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장애계 핵심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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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생각하는 올 한해 장애계의 화두는? |
다사다난했던 2014년을 보내고, 을미년(乙未年) 새해를 맞았다. 새해 장애계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발달장애인법 시행, 이동권 보장과 활동보조 지원 제도화 등 시급한 현안이 많지만, 현재 장애계에서 가장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단체장과 활동가, 장애계 관련 인사들은 무엇을 먼저 생각하고 있을까. 여기에 그들이 답했다.
“내가 생각하는 2015년 장애계 핵심 키워드는 ○○○이다.”
이들이 내놓은 각각의 답변을 곱씹으며, 올 한해를 미리 진단해 보자. 장애계 전망과 이슈를 공유하며 전 장애계가 의기투합, 올 한해 저력을 발휘할 수 있기를.
배융호 장애물없는생활환경시민연대 사무총장
2014년은 민주주의와 인권의 위기가 닥쳐 온 해였다. 연초 대통령선거 국정원 개입에서부터 시작된 민주주의의 위기는 12월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에까지 이르렀다.
장애계 역시 마찬가지였다. 인강원 등 시설에서의 인권침해는 물론 신안 염전노예 사건과 같은 인권침해 사건이 줄을 이었다. 탈시설과 장애인의 인권이 화두였지만, 2014년만큼 장애인 인권침해가 심각한 때도 없었다. 장애등급제 폐지와 부양의무제 폐지를 요구하는 광화문 농성이 2년 넘게 계속되고 있지만 정부의 움직임은 없었고, 활동지원서비스를 받지 못해 고(故) 송국현, 오지석 씨가 목숨을 잃었다. 교통약자의 이동편의증진법 제정 또한 10년이 다 돼 가지만 시외버스와 고속버스에 휠체어 사용자의 탑승은 여전히 불가능하다. 국외에서도 한국의 이러한 상황에 대해 많은 우려가 있었으며,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는 장애등급제에 대한 우려, 대중교통 등 접근권에 대한 우려, 정신장애인 강제입원 등 인권침해에 대한 우려, 성년후견제도와 같은 대체의사제도를 조력의사제도로 바꿀 것 등 66가지 권고를 대한민국에 전했다.
장애계의 이러한 현실은 우리나라 전체 인권과 민주주의 후퇴의 영향이 매우 크다. 따라서 이제 우리나라의 인권운동은 부분운동과 함께 전체운동을 다시 시작해야 할 상황이 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2015년의 핵심키워드로 인권운동의 출발점인 ‘자유, 민주, 평등, 인권’을 뽑아 봤다. 그리고 이것은 장애인권정책의 핵심인 ‘완전한 참여와 평등’과도 연결된다. 또한 ‘장애인차별금지및권리구제등에관한법률’의 실효성 확보, ‘장애인의권리에관한협약’의 올바른 이행을 위해서도 필요한 키워드다.
2015년에 한 마디
2015년이 다가와도 뚜렷한 희망이 보이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지금처럼 인권과 민주주의의 가치들이 후퇴하는 시대에서 장애인 인권의 희망을 이야기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5년 장애인권리협약의 선택의정서 비준, 상법 제732조 삭제 및 장애인권리협약 제25조 마 항의 비준, 장애등급제 및 부양의무제 폐지, 활동보조 24시간 보장, 자립생활 및 탈시설 보장,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실효성 담보, 발달장애인지원법의 올바른 시행, 시외버스를 포함한 모든 교통수단에 대한 이용 보장 등에 대한 바람을 가져 본다.
김재왕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
장애등급제 폐지나 이동권 투쟁,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탈시설, 장애인권리옹호기관 등 중요한 문제가 많지만 이는 다른 분들이 이야기하실 것 같아 좀 다른 얘기를 해 보려 한다.
2015년 4월 11일부터 영화관이나 3백 석 이상 공연장에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적용된다. 이에 따라 한국영화에 대한 자막이나 화면해설을 제공하라는 문제 제기가 있을 것 같다.
