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탑승제한 롯데월드, 지금은?
본문
오는 3일, 에버랜드 지적장애인 탑승 거부 사건의 손해배상청구 종결 재판이 열린다. 서울중앙지법은 안전과 권리 사이에서 적절한 절충안을 제시하는 중이고 에버랜드 측과 원고측 희망법도 재판부의 조정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처럼 에버랜드 사건이 점차 마무리되는 형국에서 시각장애인 탑승 거부로 도마 위에 올랐던 롯데월드의 변화를 확인해 봤다. 다시 찾은 롯데월드에는 여전히 시각장애인 탑승 제한이 건재했다.
탑승 금지 ‘정글탐험보트’, 개선점 보이지 않아
지난 5월, 본지에서 취재했던 롯데월드 시각장애인 탑승 거부 사건은 롯데월드 내 ‘정글탐험보트’라는 놀이기구에 반쯤 탑승한 상태였던 시각장애인을 롯데월드 직원이 다시 내리게 하고 탑승하지 못하게 한 내용이다. 이미 수차례 ‘정글탐험보트’를 탑승한 경험이 있었던 시각장애인 안씨는 롯데월드의 탑승 금지를 납득하지 못 했고 롯데월드측은 합당한 근거를 내놓지 못했다. 롯데월드는 ‘시각장애인의 안전을 위해 탑승을 금지’한다고 했지만 안씨는 과거 즐겁게 기구를 탑승한 경험이 있기에 롯데월드 측이 말하는 위험성에 동의할 수 없었다. 또한 시각장애인 탑승을 거부하는 일이 복불복인 점과 현장 직원이 적절한 설명을 해주지 않았다는 것도 지적됐다.
놀이기구를 즐기는 시각장애인 당사자와 함께 다시 찾은 ‘정글탐험보트’는 여전히 시각장애인 탑승 금지 상태였다. 입구에서 이용권을 제시하고 들어서긴 했지만 시각장애인의 손목에 매달린 접은 흰 지팡이를 발견한 직원이 일행을 막아선 것이다. 탑승자들의 이용권을 체크하는 입구 직원은 시각장애 여부를 확인했다. 시각장애인임을 밝히자 직원은 탑승 금지를 통보했다. 이유를 묻자 내부 방침, 안전 문제 등을 들었다. 1명의 시각장애인과 기자를 포함한 3명의 비장애인이 함께였다. 한 일행이 비장애인 3명이 보조하며 동반 탑승하기 때문에 위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완강했다. 때문에 함께 탑승하고자 한 시각장애인은 입구 옆 의자에서 나머지 일행이 탑승을 마치고 올 때까지 기다려야만 했다. 사건 보도 후 좀 더 강하게 금지 시킨다는 느낌을 받았다. 직원이 누구냐에 따라 탑승이 되기도, 안 되기도 했던 것에 비하면 일관성이 생긴 듯 했다. 하지만 얼마 후, 정글탐험보트에 시각장애인이 탑승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비장애인과 시각장애인이 함께 ‘정글탐험보트’에 탑승을 했다는 것이다. 시각장애인 탑승 제한에 대한 공지는 이미 전 인원이 기구에 착석한 후에 이뤄졌다. 현장 직원이 착석 후 시각장애 여부를 물었고 그렇다고 답하자 탑승이 어렵다고 말했다. 역시 이유를 물었고, 직원은 “물이 많이 튄다”는 답변을 했다. 탑승 인원이 물에 옷이 젖는 것을 감수하겠다고 대응하자 직원은 그대로 탑승을 허용했다. 일행은 즐겁게 기구를 타고 롯데월드를 마저 즐겼다.
탑승하는 과정에서 시각장애인이 위험을 느끼고 탑승을 어려워했다면 직원은 착석 전에 탑승 제한을 시켰을 것이다. 하지만 해당 시각장애인은 다른 놀이기구와 같이 비장애인 동행자의 간단한 도움을 통해 기구에 탑승하고 즐겁게 기구 탑승을 마쳤다. 안씨와 마찬가지로 ‘위험성’에 대한 인지는 전혀 없었다.
