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도전, 장애청년드림팀
장애 청년의 목소리
본문
저는 지체장애를 가지고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이동의 자유에 큰 제한을 받아왔습니다. 성인이 되기 전까지는 부모님 없이 밖으로 나가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다른 아이들이 자유롭게 학교에 가고 친구들과 놀러 다니는 것을 부러워하면서도, 제 나름의 방법으로 적응하고 지내왔습니다. 하지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입학하면서 제 삶은 완전히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그중에서도 전동 휠체어는 저에게 세상을 향한 문을 열어준 중요한 수단이 되었습니다. 전동휠체어 덕분에 더 이상 이동에 큰 제약을 받지 않고 혼자서 대중교통을 타고 대학교에 가보기도 하고, 친구들과 벚꽃이 피는 대학 캠퍼스를 활보할 수 있었고,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보다 넓은 세상을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대학에서의 생활은 저에게 많은 도전과 기회를 가져다주었습니다. 그중에서도 ‘장애청년드림팀’ 프로그램은 저의 삶을 새로운 방향으로 이끄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한국장애인재활협회와 신한금융그룹이 공동으로 주관하는 해외연수 프로그램으로, 장애 청년들이 해외에서 장애 관련 제도를 탐색하고 이를 한국에 제언할 기회를 제공합니다. 저는 ‘장대넷’이라는 단체를 통해 이 프로그램을 알게 되었고, 새로운 도전을 위해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참여한 팀의 주제는 '국가 중심 장애학생 지원 제도 탐색' 이었습니다. 이를 위해 저희 팀은 독일을 방문하게 되었고, 그곳에서 독일의 장애학생 지원 제도를 심층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독일은 장애인 복지와 관련된 여러 제도가 잘 정비된 나라로 알려져 있었기 때문에, 그곳에서의 경험은 저에게 큰 배움과 영감을 주었습니다.
독일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민의식이었습니다. 독일 사람들은 장애인을 단순히 도움을 받아야 하는 존재가 아니라, 독립적인 사회 구성원으로 존중하는 태도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거리에서도 휠체어나 보행기를 사용하는 장애인을 자주 볼 수 있었고, 그 모습이 전혀 특별하거나 낯설지 않았습니다. 이는 장애인들이 언제나 외출할 수 있도록 사회 전반에서 장애에 대한 인식이 얼마나 성숙한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라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베를린에서의 대중교통 경험은 저에게 특히 큰 충격이었습니다. 베를린에서의 대중교통 시스템은 철저히 배리어프리로 설계되어 있었습니다. 어쩌다 한번 베를린 지하철역에서 엘리베이터가 없어 같이 간 팀원들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한 시민이 다가와 먼저 나서서 도와주는 모습에 한국과는 정말 인식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버스 또한 휠체어가 쉽게 탑승할 수 있도록 자동으로 낮아지거나 경사로를 제공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제가 탄 버스들은 휠체어 사용 장애인이 버스 정류장에 서 있는 것을 본 기사가 직접 내려 경사로를 내려주었습니다.
당연히 이러한 과정에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저는 시민들이 불편해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버스에 탄 시민 모두가 불편해하지 않고 당연하다는 듯 기다려 주는 모습에 한국도 이러한 분위기가 형성된다면 조금 더 많은 휠체어 사용 장애인들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버스 안에는 휠체어 사용 장애인을 위한 자리까지 한국과는 다르게 쉽게 의자를 접을 수 있게 마련되어 있어,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건물들 역시 대부분 휠체어나 유모차 등을 사용하는 사람들을 위해 경사로가 설치되어 있었으며, 문턱이 없는 출입구가 일반적이었습니다. 이러한 환경 덕분에 독일의 연수 기간동안 장애에 구애받지 않고 일상생활을 자유롭게 영위할 수 있었습니다.
독일에서의 연수는 저와 팀원들에게 많은 것을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독일의 대학들은 장애 학생들이 학업을 이어 나가는 데 있어 필수적인 지원을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장애학생들을 위한 접근 가능한 시설, 학습 보조기기, 학습 지원 인력 등이 잘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이와 같은 체계적인 지원 덕분에 장애를 가진 학생들도 비장애인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학문적 성취를 이룰 기회를 평등하게 제공받고 있었습니다.
이 경험을 통해 저는 한국의 장애학생 지원 시스템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한국에서도 장애 학생들이 학업을 지속하는 데 필요한 다양한 지원 제도가 존재하지만, 여전히 독일에 비해 부족한 점이 많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특히, 장애 학생 개개인의 요구에 맞춘 맞춤형 지원이 부족하다는 점은 매우 아쉬웠습니다. 이는 시스템의 개선과 함께 인식 변화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장애청년드림팀’은 저에게 단순한 해외연수 이상의 의미를 주었습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장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중요성, 그리고 장애를 가진 청년들이 세상에 나아가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가는 데 필요한 것들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제가 몸소 경험한 독일의 사례들을 한국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었고, 이와 같은 도전이 장애를 가진 청년들의 삶을 보다 풍부하고 의미 있게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제 저는 독일에서 배운 것들을 바탕으로 한국의 장애 학생들을 위한 더 나은 지원 시스템을 꿈꾸며, 이러한 변화를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장애청년드림팀은 저에게 도전과 성장을 가능하게 한 소중한 기회였으며, 앞으로도 저와 같은 장애를 가진 청년들이 이러한 기회를 통해 자신의 가능성을 마음껏 펼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경험은 제가 장애를 바라보는 시각을 넓혀주었고, 동시에 저 자신이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에 대한 새로운 목표를 제시해 주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도전하며 장애를 극복하는 과정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저와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희망을 전하고 싶습니다. '장애청년드림팀'에서 시작된 저의 여정은 이제 막 시작되었으며, 앞으로도 그 도전은 계속될 것입니다.
작성자글. 윤여운 장애인권대학생·청년네트워크 기획국장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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