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양의무제 기준폐지는 본질적인 장애인 복지의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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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낮의 길이가 짧아지고 성급하게 밤이 찾아든다고 느끼는 이들이 적지 않은 모양이다. 게다가 찬바람까지 밀어닥치는 계절을 맞이하면서, 예년보다 더 빠르게 추위와 몸살을 앓는 모습들 또한 사방에서 확인하게 된다. 모두들 마음의 상처가 큰 탓이다. 경제 하나만큼은 확실하게 잡겠다더니 1%의 극소수에게 모든 영광을 몰아주는 정권체제 안에서, 국민의 여론 자체는 안중에도 없는 FTA 날치기 통과는 모두의 마음속 촛불에 분노의 기름을 부어버렸다.
국민이 추워하면 난방을 제공하고 옷 한 벌을 더 입혀줘야 하는 게 정부의 역할이자 의무인데, 칼바람이 불수록 국민의 옷을 오히려 한 겹씩 벗겨내는 냉혹한 현실 앞에서 사회적 약자들은 하소연할 데도 찾지 못하며 신음하고 있다. 종편의 출범이라는 팡파르가 울려 퍼지고 고위임직원들의 고액배당금 소식은 화려하게 반짝이는데, 게다가 사상 최고실적을 올렸다는 대기업들의 환호성은 연이어 터져 나오는데, 정작 그 화려함을 누리는 이들은 생활 주변 어디에서도 찾을 방법이 없다. 1%와 99%의 간극이 얼마나 벌어져 있고, 얼마나 다른 세상으로 확연하게 나눠졌는지를 드러내는 증거들이기도 하다.
국가의 정체성이 더 깊게 가라앉느냐, 아니면 확실한 변화의 바람이 부느냐의 갈림길에 설 2012년을 앞둔 시점에서, 2011년 올 한해를 되돌아보며 장애계의 성과와 반성을 함께 나누는 시간이 필요한 건 당장의 시급함이 절박함이 되어 추락하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를 일이다. 가장 핵심적인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전국 각지의 주된 투쟁 현장에서 항상 마주쳐 왔던 얼굴이며, 장애인의 인권과 권리확보를 위해 가장 큰 외침을 내지르고 있는 이가 이번 호 함께걸음의 만난사람으로 등장하게 된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대표와 함께, 2011년 12월 현재의 우리 자화상을 함께 들여다보기로 한다.
사회복지사업법 개정, 일명 ‘도가니법’이라 불리던 법 개정이 또 무산되는 분위기 같다. 이번에는 꼭 통과될 거라 기대했었는데 아쉬움이 크다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많았던 시기였다. 일단 정부도 하겠다고 했던 거고, 전직 보건복지부 장관이었던 한나라당 의원까지도 개정을 얘기했었는데….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등의 야권에선 당연히 당론으로 채택했기에, 정치권과 정부와 사회적 분위기가 매우 긍정적이었다. 투쟁하는 세력들 또한 이번만큼은 아주 불가능한 게 아니라고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런데 FTA 날치기 통과에 묻혀버리고 말았다.
앞으로 어떻게 될 거라고 전망하시는가. 물론 전망을 한다는 것 자체가 무의미할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건 국회가 열리느냐 안 열리느냐에 따라 다른 것이다. 열린다고 예측이라도 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이젠 예측 자체가 무의미해졌다. 일단 국회가 열려야 그 다음을 살펴볼 수 있을 것 같다.
이 시기에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이 장애인들에게 왜 중요한지, 대표님은 그 중요성을 어떻게 판단하고 계신지 말씀해주시면 좋겠다
일단 역사적으로 보면, 공익이사제를 추진해왔던 지난한 기간이 있었다. 우리가 투쟁을 통해서 지속적으로 추진을 시도해왔지만, 주변상황들이 받쳐주지 못했던 여건들과 저항세력들의 극렬한 반발 또한 큰 장벽이었다. 그렇게 통과시키지 못했던 게 어느 영화 한 편을 통해 사회적 분위기로 무르익게 되었고, 정치권과 정부까지 관심으로 바라보게 된 것이다.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시설 안에서의 비리, 인권침해와 관련되어 있는 권력, 법적인 최고기관의 인식변화가 없이는 끊임없이 반복될 수밖에 없는 이 구조를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게 될 최소한의 방안이 바로 공익이사제도이다.
