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과 뚜렛이 특별해 보이지 않는 그날까지 > 함께 사는 세상


틱과 뚜렛이 특별해 보이지 않는 그날까지

함께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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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럽고, 빠르며, 반복적이고 불수의적이라고 설명되는 틱(tic)은 참 변화무쌍하다.
 
틱은 눈을 깜박거리거나 발을 구르거나 기침소리를 내거나 소리를 지르는 것에서 자기 몸을 때리거나 무례한 말을 내뱉는 것까지 다양하다. 통제할 수 없는데도 일부러 하는 것으로 오해받아 주변인과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언제 어디서 어떤 증상이 튀어나올지 예측이 힘든 것 때문에 더 힘든지도 모른다. 뚜렛장애는 5~6세 경에 대개 처음 발병하게 되고 초등학교와 중학교 시기에 악화기를 겪고 청소년 후기가 되면 차차 줄어들기도 하지만 일부는 성인기에도 지속적으로 어려움을 겪게 된다.
 
뚜렛장애는 흔히들 알고 있는 틱장애의 한 범주로 다양한 음성틱과 운동틱을 특징으로 하는 신경질환이다.
 
초등학교 입학 무렵에 첫 진단을 받게 되는데 자녀가 학교에서 잘 지낼까 하는 염려로 가득 찬 부모에게는, 자녀가 이름도 생소한 뚜렛이라는 병을 지닌 채 학교를 다녀야 하는 것에 당황과 충격이 밀려온다. 이러한 충격을 더하는 것은 함께 동반되는 공존질환들이다.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와 강박을 높은 비율로 함께 겪게 되고 학습문제, 행동문제, 감정조절문제, 우울, 불안 등이 같이 나오는 경우가 흔하다. 뚜렛장애가 심할 경우 일상 활동의 기능을 방해하여 사회적 고립과 대인관계 갈등, 또래들의 괴롭힘, 업무나 학업 수행의 불가능을 경험하는 경우도 많다. 틱 증상이 심한 경우 스스로 얼굴을 쳐서 안구 손상이 생기기도 하고 머리나 목을 무리하게 움직여서 디스크 질환으로 정형외과적, 신경학적 손상을 경험하기도 한다. 현재까지 뚜렛장애의 완치는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증상을 다스리는 약물치료를 하기도 하지만 약의 효과가 그다지 높지 않은 편이다.
 
한국뚜렛병협회는 오랫동안 뚜렛장애를 앓아온 환우들과 부모들이 주축이 되어 2007년에 창립되었다.
 
주요 사업은 뚜렛장애와 만성틱을 지닌 환우들과 가족들을 위한 정보제공 및 교육사업, 병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제고, 환우에게 우호적인 치료 및 투병환경 조성, 환우의 학교생활 지원, 환우의 자활 및 자립을 위한 기반 구축이다. 이 사업들을 지원하기 위해 자조모임, 강연회, 가족캠프, 틱자녀부모교육을 진행하고 있고, 교사안내서, 부모안내서, 바람개비 소식지, 틱 명함을 제작하여 배포하고 있다.
 
뚜렛장애로 몇 년간 고생하다 보면 사람들에게 병을 설명하기가 생각보다 어렵다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협회의 교사안내서 첫 페이지에 이런 글이 있다. “너 왜 자꾸 이상한 소리를 내?”, “내가 틱이라는 병이 있는데, 그건 내가 하고 싶지 않아도 자꾸 얼굴을 찡그리게 되고 소리가 나.”, “에이, 세상에 그런 병이 어디 있냐? 거짓말.” 수업 시간이나 조용한 장소에서 소리를 내는 것이 일부러 그러는 것이 아니라는 것, 시험을 볼 때 고개를 돌리는 것이 부정행위가 아니고 틱의 증상이라는 것 등을 이해시키는 것은 만만한 일이 아니다.
 
