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세’ 지나면 활동지원 이용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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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일, 서울정부종합청사 앞에서 활동보조 연령제한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
지난 4월 14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와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가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 활동지원제도 연령 제한에 따른 문제점을 고발하고 나섰다. 현재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 지침에는 ‘만 65세 이상의 장애인은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가 중단되고 노인장기요양서비스로 전환된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노인장기요양서비스의 경우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에 비해 급여가 턱없이 적어, 일상생활 대부분에 타인의 지원이 필요한 중증장애인은 요양원 등의 노인시설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상황. 장애계에서는 만 65세 이상 장애인에게 서비스 수급자격을 부여하는 한편, 기존 피해자들을 긴급지원 형태로 구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65세’ 지나면 권리도 없어지나
돌아오는 음력 7월에 만 65세가 되는 김진수 활동가는 기자회견에서 “죽으면 죽었지 다시 시설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호소했다.
그는 현재 보건복지부로부터 3백92시간, 서울시로부터 1백85시간을 받아 총 5백77시간의 활동지원 시간을 받고 있다. 그러나 노인장기요양서비스로 전환될 경우, 이는 한 달에 겨우 70시간으로 줄어든다. 일상생활에 큰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것이다.
김 씨는 “65세가 넘어도 활동지원과 노인요양 중 선택할 수 있다고 해서 안심하고 있었는데 2013년에 바뀌었다는 말을 들었다”고 참담한 마음을 전했다. 김 씨는 현재 노인장기요양 등급 판정을 받는 날만 기다리고 있지만,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미지수다.
장애인활동보조서비스가 장애인활동지원제도로 변경된 2011년 당시에는 만 65세가 넘어도 활동지원서비스와 노인장기요양서비스 둘 중 하나를 선택해 이용할 수 있었지만, 2013년 개정된 지침에 따르면 노인장기요양 등급 판정에서 ‘등급 외’ 판정을 받아 노인장기요양보험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에 한해서만 활동지원서비스를 신청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조현수 전장연 정책실장은 “노인장기요양 서비스 판정기준에서 ‘등급외’ 판정을 받는다는 것은 노인장기요양을 받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로, 결국 대부분의 중증 장애인은 활동지원서비스를 받을 수 없게 된다”라고 지적했다.
장애·비장애 떠나 ‘노인’된 것…시설 이용하면 되지 않냐
이에 대해 복지부 입장은 ‘법 체계상 어쩔 수 없다’는 것. 장애·비장애를 떠나 노인이 되는 순간 노인장기요양보험 체계에 편입되는 형태니, 형평성 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장애인과 관계자는 우선, 활동지원급여에서 노인장기요양급여로 전환되면서 급여액이 줄어든 경우보다 늘어난 경우가 더 많다고 주장했다. 복지부가 김용익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12년~’14년) 65세 노인장기요양 전환자(총 6백12명) 중 김 씨처럼 급여액이 줄어든 경우는 전체의 21.3%(1백33명)였다.
관계자는 이어 “두 제도를 두고 단순 시간을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실제 기본급여 자체는 노인장기요양제도가 더 많다”고 주장했다. 또한 “노인장기요양보험 1등급도 거의 와상 상태다. 혼자 활동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는 활동지원 1등급과 거의 다를 것이 없다. 그런데 65세 이후 노인성 질환으로 노인요양 1등급을 판정받은 사람이 1백18만 원의 급여를 받는 것은 당연하고, 활동지원을 받다가 장기요양으로 전환된 사람이 똑같이 1백18만 원 받는 것이 불합리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나는 것 아니냐”고 언급했다.
('07. 4 ~ '15. 4. 22, 단위 : 명)
▲ 노인장기요양 전환에 따른 급여액 비교(출처 : 김용익의원실) |
관계자는 이에 덧붙여서 “활동지원과 노인요양 중 선택해서 이용할 수 있다면 그것이 제일 좋겠다. 추가급여를 노인요양 쪽에서 보장해 줄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라고 문제점을 일부 인정했다.
반면, 노인과 관계자는 “무작정 급여가 줄어든다고 말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65세 이후 급여가 줄어들어 일상 생활이 불가능해지는 중증 장애인들을 어떻게 할 거냐는 질문에도 “구체적인 수치가 있느냐” “(65세 도래자들 중)활동지원 급여가 줄어들어 사고가 난 사례가 있느냐”고 되물었다.
관계자는 “노인요양제도는 사회보험으로 운영되는 서비스인 만큼, 특정 그룹을 위한 특화 서비스에 초점을 맞추긴 힘들다”고 답변했다. 이어 “노인요양 1등급 기준 한달에 1백18만 원의 급여를 방문요양 4시간, 목욕·간호·외출보조 등 필요한 서비스를 선택해서 이용할 수 있고, 필요하다면 시설 급여도 받을 수 있다. 그 경우엔 오히려 기존에 받던 활동지원 급여보다 더 올라갈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즉 노인요양서비스 안에서 필요한 서비스를 충분히 선택할 수 있고, 서비스를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급여액이 더 올라갈 수도 있다는 것. 제도 개선의 경우에도 당장 답변 가능하지는 않고, “필요하다면 장애인과에서 손보거나 노인과에 요청을 할 문제”라고만 짧게 언급했다.
