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교육 현장 갈등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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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학생에 초점을 맞추고 교육을 실시하는 교육기관인 특수학교와 통합교육 실시 일반 학교는 장애학생의 교육을 위해 배치된 교사 등의 구성원들로 하여금 운영된다. 학교 전체가 장애학생 맞춤형인 특수학교와 달리 일반 학교에서는 비장애인 중심의 학교생활을 장애학생이 비장애학생들과 공유한다. 그만큼 교내에서 장애학생을 둘러싼 구성원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서는 구성원들간의 갈등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문제점들은 내부에서 곪을 뿐 외부로 노출되지 못하는 상태. 통합교육 현장 구성원들이 토로하는 것들을 수면 위로 건져냈다.
특수교사와 특수교육보조원간의 갈등
특수교육 강화와 학습권 보장, 특수교육 대상 학생의 행동 관리 및 학교생활 적응지원 등을 위해 2004년 도입된 ‘특수교육보조원 제도’에 따라 전국에 배치된 특수교육보조원은 현재 총 7천8백75명이다. 특수교육보조원은 특수교사를 지원하는 보조인력으로 그 첫발을 내딛었으며 전체 장애학생들을 통솔하는 특수교사들의 손길이 부족한 부분을 지원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특수교육보조원들은 지난해 처우개선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여는 등 지속적으로 처우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특수교육보조원’으로 불리던 명칭을 ‘특수교육지도사’로 변경해달라는 것에서부터 임금과 복지 등에 이르기까지, 비정규직노동조합을 바탕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현재 전국의 특수교육보조원 처우는 통일되어 있지 않은 상태이며 명칭의 경우 강원, 경기, 전북 등이 ‘특수교육지도사’로 변경 사용하고, 서울, 전남, 광주 등은 ‘특수교육실무사’로 사용 중이다. 공식적으로 국립을 제외한 학교내에서 보조원 명칭이 삭제된 상태지만 현장에서는 기존의 명칭이 익숙한 학부모와 특수교사들로 인해 보조원으로 불리기도 한다. 특수교육보조원(이하 보조원)들은 바뀐 명칭을 현실적으로 완전히 적용해 주길 요구하는 중이다.
하지만 이런 요구사항에 반대 의견이 따르고 있다. 보조원과 함께 근무하는 특수교사들은 명칭에서부터 보조원들과 다른 의견을 가진다. 보조원들은 자존감 향상과 특수교사 및 학부모가 보조원을 대하는 태도 개선을 위해 ‘특수교육지도사’로 명칭을 통일해주길 요구하지만, 특수교사들은 ‘지도사’라는 명칭에서 풍기는 뉘앙스가 업무분야에 대한 혼동을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수교육 전반을 지도하는 사람으로 보일 수 있어 학부모들이 상담 등을 누구에게 받아야 하는 지 혼란스러울 수 있다는 것이다. 보조원들의 처우개선은 특수교사들도 바라는 일이지만 요구 사항들 중 일부는 과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특수교사와 특수교육보조원간의 갈등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목록화된 처우개선 사항이 발표되고 정책토론회를 하기 전에도 갈등은 존재했다. 열이면 열, 모든 학교에서 일어나는 갈등은 아니지만 일부에서는 큰 문제로 자리잡고 있다. 특수교사들은 일부 보조원들의 월권 행위와 근무태도 불량 등이 교육에 걸림돌이 된다고 주장하고, 보조원들은 특수교사들이 자신들을 존중해주지 않아 자존감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각자의 입장 차이는 단호하고 분명했다.
보조원 업무 ‘교육’? ‘보조’?
서울의 한 교육지원청에서 만난 보조원들은 특수교사와의 갈등에 대해 묻자 “우리가 하는 일의 전문성을 인정해주지 않는데서부터 생기는 갈등”이라고 말했다. 특수교사의 지시를 장애학생에 적용하면서 돌발적인 상황에 적절하게 대처해 수업 진행을 원활하게 해주는 보조원들의 업무에는 분명한 ‘전문성’이 있다는 것이다. 보조원들은 자신들의 업무 전문성을 특수교사들이 인정하지 않고 단순 보조인력으로만 여기고 있다며 전문인력으로서의 가치를 인정해주길 원했다. 특수교육 전문가로 인정해주지 않기 때문에 특수교사가 보조원을 하등시 여긴다는 것.