공익이사제의 필요성을 구체적으로 이해할 만한 실제 예가 있는가
OO재단 비리 같은 경우가 대표적인 예로 거론될 수 있을 것이다. 5명의 이사진이 있었다. 그런데 이사장이 구속됐다. 그런데 구속된다는 걸 알고, 바로 직전에 자기 아들을 이사로 앉힌 뒤 자신과 아주 가까운 측근들을 이사진으로 만들었다. 이건 법적으로는 합법적인 구조가 된다. 아무도 저항하지 않는다. 측근들이 허수아비로 자리를 차지하니, 합법적인 이사진 교체가 이루어진 게 아닌가. 그런데 만약 공익이사제를 통해 공익이사 2명이 들어왔다면, 그들이 잘하고 못하고 여부를 떠나 이사장이나 이사진의 전횡을 막고 제어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가 마련되는 것이다.
시설의 사유화를 막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장치라는 의미인가
그렇다. 독단적인 사유화, 형식적인 이사회, 꼭두각시와 허수아비일 뿐인 지금까지의 이사진들을 바꿔야 한다. 시설 안에 있는 장애인들뿐 아니라 직원들마저 내용 자체를 모를 만치의 독단적인 결정이 대부분 아니었나. 전횡 속에 시설장을 임명하고, 비리로 물러난다 해도 다시 복직시키는 행태가 반복되어 왔다. OO재단의 경우와 같이 이사장이 비리로 구속된다면, 나머지 4명도 연대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비리와 관련이 있는 이사진은 다 교체되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연대책임을 묻지 못했다. 과거의 잔재가 그대로 남아 있어서, 이들이 순차적으로 물러나면서도 나머지 이사들이 들어올 때까지 합법화시켜주는 기능을 맡아왔다는 게 주지의 사실 아닌가.
시설 비리의 본질은 결국 사유화되는 데 가장 큰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사실상의 사유화, 공공의 영역이 아니라 자기 재산이라고 생각하며 대물림하는 것, 그것을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소유물로 생각한다는 건데, 그걸 제어할 수 있는 게 공익이사라고 판단하시는 건가
그렇다. 극단적인 사유화를 뿌리 뽑아야 비리를 근절시킬 토양을 만들 수가 있다.
‘열풍’이라고 불려야 할 만큼 도가니의 파장이 컸다. 사회적 반향이 대단했는데, 국회가 저렇게 되어버리고 나니 허망한 마음인 것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무조건 부정적으로만 바라볼 필요는 없지 않을까 싶다. 법 도입이 되긴 될 것 같은데 어떻게 진행될 거라고 생각하시는가
예측할 수 없으니까 그걸 무어라 단정적으로 답할 순 없다. 그건 진짜 모르는 일이다. 왜냐하면 도가니라는 존재가 떠 있을 때, 사회적 관심이 있을 때 힘이 있으니까 그 힘을 통해 제도화로 갈 수가 있었던 건데, 이게 또 잊히면 과거와 똑같아지는 게 아닌가. 이 대목에서 더 큰 문제 하나를 간과하고 넘어가선 안 되겠다. 도가니 문제가 해결됐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왜 그런가. 그걸 성추행, 성폭행 문제로만 보기 때문이다. 성폭행을 가한 사람들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것, 그것으로 이 문제가 해결됐다고 보는 이들이 많은데, 그건 잘못 판단하는 것이다. 성폭행 문제는 성폭행 문제 자체로 중요한 사안이지만, 진짜 문제는 성폭행 당사자들이 공금을 횡령하고 비리를 저지른 뒤에도 다시 돌아와 제자리를 차지하는 악순환이 지속된다는 사실이다. 이사장과 시설장들, 이런 책임자들이 친인척과 측근의 관계로 얽혀 있으면서 그 자리를 계속 차지한다는 구조적 상황은 성폭행 문제와는 전혀 다른 것이다.
그게 진정한 본질적인 문제라고 보시는 건가
당연하다. 법인시설의 근본적인 문제가 바로 그것이기 때문이다. 성폭행 문제는 어디서나 다 일어난다. 시설에서만 일어나는가? 지역사회에선 안 일어나는 일인가? 성폭행 사건이 문제의 전부라고 치부하는 건 극히 단편적인 면만 바라보는 우를 범하게 된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며 잊어가고 있지 않은가. 시설의 본질적인 문제를 못 건드리면, 어떤 대책도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가 없는 일이다.
벌써 연말이다. 올 한해도 장애인들의 권익을 위해 힘들게 싸워오셨는데, 특히 활동보조인서비스의 자부담 문제를 가지고 80여 일 서울시청에서 싸우셨던 걸로 알고 있다. 그 문제는 어떻게 해결이 된 건가
활보 이용에 대해 오세훈 전임시장이 갑자기 자부담을 부담시키겠다고 해서, 기나긴 투쟁을 해야만 했다. 난데없는 자부담을 꺼내들더니, 무상급식 문제를 만든 다음 스스로 아웃되어버리지 않았나.