장애인이 된 노인, 노인이 된 장애인
결국 65세 이후의 장애인들은 노인 제도로 전환되는 것이라고 설명하면서도, 장애인과 관계자들은 ‘제도의 문제’라 일축하고, 노인과 관계자들은 ‘장애인들의 문제이니 우리 쪽에서 답변할 부분은 아니다’라고 거리를 두는 상황.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장애와 노화에 대한 통합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보건사회연구원이 발간한 ‘장애노인 대상의 통합적 복지서비스 제공을 위한 정책 방안’(2014)에 따르면, 연구자들은 향후 고령화된 장애인과 노화 과정에서 장애인이 된 노인은 점점 증가할 것이며, 이들의 경계는 보다 모호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연구자들은 일본의 경우 우리나라의 제도와 비슷한 점이 많아 시사점이 있을 것이라 봤다. 일본은 우리나라처럼 노인과 장애인에 대한 장기요양제도가 분리되어 있으나, 필요에 따라 연계가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정희경 광주대학교 교수는 일본의 사례를 예로 “장애인의 주체성을 국가가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68세인 A씨는 45세가 되었을 때 개호보험서비스를 신청하라는 우편이 시청으로부터 와서 서비스를 신청했다. 그런데 본인이 받고 있었던 장애인복지서비스보다 양이 줄어들었으며, 매일 3시간씩 받고 있었던 헬퍼 이용이 주 3회로 줄어들었다. 시청에 서비스가 부족하다고 상담을 하자 개호보험 케어메니저는 받아들여 주지 않았고, 어쩔 수 없이 헬퍼 이용이 부족해 65세 이전에는 상상하지도 못했던 기저귀를 사용하게 됐다. 활동보조인지원센터의 직원들이 ‘다시 한 번 시청에 가서 서비스가 부족하다고 강력하게 주장하게 하면 들어 준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다’라는 말을 했지만, 결과에 따르기로 했다. 65세가 되면 개호보험서비스를 받아야 하는 것은 제도적인 부분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따라야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더 많은 서비스가 필요하기 때문에 개호보험을 받아야 하는 나이가 되더라도 장애인복지서비스를 그대로 받게 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 개호보험(한국의 노인요양제도)
65세가 된 장애인 T씨는 개호보험(우리나라의 노인장기요양보험) 신청 후에 장애인복지서비스보다 서비스의 양이 현저하게 줄기 때문에 개호보험을 신청하지 않았다. 시청에도 ‘내가 받고 있는 서비스가 좋기 때문에 개호보험은 필요 없다’라는 입장을 전달하고, 현재도 장애인복지서비스와 시정촌에서 지원해주는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T씨는 장애인들은 65세 이후에도 개호보험보다는 장애인복지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요구해야 하며, 개호보험이 서비스의 종류나 양, 질적인 부분에서 개선되길 바라고 있다.
<출처> ‘장애노인 대상의 통합적 복지서비스 제공을 위한 정책 방안’
(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14)
위 사례를 보더라도, 일본 또한 우리나라와 비슷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또한 ‘개호보험 우선의 원칙’에 따라 되도록 장애인 쪽 서비스보다 노인 쪽 서비스를 받는 것을 권유한다. 하지만 후생성에서 지자체에 ‘장애인이 된 노인의 경우 서비스가 부족할 경우에 활동지원서비스를 계속 받게 하라’는 지침을 내려, 필요한 사람은 적극적으로 요구할 수 있다.
정 교수는 “필요한 서비스를 필요한 사람이 제공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즉 장애인 주체성을 인정하라는 것이다. 예산에 관해서도 그렇다. 언제는 예산이 있었나. 장애인들이 고려할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 지난해 안철수 의원이 지난 6월 발의한 장애인활동지원법 일부개정안 (출처 : 안철수의원실) |
적극적인 제도 개선 요구, 노인 문제 고려돼야
되돌아가서, 결국 김진수 씨는 “고립된 심정이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나이 먹고 편하게 살기 위해 잘 모르고 요양시설에 들어가는 사람이 굉장히 많다. 10명 중 8명은 될 것이다. 나 같은 사람이 얼마나 되겠냐. 그런 논리로 공무원들이 자꾸 숫자놀음만 하는 것이다. 시설에서 살다 오면 안다. 그곳은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이다”라고 말했다.
관련해서 지난해 6월, 안철수 의원 등 새정치민주연합 16명의 의원들이 중증장애인이 노인장기요양급여와 활동지원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도록 장애인활동지원에관한법률 일부 개정안을 내놨지만, 아직 법안심사소위에도 논의되지 못했다. 전장연 관계자는 “국회 보건복지위소속 위원들에게 면담을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있고, 집회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만 65세 이상 장애인에게 활동지원서비스 수급 자격을 부여하라는 것을 복지부에 촉구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결국 장애인들의 적극적인 제도 개선 요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또한 관련 공무원들의 태도를 봤을 때, 장애를 가졌건 아니건 장애인이 된 노인, 노인이 된 장애인을 위해 올바른 지침을 마련하는 것이 추가적인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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