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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은 ‘도전’하지 않는다

발달장애인 도전행동에 대한 지원 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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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초, 부산의 한 복지관에서 발달장애인이 갓난아이를 던져 죽음에 이르게 한 일명 ‘상윤이 사건’은 잊을 만하면 한 번씩 수면 위로 떠오르는 화제 중 하나다. 또한 지난 3월, 평택 팽성읍의 주간보호센터에서는 자해 행동에 대한 종사자의 과잉 대응으로 발달장애인의 팔이 부러져 형사 대응 및 시 차원의 전수조사까지 시행됐지만 뚜렷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한 상황. 두 사건 모두 가해·피해 장애인의 행동 특성을 정확히 알고 대처했더라면 일어나지 않았을 사건이었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관계자들은 이러한 발달장애인의 ‘도전행동’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대응 방안이 이용자와 종사자, 장애인부모 모두에게 중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인원, 예산 없어… 종사자 역할 다하고 있지 않다

흔히 ‘문제’행동 이라고 부른다. ‘도전’행동 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부적응’행동 이라고도 한다. 이외에도 여러 가지 단어가 있다. 자·타해 등 문화적으로 용인되지 않고, 사회 통합을 저해하는 행동을 부르는 말이다. 

끊이지 않는 사건 사고들이 악순환을 불렀다. 언급한 사건 외에도, 도전행동에 대한 잘못된 대처 때문에 일어나는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지만, 어느 한 쪽 입장으로 판단하긴 어려운 문제다.

우선 종사자들의 말은 한결같다. 가장 큰 문제로 인력이 부족하다는 점을 꼽는다. 15명 이용자에 3~4명의 종사자가 일하는 것이 보통인데, 이로서는 이용자 각각의 특성을 모두 고려해 대처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또한 도전행동을 제지하고 기록을 남기더라도, 인권단체에서 조사를 나왔을 때 인권침해 여지가 있다고 문제를 제기하면 반발할 근거가 없다는 것도 문제였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일부 종사자는 “어디까지가 인권침해이고 어디까지가 아닌지, 그 기준이 명확하면 좋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어 “이용자에게 고통을 주는 불필요한 개입은 없어야 하겠지만 자해 및 타해의 심각한 위협이 있을 경우, 그대로 놔두면 더 큰 사고로 이어지게 된다”고 토로했다.

이러한 입장은 장애인 부모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힘들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한 발달장애인 부모는 신체적 개입은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해야 함을 지적하면서 “(도전행동이 심해서) 집에서도 안 되니까 보내는 건데, 다 없다는 말뿐이다. 인원도 예산도 지침도 없다는 건데, 그러면 안 되는 걸 붙잡고 제지하기만 하는 거냐. 대체 종사자들이 하는 일이 뭐냐”며 비판했다. 


‘도전’ 아닌 ‘자기표현’

이러한 상황에서 경기도장애인인권센터(이하 경기센터)는 지난 달 24일 오후 공개사례회의를 개최, 경기도장애인거주·단기보호시설협회 황유신 협회장, 교남 소망의집 황규인 원장, 성공회대 이호선 연구원, 장애인 부모이자 인권강사인 백미옥 강사 등을 자문위원으로 발달장애인 도전행동에 대한 권리옹호 방안을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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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장애인인권센터가 발달장애인 도전행동 공개사례회의를 개최했다

준비된 사례는 3개로, 첫째 한 가지 음식에만 집착하는 사례, 둘째 심각한 자해 행위를 하는 사례, 셋째 공개된 장소에서 자위행위를 하는 사례였다.

먼저 발달장애인의 특성상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었다. 한 가지 음식에만 집착하는 첫 번째 사례에서는 해당 음식을 직접 건강한 재료로 만들어보거나, 익숙한 환경을 벗어나 다른 음식을 접해보는 등의 방식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한편 이 사례의 경우에는 ‘음식 집착이 도전행동인가’라는 의문이 제기됐다) 세 번째 사례에 대해서는 건강한 성교육이 시설과 가정에서 이뤄져야 하며, 다양한 활동을 통해 성적 행위 외에 다른 행위로 전환될 수 있는 소재를 찾는 것을 중요하다고 봤다. 때문에 두 가지 사례 모두 장기적인 고려와 지속적인 교육이 필요하다는 결론이었다.

심각한 자해 행위에 대한 두 번째 사례에서는 적절한 약물복용과 CCTV 활용, 시설 종사자의 신체적 제지시 원칙과 기록의 필요성 등이 거론됐다.