직원 교육의 구멍도 여전했다. 누군가는 탑승 불가가 되고 누군가는 탑승 허용이 됐다. 한 직원은 내부 규정상 위험하기 때문에 탑승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를, 또 다른 직원은 물이 튄다는 이유를 댔다. 지난 사건에서 직원 교육 미흡을 인정했지만 ‘미흡한 교육’은 아직도 진행형인 셈이다.
의미 없는 동승 규칙 적용된 ‘범퍼카’
시각장애인 당사자 A씨와 기자 일행은 정글탐험보트 탑승을 거부 당한 이후에 아틀란티스 등 다양한 기구를 이용했다. 무리없이 계획대로 놀이기구를 탑승하던 중, 정글탐험보트에서 들었던 질문을 ‘범퍼카’에서 다시 들었다. 시각장애인이냐는 것이었다. 범퍼카는 차량 1대에 1명의 운전자만 타는 놀이기구다. 직원은 A씨에게 직접 묻지 않고 그 옆 차에 앉아 출발 대기 중이던 한 남자 일행에게 A씨의 탑승에 대해 물었다. “괜찮겠냐”는 질문에 일행이 “괜찮다”고 답하자 직원은 그대로 기구를 운행했다. 탑승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탑승안내’를 보니 ‘시각장애인은 보호자와 함께 탑승하여 주세요’라는 문구가 있었다. 기존에 걸려있던 탑승안내판에 새로 붙인 것이 확연히 드러났다.
입구의 직원에게 언제부터 이 문구가 생겼냐고 묻자 한, 두달 정도 전부터라고 답했다. 정글탐험봍 사건이 불거진 즈음으로 보였다. 왜 동반하게끔 하냐는 질문에는 “위에서 내려온 것이라 잘 모른다”는 답변이 전부였다. 그렇다면 왜 A씨는 혼자 타게 했냐는 질문에는 “일단 A씨가 혼자 타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니 그냥 타게 한 것”이라고 말했다.
범퍼카의 탑승 제한은 실외 범퍼카에서 더 분명해졌다. 실내 범퍼카의 경우 네모난 공간에 장애물 없이 범퍼카를 운전하는 반면, 실외 범퍼카는 긴 타원형의 차로가 있고 중간에는 기둥과 턱이 있어 가로지르는 운행이 불가능하다. 길이 있고 없고의 차이 정도다. 실외 범퍼카에서는 ‘동승자 필수’라는 말이 일행을 가로막았다. 이미 실내 범퍼카를 타고 나왔다고 말했지만 “실외 범퍼카는 성인용이라 더 위험”하다는 이유로 A씨 단독 탑승이 금지됐다. 그렇다면 A씨가 운전을 하고 일행 중 한 명이 보조석에 탑승만 하겠다고 하자 탑승이 허용됐다. A씨가 운전을 하는 동안 동승자는 보조석에 앉아 몸을 맡겼다.
이후 성인용이라는 실외 범퍼카의 기준을 실내 범퍼카와 비교해보니 다를 것이 없었다. 모두 140cm 키 제한이 있었다. 보통 한 명이 운행하는 범퍼카에 두 명이 탑승한 후 A씨와 동승자는 “2명이 타는 건 무리”이며 “동승자는 운전하는 시각장애인에 어떤 도움도 되지 못 한다”고 말했다. 예고없이 부딪히는 재미로 타는 범퍼카에서 동승자가 도와줄 수 있는 것은 없다는 것이다. 또한 폭이 넓지 않은 범퍼카에 성인 2명이 탑승한 결과, 몸이 부딪혀 다칠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A씨는 “안전장치가 돼 있는 놀이기구 이용에 있어서 혼자 탈 것인가 아닌가는 장애인 본인의 선택 문제”라며 “갑자기 부딪히는 안전상의 문제는 범퍼카를 이용하는 모두가 겪는 것이지 시각장애인만의 위험성이 아니”라고 말했다.
롯데월드 관계자는 이에 대해 “범퍼카는 시각장애인의 경우 동승자가 있어야 탑승 가능한 놀이기구”라고 밝히며 “시각장애인은 운전을 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동승자가 있다고 해도 운전자가 시각장애인이라면 혼자 탑승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 A씨의 입장이다. 정글탐험보트와 마찬가지로 범퍼카 역시 장애인 당사자나 전문가를 통한 검증이나 구체적인 근거는 드러나지 않고 있다.
Copyright by 함께걸음(http://news.cowalk.or.kr)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