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같이 모신다는 장애인콜택시, 곳곳이 인권사각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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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지역별로 조금씩 발전해가고 있는 중증장애인의 발 ‘장애인콜택시’. 하지만 아직도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 많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긴 배차시간으로 인한 불편은 이미 오래전부터 장애인콜택시가 앓아온 문제지만 아직도 많은 장애인들이 콜택시를 기다리며 시간을 보내는 게 현실이다. 긴 기다림 끝에 콜택시에 승차하면 또 다른 문제가 기다린다. 복불복으로 주행 시간동안 운전기사들의 불친절함과 장애 비하를 견뎌야 하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일부 불량 운전기사들로 인한 마음의 상처를 호소하는 장애인들의 목소리와 기사들을 책임지는 서울시시설관리공단측의 이야기를 모두 들어보았다. 가장 오랫동안 장애인 콜택시를 운영해 온 서울시장애인콜택시조차 운전기사 인권교육에 대한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반말과 장애인비하를 서슴지 않는 일부 운전기사들
지난 1월 말, 장애인인권침해예방센터를 찾은 중증장애인 A씨는 오랫동안 장애인콜택시 운전기사에게 받은 모욕감을 털어놨다. A씨는 8년 이상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하면서 꾸준히 한 운전기사와 마주쳤는데 그 운전기사가 때마다 욕설과 비하를 일삼았다는 것이다. 한 예로, 장애인콜택시 차량의 뒷자리에서 휠체어가 넘어져 몇 번이나 크게 다칠 뻔해 뒷자리가 불안하니 중간자리에 앉게 해달라고 요구했다가 기사로부터 “네가 뭔데 중간에 타냐”는 등의 비난을 받았다고 말했다. 특히 넘어졌던 경험을 말했을때 운전기사가 비웃듯이 “안 죽었으면 됐지”라고 말한 것이 크게 상처로 남았다며 “해당 운전기사는 8년간이나 ‘병신’ 등 입에 담기 어려운 욕설과 장애 비하를 해왔고 주행 도중 차를 세우고 내리라고 강요하기도 했다. 내가 민원을 넣은 뒤에 마주친 적이 있는데 그 때는 죽여버리겠다며 협박까지 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사실을 서울시시설관리공단에 알렸지만 시설공단에서는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A씨는 현재 직접 고소를 진행하고 있다.
A씨와 같은 사례는 적지 않다. 장애인콜택시 민원 사례 취재 과정에서 만난 실제 장애인콜택시 이용자들에 따르면, 주소를 불러줘도 기사가 위치를 찾지 못하고선 위치를 찾지 못하겠다는 이유로 전화를 걸어 대기하고 있는 장애인에게 화를 내거나 언어 장애로 인해 대화가 매끄럽지 않으면 ‘말귀를 못 알아듣는다’는 등의 장애 비하 발언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또, 성희롱에 가까운 농담을 던지고 휠체어를 묶어달라는 등 이용자로서 할 수 있는 당연한 요구를 해도 짜증을 내기 십상이라고 한다. 운전기사로서 이용자에게 기본적으로 갖춰야 하는 예의나 친절 없이 아랫사람 대하듯 반말을 달고 다니는 기사들에 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교육의 부재로 고착화되는 문제
교통 서비스로 분류되는 장애인콜택시 기사들이 이처럼 이용장애인들을 불친절하게 대하는 이유는 ‘봉사 마인드’에서부터 시작된다. 4대보험에 등록되고 월급을 받으면서 일하지만 자신들의 업무가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에 대한 일종의 봉사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장애인들을 서비스를 받는 고객으로 인식하지 않고 돌봄이나 보호를 받아야 하는 약자이자 자신에게 봉사를 받고 있는 ‘을’로 보는 시선이 문제의 밑바닥에 깔려있다.
반면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은 장애인콜택시가 당연한 장애인의 권리이며 교통 서비스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봉사를 받는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장애인콜택시는 그저 거동이 어려운 장애인들이 이용하는 이동수단이라고 생각한다. 운전기사와 장애인의 이러한 기본 인식 차이가 서로의 태도를 이해할 수 없게 만들고 있다.
