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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인권을 얘기하는 그 중심에 서 있겠습니다

- 21대 총선 정의당 비례대표 배복주 후보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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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멸했다.” 2016년 20대 총선에 출마할 후보자들이 결정됐을 때, 장애인권단체에서 활동하던 이들이 이구동성으로 내뱉었던 한마디는 ‘전멸’이었다. 장애당사자들의 인권과 권익을 위해 일할 국회의원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정당 차원의 장애인식 부족을 탓하기도 했지만, 장애인권운동계 자체의 적극적인 추대 노력이 없었음을 지적하는 내부의 반성도 적지 않았다. 그 4년 동안의 움직임이 결실을 맺은 것일까? 장애당사자로서 평생 장애인권을 위해 살아온 경력에 의해, 이번 21대 총선에서 공당의 비례대표 후보로 결정된 이가 있다. 그가 그동안 어떤 일을 해왔는지를 알게 된다면, 장애인권의 체감온도가 훨씬 올라감을 모두가 느끼게 될 것 같다. 정의당 비례대표 7번으로 배정 받은 배복주 후보를 만난다.


‘다양성’의 목소리가 이젠 필요하다

(사)장애여성공감 대표(2010. 3∼2020. 2),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상임대표(2018. 2∼2020. 2), 성폭력사건공대위 활동(도가니사건, 안희정성폭력사건, 이윤택성폭력사건 등), 이력서에 가득한 경력 중에서 이 정도만 언급해도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수많은 국가기관과 행정기관에서 정책자문위원·인권위원·운영위원·전문위원으로 활동한다는 내용까지 정리하기엔 지면이 부족하다.

거창한 명함을 만들기 위해 약력만 늘려가는 이들과는 그 내용이 다르다. 모든 활동이 실제 세상을 바꾸려는 노력으로 가득 채워져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 결과물도 항상 뚜렷하게 내놓았다. 언제 어디서나 그는 움직인다. 바꾸기 위해, 고치기 위해, 개선하기 위해 움직인 그의 자리 뒤엔 늘 확실한 발자국이 남았다. 그 움직임의 발걸음이 이젠 국회를 향하고 있다.

“생각 그대로 말씀드린다면, 이십 년 넘게 저는 어떤 걸 요구하는 위치에 있었어요. 단체 활동을 하는 수많은 경험 속에서 언제나 많은 걸 요구해 왔죠. 그런데 그 변화가 너무 더디기만 했어요. 언제까지 이런 똑같은 얘기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도 깊게 쌓여갔죠. 국회는 응답하지 않고 정부도 그렇고, 그래서 요구만 하던 제가 뭔가 응답할 수 있는 위치로 이동해야겠다는 욕구가 분명해졌어요. 주변의 권유가 가장 큰 요인이긴 했지만, 최종결정은 제가 내렸습니다. 장애당사자라는 정체성, 여성이라는 정체성, 평생 소수자인권운동을 한 당사자로서, 입법 활동을 통해 분명한 기준점을 만들고 싶어요. 법을 만들지 않는 국회의 타성부터 바꾸고 싶습니다.”

배복주 후보는 자신의 결심보다 훨씬 힘들었던 게, 지금까지 해왔던 모든 일들을 급하게 정리해야 했던 두 달여의 과정이었다고 한다. 너무나 소중하게 여기던 장애여성공감의 대표직 정리를 비롯해서 활동하던 모든 직함에서 물러났는데, 사회적으로 막 시작하던 역할들이 많아 양해를 구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었단다. 물론 모두가 적극적으로 응원해줬지만, 자신의 선택과 결정이 그들에게 누를 끼치지 않을까 하는 염려를 지금도 내려놓지 못하고 있다 한다.

“학창시절에 아무리 공부를 잘해도, 반장은 남학생이 맡는 게 당연했죠. 여학생은 부반장에 만족해야 했고요. 그런데 선생님은 저한테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너는 장애가 있어 대표가 될 수 없다. 게다가 여자는 반장을 맡을 수 없다’는 거예요. ‘비정상’의 몸으로 살아간다는 것, 그건 교실까지 가기 위해 계단 난간을 붙잡고 5층까지 올라가는 ‘극복’을 감당하지 않으면 평생 2등 시민으로 살아야 한다는 굴레였죠. 저는 항상 저 자신한테 반문했습니다. ‘왜 그때 5층의 교실을 1층에 배정해달라고 요구하지 못했을까?’ 구조 자체에 무조건 저를 맞추는 게 아니라, ‘나에게 맞는 구조가 무엇인지’를 먼저 같이 토론해야 한다는 깨달음이 저를 세상으로 나오게 만든 것 같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20년 넘게 장애여성인권운동 활동가로 지내는 동안, 배 후보는 이 사회가 규정하는 ‘정상성’에 항상 맞서왔다고 했다. 정상이라는 기준에 의해 만들어진 제도, 그건 비정상으로 간주되는 모든 사회적 약자들에게 ‘맞지 않는 옷’을 입으라는 강요와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하소연도 못하는 채 어색하고 불편한 옷을 감수하며 살아가야 하는 이들에게, 이제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말해야 할까?

