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장애인 고용지원정책, 강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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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장애인의 자립생활(Independent Living: IL)정착을 위해 최근 선진국에서는 장애인 정책의 가장 중요한 이슈로 고용과 소득보장을 두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장애인 복지정책의 방향은 탈시설을 통한 지역사회 정착으로 변화되고 있으며, 중증장애인은 서비스의 선택권 및 통제권의 확대, 그리고 이에 대한 책임을 갖고 지역사회 생활에 활동적으로 참여해 변화를 실천하고 있다. 또한 자립생활을 통한 중증장애인의 사회참여도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적인 추세이며, 지금 우리나라의 중증장애인은 빈곤에서 탈피하기 위해 ‘중증장애인 인턴제’ 및 ‘사회연대고용제’, 그리고 ‘공공고용제’와 ‘장애인 공기업 설립’ 등을 요구하며 현 정부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는 중이다.
중증장애인에게 있어서 고용의 의미는 경제적 수준 향상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참여를 통한 진정한 통합사회를 구축할 수 있는 기회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우리가 추구하는 자립생활의 성취를 위해서는 현재 많은 문제, 즉 중증장애인의 인권유린 및 편견 그리고 억압 등이 계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거주시설을 폐쇄시켜 지역사회에서의 통합 실현과 더불어 자립생활 정착의 사회적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 특히 중증장애인에게는 자립생활 정착 시 노동을 통한 소비자성의 강화방안으로 근로보장이 중시되고 있다.
장애인에게 직업생활(근로)은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국민으로서의 고유한 권리이자 의무다(헌법 제32조).
뿐만 아니라 매우 심한 장애를 입게 된 ‘직업적 중증장애인’, 예를 들면 뇌중추운동신경계에 복합적 손상을 입게 된 심한 뇌성마비장애, 인지손상을 심하게 입은 발달 및 지적장애, 산소호흡기를 착용하고 있는 심한 근육장애, 전신마비를 입게 된 와상척수장애 등을 위해서는 국가차원의 소득 재분배에 의한 직접적 소득보장이 현실적으로 실현되는 것이 복지선진국으로 가는 바람직한 길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복지국가에서는 일하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일을 하게 하는 것 또한 일을 할 수 있는 장애인에게 일할 기회조차 안 주는 것과 같은 인권유린이라 볼 수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가 진정으로 복지선진국을 지향한다면 현시점에서 소득보장이 그들의 삶을 유지할 수 있을 만큼은 갖춰져야 한다. 그래야만 장애로 인한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일하기 어려운 중증장애인들에게 제일 중요하고 필요한 것은 ‘부양의무제 폐지’다. 이러한 소득보장과 부양의무제 폐지는 인간답게 살기 위해 현 정부에게 우리가 요구하는 최소한의 조건이다. 그리고 이것은, 현재 우리나라 경제의 주된 문제인 내수경제 촉진과 경제 양극화 해소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방향이라고 확신한다.
최근 자립생활 패러다임에서도 직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자립생활 모델의 영향을 받아 설립된 중증장애인 당사자 단체인 자립생활센터(이하 IL센터)에서도 활동보조서비스, 동료상담과 권익옹호활동, 자립생활기술훈련, 정보제공 등의 고유사업과 더불어 발달장애인 고용을 활성화하기 위해 지원고용에서 하고 있는 직무지도 및 신체장애인을 위한 근로지원서비스, 그리고 취업지원사업 등 다양한 고용지원서비스를 전개하고 있는 추세이다.
사실 IL센터는 고용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일 뿐만 아니라 중증장애인을 직접 고용하는 곳으로서의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실제로 IL센터의 활성화는 기존 노동시장에 참여하지 못했던 중증장애인들을 위한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으며, 경증장애인 위주의 고용관행이 오히려 역으로 나타나고 있다.
