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허리 사용 못해도…전동휠체어 지급 못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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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북도 옥천군에 거주하는 현아무개(여∙지체장애 1급) 씨는 손 이외의 신체는 자유롭지 못한 최중증장애인이다. 그는 최근 억울한 일을 겪었다고 한다. 얼마 전 전동휠체어가 고장이 나 새로 구입을 해야 했던 그는, 자신이 기초생활수급자인데다가 최중증장애인이기에 당연히 정부의 보장구지원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결국 새 전동휠체어 대신 중고 전동휠체어를, 그것도 온전히 자비를 들여 구입해야 했다. <함께걸음>에서는 기초생활수급자인 중증장애인이 왜 정부에서 지원해주는 보장구를 받지 못했는지 사연을 알아봤다.
“손에 힘이 있어서 안돼요.”
장애인이 정부에서 휠체어 등 보장구를 지원받기 위해서는 여러 절차가 필요하다. 현 씨와 같은 의료급여수급권자(차상위 및 기초생활수급자)의 경우, 먼저 전문의의 보장구 처방전이 필요하다. 재활의학과, 정형외과, 신경외과, 신경과, 외과 등 5개 과목 중 한 곳에서 전문의의 진단을 받아야 한다. 장애유형에 따라 다르지만 ▲도수근력검사 ▲간이정신진단검사 ▲일상생활동작검사 등의 검사를 통해 보장구 처방전을 받을 수 있다. 그 후 처방전을 가지고 거주지 시·구청 및 읍·면·동 주민센터를 통해 보장구를 신청해야 한다.
중증지체장애인 현아무개 씨는 손 이외의 신체는 사용할 수 없어, 기어 다녀야 하는 상태라고 자신의 장애를 설명했다. 또 허리가 휘어 똑바로 앉을 수도 없다고 한다. 그는 최근 목숨을 걸고 뼈를 깎아 조금이나마 자세를 바로잡는 수술을 받았지만, 여전히 상태는 좋아지지 않고 있다고 한다.
현 씨에 따르면, 오로지 ‘손 만’ 의지대로 움직일 수 있는 그가 처음 전동휠체어를 지급받았을 당시에는 현재와 같은 까다로운 검사 절차가 없었다. 그런데 현재는 도수근력검사를 통해 장애당사자가 어느 정도 근력을 가지고 있는지를 수치화해 그 기준을 토대로 지원 장비를 결정한다. 현 기준에 따르면, 현 씨가 전동휠체어를 지원받기 위해서는 상지도수근력검사 등급3 이하 판정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현 씨는 상지도수근력검사에서 등급4 판정을 받았고, 그로인해 전동휠체어가 아닌 전동스쿠터만 지원받을 수 있게 됐다.
문제는 현 씨에 따르면, 본인은 전동스쿠터를 운전할 수 없는 장애 상태라고 한다. 전동스쿠터는 일반 스쿠터처럼 핸들을 움직여 방향을 바꿔야하고, 손잡이를 잡으려면 팔을 뻗어야 하므로 행동반경이 크다. 현 씨는 손 자체의 근력은 있지만, 팔을 뻗어 운전을 할 수 있을만한 신체조건은 안 된다는 것이다.
또 이동 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상황 등에 대처할 만큼 능숙하게 상체를 움직일 수도 없다고 현 씨는 말했다. 현 씨는 옥천군 관계자에게 자신의 장애 상태를 설명하면서 강력하게 항의했지만, “보장구지원 조항에 기준이 명시돼있어 안 된다”는 답변을 들어야 했다고 한다. 현 씨에 따르면, 옥천군 관계자에게 “나는 전동스쿠터를 이용할 수 없는데, 그럼 어떻게 해야 하냐”고 되 물었더니, “개인 사비로 구입해야한다”는 관계자의 황당한 대답이 돌아왔을 뿐이었다고 한다.
▲ 출처_정형도수치료진단학(Orthopedic Physical Assessment). Magee DJ. 2004 |
숫자 하나에 울고 웃는 장애인
현 씨는 “나는 오로지 손만 움직일 수 있는데, 그 손을 움직일 수 있어서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며, “6백만 원이 훌쩍 넘는 새 전동휠체어는 꿈도 못 꾸고, 온전히 자비를 들여 4백만 원이 넘는 중고 전동휠체어를 구입했다”고 토로했다.
현 씨의 사연을 가지고 보장구 지급기관인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문의했으나, “보장구 지원 기준은 복지부에서 만든 것”이라는 담당자의 설명이 전부였다. 금전적 지원은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하지만, 관련 사업은 보건복지부의 소관이라는 것이다.
결국 현 씨의 사례도 장애등급제가 불러온 또 다른 피해라고 볼 수 있다. 지체장애 1급과 3급, 도수근력검사 등급3과 등급4…. 숫자 하나로 장애인이 지원을 받고, 받지 못하고 있고, 희비가 엇갈리다가 결국 죽음으로 내몰리는 상황까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옥천군 현 씨의 사연은 비록 한 개인의 사례이지만, ‘단지 개인의 사례일 뿐’이라고 치부하고 넘어갈 수는 없다. 장애당사자 개개인의 장애특성 및 증상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정형화 된 수치만을 보장구 지원의 유일한 판단기준으로 삼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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