문제는 어디까지를 ‘교육’으로 볼 것인가다. 특수교육 보조원의 업무가 교육이냐 아니냐는 것에 대한 인식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인터뷰를 통해 만난 특수교사들은 “보조원의 업무는 교육이 아닌 교육을 보조하는 것”이라며 “대부분 자녀를 키운 경험이 있는 나이대의 보조원들이 교육과 보육을 구분짓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특수교사들은 오히려 보조원들이 특수교사의 전문성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초등학교 통합교육 현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모 특수교사는 보조원들이 특수교사의 업무 전문성을 모른다고 말했다. 특수교육에 대한 전문적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특수교사의 업무를 지켜보면 그 과정이 보육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하나의 기계를 작동시키는 방법을 교육한다면 특수교사는 교육적인 측면에서 관찰하고 분석하면서 과정을 진행해 나가지만, 보조원의 눈에는 그저 아이를 키울 때 사용법을 익히게 하는 것과 별반 다를 바 없을 수 있다. 한 특수교사는 “일부 보조원들은 자신이 본 학교 환경이 전부라고 생각하고 특수교사 업무를 본인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로 인식한다”며 “가르치는 것에 대한 전문성을 인정하지 않고 보조원이 교육자라고 생각하는 것은 각자의 영역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보조원들은 “지시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지시를 적용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교육계획을 현장에서 적용시키는 보조원의 업무가 교육이지 무엇이겠냐”는 입장이었다. 이런 입장차이에서 파생된 논쟁거리는 판단의 권리 유무였다.
보조원들은 교육 전문 인력으로서 교육에 대한 판단 권리가 있다고 여기고 회의에도 참석하길 원한다. 특수교사가 지시하면 지시하는 그대로만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이지만 보조원의 업무를 교육이 아닌 보조로 여기는 특수교사들은 반대의 입장이었다.
특수교사가 교육적 목적을 가지고 지시한 내용을 보조원이 주관적으로 판단하고, 판단 결과에 따라 변형해 적용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전체적인 그림을 보고 계획을 짠 특수교사의 입장에서는 보조원들의 개인적 판단이 가미된 교육은 일관성을 가져야 하는 교육의 효과를 감소시키는 일이었다.
이와 같은 갈등은 보조원의 역할과 위치에 대한 인식 통합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해결되기 어려운 문제다. 한 특수교육 전문가는 “보조원의 업무가 교육의 일환이라는 점은 맞지만 애초에 보조원을 배치한 이유가 교육의 목적이 아닌 보조를 목적으로 둔 만큼 보조원들이 자신들의 역할을 분명하게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며 “동시에 특수교사도 책임자로서 보조원에게 과하게 업무를 맡겨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또한 “교육의 의미를 폭넓게 보면 모두 교육이지만 책임의 주체가 누구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학생을 위한 교육 활동을 한다는 점에서 같은 입장인만큼 갈등을 일으킬 것이 아니라 함께 호흡을 맞춰 시너지효과를 내는 것이 맞다”고 지적했다.
기초만 맴도는 형식적인 보조원 교육
보조원을 선발하는 기준은 높지 않은 편이다. 고졸 이상이면 특별한 제약없이 지원이 가능하다. 특수교사들은 특수교육보조원의 경우 학교 내 다른 보조원들(전산, 과학보조 등)과 달리 교육과정에 직접 개입돼 학생들과 부딪히는 업무를 하는데도 특별한 평가 없이 채용된다는 점에 우려를 표했다. 또한 채용 후 보조원 업무에 적합한 교육이 다양하지 않다는 것도 문제였다. 특수교사들은 보조원 자질 함양 등을 위한 교육이 풍부해지면 갈등 발생의 가능성이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같이 질 좋은 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갈증은 보조원들도 동의하는 부분이다.
실제로 지난 3월 실시된 집합 교육을 마친 보조원들을 만나 본 결과, 보조원들의 연차는 쌓이는 반면 그에 맞는 교육이 전무하다는 의견이 다반수였다. 기초적인 연수가 주를 이루다보니 교육 내용이 때마다 크게 다르지 않고 초보 보조원들에게 유용한 수준이라는 지적이었다. 경력이 10년 이상인 한 보조원은 “지금까지 심화교육이라고 부를 만한 교육이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다. 초기에 일을 시작해 경력이 쌓인 보조원들이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게 다양하고 심도있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교육 과정에 보조원 토론회 등 소통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보조원의 경우 소속이 불명확해 학교 내에서 상황을 토로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더욱 소통의 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입을 모아 필요성을 말하는 교육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교육청의 의지가 우선 필요하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보조원 인원이 많은 서울과 경기도 교육청 특수교육과에서조차 현재 시행되고 있는 교육보다 더 전문적이고 세심한 심화교육 신설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가지고 있지 않은 상태다.
