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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사회서비스 현금지급제도의 개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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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도 2000년대 후반부터 장애인활동지원제도,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도입되어 실행됐다. 이와 더불어 영국의 직접지불제도(direct payments)와 개인예산제도(personal budgets)에 대한 내용이 소개되면서, 급여를 서비스나 바우처가 아닌 현금으로 주는 사회서비스 현금지급제도 방식이 논의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함께걸음』에서는 사회서비스 현금지급제도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앞으로 총 10회에 걸쳐 다음과 같은 순서에 따라 사회서비스 현금지급제도의 개념, 관련 논쟁, 외국의 사례, 우리나라의 제도 도입방안 등을 연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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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봄(care)이란 혼자의 힘만으로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어려운, 즉 누군가에게 의존해야만 하는 자를 돌보는 것을 말한다. 이에 대해 장애의 사회적 모델을 발전시켜온 장애학자 및 운동가들은 돌봄이라는 용어와 돌봄에 초점을 맞춘 정책은 장애인을 대상화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매우 부정적인 것으로 바라보고 있어 의존에 대한 반응이고, 의존은 돌봄 제공을 통해 충족될 수 있는 도움이 필요한 상태로 특징지어질 수 있고, 또한 돌봄은 그 자체로 의존을 생성하거나 심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장애계에서는 돌봄이라는 용어보다 지원(support)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한편 여성주의 학자 및 운동가들은 돌봄에 대한 인정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돌봄 노동을 가치 있는 노동으로 인정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즉, 돌봄 용어 자체에 대한 반감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노인 돌봄 및 아동 돌봄 영역에서 돌봄이라는 용어가 사용되고, 장기 돌봄 또는 장기요양(long-term care)의 경우 돌봄이라는 용어를 그대로 사용하면서 지원이라는 용어도 동시에 사용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의 글에서는 돌봄과 지원이라는 용어를 문맥의 필요에 따라 사용할 것이며, 거의 비슷한 의미로 해석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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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문제였던 돌봄은 왜 사회화되었는가?

자본주의의 핵심인 시장은 언제까지나 합리적으로 작동할 것 같았으나, 경기침체·변동 등에 따라 실직, 질병, 노령, 산업재해 등의 위기가 발생했고, 이는 소득의 중단, 빈곤이라는 문제를 야기했다. 이에 대해 국가는 소득보장정책을 통해 시장의 역할을 보완하고자 했다. 이것이 우리가 알고 있는 1980년대까지의 복지자본주의국가의 모습이다. 이때 경제 외적인 문제인 돌봄(care) 문제는 가족 내에서 해결될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1980년대 이후부터 1인 단독가구나 한부모 가구의 증가와 같은 가족구조의 변화, 노인인구의 증가와 같은 인구학적 변화, 여성의 사회참여 확대 등과 같은 사회구조적 변화에 따라 개인과 가족의 돌봄 역할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해 새로운 형태의 사회적 위기가 나타났다. 현대사회에서 돌봄의 문제는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사회적 위험이 됐으며, 복지국가 체계 내에서 공동으로 대응해야 할 과제가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의존의 위험에 공동으로 대처하기 위해 비공식영역에 있던 돌봄 기능을 사회적으로 대체할 필요성이 증대됐으며, 현대복지국가는 사회적 재생산 차원에서 돌봄의 사회화 또는 돌봄의 제도화를 통해 개입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시장의 실패에 따른 경제적 위기에 대처하는 기존의 복지제도를 유지하면서, 새롭게 출현한 가족의 실패에 따른 돌봄의 위기에 대처하는 돌봄 서비스가 추가됐다. 요약하면 돌봄의 사회화 또는 제도화라는 것은 전통적으로 가족, 특히 가족 내 여성에게 일임되어 있던 돌봄 노동을 공적인 영역으로 옮기는 것을 의미한다.

 

돌봄은 어떤 방식으로 사회화되었는가?
서비스주도 접근법 VS 이용자주도 접근법

국가마다 기존 복지체제가 다르고, 또한 가족의 돌봄 의무, 여성의 사회 참여에 대한 이념 등이 다르기 때문에, 돌봄 사회화의 모습은 국가마다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돌봄 사회화 방식은 다양하지만 크게 두 가지 접근법으로 구분할 수 있다. 기존의 전통적인 서비스 주도 접근법에서 이용자는 자신이 필요로 하는 지원의 종류가 무엇인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전문가가 지정해주는 서비스를 받아야 한다고 여겨졌다. 따라서 기존의 사회서비스 전달 방식은 [그림 1]에서 보는 바와 같이 정부가 전문가에게 서비스 비용을 지급하고, 전문가가 이용자를 사정하고 합당하면 지원하는 구조였다. 그러다 보니 지원정책은 국가의 온정주의에 바탕을 두고 있으며, 국가는 전문가를 통해 장애인 등 이용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런 상황에서 전문가와 이용자의 관계는 갑-을 권력관계로 변하게 됐으며, 이용자는 수동적 수혜자의 지위에 머물게 됨으로써 의존적인 삶, 즉 비자립적인 삶(dependent life)을 영위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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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장애인, 노인 등 이용자들은 자신의 욕구를 식별할 수 있고, 언제 어떻게 지원을 받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선택과 통제권을 중시했다. 이와 같은 이용자 주도 지원(user-directed support) 개념에 따르면, [그림 2]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용자는 정부로부터 자금에 대한 자격을 부여받아 서비스에 대해 전문가와 협상을 할 수 있다. 즉 이용자가 국가로부터 직접 재정을 지원받고, 전문가의 지원을 받아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전문가와 이용자가 보다 동등한 권력관계를 형성해 비의존적인, 즉 자립적인 삶(independent life)을 살게 될 수 있다. 이와 같은 개념을 구체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1990년대 이후 소위 말하는 서구복지선진국에서 사회서비스 현금지급제도가 도입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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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서비스 현금지급제도란 무엇인가?

