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숫자가 된 사람들’ 형제복지원을 기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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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복지원구술프로젝트 지음 / 오월의봄·1만5000원 |
숫자가 된 사람들이 있다. 77-374, 80-3038, 82-2222, 82-4714…… 입소 년도에 이어지는 일련번호로 1975년부터 12년간 국가의 위탁으로 운영된 사회복지시설, 형제복지원에 있던 사람들이다.
이 책은, 국가에 의해 만들어진 ‘아우슈비츠’ 안에서 살아남은 피해생존자 열한 명의 이야기를 담아낸 책이다. 형제복지원구술프로젝트 여섯 명의 인권 활동가들이, 저마다의 관점으로 풀어낸 생존자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형제복지원은 3천여 명이 납치돼 감금‧강제 노역‧폭행을 당했고, 알려진 사망자만 5백여 명인 지옥이었지만, 원장 박인근은 고작 징역 2년 6개월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부랑인 청소’명목으로 폭력을 지시한 국가는 아예 처벌받지 않았다. 때문에 그 고통은 현재진행형이다. 1987년, 형제복지원은 문을 닫았지만 피해 생존자들은 여전히 고통 속에 갇혀 있다.
잃어버린 13년, 그게 내 인생의 전부에요. 내 나이가 오십이 넘었어도 나는 그 시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요. 그때 배운 눈치를 무기 삼아 살아왔지만 억울하고 분해요. 형제원 피해자들의 문제는 다만 그 몇 년의 고통이 아니에요. 우리는 밖에 나와서도 사회 구성원으로서 통합되지 못했어요
다른 시설도 힘들었지마는 거기는 인간 도살장이에요, 도살장. 해서 내가 형제원 그 생각만 하면 진절머리가 나는데, 아직도 1년에 두세 번씩 꼭 형제원 꿈을 꿔요, 악몽을. 그런 악몽은 안 꿨으면 좋겠는데, 그런 데는 꿈속이라도 두 번 다시 끌려들어가면 안 되니까. 거기 끌려들어가게 되면 인생이……
(본문 중)
고통의 기록 속에서 생존자들은 진상 규명만이 앞으로 한 걸음 나아가기 위한 방법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 책은 기본적인 인권을 보장해야 할 ‘국가’가 어떤 방식으로 폭력을 용인하고, 지옥을 살아낸 생생한 ‘생존자’들의 이야기를 과거사로 치부했는지를 드러낸다. 우리가 결코 외면해서는 안 될 현실의 단면이다.
형제복지원구술프로젝트 지음 / 오월의봄·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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