자부담 그 액수가 시 재정 차원에서는 그리 크지 않았다고 하는데, 왜 그런 무리수를 꺼내서 불필요한 문제를 일으켰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실제 서울시에서 자부담을 추가로 내야 할 장애인들을 다 합쳐도 3억이 안 되는 돈이었다. 그런데 그걸 자부담시키겠다고 나섰던 게 아닌가. 개인별로는 최고 6만원까지 더 내게 만들었다. 원래 8만원으로 한정되어 있던 걸 복지부가 12만원까지 올렸다가, 그걸 또 6만원 더 내야 한다면 졸지에 11월부터 18만원, 그러니까 1인당 10만원을 더 부담하라는 것이었는데, 장애인들한테 10만원을 더 내라고 갑자기 올리는 건 현실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는 행정편의적인 발상임을 반증한다.
그게 서울시만의 문제인가, 아니면 다른 시도에서도 시행되려 했던 건가
서울시가 최초로 부과하려고 했다가 부닥친 거고, 그래서 스스로 물러나게 됐던 거고, 그래서 보궐선거 기간 내내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거론하며 싸웠었다. 결국 박원순 신임시장이 취임하자마자 자부담을 안 하겠다고 선언한 것이 투쟁의 성과이기도 하다. 다른 지역에서도 이젠 시도를 못할 것이라 본다. 서울시가 기존의 시행을 밀어붙였다면 각 시도는 그걸 눈치 보면서 추진하려 했을 건데, 서울시가 딱 막아버리니까 각 시도는 함부로 할 수 없게 된 셈이기도 하다.
활보 문제와 관련해서 국회가 바뀌거나 정권이 바뀐다면, 무엇을 어떻게 바꿔야 하고 어떤 싸움을 전개해야 할 것이라 예상하시는가
아예 활동보조지원법 자체의 근간을 설계부터 다 바꿔야 한다. 어떤 식의 자부담이든 간에 자부담 자체를 폐지하고, 지금 180시간으로 묶여 있는 생활시간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
어느 정도까지 확대시켜야 한다고 보시는가
당연히 720시간까지 확대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루 24시간 모두 서비스를 받아야 한다. 스웨덴 같은 나라들은 중증장애인들한테 720시간을 이미 오래 전부터 보장하고 있다. 시간을 확대시키는 만큼 활동보조인들에 대한 노동자의 권리 또한 보장해줘야 한다. 이런 식으로 다 바꿔야 하는 것이다. 다음 선거에서 차기 정권의 공약이 되도록 끌고 갈 준비를 하고 있다.
2012년은 4월 총선과 12월 대선이 있어서, 장애인들의 권익을 위해 주목을 끌 싸움이 힘들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드는 게 사실이다. 내년의 설계는 어떻게 하고 계시는가
우리에게 필요한 것, 우리가 요구하는 부분들에 대해서 선거의 국면에서는 선거로 싸우고, 투쟁이 필요할 때는 투쟁으로 싸울 것이다.
불합리한 정책에 대한 투쟁으로 자부담을 없애는 등의 성과가 있었다는 건, 수많은 중증장애인들에게는 경제적인 이익을 간접적으로나마 전해줬다는 데 큰 의의가 있을 것 같다. 대표님이 속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경우, 우리나라에서 가장 선도적으로 중증장애인들의 인권과 권익을 위해 싸우며 활동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데 전장연의 주된 이슈가 이동권과 활보 등 일정 부분에 한정된 게 아닌가 하며 지적하시는 분들의 목소리 또한 들려오고 있다. 현실적으로는 연금과 같은 대상에 더 큰 목소리를 내주기를 바라는 이들이 많은데, 이런 지적들이 나오고 있는 데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의견을 듣고 싶다
연금이라고 한정지어서 싸우진 않았다. 싸우는 건 당연히 필요하지만, 우리는 그 방향을 다른 쪽에서 찾았다. 바로 부양의무제 폐지 투쟁이다. 물론 연금을 12만원에서 15만원, 20만원 이상으로 올리는 것도 중요하다. 그렇지만 성인 장애인에 대한 부양의무제 기준을 삭제해버리면 그것보다 훨씬 더 큰 효과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기준 삭제만으로도 5,60만원의 혜택을 받게 된다. 지금 전국의 장애아 부모들이 내 아이보다 하루라도 더 오래 살겠다고 애절한 탄식을 반복하고 있지 않은가. 그 모든 걸 일시에 해결할 순 없겠지만, 부양의무제 폐지만으로도 실질적인 도움이 전해질 거라 판단하고 있다.
