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석은 예매할 수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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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년… <함께걸음>의 지난날을 뒤돌아보면, 여러 활동가들이 장애인들의 인권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투쟁하며 많은 것들을 이뤄냈다. 아직도 갈 길이 멀지만 8·90년대에 비해 장애인 편의시설은 꽤나 늘어났다. 지하철을 탈 때 승강기를 이용할 수 있게 됐고, 들어갈 수 있는 식당도 늘어났다. 또 제도·문화·직업 등 여러 영역에서 장애인들이 살기 좋은 세상으로 한 발짝 내딛었다. 하지만 두 번째 발걸음을 내딛기엔 우리 주변 곳곳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동등하게 이용할 수 없는 시설과 환경이 너무나도 많다.
<함께걸음>에서는 2015년 1월호를 시작으로 사소하지만 매우 중요한, 자칫 그냥 지나치기 쉬운, 우리 일상생활 곳곳에 숨겨진, 장애인에 대한 불합리한 환경을 점검하고 고발한다. 그 첫 번째 타깃은 바로 ‘농구장’이다.
송파구에 위치한 한 실내체육관. 사진은 해당 농구 경기장 내에 있는 장애인석이다. 총 3층으로 이뤄진 농구장에서 장애인석은 2층에 배정돼 있다. 언뜻 보면 꽤나 전망 좋은 자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농구코트와 거리가 있어 잘 보이지 않는다. 또 다른 좌석과는 다른 모습으로 격리된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장애인이 농구경기를 관람하기 위해서는 한 가지 관문이 더 있다. 바로 ‘예매’다. 장애인은 인터넷으로 장애인석을 예매할 수 없다. 다음은 한 티켓 판매 대행업체와의 통화 내용이다.
Q. 장애인석이 따로 있나? Q. 장애인 할인이 있나? Q. 그럼 장애인이 할인을 받기 위해 현장에 방문했는데 표가 없다면 장애인 할인은커녕 경기관람 자체가 불가능하지 않나? |
실제 티켓 판매 대행업체를 통해 인터넷에서 예매를 진행하는 과정이다. 좌석 유형을 선택하는 좌석 등급란에서 장애인석을 선택할 수 없다. 장애인 할인도 마찬가지다. 휠체어를 이용하지 않는 장애인이 할인을 받기 위해 일반석을 선택한 후 할인선택 창으로 넘어갔다손 치더라도, 장애인 할인을 선택할 수 없다.
왜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은 꼭 지정된 자리에서만 경기를 관람해야 할까? 왜 장애인은 할인을 받기 위해 현장 매표소에 직접 방문해야 할까? 비장애인은 일반석·R석·S석·메가박스석·커플석 중 본인이 원하는 유형을 선택해 좌석을 지정할 수 있지만, 휠체어 이용 장애인은 자리 지정은커녕 원하는 층수도 정할 수 없다. 또 인터넷에서 예매조차 할 수 없다. 휠체어를 이용하지 않는 장애인이라고 다를 바 없다. 인터넷 예매로는 장애인 할인을 받을 수 없다. 장애인도 편리하게 집에서 클릭 한번으로 예매하고 우아하게 입장하고 싶다. 장애인석은 로얄석, 일반석처럼 가격에 따라 차등 배정되는 ‘좌석 등급’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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