? 그런데 예상과 달리 너무나 쉽게 베리어-프리(barrier-free) 여행 정보가 튀어나왔다. 그것은 바로 ‘복지카(welcab)’ 또는 ‘복지차량’이 있다는 것이다.
휠체어와 오키나와 이동수단
오키나와 굴지의 렌터카 업체에서는 리프트가 달린 복지차량을 1대씩 보유하고 있었다. 사전에 ‘복지차량’을 예약하기만 하면 전동휠체어든 수동휠체어든 장애인 콜택시에 달린 리프트처럼 복지차량을 이용할 수 있다. 리프트가 없는 경우 슬로프가 달린 차량이 구비되어 있기 때문에 오키나와 이동수단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다. 물론 운전은 일행이 해야 하기 때문에 가족과 함께라면 운전수 역할을 해줄 사람은 사전에 ‘국제면허증’을 발급받아야 한다(국제면허증 발급은 관할지역 경찰서나 면허장에서 가능하다).
리프트 차량 렌터카 업체
● 토요타 렌터카 오키나와 지점 (rent.toyota.co.jp)
일본 전역의 토요타 렌터카 대리점에서는 복지 차량을 쉽게 구할 수 있다(물론 일부 지점은 없을 수 있다). 또한 토요타 오키나와 지점은 한국인 여행객이 가장 많이 이용하기 때문에 오키나와 여행 대행 업체를 통해서 복지 차량을 쉽게 예약할 수 있다.
● 다이하츠 렌터카(www.daihatsu-rentacar.jp)
슬로프가 설치된 차량을 대여 할 수 있으며 일부 차량은 자동형 시트가 조수석이 설치돼 있어 차량 밖에서 탑승할 수 있다. 그러나 토요타 렌터카에 비해 규모가 작아 영어나 한국어 응대가 불가능 하기 때문에 반드시 예약대행업체를 이용하는 것이 좋겠다.
그러나 일본은 좌측통행. 차량의 핸들이 모두 오른쪽에 있다. 낯선 교통문화가 두렵다면 대절 택시를 이용할 수도 있다. 물론 비용은 렌터카보다 비싸긴 하지만 리프트가 설치된 복지차량과 운전을 해주는 운전기사님이 있어서 낯선 여행지를 수월하게 다닐 수 있다.
● 복지차량 대절 업체
일본어를 잘 하는 사람이라면 짧은 전화 통화로 쉽게 예약을 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예약대행업체를 통해 예약을 하자(가격은 업체마다 상이하므로 사전에 꼭 문의하는 것이 좋다). 복지 차량 택시/대절의 경우 기사님이 한국어나 영어를 유창하게 하지 못하기 때문에 사전에 여행 코스를 만들어 지명을 보여주면 쉽게 여행 할 수 있다.
● 그 외 대절 택시 정보 (일반 택시)
출처: http://blog.naver.com/pd_hana/220335089898
“Faust의 n.여백” 개인 블로그에 대절 택시 예약 하는 방법이 상세히 나와 있으니 참고하면 좋겠다. 가격은 블로그에서 직접 확인하면 된다.
● 오키나와 여행 대행 업체 (항공, 숙박, 렌터카)
오키나와 달인
전화070-7017-7747 홈페이지www.odal.co.kr
인터파크 해외호텔
전화02-3479-4230 홈페이지tour.interpark.com
인터파크 해외렌트카
전화02-3479-0115 홈페이지tour.interpark.com
오키나와 장애인 객실
이렇게 항공권과 차량 문제를 해결하고 나니 숙소가 또 문제다. 그렇지만 일본이 복지강국이라는 사실은 흔히 알고 있다. 그래서 베리어-프리(barrier-free) 객실 예약은 어렵지 않았다(관광지 대부분의 호텔에는 장애인 객실이 있어서 가격대에 맞추어 예약할 수 있었다). 물론 호텔 예약 대행 사이트에서도 문의를 하면 장애인 객실을 예약할 수 있지만 일본어가 유창하지 않다면 대행업체에 맡기면 된다. 가끔 비교해보면 호텔 예약 대행 사이트보다 대행 업체가 더 저렴할 때도 있고 비슷한 가격에 조식이 포함되는 경우도 있으니 비교 후에 각자 기호에 맞게 잘 선택하면 되겠다.
하지만 나는 언제나 남들이 흔히 가는 뻔한 루트를 선호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번에는 외국인 관광객, 특히 한국인이 잘 모르는 오키나와의 숨은 숙소를 찾아보았다. 한국어, 영어, 일어 등 가능한 방법을 총 동원해서 유명한 호텔이 아닌 외국인이 잘 알지 못하는 오키나와에 숨어있는 베리어프리(barrier-free) 펜션을 찾았다. 짧은 일정이지만 동선에 맞춘 펜션과 호텔 예약을 마지막으로 오키나와 여행 준비를 끝마쳤다.
Copyright by 함께걸음(http://news.cowalk.or.kr)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