황규인 교남 소망의 집 원장은 “약물은 최후의 수단으로 이용해야 한다”고 못박으면서, “신체적 개입은 기관에서 합의된 원칙이 있어야 한다. 하더라도 최대한 짧고 강하게 해야 하며, 세세히 기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단순한 제지의 목적이 아닌 행동을 변화시키려는 것을 목적으로, ‘안 했을 때보다는 나아져야 한다’는 것. 이호선 성공회대 사회복지연구원 역시 적절한 신체적 개입을 위한 시스템이 시급하다고 봤다. 즉 신체적 개입에 대해 무조건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기보단, 실제로 어떻게 대처할지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장애인 부모이자 인권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백미옥 강사는 발달장애인 당사자의 선택권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백 강사는 “당사자 입장에서는 ‘도전’이 아닌 ‘의사 표현’이다. 도전행동 자체보다 도전행동을 하는 상황을 만들어주는 게 문제라고 본다”면서 “도전 행동이 있을 때 그 행동의 이유를 찾고 다른 방향으로 전환하면서, 제한적이더라도 선택권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부모와 공유하고,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편, 발달장애인 도전행동에 대한 장애인부모의 입장을 더 자세히 듣기 위해 성남시 한마음복지관에서 실시되는 ABA 부모대학(이하 부모대학)을 찾았다. ABA(Applied Behavior Analysis, 응용행동분석)는 일반적으로 행동수정, 혹은 행동치료로 알려져 있는데, 미국심리학회(APA)에서 자폐 영유아를 위한 치료법으로 유일하게 권장하고 있는 분야다.

부모대학의 2기 수강생이자 실습 지도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김미희 역삼주간보호센터 사무국장은 장애인부모이자 주간보호센터 운영자로서의 입장을 밝히면서, 고착화된 문제점을 끊어내야 함을 강조했다.
 

김 사무국장은 종사자 사이에서 적극적인 논의가 시작된 것은 긍정적으로 봤지만, 문제의 해결점을 제대로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도전행동은 어렸을 때부터 체계적으로 잡아줘야 하는 문제다. 종사자들 사이에서만 해결책을 찾으려고 하면 문제의 핵심을 잘못 파악하고 있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즉 자녀의 도전행동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어 주간보호센터 등에 보내고, 그 센터에서조차 제대로 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그때그때 제지 수준에 멈추고 있다는 것.

김 사무국장은 “발달장애인의 도전행동은 어렸을 때부터 체계적으로 잡아줘야 하는 문제다. 성인기로 왔을 때 이미 인지 기능은 제한적이다. 이럴 때는 취미나 여가활동 등 할 수 있는 일의 선택지를 넓혀 줄 수밖에 없다. 이를테면 생활의 기능을 높여 주는 것이다. 연령에 맞게 여가나 취미생활 등을 줬을 때 도전행동이 줄어들 수 있다. 그러나 아동기의 경우처럼 행동 자체를 바꾸기는 어려운 일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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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전행동은 어릴 때부터 체계적으로 잡아줘야 하는 문제다

이러한 현실의 가장 큰 문제로는 구조적인 한계를 꼽았다. 그는 “성인 발달장애인의 도전행동에 올바르게 대처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1년 이상의 교육기간이 필요하다. 부모님들도 같이 교육에 참여해서, 교육의 목적에 대해 주시해야만 일관성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1년 이상을 주기적으로 받아야 하기 때문에 종사자들만으로는 인력이 부족할뿐더러, 전문성도 턱없이 부족하다. 종사자들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주간보호센터의 인력으로는, 도전행동에 대한 장기적인 지침을 세울 수 없고, 그러니 주간보호센터에서는 자·타해 행동이 심한 이용자를 아예 받지 않는 문제가 반복된다는 것이 요점이었다. 이어 그는 “우리 센터의 경우 아침에 회의할 때마다 이용자들에 대해 의논하고 의견 공유를 하지만, 시간이 많이 걸리는 사안에 있어서는 개입하지 않고 부모님과 상담한다. 능력을 벗어났는데 잘못 접근하면 고착화되고 더 악화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 그는 “문제가 있으면 도움을 받아 해결해야지 제지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또한 “(사례회의도)해결점을 찾기 위한 시도의 하나겠지만, 어느 한 가지 방법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임을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덧붙여서 그는 한 예로 발달장애인법 하위법령에도 제시돼 있는 ‘행동발달증진센터’의 역할에 대해서도 언급하면서, 정부 지원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발달장애인의 도전행동을 과학적이고 객관적으로 분석하면서, 필요하다면 행동치료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게끔 하고, 추가 인력 등의 배치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

요약하자면, 발달장애인의 도전행동은 단순히 종사자 한 쪽 입장에서 생각하기보다, 발달장애인 당사자에게 무엇이 가장 도움이 될지 계속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발달장애인 부모들의 목소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향상시켜야 할 문제라는 것이었다.
 

때문에 무엇보다도 김 사무국장이 종사자들에게 강조한 것은 부모들과의 소통이었다. 부모와 공유하고,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 발달장애인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는 것. 도전행동이 단순한 ‘도전’ 행동으로 끝나서는 안 되는 이유다.

작성자박성준 기자  natalirk@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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