운전 기사들이 이용 장애인들에게 가지는 가장 큰 불만은 주로 ‘승차시간 지연’이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한 장애인콜택시는 종일 바쁘게 굴러가기 마련. 그 와중에 이용 장애인이 차를 대기시키면 그만큼 운전 기사들의 업무가 미뤄지기 때문에 이용자가 늦게 나올 경우 조급해지는 것이다. 하지만 이 문제도 입장 차이가 분명하다. 운전 기사들은 차가 도착하기 전에 이용자들이 미리 차량 도착 장소에 나와 대기하면 해결된다고 하지만 장애인콜택시의 가장 큰 문제인 배차시간 때문에 이용 장애인들의 입장에서는 언제 올지 모를 차량을 하염없이 기다리기가 어렵다. 특히 덥고 추운 계절에는 더더욱 그렇다. 장애인콜택시 도착시간은 대중이 없다. 30분만에 도착할 때도 있지만 3시간씩 기다리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당연히 기본 2시간은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외출 준비를 하다가 차가 전에 없이 빨리 도착하면 아무리 서둘러도 차량 대기시간이 생길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이용자들의 입장이다.
앞서 언급한 입장 차이가 아니더라도 일부 운전 기사들의 낮은 인권의식, 장애에 대한 이해 부족은 장애 비하발언 등을 낳을 수 밖에 없다. 더불어 민원 제기에 따른 패널티 제도도 전무한 상태. 잘못을 해도 벌을 받지 않고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게 하기 위한 교육도 받지 않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문제가 고착화되고 있다.
부실한 교육제도와 무관심한 공단
서울시는 지금까지 일반택시기사에 의무 교육시간을 부여해왔다. 신규 기사의 경우 16시간의 신규교육을 이수해야만 택시 운행이 가능하며 이 교육 과정에는 도로교통법 등의 법령과 서비스 자세, 안전수칙과 응급처치방법 등이 포함되어 있다. 택시 운행을 하는 중에도 정기적으로 교육 시간을 달성해야 한다. 무사고, 무벌점 기간이 5년 이상 10년 미만인 경우 격년으로 4시간, 5년 미만은 매년 4시간의 교육을 이수해야 하며 이러한 보수교육은 인성교육, 직업의식, 자긍심 확대 등 서비스 마인드 유지를 돕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민원이 많은 인원은 교육을 수시로 받게 하고 계속해서 민원이 들어오면 교육시간을 배로 계속 늘린다.
이에 반해 서울시의 장애인콜택시 기사 교육은 부실하기 짝이 없다. 분기별로 교육을 시행한다고는 하나 매년 정기적으로 고정되어 있지 않아 1년에 4번이었던 교육이 1년에 2번으로 그치기도 한다. 공단은 각 차고지별 ‘반장’에게 매월 교육을 실시하고 반장들이 담당 기사들에게 교육 내용을 전파하게끔 하고 있다지만 사실 확인은 하고 있지 않다. 교육을 진행하는 담당자도 전문적인 외부 강사가 아닌 내부 관리자들 위주로 꾸려진다. 교육 내용은 안전운행과 친절응대 교육, 교통사고 유의사항 등이다. 인권교육을 위해 장애인 인권 분야 전문가를 초청하는 횟수는 1년에 1회 정도로 최소한의 선에 머물고 있다.
시설공단 담당자에 따르면 교육이 이처럼 드물고 고정적이지 않은 이유는 배차시간 지연 방지 때문이다. 운전기사가 교육을 위해 업무에서 빠지면 그만큼 배차 대기시간이 늘어난다는 것. 휴무일에 교육을 받고 나면 그에 대한 휴일이 다시 발생하기 때문이다. 공단측은 배차시간에 대한 불편함을 호소하는 이용자들을 배려하기 위해 교육을 최소화한다고 하지만 그것이 또 다른 문제를 낳는다는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
또한, 민원이 들어왔을 때의 대응방식도 미지근하다. 서울시시설공단 담당자는 “내가 아는 한 그동안 징계는 없었다”고 말했다. 또한 “차량 내부에 블랙박스가 있지만 음성 녹음이 되지 않으므로 욕설을 확인할 수 없고 그 영상이 증거가 될 수 없다”며 민원에 대해 물었을 때 운전기사가 사실을 부정하면 더 이상 어쩔 수 없다는 무책임한 답변을 내놨다. 이는 장애인의 민원을 근거없는 소리로 치부하고 있는 것이다.