문화권이라고 하면 이동권이나 생존권 같은 다른 기본권에 비해 절박하지 않은 문제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생존과 거리가 있다고 느껴서 장애인과 비장애인 사이의 차별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영역이기도 하다. 그래서 장애인도 문화를 누릴 권리가 있다는 주장은 장애인이 모든 영역에서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가장 잘 보여 주는 주장이라고 생각한다.
2015년에 한 마디
장애계의 활동이 장애계에만 머물지 않고 모든 사람에게 퍼져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김민영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직업센터 팀장
장애인의 노동권이 확대되고 양적 취업률이 증가하는 일련의 통계・수치와 상관없이, 2014년은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정당한 절차를 밟지 못하고 취업의 문턱에서 좌절하거나 노동의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사례가 유독 많았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역량과 개성을 배제한 채 사회적 통념에 따라, 회사의 현실에 따라 정당한 권리를 보장하지 않은 것이다.
장애인의 정당한 노동권 확보를 위해서는 장애・비장애를 구분짓기 보다는 그들의 노동권을 존중하고 적절한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장애인 의무고용 확대 및 준수, 차별 금지 등 원칙을 준수하고 철저히 지켜가야 한다. 2015년에는 장애인이 정당한 노동의 가치를 누릴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과 지원이 적극적으로 펼쳐지기를 기원한다.
2015년에 한 마디
가치 있는 삶을 위해, 같이 걸어가고 싶다.
미소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활동가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은 시설 인권침해, 나아가 ‘탈시설’이라는 의제로 활동을 하고 있는 단체다. 2005년 미신고시설 인권침해 조사를 시작으로 심각한 인권침해 상황이 이니더라도, 단체생활이라는 명목으로 기본적인 권리와 자기결정권이 제한되는 시설 그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의식을 느끼게 했던 계기가 있었고, 그 이후 탈시설 운동을 전개하게 됐다. 우리는 폭행, 성폭력 등 심각한 인권침해 시설들에 대한 시설비리 척결 투쟁의 시기를 거쳐 2009년부터 탈시설이라는 의제를 수면 위로 끌어 올려 전국적으로 알리는 한편, 지역사회 자립생활 시스템을 구축하는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탈시설 운동은 단순히 시설에서 나오는 것만이 아니라 지역사회에 자립을 할 수 있는 지원체계를 마련해 지역사회에서 다시 시설로 들어가지 않도록 하는 것과 같은 의미다.
2008년 서울시 거주시설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 탈시설-자립생활 욕구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그 결과 조사에 응답한 50% 이상이 지역사회에 나가 살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고, 그 인원은 자그마치 7백 명이 넘는다. 하지만 2009~2014년 시설에서 지역사회로 자립한 사람은 1백32명에 불과하다(서울시 장애인전환서비스지원센터 통계자료). 아직도 5백 명이 넘는 사람들은 시설에서 애타게 자립할 날을 기다리고 있다. 서울뿐만 아니라 타 지역에서도 서울와 같은 결과가 나왔음에도 그들은 여전히 시설에 살고 있다. 시설에서 길게는 십 수년을 살아왔고, 이렇게 세월이 흐르는 사이 그들은 점점 나이가 들어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다시 한 번 탈시설 운동을 수면 위로 끌어 올려 중앙정부 차원에서의 정책들을 만들어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2011년 ‘도가니 사건’이 언론을 통해 드러나면서 많은 국민들을 경악하게 했지만, 장애계는 그 이전에도 그리고 현재에도 제2, 제3의 도가니 사건이라 불리는 시설 인권침해 문제들을 여전히 접하고 있다. 문제가 일어난 시설들에 대해 차후 대응하는 것이 참, 다람쥐 쳇바퀴 도는 것 같다.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그곳에 살았던 사람들의 삶도 변하지 않는다. 10년, 탈시설 운동의 역사를 평가하고, 다시 사람 그 자체만으로 존엄하다는 가치를 잊지 않고, 사람으로서 존중받는 그런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그 활동의 중심에 탈시설 운동이 있다고 생각한다.
2015년에 한 마디
2014년, 많은 이들을 떠난 보낸 마음 아픈 한 해였다. 2015년에는 안전한 사회, 더이상 소중한 사람들을 떠나 보내지 않도록 활동하고 싶다.