협회가 생기고 나서 제일 먼저 한 일은 새 학년 선생님에게 전달할 교사안내서를 만드는 일이었다. 뚜렛장애의 특징과 다양한 증상들, 그리고 학교에서 병으로 인해 오해받기 쉬운 것들과 배려하면 좋을 내용들에 대해 정리해 놓았다. 협회에선 전국의 초··고 보건교사실에 교사안내서를 배포하는 일을 매년 해오고 있다. 한정된 예산으로 아직 전국 학교에 다 배포하지는 못했지만 꾸준히 해 나갈 일이다.
 
 
 
사람들에게 뚜렛장애를 설명할 자료를 만드는 것 외에 협회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교육’과 ‘만남’이다.
 
뚜렛장애를 가지고도 잘 살아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주변인들이 뚜렛장애의 특성에 대해 아는 것이 중요하다. 이해의 대상은 뚜렛장애를 앓는 환우 자신과 부모, 가족, 친구, 선생님, 상사, 동료 등 교류하게 되는 모든 사람들이다. 협회에서는 매년 강연회를 열어 뚜렛장애에 대한 교육과 이해를 넓히고 있다. ‘뚜렛장애가 있는 학생들의 가정생활과 학습 도움주기’와 ‘성장 후의 뚜렛환우들’에 이르기까지 매년 다양한 주제를 발굴하여 강연회를 열고 있으며 최근 코로나의 영향으로 온라인 강연회를 개최한 후 접근성이 좋아져 참석자가 오히려 늘고 있다.
 
뚜렛장애는 병의 증상으로 보이는 행동과 훈육의 대상이 될 행동문제의 경계가 모호하고 틱 이외에 다양한 질환이 동반되므로 뚜렛자녀의 양육은 부모에게 상당한 스트레스를 준다. 뚜렛장애는 학령기 전반에 걸쳐 어려움이 지속되므로 가정에서 부모들이 중심을 잡고 자녀가 ‘틱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도록 울타리가 되어 줄 수 있도록 부모근력을 키우는 것이 꼭 필요하다. ‘틱자녀부모교육’ 프로그램을 짜서 뚜렛 자녀를 둔 부모들에게 특화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만남’은 뚜렛병협회가 가장 중점을 두고 진행하는 사업이라 할 수 있다. 부모자조모임으로 ‘냅둬’모임을 운영하고 있다. 정보를 주로 주고 받게 되는 신학기 ‘냅둬’도 있고, 야외에서 부모들의 힐링을 목적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냅둬’도 있다. 아이들은 자신이 하는 틱에 대해 부모에게 미안해한다. 자녀를 지켜보는 부모의 근심스러운 눈초리는 아이들에게 독이 될 수 있다. 아이들은 틱을 하든 하지 않든 지나친 관심을 보이지 않고 놔두면 잘 자라날 수 있다. 그래서 이름이 ‘냅둬’이다. 청년자조모임은 자연스럽게 생겨난 모임이다. 협회 초창기에 초등학생이었던 친구들이 이제 대학생과 직장인이 되었다. 이들은 어느 날 모여서 청년부를 만들고 협회 사업의 도우미를 자처하며 주기적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 모임을 열고 있다. 청년부 회원들은 자신이 경험하고 있고 경험해온 것들에 대한 나눔과 동생들을 위한 멘토 역할을 하고 있다.
 
협회의 중요한 만남 중 하나인 가족캠프는 1박 2일 동안 함께 모여 편하게 쉬고, 먹고, 노는 그냥 캠프이다. 협회가 창립되던 해에 첫 캠프가 열리기 전에 작은 에피소드가 있었다. 캠프를 계획하던 중, 어느 회원의 주치의 선생님이 자녀의 캠프 참석에 반대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상대방의 틱을 모방할 수 있는 틱의 특성상 틱이 있는 아이들을 한자리에 모아놓는 것은 위험하다는 것이었다.
 