얼만큼, 무엇을 교육해야 하나
문제 해결을 위해 우선시 되어야 할 것은 정기적인 교육 실시와 교육 내용 재구성이다. 연간 법정의무교육시간을 정해 운전기사들이 일정한 교육시간을 채우도록 강제성을 둬야한다. 시간을 달성하지 못할 경우, 적절한 패널티를 주는 제도도 필요하다.
교육 내용은 장애인콜택시 탄생 배경, 특별교통수단의 의미와 그 중요성에서부터 탑승자인 중증장애인에 대한 이해, 봉사가 아닌 서비스직으로서의 정체성 확립 등이다. 무엇보다 장애인콜택시 이용장애인을 활용한 교육이나 장애인인권 강사 초청이 중요하다. 비장애인인 운전기사가 장애를 이해하기 위해서 장애 체험도 병행해야 한다.
이러한 올바른 교육이 전국적으로 전무한 것은 아니다. 2013년 인천 장애인콜택시, 2014년 부천 장애인콜택시가 적극적인 교육을 진행한 바 있다. 모두 서울양천구장애체험관에서 실시되었다. 두 지자체는 장애체험관에 커리큘럼을 의뢰했고 장애인인권 강사도 초정됐다. 인천의 경우, 총 190명을 대상으로 14회로 나눠 교육이 진행되었고 대상자에는 장애인콜택시 운전기사 뿐 아니라 모든 사무실 직원과 콜센터 직원까지 포함됐다. ‘휠체어 도시탐험’이라는 프로그램을 따라 실제로 휠체어를 타고 인근지역에서 미션을 수행하는 등 휠체어 이용자들의 불편을 체감할 수 있게 했다. 인천 장애인콜택시 담당자는 “교육 이후 비장애인 직원들이 장애인을 바라보는 인식이 변한 것을 느낄 수 있었고 실제로 민원도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정직원으로 일하는 운전기사 외에 시간제로 투입되는 기사들에 대한 사전교육 필요성도 제기됐다. 장애물없는생활환경시민연대 배융호 사무총장은 “시간제 운전자들은 장애인콜택시 차량 조작 방법조차 숙지가 제대로 돼 있지 않은 경우가 있다”며 “정직원은 수시로 교육을 하면 되지만 시간제운전자는 아예 사전교육을 이수한 자에 한해 최종 채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현재 시간제 운전기사들은 정보량이 가지각색이고 기사들간에 소통도 쉽지 않다. 업무 투입 이전의 교육시행이 문제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남은 과제들
휠체어를 타고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하는 장애인을 위해 운전기사가 차에서 내려 승하차를 돕고 건물 출입까지 도와야 할까? 보호자 없이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하는 장애인의 입장에서는 운전기사의 도움이 꼭 필요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 운전기사들의 서비스 범위가 정해져 있지 않아 마주치는 운전기사에 따라 도움을 받을수도, 받을 수 없을수도 있다. 장애인콜택시 운전기사로서 어디까지 서비스해야 하는지에 대한 매뉴얼이 필요한 부분이다. 교육이나 패널티 외에도 제도의 보완이 운전기사들의 친절도나 이용장애인들의 만족도를 올릴 수 있다.
처우가 좋지 않아 직장 내 스트레스가 높은 사람에게 친절을 바라기는 힘든 것처럼, 운전기사들의 처우 개선도 결국 이용 장애인을 위한 길이다. 외국의 경우 운전자들의 복지가 좋아 스트레스 요소가 적다. 하지만 현재 장애인콜택시 운전기사들의 처우는 ‘좋다’고 말하기 힘든 수준이다. 차고지에만 가봐도 알 수 있다. 차고지에서 운전기사들이 편하게 쉴 공간도 마땅치 않다. 운전기사들은 밥 먹을 시간이 없어 잠시 차를 주차하고 차내에서 빵이나 김밥으로 끼니를 해결하기도 한다. 운전기사들이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나가는 것도 앞으로 장애인콜택시가 풀어나가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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