박김영희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사무국장
2014년은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에서 차별이라는 큰 주제로 많은 활동을 해옴과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학대・방임・방치 같은 부분에 대한 권리옹호 방법이라든가 제도가 조금 구체화된 한 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특히 다른 것보다도 장애인 스스로 권리를 찾아야 한다는 생각이 더욱 활성화된 것 같고, 제도적으로 만들어가야 된다는 의식이 확산된 것 같다(서울특별시장애인인권센터가 만들어진 것 등). 또한 장애인 P&A(권리 옹호)시스템에 대한 한층 발전된 논의가 이뤄진 것도 고무적이었다.
2015년은 그간 진행된 논의들을 바탕으로, 관련법률 등 제도적인 부분을 보완함과 동시에 권리옹호 과정에서 장애인 개인의 문제, 일상의 목소리가 많이 드러나는 한 해가 될 것이다.
2015년에 한 마디
개인적으로는 서울시인권위원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장애인뿐만 아니라 다른 영역(노동권이라든가 성소수자 문제 등)에 관심을 가졌다. 덕분에 장애인권을 포함한 사회 소수자 인권에 대한 다양한 고민을 할 수 있었던 기회였다. 올해는 아마 대통령 공약인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이 하나의 화두가 될 텐데, 이와 관련 당사자 목소리가 보다 많이 묻어나는 제도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그 안에 장애인 권리옹호에 관한 큰 틀을 잡는 것과 동시에 독립적인 법률로서 제도화할 부분도 있을 것이다. 과연 올해 들어 장애계가 어떻게 변화할지는 모르겠지만, 여러 가지 쟁점에 있어서 장애당사자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가 이뤄졌으면 좋겠다. 장애인들이 많이 참여하고, 장애인들의 목소리를 드러내는 것이 모든 장애운동의 첫걸음일 것이다.
최희정 한국발달장애인가족연구소 정책연구팀장
‘옹호’는 자신 혹은 타인을 위해 사회적으로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다. 장애가 있는 사람들에 대한 옹호는 크게 외부옹호(전문가, 법률가, 일반 시민 등에 의한 옹호)와 장애인 당사자 스스로 하는 자기옹호로 나뉜다.
2015년, 대표적인 장애인 외부옹호 방안으로 떠오른 것은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이나 침해 피해자의 권리 옹호를 위한 P&A 기관 도입 논의다. 또한 지난 2013년 7월부터 시행된 성년후견인제도도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할 외부옹호 방법이다. 시행 2년차인 올해에는 성년후견인 신청 및 이용과 관련한 구체적인 사례 등이 나올 것이다.
2015년에는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다. 때문에 발달장애인의 자기결정권 보장은 장애계의 중요한 화두 중 하나다.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하고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을 침해당하지 않기 위해서, 특히 발달장애인에게는 스스로를 지키는, 즉 자기옹호 할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 때문에 발달장애인의 자조모임, 교육 등을 통한 역량강화, 지역사회에서의 자립 등은 향후 장애계의 중요 이슈가 될 것이다.
유찬호 신부
정부의 정책과 철학이 부와 권력을 가진 자들의 ‘수퍼 갑질’을 위한 세상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2015년은 인권과 생존의 문제가 우리사회의 중심 이슈로 떠오를 수 밖에 없으리라 본다.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최소한의 권리를 주장하고 요구하는 것을 무시하고 외면하는 정부, 생존을 위한 정당한 요구마저도 폭력으로 짓밟고 억압하는 정부아래서는 합리적인 대화와 타협이 불가능해 보이기 때문에 우리들 스스로의 인권과 생존을 위해서 사회 구성원들(세월호 희생자 유가족, 밀양 주민, 비정규직 노동자 등)과 함께 장애계도 연대의 틀을 공고히 하면서 희망의 싹을 키워야 한다고 본다.
2015년에 한 마디
개인적으로는 현재 장애인 근로사업장 ‘희망일터’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희망일터가 정신장애인들과 어려움에 처해 있는 농민들에게 참 희망을 만들어 내는 삶터와 일터가 되도록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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