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 점자블록, 이대로 괜찮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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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자블록을 가로막은 채 세워져 있는 포장마차 경고블록 없는 횡단보도 ▲ |
시각장애인들의 편의와 안전을 위해 곳곳의 바닥에 설치되는 ‘점자블록’의 관리 상태가 말이 아니다. 「장애인·노인·임산부등의편의증진보장에관한법률시행령」에 따르면 점자블록은 ▲대상시설의 외부 보도로부터 건축물 주 출입구까지 설치 ▲시각장애인이 감지할 수 있도록 바닥재의 질감 등을 달리할 것 ▲선형블록은 유도방향에 따라 평행하게 연속해서 설치해야 한다. 시각장애인이 통상의 보행 상태에서 주로 발바닥이나 지팡이의 촉감을 이용해 형태를 인식할 수 있도록 돌기가 드러나야 하며 정확한 위치와 보행 방향을 제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시설물이다.
지상에 설치된 점자블록은 조금만 살펴보면 문제들이 쉽게 눈에 띈다. 점자블록을 따라 걷다보면 점자블록의 돌기가 심하게 마모되어 평면에 가까운 구간이 적지 않다. 마모와 오염이 뒤섞이면서 블록이 선형(유도)인지 점형(경고)인지 구분하기가 어렵다. 심지어는 깨지고 떨어져 나간 블록들도 있다. 블록이 시각장애인들의 길잡이라면 이처럼 제 역할을 못하는 블록은 시각장애인에게 올바른 정보를 전달하지 못한다.
점자블록 위에 버젓이 들어선 포장마차나 주차된 차량, 오토바이 등도 많다. 요즘 같은 겨울, 뜨거운 불이 내내 활활 타오르는 군고구마 리어카는 아예 점자블록 위에 있었다. 이처럼 장애물이 있을 경우 블록을 감지하며 걷던 시각장애인이 부상을 입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차도 옆 큰 길, 곁가지로 수많은 차량 유입로가 있는 길에서 유도블록이 이어지던 중 뚝 끊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경고블록이 제대로 설치되지 않은 경우도 많다.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라고 해도 차량이 오가는 곳이라면 인도와 도로가 만나는 지점에 경고블록이 제대로 설치돼야 한다. 유도블록을 따라오던 시각장애인이 잠시 멈춰서 위험을 감지할 수 있어야 하는데 유도블록이 그대로 끝까지 이어진 곳들이 있다. 경사도 없고 턱이 길과 이어져 있다면 그대로 걸어나가 오가는 차량에 사고를 겪을 수도 있는 위험에 노출된다. 또한, 점자블록이 쭉 이어져있어야 함에도 중간중간 맨홀들이 블록을 끊고 자리잡곤 한다. 맨홀에 높낮이가 있을 경우에는 시각장애인의 발이 걸리거나 발을 헛딛을 수 있다.
한 지하철역까지 점자블록을 따라 걷던 기자가 마지막으로 발견한 문제는 역 입구에 있었다. 올라오는 에스컬레이터와 내려가는 계단이 나란히 있는 입구에서 점자블록은 계단과 에스컬레이터 모두에 설치돼 있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오는 시각장애인이라면 자연스럽게 유도블록을 따라 역을 빠져나오겠지만 역으로 들어가는 경우에는 자칫 올라오는 에스컬레이터로 들어설 수도 있는 설치였다. 에스컬레이터로 진입하는 바닥에 경고블록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비장애인의 눈으로 보면 블록이 마모되었든 끊어져있든 장애물이 있든 경고블록이 없든 큰 문제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시각장애인들의 입장에서는 이도저도 아닌 결과다. 제대로 되어 있지 않으니 무용지물인 것이다. 과연 지상의 점자블록을 믿고 초행길을 걷는 시각장애인들이 얼마나 있을까? 그저 돌기가 오돌토돌한 블록을 길게 줄 세워달라는 것이 왜 이렇게 어려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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