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의 나라 놀이동산? 장애인에게는 상상의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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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경기도장애인인권센터 홈페이지로 모욕감을 호소하는 한 아버지의 사연이 접수됐다. 6년 동안 연간회원으로 즐겁게 이용한 E놀이동산에서 여느 때와 다름없이 딸과 함께 놀이시설에 동반 탑승했는데 갑자기 직원이 다가와 복지카드를 보여 달라고 했고, 해당 놀이시설은 어린이들이 많이 이용하는 스릴 별점 2개의 위험하지 않은 놀이시설이었음에도 지적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놀이시설에서 내리라고 했다. 그날은 일요일이었기에 기다리는 사람이 많았고 사람들은 웅성웅성했다. ‘왜 놀이시설에서 내릴까?’ 사람들의 여러 눈빛 속에서 부모님은 창피한 마음과 아이에 대한 미안함 마음, 장애인이라고 차별받은 억울한 마음 등 여러 감정이 교차됐다.
인권센터에서는 사례 접수 후 E놀이동산을 방문했다. 매표소에서 휠체어를 이용하는 지체장애인 A씨와 동반 1인은 25%의 할인을 받아 자유이용권을 3만5천 원에 구입하고, 다른 비장애인은 자유이용권을 4만천 원에 구입해 입장했다. 새로운 놀이기구이면서 ‘사파리월드’가 업그레이드 된 ‘로스트밸리’부터 탑승했다. 수륙양용차는 플랫폼과 차량의 높이가 맞춰져 비장애인·노인·아동 등은 탑승하기 쉬우나 공간이 협소해 휠체어는 탑승이 어려웠다.
이때까지는 아직 환상의 나라에 대한 기대와 설렘으로 즐겁게 자유이용권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다음 바로 옆에 있는 ‘사파리월드’부터 우리는 ‘환상의 나라’가 아니라 ‘상상의 나라’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장애인 손님 이용안내서의 지체장애인 탑승 가능 놀이시설에 ‘사파리 월드’가 표기돼 있지만 탑승 차량에 계단이 있어 휠체어를 이용하는 지체장애인 A씨는 2인이 도와줘야만 탑승이 가능했다.
▲ 사파리월드 탑승차량의 계단 턱이 높아서 휠체어 이용 장애인을 안고 탑승하려고 해도 불편하다. |
‘사파리월드’를 기다리면서 외국인 단체 관광객을 만났고, 그들은 외국어설명이 가능한 차량에 탑승하기 위해 기다린다고 했다. 그때 문득 청각장애인이 사파리월드를 이용하면 어떻게 동물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청각장애인은 놀이시설은 모두 탑승해 이용할 수 있으나 사파리월드 같이 안내가 필요한 시설은 수화나 자막이 준비돼있지 않아 차별을 받는다.
이후 지체장애인 A씨는 T-express, 오즈의 성, 후룸라이드 등에서 경사로 및 엘리베이터가 없고 계단이 많다는 이유로 입장을 거부당했다. 자유이용권을 구입했음에도 선택의 자유도 없이 이용할 수 없었다. 관람하는 것은 탑승하는 것이 아니기에 이용 제한이 없을 것이라고 여기고 물개쇼를 관람했다. 자리는 맨 앞이었지만 과연 이 자리는 장애인석인지, 통로인지, 의문을 가진 채 관람했다. 쇼가 끝난 후 사람들은 통로에 앉아있는 장애인을 신기하게 쳐다보면서 지나갔다. 관람관도 영화관처럼 자리의 선택권이 없었다.
▲ 물개쇼 장애인석 |
사례가 접수된 정신적 장애인의 이용 차별에 대해 살펴봤다. 사례로 접수된 ‘우주전투기’는 안전점검으로 탑승할 수 없었지만 어린이들이 탑승할만한 다른 놀이시설을 둘러보고 탑승을 시도했다. ‘피터팬’은 ‘우주전투기’와 비슷한 운행방식인 상하로 움직이는 놀이기구다. ‘우주전투기’는 안전벨트로 되어있는 반면, ‘피터팬’은 중앙에서 제어하는 안전바가 설치돼 있다. ‘나는 코끼리’도 우주전투기와 비슷하게 운행하며 안전벨트로 되어 있다. 처음 접하는 특이한 안전벨트로 직원의 설명 없이는 조작하기가 조금 어려웠다.
‘우주전투기’, ‘피터팬’, ‘나는 코끼리’ 모두 비슷한 방법으로 운행되며 보호자 동반 탑승이 가능한 놀이기구인데 ‘우주전투기’만 이용 제한이 있다. 실제 이용해보니 안전상의 보호라기보다는 근거와 기준 없이 ‘정신적 장애인은 돌발행동을 할 것이다’라는 선입견으로 제한한 것이라 판단됐다. 지적·자폐성·정신 장애인의 인지능력 등이 낮을 수 있으나 개인마다 다른 특성을 갖고 있다. 신뢰감과 안정감이 높은 보호자와 동반 탑승한다면 충분히 놀이시설을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다. 어린이는 보호자와 동반 탑승하면 이용이 가능하듯이 정신적 장애인도 동반 탑승해 이용이 가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시각장애인 또한 여러 놀이시설을 이용할 수 있지만 이동하기 위한 점자블록, 놀이시설 설명에 대한 점자·음성으로 된 안내서가 없어 불편을 겪는다. 장애인은 스스로 선택하기보다는 누군가의 도움 또는 이끌림에 의해서만 움직일 수 있는 수동적인 존재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상상의 나라를 굿바이한 채 주차장으로 이동하기 위해 셔틀버스를 이용했다. 직원에게 휠체어가 탑승할 수 있는 저상버스인지 확인한 후 경사로가 필요하다고 요청했고, 정류장에 구비된 경사로를 버스 턱에 설치해주어 탑승할 수 있었다. 정류장에서 보관하는 경사로이기에 함께 싣지 않아 하차에 대한 걱정이 있었지만, 하차하는 1A정류장에서도 경사로가 구비되어 있을 것이라 전달받고 이동했다. 하지만 도착한 1A정류장에는 경사로가 없었다. 직원들은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우왕좌왕했고, 결국 한 남성 직원의 도움으로 내릴 수 있었다.
장애인 우대로 할인받아서 3만5천 원에 환상의 나라에서 추억을 쌓으러 갔지만 휠체어 이용 장애인 A씨와 동반인이 탑승할 수 있었던 놀이시설은 몇 개 되지 않았다. 자유이용권을 구입하고도 이용에 있어서 차별받는 장애인에게 놀이공원은 환상의 나라가 아닌 결국 상상의 나라일 뿐이다.
▲ 계단이 있는 곳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블록이 설치돼 있지 않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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