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유권자 참정권 보장, 아직도 갈 길 멀어
사전투표소 70%가 휠체어 이용자 접근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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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일 오후 2시, 여의도 이룸센터 누리홀에서 ‘장애인 유권자 참정권 보장방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중심으로’가 열렸다. |
지난 6월 4일,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전국 투표율 56.8%로 지난 지방선거보다 높은 투표율을 보이며 마감됐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는 최초로 사전투표제도를 도입, 많은 사람들이 보다 용이하게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 사전투표제도가 과연 장애인·비장애인 유권자 모두를 아우를 수 있었을까?
지난 9일 오후 2시, 여의도 이룸센터 누리홀에서 ‘장애인 유권자 참정권 보장방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중심으로’(이하 토론회)가 국가인권위원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공동으로 개최됐다.
이 날 토론회에서는 지난 6월 4일 치러진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이하 6.4지방선거)에 앞서 ▲5월 30일~31일 양일 간 진행된 사전투표에서 휠체어 이용 장애인 및 시각 장애인이 유권자로서 비장애인과 동등한 권리를 행사하지 못한 점 ▲시·청각장애인이 후보자 정보를 습득 과정에서 점자 선거 공보물 또는 수화 및 자막방송 등을 충분히 제공받지 못한 점 등을 골자로 했다.
박현 이음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는 사례발표를 통해 사전투표를 하며 겪었던 차별 상황에 대해 토로했다.
지난 5월 30일 박 활동가는 사전투표를 하기 위해 당산 제2 투표소를 찾았다. 박 활동가에 따르면, 투표소의 위치 자체도 찾아가는 길이 혼잡해 접근성이 어렵고, 투표소에 도착해보니 주차장을 겸하고 있어 휠체어를 타고 진입하기가 어려웠다고 한다.
박 활동가는 “이번 투표에서 가장 불편했던 것은 기표대다. 활동보조인 이외에 처음 보는 한 명이 더 들어오는 것이 부담”이라면서 “전반적으로 사전투표소에 있던 사람들은 휠체어를 이용하는 사람이 와서 2층에서 투표를 못하겠다고 하는 상황에 대해 난감해 하는 것 같다”고 꼬집으며, “사전투표소도 본 투표와 마찬가지로 접근권이 보장되고 편의시설이 보장돼야한다”고 말했다.
▲ 이보람 국가인권위원회 장애차별조사1과 조사관 |
이어 이보람 국가인권위원회 장애차별조사1과 조사관은 발제를 통해 2008년에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시행된 이후 장애인 참정권 관련 진정사건 접수는 총 147건(2014.06.30. 기준)이며, 이번 6.4지방선거와 관련해 접수된 진정사건은 총 19건으로, 이 중 선거방송과 관련된 사건은 1건, 사전투표와 관련된 진정사건은 4건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 조사관에 따르면, 6.4지방선거에서 사전투표소는 총 3,508개소가 마련됐지만, 이 중 1층에 설치된 곳은 330개소에 불과했다. 그 외 투표소 중에서 승강기가 설치된 곳은 772곳, 휠체어리프트가 설치된 고은 38곳으로, 전체 사전투표소의 70%가량은 휠체어 이용자의 접근이 불가능한 것으로 조사돼 장애인 및 노약자의 접근성을 제한했다는 것이다.
이 조사관은 “그동안 선거에서 장애인 참정권 보장과 관련, 지속적으로 지적돼온 문제점들을 개선하는 것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유형의 장애인들이 스스로 자신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마련해야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기술적·제도적 연구와 다른 나라와의 비교법적 연구 등이 다각도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장호동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활동가 |
두 번째로 발제한 장호동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활동가는 6.4지방선거의 문제점으로 △접근이 불가능한 곳에 설치된 투표소 △신형 장애인용 기표대(거동불편자용 기표대) △장애인을 배제·제한·분리한 임시기표소 △홍보영상, 선거 토론회의 자막·수화방송 등 정보제공의 문제점 △장애유형이 고려되지 않은 기표방법 등을 지적했다.
장 활동가에 따르면, “사전투표소의 장애인 접근 불가 투표소는 최대 68.5%로, 본 투표 최대 2%에 비해 월등히 높다”면서 “1층에 설치돼 있으나 경사로 출입구가 없거나 막혀있어 접근 불가한 투표소도 있고, 투표소에 승강기가 설치돼 있으나 2층 버튼이 눌리지 않아 3층까지 올라가 사람들의 손에 들려 내려와야 하는 등 장애인 편의시설 이용이 불가한 투표소도 있다”며 접근이 불가능한 곳에 설치된 투표소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장 활동가는 특히 “최대한 공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디자인을 우선적으로 고려한 후, 포함하기 어려운 장애인 유권자를 위해 별도의 보조기구를 제작하는 과정이어야 하는데, 현재는 비장애인 유권자 중심의 기표대를 제작하고 단순히 조금 더 넓고 낮은 기표대를 장애인용으로 제작하는 것은 1차적인 접근”이라며 장애인용과 비장애인용으로 기표대를 구분해 사용하는 것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시각장애인, 뇌병변장애인 등 장애유형을 고려하지 않은 기표방법에 대해서도 문제점을 제기했다. “장애인복지법은 장애인의 선거권 보장을 위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기표방법은 비장애인 유권자 중심인 손으로 기표용구를 잡아 기표하는 방식으로만 이뤄져있다”는 게 장 활동가 지적이다.
토론에 나선 김재왕 희망을 만드는 법 변호사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수어용 투표안내문을 발송해 청각장애인의 선거정보 접근권을 보장하려는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도 “이에 더해 지적·자폐성장애인, 즉 발달장애인을 위해 쉬운 그림과 사진 등으로 투표절차를 설명한 투표안내문이 만들어져야한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아울러 “발달장애인이 지금의 투표안내문을 얼마나 이해하는지 연구가 필요하고, 그 연구를 바탕으로 체험관을 운영해 미리 투표과정을 경험해 보는 등의 과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이재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1과 사무관 |
발제에 나선 이재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1과 사무관은 사전투표 과정에서 장애인 유권자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고 적절한 투표편의가 제공되지 못했음을 인정하며, 장애인 유권자의 선거권 행사에 어려움이 없도록 제도개선 방안을 모색하는 등 향후 개선책을 마련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 사무관은 “사전투표소를 국가정보통신망이 설치된 읍·면·동 사무소 위주로 선정해 불가피하게 상당수가 1층 이외의 장소에 설치됐다”며, “최대한 사전투표소를 1층에 설치할 수 있도록 하고, 임시 기표소를 보다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 사무관은 또 "장애인 유권자에 대한 안내인의 적절치 못한 언어선택, 행동 등에 대해 사전 교육을 철저히 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중아선거관리위원회는 실효적 개선방안 모색을 위해 24개 장애인 단체를 대상으로 의견수렴을 진행 중이며, 이번 6.4지방선거에서 제기된 문제를 중심으로 제도적·행정적 개선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관련 진정사건 접수 내역(2014 06. 30. 기준). 사진=국가인권위원회(토론회 자료집 발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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