즉, 같은 능력이라면 장애인을 고용하고, 또한 가급적 경증장애인보다 중증장애인을 고용하는 것이 IL센터의 특성이다. 따라서 이러한 특성을 갖고 있는 IL센터는 기존 노동시장에서 배척당했던 중증장애인들이 직접 운영하는 곳이며, 중증장애인 인재의 능력이 가장 극대화돼 발휘될 수 있는 직종들로 구성돼 있다. 예를 들어, 재가중증장애인을 지역사회로 이끌어내는 동료상담 업무는 지역사회로 나온 중증장애인 동료가 역할모델로 다가갈 때 가장 높은 업무효율을 기대할 수 있는 것으로 본다. 또한 IL센터만의 독특한 사업인 권익옹호활동은 지역사회를 변화시키는 주된 사업으로, 중증장애인을 직원으로 고용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예를 들어 편의시설 지원투자를 공무원을 비롯한 지역사회 구성원들에게 요구하는 데 있어서 중증장애인 당사자만큼 큰 효과를 가져올 직원은 없기 때문이다. 아울러 근로지원인제도의 도입으로 IL센터에서 중증장애인의 원활한 직무수행 가능성을 한층 높이고 있다. IL센터가 일반 사업체보다 중증장애인에게 특히 좋은 면은, 일반 사업장에서 생산성 저하 요인으로 여기는 중증장애인의 장애특성들, 예를 들면 비교적 느린 속도, 다소 늦은 출근시간, 긴 화장실 이용시간, 욕창휴가 등을 이해하며 자연스러운 장애문화적 요소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듯 중증장애인의 고용지원정책이 강화되기 위해서는 현 중증장애인 당사자주의에 바탕을 둔 IL센터를 활용해 직업훈련을 실시하고, 중증장애인의 직종 개발을 통한 직업화 방안을 중요한 고용모형으로 제시해야 한다. 그리고 그 고용모형들을 개발해 점차적으로 IL센터만의 고용을 뛰어넘어 장애인단체, 장애인복지관, 거주시설, 병원, 민간기업에까지 확산해 중증장애인의 고용활성화와 고용다변화를 모색, 그들이 세금을 내는 시민으로서 자립적이고 사회통합적으로 살 수 있게 해야 한다.
▲ 그간 중증장애인 노동권 쟁취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중증장애인 인턴제 시행, 공공고용제 도입 등을 요구했다. |
그러기 위해 우리는 먼저 지난 2013년, 중증장애인 인턴제 도입을 정부에 제안했다. 그리고 2014년 초에 우리가 ‘출범시킨 중증장애인 노동권 쟁취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는 중증장애인 당사자들의 고용확대를 위해 매년 전국 IL센터 1백50개소에 중증장애인 인턴을 3명씩, 1백20만 원의 급여를 지급하는 것을 요구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2015년부터 정식 국가사업을 실시하겠다고는 했으나, 인턴 기간과 급여 등 구체적 세부사안에 대해서는 공대위와 입장차가 명확하다. 당초 공대위에서 제안한 인턴기간은 12개월이었지만, 고용고용부는 절반인 6개월로 인턴 후 취업자에 한해 6개월 추가 지원하겠다고 했다. 급여 또한 최저임금을 보장해 1백20만 원을 책정하라고 요구했던 공대위의 의견과는 달리 80만 원으로, 인원도 IL센터 1백50개소에 3명, 총 9백명을 요구했지만 고용노동부는 2백명 정도로 추진하겠다고 했다. 공대위는 고용노동부에서 나온 사업안에서 지원금액이 80만 원으로 소득액이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고 기간 부분에서도 6개월은 그다지 매력이 없다고 봤다. 짧은 6개월 동안 직장체험이나 직업훈련, 최소의 경력사항 축적 등의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우며, 고용노동부의 사업안은 공대위의 요구와 무관한 일반 노동시장 유인책에 불과한 것으로 보여 중증장애인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그래서 공대위는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직접 요구해 ‘중증장애인 인턴제’라는 명칭의 시범사업을 정착시켰다. 고용노동부 사업안(명칭은 서울시와 같음)보다 훨씬 좋은 결과다. 서울시는 2015년부터 중증장애인 인턴제 시범사업을 실시하기 위해, 총예산 2억7천7백여만 원을 투자했다. 4월부터 12월까지 9개월간 전액 시비지원사업으로 이뤄지게 했다. 총 23명을 대상으로 1인당 인건비는 1백35만 원이다. 이것은 식비, 주휴수당, 연차수당 등이 포함된 금액으로 최저소득이 철저히 보장된 액수이다.