1990년대 이전까지 거의 모든 복지국가에서 장애인과 노인을 위한 사회서비스는 공공에 의해 직접 제공되건, 민간위탁에 따라 비영리기관에 의해 제공되건 현물서비스 급여형태로 제공됐다. 이후 1990년대 초반 이용자의 선택과 통제권을 강화하고자 하는 개혁의 일환으로 서비스 대신 현금을 이용자에게 직접 지급하는 현금급여방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게 됐다. 이처럼 돌봄 이용자가 중앙정부 또는 지방정부로부터 보조금을 현금으로 받아서, 돌봄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거나 돌봄 서비스를 구입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방식과 관련된 논리, 작용, 부작용, 쟁점 등 관련된 모든 것을 일컬어 ‘사회서비스 현금지급(cash-for-care)’이라고 부르고 있다.

사회서비스 현금지급제도는 지역사회에 살고 있으나 사회 돌봄이 필요하다고 인정된 사람들에게 현금을 지급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돌봄 제공자에게 그 돈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함에 따라 돌봄을 상품화했다. 상품화를 통해 돌봄 이용자들은 그들이 받는 서비스의 본질을 결정할 수 있고, 누가 돌봄을 제공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결정할 수 있다. 이처럼 돌봄 이용자의 선택과 통제권, 자결권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권한강화(empowerment)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가 있다. 이용자의 선택권을 높이기 위해 현금을 사용해 소비자로서 시장에서 구매한다는 점에서 서구 자본주의 문화의 틀 내에 있지만 권한강화, 자결권 같은 사회 민주적 가치도 깊이 내재돼 있음을 알 수 있다. 사회적 모델과 자립생활을 주창한 영국과 미국의 장애인 단체들이 사회서비스 현금지급제도의 하나인 직접지불제도, 개인예산제도, 참여자 주도 장기지원제도(PM-LTSS)를 강력히 주장한 것도 이 제도를 통해 장애인의 선택권, 권한강화, 자결권 등과 같은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사회서비스 현금지급제도는 어떻게 운영되는가?

국가별로 제도를 운영하는 방식은 아주 다양하지만,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 모델은 현물 서비스 대신 현금을 이용자에게 지급하고, 이용자는 현금으로 개인 활동보조인이나 돌봄 노동자를 직접 또는 제삼자 기관을 통해 고용하는 방식이다. 영국의 여성장애운동가인 모리스(Morris)가 밝혔듯, 이 방식은 활동보조인을 고용해 선택과 통제권을 높이고자 하는 장애인들의 자립생활 욕구에 따라 발전했다. 네덜란드, 영국, 벨기에 등의 국가가 이와 같은 정책을 도입했다. 이 경우에도 동거하는 친족 고용가능 여부는 국가별로 다르다. 영국의 경우 친족 고용이 제한되어 있으며, 네덜란드와 벨기에의 경우에는 친족 고용이 가능하다. 친족이 아닌 개인적 활동보조인을 고용하든, 동거하는 비공식적 돌봄 제공자를 고용하든, 이 모델은 기존의 돌봄 관계를 공식화하고 상품화하는 것이다.

둘째 모델은 장애 정도나 욕구 정도에만 기반하여 돌봄이 필요한 사람에게 현금이 지불되는 모형이다. 그러나 지불된 현금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를 설명할 의무는 없고, 적절한 돌봄을 확보하기만 하면 된다. 따라서 국가는 이용자에게 양질의 돌봄이 제공되는지 또는 비공식적 돌봄 제공자의 사회권과 시민권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최소한의 책임만 진다. 이 모델에서 이용자는 어떤 식으로든 본인들에게 적합하게 현금을 사용할 것이라고 여겨지고 있다. 이 모델에는 독일의 장기요양보험제도의 현금급여, 오스트리아의 개인예산 등이 포함된다. 두 국가에서 이와 같은 현금급여를 통한 돌봄의 양과 질에 대한 규제는 상당히 미발달되어 있다. 또한 이 모델의 경우 대부분 현금급여의 양은 현물급여보다 적게 지급되고 있다. 돌봄의 책임이 가족에 있기 때문에 여성 돌봄 노동 중 일부분만 보상해도 된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실제 필요보다 적은 액수가 지급됨에 따라 오스트리아와 이탈리아의 경우 보다 저렴하고 이민 노동자에 의한 불법 노동이 가능한 ‘회색 시장(grey market)’에서의 돌봄 노동 구입이 증가하고 있다.

이처럼 크게 두 가지 운영방식으로 구분할 수 있지만 개별 국가에서 운영하는 모습은 매우 다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음 호에서는 사회서비스 현금지급제도가 신자유주의가 주창하는 소비자주의의 산물인지, 장애인의 선택과 통제권 강화를 통한 권한 강화를 목적으로 한 것인지에 대해 살펴볼 것이다.

이동석
사회복지학 박사, 성공회대학교 외래교수

작성자이동석 성공회대 외래교수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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