학부모도 통합교육 환경 이해 필요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까지 통합교육 학교로 자녀를 통학시킨 학부모 A씨는 실제로 특수교사와 보조원 간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것을 체감한 경험이 있다. 아이에게 특이사항이 생겨 특수교사에게 미리 일러두었지만 보조원은 이를 정확히 인지하지 못했다. 때문에 불가피하게 추가적인 손길이 필요했던 아이를 반복적으로 꾸짖었다. 상황이 종료된 후 이를 알게 된 A씨는 가슴을 쓸어 내려야 했다.
학부모연대에서 활동하는 A씨는 특수교사와 보조원간의 갈등이 아이에게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학부모들도 알고 있다고 전했다.
A씨는 “학부모들이 모이는 자리에서 갈등 상황에 대해 걱정을 털어놓는 학부모가 5명 중 1명은 꼭 있다”며 장애학생 학부모라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A씨는 갈등의 원인 중에 학부모의 이해 부족도 있다며 학부모 사전교육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특수교사와 보조원의 업무 범위 차이를 학부모들이 알고 있어야 그에 맞는 문의나 요구를 하는데, 현재는 그 차이점을 명확하게 알고 있지 않은 학부모들도 많아 오해를 불러일으킨다는 것이다. A씨는 “일부 학부모들은 현재 시행되는 학부모 교육을 찾아가서 듣는데 이야기를 해보면 교육을 받은 학부모와 그렇지 않은 학부모의 이해정도는 확실히 다르다. 같은 목적을 가지고 학교를 방문하더라도 어떤 경로로 정보를 획득해야 적절한 지 알기 위해서 통합교육 환경, 구성원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특수교육에 대한 관심 높아져야
보조원들은 ‘보조원을 무시하는 특수교사’ 또는 ‘보조원을 파출부처럼 부리는 특수교사’ 등에 반감을 가진다. 한편 특수교사들은 ‘특수교사의 지시를 따르지 않고 자신의 경험을 맹신해 교사의 영역을 침범하는 보조원’ 또는 ‘장애학생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장애학생이나 학부모에게 해서는 안되는 말이나 행동을 하는 보조원’ 등에 반감을 가진다. 모두가 그렇지는 않다고 서로 인정하지만 그러한 반감을 품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전문적인 업무에 맞는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보조원과, 처우 개선 요구 정도가 지나치다는 특수교사 간의 갈등은 쉽게 사그라들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특수교사, 특수교육 보조원, 학부모까지 통합교육 환경에 놓인 이들은 제도적인 허점이 너무 많다고 입을 모은다. 보조원의 투입도 애초에 충분한 고민 후, 시행할 교육을 단계별로 계획하고 업무 분장을 분명하게 한 뒤 시행 과정에서 수정해 나갔어야 했지만, 종사자들의 말을 빌리자면 ‘급하니까 일단 예산 주고 바로 시행’해버린 탓에 지난 10여년간 크고 작은 문제들이 불거져왔다. 보조원 운용의 책임을 전적으로 안고 있는 특수교사들의 부담감을 해소할 방법도, 신규 특수교사가 특수학급이 1개인 학교에 갔을 때 참고할 있는 효과적인 매뉴얼도 부족하다.
보조원의 업무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인지의 기준이나 학부모가 보조원에게 기대해야 하는 지원은 얼만큼인지의 기준도 마찬가지다. 비정규직 보호 차원에서 보조원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고 있지만 여전히 고용불안정은 남아있고, 학교 내에서 보조원은 교사 집단도 행정 집단도 아닌 위치에서 소통의 창구도 없어 불만이 곪고 있다. 인터뷰 과정에서 한 특수교육 종사자는 “교장선생님조차 특수교육에 대해서 잘 모르고 관심도 없는 학교들이 적지 않다. 특수는 특수끼리 알아서하라는 식”라며 한숨을 쉬었다. 특수교사, 보조원, 담임교사, 학부모가 장애학생의 교육을 위해 각자의 역할을 다하되 함께 화음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구체적이고 장기적인, 종사자들의 목소리가 반영된 제도 보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글·사진 조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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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적한방님의 댓글
결정적한방 작성일현장에서 문제라고 느끼고 있는 부분을 잘 풀어써주신 것 같습니다. 두 집단의 갈등이 수면위에서 좀 논의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