중증장애인 인턴제가 올해 성공적으로 정착하면 그 다음으로 고용의 연속성 즉, 계속적이고 안정적인 고용을 위한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필자가 최근에 주장하는 ‘사회연대고용제’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하 공단)이 민간기업에서 거둬들이는 고용부담금으로 중증장애인 고용을 위해 각각의 중증장애인 고용주체들인 정부, 민간기업, 장애인단체를 포함한 대체노동시장 등이 서로 협력해 고용토록 하는 것을 말한다. 이 사회연대고용 모델은 좀 더 폭넓은 단체들, 즉 중증장애인의 고용주체들이 사회적 연대를 형성해 고용을 활성화시키는 제도를 의미한다. 이것은 고용주체들이 사회연대 형성을 통해 종합적으로 중증장애인 고용의 사회적 지원을 이끌어 내는 방안으로 생각된다. 우리나라 대기업에 중증장애인이 고용되기는 사실상 어렵다고 판단되기 때문에 민간기업은 인건비를 고용부담금으로 최저임금(1백20만 원)이상으로 책정하며, 민간기업은 사회공헌과 더불어 고용부담금의 감면이나 공제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예산이 부족해 중증장애인을 고용하고는 싶으나 고용하지 못하는 장애인단체 및 IL센터는 민간기업으로부터 고용부담금을 지원받아 예산확보가 가능해져, 직접고용은 아니지만 간접고용을 통해 고용활성화의 효과는 확실히 높일 수 있게 될 것으로 본다. 이러한 사회연대책임의 이념을 반영해 장애인을 고용하는 사업주와 고용하지 않는 사업주의 경제적 부담을 평등하게 조정함으로써, 장애인 고용에 따른 비용을 보전해주기 위한 공동갹출금 성격으로 이 기금을 오직 장애인 고용비용에만 써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려고 한다.
장애인 고용부담금은 융자지원, 고용장려금 지급 등 장애인고용촉진을 위한 각종 사업에 지원되는 것이 원칙이고, 그 외 예치금, 공단운영비 및 공단직원 인건비 같은 것에는 절대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장애인 고용부담금은 장애인을 고용해야 할 의무가 있는 사업주가 의무고용률에 못 미치는 장애인을 고용한 경우 납부해야 하는 것으로서, 장애인 고용에 따른 비용을 보조해 주기 위함이다. 이 기금을 장애인 고용에 사용하게 된다면, 공단은 장기적인 고용률 확대라는 높은 성과를 나타낼 수 있으며 고용부담금을 민간 장애인 기관에 지원함으로써 효율적 활용이 가능하다.
사회연대고용제를 통해 중증장애인 고용을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곳으로부터의 고용지원에 들어가는 자금을 모을 수 있게 돼, 중증장애인은 IL센터뿐만 아니라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직업 경험을 통한 직무영역 확대와 중증장애인의 고용 활성화 및 경제적 자립 지원이라는 효과를 거둘 수 있게 된다. 즉, 이러한 중증장애인의 고용 활성화는 우리 사회의 어느 하나의 주체만 노력 한다고 가능한 문제가 아니라 정부와 민간기업, 비영리 민간 단체(장애인 단체 중심의 제3섹터)가 서로 협력해 상호유기적 관계를 통한 사회적 연대를 갖고 추진할 때 현장에서 실현 가능하게 될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정부의 직접적 예산을 통해 중증장애인을 지속적으로 고용하기 위해서는 공공고용제 도입과 장애인 공기업 설립이 시급하다. 정부도 장애인의 고용창출 및 유지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할 필요가 있다.
현재 장애를 바라보는 시각, 장애인에 대한 인식, 장애인복지 패러다임의 변화 등은 우리 사회가 변화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나타내며, 이것은 또한 중증장애인의 삶에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급기야 전혀 노동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여겨왔던 중증장애인 고용에 대해 문제인식을 갖고 논의할 수 있는 시점이 온 것이다. 중증장애인 고용은 사회구성원으로서 장애인의 근로를 통한 능동적 사회참여라는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또한 중증장애인의 생계수단으로서의 의미도 담고 있어 중증장애인 고용지원정책은 반드시 필요하다. 중증장애인이 일을 통해 스스로의 삶을 실현할 때, 그때야 비로소 삶의 질을 높이고 인간다운 삶을 유지할 수 있다.
새해에는 중증장애인에게 맞는 가장 적합한 고용지원정책을 통해, 중증장애인과 이 사회가 하나되고 고용이 증대될 수 있길 진정으로, 간절히 바란다.
김재익 재활학 박사
Good job 자립생활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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