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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 당사자와 그 가족 모두가 보통의 삶을 살아가는 그날을 꿈꾸다

함께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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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족문화체험 프로그램으로 아이들과 함께 간 수영장
 
 
여성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마주하다
며칠 전, 여성장애인 가정에 파견되는 대학생 서포터 매칭을 위한 가정방문으로 택시를 타고 이동하며 기사님과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웬만하면 교통비가 저렴한 버스나 지하철, 업무시간에는 복지관 차량을 사용하지만 먼저의 일이 계획보다 늦어지는 바람에 시간을 지키지 못할까 봐 불안했기 때문이다. 왜 그렇게 맘 졸이며 어딜 그리 급하게 가느냐는 기사님의 물음에 내가 하는 일(장애인 생애주기별 자녀양육·가족지원)에 대해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드리게 되었고 이어지는 기사님의 질문은 황당 그 자체였다.
 
 
“장애인이 애를 낳고 키울 수 있어요?”
 
 
장애인복지 현장에서 나름 오랫동안 일을 해오며 여러가지 편견들에 부딪혀 왔고 그래도 장애인에 대 한 사회적 인식이 조금씩은 나아지고 있다고 믿었건만! 여성장애인의 임신·출산·육아의 과정에 사회적 관심이 얼마나 부족한지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자녀를 직접 양육하는 장애 부모와 그 가정을 위한 지원의 필요성
장애 여부를 떠나 누구라도 가정을 이루고 부모가 되어 자녀를 키워낸다는 것은 (물론 자녀를 통해 얻 는 즐거움도 많지만^^) 심리적 부담과 막중한 책임이 따르며 많은 어려움이 수반되는 일인데 하물며 신체적·인지적 제약까지 있다면? 그 막막함, 매 순간 부딪혀 이겨내야 하는 여러가지 상황들은 상상보다 훨씬 힘든 일이다. 그런 면에서 내가 만나고 있는 엄마들의 모성 능력은 참으로 위대하고도 존경스럽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낮은(어쩌면 여전히 소외되어있 는) 사회적 인식뿐만 아니라 기존에 진행된 많은 연구에서조차 여성장애인의 모성 능력 또는 부모 역할에 대해 부정적 측면이 주로 부각 되어있어 보다 심층적이고 공평한 태도를 지녀야 할 필요를 느낀다. 사회복지서비스를 받는 수동적 대상만이 아닌 자녀를 돌보는 보호자의 역할도 적극적으로 해내고 있다는 인식 말이다! 또한 「헌법」 및 「장애인복지법」에 장애 여성의 모성권을 보장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정부 시행의 각종 지원사업이 있지만, 출산이나 초기 양육지원에 집중되어 있거나 일회적, 단기적 지원에 한정되어있어 장기적인 자녀 양육지원, 여성장애인 당사자와 가족을 위한 지원들이 다양하게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일하고 있는 복지관은 여성과 장애라는 이유로 취약계층 중에서도 더 많은 차별을 경험하는 여성 장애인의 권익 강화를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이에 2006년부터 여성장애인의 양육에 도움을 드리기 위한 여성장애인 홈헬퍼파견서비스(서울시책사업), 자녀양육지원사업(복지관 자체 사업)을 시작하였다.
 
 
내 아이는 장애 없이, 세상의 편견 없이 건강하게 자랐으면 하는 마음
여성장애인은 임신하고 출산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부터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고 한다. 유전적 문제가 없음에도 혹시나 자녀도 나처럼 장애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지나치게 많은 검사를 받기도 하고 청각 장애가 있는 경우, 진료 과정에 여러가지를 물어보고 싶지만, 의료진과 수어로 소통할 수 없으니 편하게 질문을 하기가 어렵다. 이에 임신·출산과 관련된 서비스나 정보에 대한 욕구가 높지만, 장애 여성 전문 의료기관1) 은 매우 부족하고 전문기관 정보 또한 얻기가 힘든 상황이다.
 
