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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사소송법 개정안, 장애인 권익옹호의 기초 될까

국제적 흐름 반영, ‘의사결정조력’ 제도 시발점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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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일 서울 서초구 변호사교육문화관에서 ‘소송능력 확대 및 사회적 약자 보호를 위한 민사소송법 개정안’ 공청회가 열렸다.

피후견인의 의사, ‘대체’ 아닌 ‘조력’

법무부가 27일 서울 서초구 변호사교육문화관에서 ‘소송능력 확대 및 사회적 약자 보호를 위한 민사소송법 개정안’ 공청회를 열어 의견 수렴의 시간을 가졌다.

15일 입법예고된 민사소송법 개정안은 ▲ 소송 진행이 어려운 장애인을 위한 국선대리인 선임 ▲ 의사 표현에 어려움을 겪는 장애인을 위한 진술보조제도 신설 ▲ 후견인의 권한 남용 방지를 위한 후견감독인 선임 ▲ 특별대리인 제도 신설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개정안은 우선, 후견을 받는 사람들의 소송능력을 폭넓게 인정한다. 개정안은 정신적 제약이 지속되는 사람(피성년후견인)에 대해서는 가정법원이 인정하는 법률행위에 한해 소송능력을 인정하도록 했다. 가정법원은 개인의 나이와 질병, 장애의 정도에 따른 지적 능력을 보고, 혼자서 할 수 있는 법률행위의 범위를 정해준다. 또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처리 능력이 부족한 사람(피한정후견인)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소송능력을 인정하고, 후견인의 동의가 필요한 행위에 대해서만 소송행위를 무효로 하기로 했다.

법률 사각지대에 있는 취약계층을 위해 정부가 국선변호인을 선임하고, 가족이 진술을 돕는 진술보조제도도 신설하고, 보조인이 없는 경우 국선변호인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또 노인과 장애인이 소송을 할 때, 후견인이 상대방과 짜고 이들의 이익을 침해하는 것을 막기 위해 후견인을 견제할 '후견감독인'을 두도록 했다. 후견감독인을 선임하지 못한 취약계층이 후견인에 의해 권리를 침해당한 경우에는 법원은 후견인이 한 소송 행위를 취소할 수 있도록 했다.

변호사가 불성실하게 소송을 수행할 때에는 법원이 소송당사자를 대신해 소송을 수행하는 특별대리인을 직권으로 선임하거나 해임하도록 했다. 이 때 특별대리인 선임 신청권한도 현재 소송 상대방과 친족·이해관계인, 검사에서 복지단체나 지방자치단체의 장까지 확대된다.

노인과 장애인의 후견인이 이들을 대신해 주요한 소송 행위를 할 때 후견감독인의 허가를 받도록 했다. 또 소송 과정에서 필요한 때에는 법원이 직권으로 특별대리인을 선임하거나 해임할 수 있게 했다.

제철웅 한양대학교 교수는 이를 두고 “그동안은 후견인이 노인이나 장애인 등 피후견인의 의사를 대체하도록 한 반면, 앞으로는 피후견인의 의사가 반영되도록 조력하도록 한 것으로, 지난해 9월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가 권고한 내용과도 부합한다. 이번 민사소송법 개정안은 고령자‧장애인의 인권보호와 권익증진을 위한 기초를 튼튼히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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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철웅 한양대학교 교수

발달장애인 의사결정조력, 국제적 흐름 반영할 것

이러한 개정안에 대해 토론자들은 대체로 찬성하고, 의미 있는 내용이라는 의견이었다. 국제적 흐름을 반영할 뿐 아니라, 실제 권익옹호 현장에서도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는 것.

특히 후견감독인의 역할을 포함해, 후견인이 당사자의 이익을 명백히 침해했을 때 후견인이 권한을 불허하고, 이 결정에 대해서 불복할 수 없는 내용이 고령자‧장애인 등 사회적 역자 보호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봤다.

뿐만 아니라 특별대리인 선임의 경우, 실제 인권침해 시설의 시설장이 후견인 활동을 하고 있는 등 권익옹호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에 대해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었다.

의견이 충돌하는 부분도 있다. 일부 토론자들은 피성년후견인에게 소송능력을 확대하는 부분에 우려를 표했다. 실제 법정에서 어려운 부분이 있을 것을 감안했을 때, 지속적인 제약을 받는 사람들에게까지 소송능력을 인정해줄 수 있냐는 것. 덧붙여서 ‘의사무능력자’, ‘행위무능력자’ 등 당사자가 불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용어들에 대한 문제도 지적됐다.

특히 조문순 장애인인권침해예방센터 센터장은 “발달장애인은 의사무능력자가 아니라는 것을 명백히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센터장은 권익옹호활동을 하면서 ‘우리 사회는 아직도 발달장애인을 법앞에 동등한 인정을 받는 인격체로 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부모부터 시작해서 종사자까지 여전히 발달장애인을 ‘보호’해야 한다는 관점이 남아 있다는 것.

이어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의 예를 들며 “발달장애인에 대해 ‘최소한의 이익’이라는 제 3자적인 관점에서 판단하면 안 된다. 그 사람이 원하는 것이냐, 그 의도에 최대한 접근한 것이냐가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때문에 비언어적인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 당사자의 의사능력을 판단해야지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 의사결정능력이 없다고 판단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이어 특별대리인 선임에 대해서는, 선임 신청에 있어 서비스 제공기관이 아닌 권익옹호기관에 권한을 줘야 하며, 진술조력인 또한 장애인 당사자의 선호와 의사가 반영될 수 있도록 권익옹호기관 종사자 등 장애감수성이 바탕이 된 과정을 훈련받은 사람에 한해 역할을 부여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작성자박성준 기자  natalirk@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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