“이젠 ‘자신에게 맞는 옷’을 입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양한 옷’들이 먼저 준비돼야 해요. 옷을 만들면서 ‘하나의 기준’만 내세워선 안 된다는 거죠. 다양한 옷이라는 건 ‘다양한 의견들’이고, 다양한 인생 그 자체를 존엄하게 인정하는 겁니다. ‘가만히 있으라’가 얼마나 오랫동안 이 사회를 짓누르고 있었는지를 이젠 우리 모두가 깨닫고 타파해야 합니다. 사회적 약자들에게 침묵만을 강요하는 이 거대한 기득권의 틀을 깨야 한다는 거예요. 단번에 깨질 리 없지만, 이미 우린 그 틀의 균열을 만들어내고 있어요. 기득권만의 세상을 옹호하는 입법부 안에도, 이젠 ‘입법’의 이름으로 확실하게 균열을 일으킬 당사자가 필요합니다. 저는 저의 삶으로 그 준비를 끝냈다고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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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  (사)장애여성공감

 이젠 차별금지법의 입법과 시행이다

장애는 동정과 시혜의 대상이 아니다. 지극히 당연한 말이다. 그렇기에 장애당사자들이 실패하고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는 다양한 기회가 보장돼야 한다. 그 과정을 통해 자신의 삶을 선택하고 결정하는 힘이 일상 속에 쌓여야 한다. ‘인권’은 타협과 협상의 언어가 아니다. 국가가 모든 사람들에게 보장해야 할 절대적 가치 그 자체인 것이다.

“인권이 없는 국회잖아요. 법을 만드는 게 국회의 기본 임무인데, 제대로 된 법을 만드는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아요. 저는 이것 하나만큼은 꼭 하겠다는 다짐이 있습니다. 대한민국 국회의 문화가 ‘인권’에 다다를 수 있도록, 저로부터 인권이 얘기될 수 있는 조직문화를 만들겠습니다. 인권이 가장 중요한 가치가 되는 국회로 바뀌도록, 제가 그 시작점에 서서 직접 움직이겠습니다.”

거대 양당에서 영입제의가 왔다면 당연히 거절했을 거란 배 후보. 그는 정의당의 진보정신이 국회 내에서 확고하게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한다. 그런데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합의해 놓고도 위성정당을 만드는 꼼수에 혈안이 된 거대 양당의 횡포에, 정의당이 오히려 피해를 당하는 입장으로 뒤바뀌고 있다. 당장 당선 안정권이라던 배 후보의 비례대표 순번이 위험해질 수 있는 상황으로 돌변한 것이다. 이런 비이성적인 상황변화에 대한 그의 생각은 어떨까?

“저는 대한민국 국민의 건강한 상식과 올바른 가치관을 믿고 있어요. 소수자와 사회적 약자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국회 안으로 불러들여, 입법 차원에서 함께 듣고 논의하자는 게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본래 취지였잖아요. 그런데 그 취지를 완전히 뒤집어놓는다는 건, 결국 소수자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겠다는 공개적 선언과 다르지 않습니다. 저는 국민 여러분의 올바른 판단이 분명하게 존재한다고 확신해요. 위성정당이라는 편법을 절대 묵인하진 않으실 거라 믿습니다. 저희는 원칙을 지키고 약속을 실천할 겁니다.”

혈기왕성했던 젊은 시절, 장애인들의 생존권과 인권을 함께 외쳤던 옛 ‘동지’들의 대부분은 지금 ‘번듯한 양복’ 차림으로 사회적 기득권에 편승해 살아가고 있다. 인권운동의 현장에서만 활동해온 배 후보는 국회에 입성하더라도, 정장 차림은 지양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한다. 격식에 얽매이지 않고 열심히 의정활동을 하는 문화를 만들고 싶다며, 그는 정의당부터 기존의 틀을 깨는 방식을 도입하도록 만들고 싶단다.

“국회에서 할 수 있는 건, 국회가 해야 되는 건 하나밖에 없어요. 법을 만드는 거죠. 제가 정의당을 선택한 이유이기도 하지만, 저는 반드시 차별금지법에 제 이름을 넣고 싶습니다. 대표발의가 가능할지는 모르지만, 완결된 그 법안의 발의자 명단에 제 이름을 반드시 넣을 겁니다. 소수자를 위한, 차별을 거부하고 배제하는, 사회적 약자들의 눈물과 한숨에 눈높이를 맞추는 의원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거예요. 저는 항상 여러분들이 일상에서 겪는 문제들을 진지하게 경청하겠다고 약속드립니다. 저 배복주는 ‘복 주는 정치’를 하겠습니다. 여러분 모두를 위한 차별금지법의 입법과 시행을 위해 많이 응원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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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여러분께 두 손으로 손가락 하트를 보내는 배복주 후보
작성자글과 사진 채지민 기자  cowalk100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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