1) ‘장애친화 산부인과’는 여성건강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장애 여성들을 위해 건강관리뿐만 아니라 임신과 출산을 돕고자 보건복지부 및 지방자치단체가 지정한 산부인과를 말한다. 2023년 3월 기준, 전국에 13개가 운영 중이고 서울· 경기권의 경우 현재 1곳도 없으며 4곳이 개시 준비 중인 것 으로 파악된다. (출처:보건복지부 국립재활원. 장애인 건강 및 재활정보포털 ‘장애친화 산부인과’ 자료)
 
 
실제로 장애에 대한 인식이 현저히 부족한 한 의사는 “장애인이 어떻게 왔지? 임신했네?”라는 이야기 를 당사자 앞에서 하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임신·출산뿐만 아니라 장애에 대한 감수성을 높이고 장애 특성을 고려한 진료를 위해서는 의료인을 대상으로 정기적인 장애 이해 교육을 의무화하거나, 업무 과다로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면 예비의료인 교육과정에 장애인 보건의료 관련 과목을 필수 과목으로 채택 하는 방안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  가족문화체험 프로그램
 
 
 
양육이 시작되면 이제는 실전에서 직접 부딪히는 어려움이 쏟아져나온다. 무엇보다 가장 위급한 상황은 신속한 응급대처가 어렵다는 것이다. 청각 장애 엄마들은 아이가 침대에서 떨어졌는데도 울음소리를 듣지 못하기도 하고 반대로 시각장애 엄마들의 경우, 열이 나거나 잘 먹지 못하고 기침을 하는 등 겉으로 드러나는 자녀들의 건강 상황은 파악이 되지만 표현이 되지 않으면 모르는 일들이 더 많다. 비장애인 가정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자녀와의 외출, 야외 활동은 더욱 어렵다. 시각 또는 지체 장애 부모들은 자녀와 함께 낯설고 새로운 거리, 장소에 가거나 대 중교통으로 이동하는 일은 많은 준비가 필요한 일이며, 청각 장애 부모의 경우, 먼 거리에 있는 자녀를 부를 수가 없으니….
 
 
또한, 지적장애 부모들은 적절한 자녀 양육에 더 큰 어려움이 있을 수 있으므로 지속적인 양육 코칭교육은 물론 자녀의 발달상황을 더욱 민감하게 점검해 야 한다. 혹시라도 이 글을 접하게 되시는 장애 부모들이 계신다면 직접 겪었던 여러 힘든 일들이 떠오르실 수도 있고 지금도 그 과정에 계실지도 모르겠다. 장애 부모들과 만나며 자녀 양육을 지원하는 사회복지사로서도 한편으로는 속상하고 마음 아프기도 하지만 매 순간 최선을 다하시는 어머니들 곁에서 자녀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 내가 함께해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장애 부모의 자녀 양육 역량 강화를 위한 다양한 시도와 도움이 된 경험들
2021년 2월, 내가 성인팀에서 일하기 전 약 8년간은 우리 복지관 아동·청소년팀에서 일하며 발달장애 아동·청소년을 직접 지원하는 역할을 즐겁게 해왔고 업무만족도가 높았다. 발달장애인의 매력에 푹 빠져 장애인복지 일을 시작하기도 했고 아이들을 워낙 좋아하는 것이 그 이유이다. 또한, 아직은 성장과정에 있어 치료사, 특수교사, 가정과 연계를 통한 훈련으로 조금씩 발전하고 변화해 나가는 모습을 보는 것에서 성취감을 많이 느꼈던 것 같다.
 
 
3년 전, 보직 변동이 되어 현팀으로 옮기며 내 안에 서는 장애가 있는 어머니들을 만난다는 것에 대한 자신이 없었고 긴장이 되기도 하였으며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많이 고민했다. 오랫동안 발달장애 한 유형만 집중적으로 만나다 보니 대학 시절 전공과목 공부하듯 장애 유형별 특성과 지원방안을 다시금 상기하며 숙지하려고 노력했고 혹시나 민감하게 느끼시는 부분에 불편감을 드리는 일이 있진 않을지 표현 하나도 고심하고 또 조심했다.
 
 
21년, 자녀 양육지원 사업을 맡은 첫해! 초등부터 고등연령의 자녀를 양육하고 계신 여성장애인 가정에 대학생 서포터를 교육·매칭·파견하며 서울 각지의 장애 부모와 자녀의 생활 모습을 직접 보았고 수많은 언덕과 골목길, 주택, 빌라, 반지하, 아파트 등을 오갔다. 자주 만나 이야기를 들으며 일상 안에서 어려운 점, 필요로 하는 것에 대해 파악해 볼 수 있었다. 앞서 말했듯 장애로 인해 부모가 수행하기 어려운 역할들(가령 자녀의 숙제 봐주기, 부족한 학습지도, 신체활동, 다양한 외부 체험활동, 진로 및 고민 상담 등)을 서포터를 통해 지원하고 조율하며 부모들 은 물론 자녀들도 모두 만족해할 만한 지원이 이루어졌다. 반면, 여성장애인 당사자 직접 지원에 대한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느꼈고 주 양육자가 여성이며 엄마이긴 하지만 양육에 공동책임감이 있는 아빠들을 만나보고 싶었다.
 