‘정말 그럴까?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으로 걱정 반, 오기 반으로 캠프를 열기 전에 먼저 모여 보았다. 그전까지 부모들의 오프라인 모임은 간간히 있었지만 아이들을 데리고 하는 모임은 아마 처음이었을 것이다. 패밀리 레스토랑에 모여 밥을 먹고 이야기하는 단순한 모임이었다. 처음 만나는 아이들은 쭈뼛쭈뼛 어색해했다. 그러나 같이 먹고 같이 놀다 보니 어느새 친해져 있었다. 그날의 소회를 어느 회원은 말한다. 모임이 끝나고 서로 인사를 나누는데 마치 ‘이산가족 상봉 후에 다시 이별하는 것 같았다’. ‘만남’은 꼭 필요한 것이다. 이 세상에 나 말고도, 나와 같은 몸짓과 소리를 내며, 사람들의 눈치를 보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알아주는 사람들과의 만남은 나만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는 위로의 시간이다. 한동안 캠프 후에 틱 증상의 악화가 있었는지 물어보는 설문을 했던 기억이 난다. 이제는 더 이상 하지 않는다. 몸으로 겪어 경험했기 때문이다. 설사 잠시 틱이 심해진다 한들 만남은 꼭 필요하다. 올해 7월에는 코로나 이후 첫 1박 2일 캠프가 열릴 예정이다.
 
 
지난 2021년 뚜렛장애는 장애인복지법 상의 장애 등록이 가능하게 되었다.
 
이제껏 경계에 있는 소수장애로서 주변인으로 지내온 것에 비하면 국가 정책의 대상이 되었다는 것은 정말 환영할만한 일이다. 뚜렛장애를 가지고 살아가는 일은 녹록치 않다. 남들 공부할 때 공부하고, 남들 연애할 때 연애하고, 남들 취직할 때 직장인이 되고, 남들 결혼할 때 결혼하고 부모가 되는, 이렇게 보통 사람의 삶을 다른 사람들과 같은 속도로 발맞추어 살아나가는 것이 뚜렛장애인에게는 참 힘겹다. WHO(세계보건기구)의 ICF(국제기능장애건강분류)에서는 장애인권리보장법에서 이렇게 장애를 정의한다. ‘사회의 문화적·물리적 및 제도적 장벽 등의 환경적 요인, 신체적·정신적 능력의 차이 등의 개인적 요인 간의 상호작용으로 인하여 완전하고 효과적인 사회참여에 제약이 있는 상태’라고... ‘완전하고 효과적인 사회참여’는 뚜렛장애인들이 너무나 바라는 일이다.
 
현재 뚜렛장애는 만 20세가 지나야 장애등록이 가능하도록 장애등록 신청 연령이 제한되어 있다.
 
학령기를 힘들게 보내야 하는 뚜렛장애인들에게는 사회에 기여하는 사람이 되기 위한 준비기간에 대한 도움이 절실하다. 장애인복지법의 목적에는 장애발생의 예방도 명시되어 있는데, 만 20세 이상이어야 직업재활 등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장애등록이 가능한 것은 뚜렛장애인에게는 가혹한 일이다. 장애 재판정 제도가 있으므로 한참 힘든 시기에 한시적으로 장애를 등록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뚜렛장애는 미국 장애인법(ADA)과 장애인교육법(IDEIA)이 보장하는 장애다.
 
업무, 교통, 레저, 쇼핑 및 공공서비스 영역에 ADA가 적용되며 장애인교육법에서는 ‘기타 건강장애(other health impaired)’ 영역에 뚜렛장애를 분명하게 명시해 놓았다. 우리나라에서는 「장애인복지법」상 장애로 등록이 되지만 등록이 되기까지 연령의 제한이 가로막고 있고,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에는 뚜렛장애를 명시해 놓지 않아 정보가 부족한 담당자들은 뚜렛장애의 특수교육대상자 선정을 가로막고 있다. ‘한 아이를 키우는 데는 한 마을이 필요하다’ 는 말이 있다. 여기서 ‘한 마을’ 은 타인이 아니고 국가나 공동체를 의미하는 것이다. 뚜렛장애가 있는 이들이 가족이나 보호자에게만 기대지 않고 공동체와 사회 시스템 속에서 건강하게 독립된 인간으로 자라날 수 있도록 협회가 지원할 수 있는 것들을 차근차근 해 나가려 한다.  
 
작성자글과 사진. 김수연 한국뚜렛병협회 회장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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