 
이에 22년도에는 자녀의 연령대에 따라 생애주기별로 영유아기(2012년부터 별도 진행)/아동기/청소년 기로 구성하여, 지원 내용을 통합·확대하고 여성장애인과 가족을 위한 서비스(양육코칭상담, 학습코칭 교육, 가족문화체험)를 신설하였다. 또한, 파견 인력에 대한 장애 이해도에 따라 지원되는 서비스의 질 이 달라지기 때문에 여성장애인과 자녀를 정기적으로 만나는 대학생 서포터 전문교육과 지원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 자녀의 발달지연 발견이 어려운 사례들을 많이 접한 점, 아동·청소년팀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전문가 연계의 자녀 발달검사, 심리검사, 집단상담을 지원하였고 특히 영유아기 자녀의 경우, 가장 중요한 발달 시기에 있으므로 나이에 적합한 발달을 돕고 심리적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가정 놀이치료사를 파견하였다.
 
 
부모, 자녀와의 놀이방법을 익힘은 물론 자녀의 안전과 적절한 놀잇감 관리를 위한 놀이환경 및 가정 환경 컨설팅 또한 이루어졌고 올해도 계속 진행되 고 있다. 2022년도에는 서울시사회복지공동모금회 의 지원으로 더 다양한 시도와 지원이 있었다. 작년 한 해를 뒤돌아보면 평일, 주말할 것 없이 바쁘고 힘든 순간들도 정말 많았지만, 장애 부모, 자녀와 함께 나 또한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역할을 발견하는 기회가 되었던 것 같다. 그래~ 이거지! 
 
 
▲  복지관 프로그램 OT를 진행 중인 모습
 
 
 
진심 어린 고민 나눔과 정서적 지지의 힘! 그리고 내가 장애인복지 현장에 존재하는 이유
각자의 상황 안에서 자녀를 잘 양육해보고자 애쓰시는 엄마, 아빠, 그리고 각기 다른 매력과 사랑스러움을 지닌 아이들을 만난 지 어느덧 3년!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 동안 내가 느낀 것은 장애 여부를 떠나 내 자녀를 건강하게 잘 키우고 싶은 마음, 행복한 가정을 지켜나가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똑같다는 점 이다. 현재 처한 상황 때문에 혹은 그동안 겪었던 여러 가지 일들로 형성된 양육관(가치관) 등으로 자녀에게 적절한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거나 유지가 어려운 사례도 있는데 그것은 다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다고 생각된다.
 
 
 
중요한 것은 그 원인이 무엇인지 찾고 자녀의 현 상황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실제로 인정 이 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아예 모르는 경우도 있다). 적절한 양육과 교육에 대한 가이드를 통해 건강한 자녀로 성장하고 건강한 부모의 역할을 해내실 수 있도록 끊임없이 지원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느낀다. 조바심이 날 수도 있지만, 이 과정 또한 가정 상황, 수용하실 수 있는 정도에 따라 천천히 기다리며 다양한 방법, 그 가정에 적합한 방법을 찾아서 끝까지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해보시길 권한다. 부모로서 애쓰고 계신 점은 지지해 드리면서 진정성 있게 고민을 나눠주 신다면 자녀 양육을 지원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안도감과 믿음, 모성 경험을 통한 본인의 존재 가치 재발견으로 심리적 위축이 완화되고 가정 역량이 강화되는 모습을 보실 수 있을 것이다. 단순 파견으로만 생각하기보다는 바로 이러한 역할을 하기 위해 우리가 이 장애인복지 현장에 있다는 믿음으로 나는 일한다.
 
 
 
마지막으로 장애 당사자가 자녀인 가족이든, 장애 당사자가 부모인 가족이든, 아니 비장애인으로 구성된 가족과 모든 사람이 평범하게 일상의 삶, 보통의 삶을 살아나가길 꿈꾸며 사회복지사의 길을 걷고 있다. 그리고 사회복지 현장에 있는 나 자신도 잘 돌볼 것이다.
작성자글과 사진. 배정화 성프란치스꼬장애인종합복지관 사회복지사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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