얘기가 나왔으니까 묻겠는데, 기초생활보장법 부양의무제 폐지의 전망은 어떤가
지금까지는 장애대중이 현장투쟁으로 외쳐왔지만, 현장투쟁만으로 극복하기엔 한계가 많이 있었다. 그래서 내년 총선과 대선 국면에서 이 문제를 중요한 공약으로 제시할 계획이다. ‘복지’라는 용어를 모든 정치인들이 입에 달고 있는데, 말로만 끝나는 게 아니라 어느 정치세력도 부양의무제 기준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선 살아남을 수 없도록 공약 속에 고리를 걸어둘 것이다. 실질적 혜택이 없는, 진정한 해결책이 없는 복지는 말장난일 뿐이다.
부양의무제 기준 폐지가 국민적인 설득력을 가지려면 장애인 쪽 문제로만 한정짓지 않는 게 보다 더 효과적일 것 같은데
맞다. 그건 장애인뿐만 아니라 노인, 비장애 대중들도 누구나 충분히 요구할 수 있는 사항이다. 이건 보편적 복지로 나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으로써, 모두가 부양의무자 기준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내포하고 있다. 이 대목에서 부양의무제 폐지 투쟁이 그동안 왜 우리 싸움의 중심으로 자리 잡고 있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나는 복지라고 이야기하고 있는 이 시대적 흐름이, 더 넓은 영역의 더 많은 사람들과 사회적 연대를 강화하는 매개가 될 것이라 확신하고 있다. 진정한 복지국가라고 얘기하는 것이 최소한 지금의 시대를 넘는 길이라면, 부양의무제 기준 문제를 깨끗이 삭제해버림으로써 더 많은 사람들이 보편적 권리로 나아갈 수 있도록 만드는 게 반드시 필요하다.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은 인간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게 바로 이 투쟁인 것이다. 그래서 우리의 활동에 많은 관심을 보내주시는 분들이 왜 소득 관련 투쟁과 연금 관련 투쟁을 하지 않느냐 지적하신다고 듣고 있는데, 우리의 입장에서는 가장 직접적이고 파급효과가 큰 것이 바로 부양의무제 기준폐지이기에 그 투쟁을 계속하고 있다는 점을 답변으로 드리고자 한다. 부양의무제기준폐지는 복지 패러다임을 얘기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이고, 실제로 폐지가 된다면 복지지향운동 중에서는 가히 혁명적인 성과라고 평가내릴 수 있을 것이다.
현 정권이 보수일변도의 정책으로 국정을 운영하고 있는데, 장애계 입장에서 지금 안 되고 있는 건 무엇인 것 같나. 보수정권의 정책으로 받게 되는 피해 또한 상당할 것 같은데 주된 것으로는 무엇이 있나
현 정권 때문에 장애인 복지와 관련해서 안 되고 있는 건 너무나 많지 않은가. 모든 것들에 대한 말은 번지르르한데, 단적으로 활동보조인제도를 180시간으로 묶어놓은 게 현 정부 내내 이어지고 있다. 난데없는 자부담이 등장하질 않나, 중증장애인들이 자립생활을 하든 안 하든 최소한의 사회적 환경을 만드는 데 전혀 진전되는 게 없다. 전진이나 개선은커녕 기초적인 혜택마저 삭제와 축소와 폐지가 횡행하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내년 총선과 대선을 전환점으로 해서 더 나은 환경으로 바뀔 수 있다고 보시는 건가
그건 정권을 교체해야만 가능한 것 아닌가. 정권이 바뀌어야만 정책을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을 일단 가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현 정권의 하수인들이 계속 장악을 하게 된다면, 현재의 기조는 그대로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벌써부터 예측이 되고 있지 않은가.
정치적으로 변화의 흐름이 강하게 밀려오고 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폭풍처럼 등장한 안철수 교수의 돌풍이 굉장한데, 이러한 안철수 바람이나 2,30대 젊은 세대들의 정의에 대한 요구라든가, 이런 새로운 환경은 장애운동 쪽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싶은데, 대표님은 이런 흐름을 어떻게 바라보시는지 알고 싶다
시대의 흐름 속에서 장애인이 예외일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사회적 흐름이 일단 긍정적이라면, 우리에게도 긍정적 영향을 가져올 거라고 생각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정권이 바뀌면 근본적인 영향이 오는 건 당연한 일이다. 지금의 정권에서 다른 정권으로 바뀌면, 최소한의 장애인 인권의 문제나 복지의 문제 운운하는 정책의 변화는 표면적으로는 여럿 등장하며 보일 것이다. 서울시만 봐도 오세훈 전임시장이 있는 것보다, 박원순 신임시장이 있는 것이 훨씬 더 소통이나 변화의 가능성을 확인하게 만들고 있지 않은가. 너나할 것 없이 ‘복지’를 외치고 있는 현 상황에서, 그나마 복지담론을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설계해왔던 정치세력이 집권을 한다면 현재보다는 긍정적 반향이 일어날 거라고 본다. 그 또한 또 다른 새로운 투쟁을 필요로 하게 될지도 모르겠지만, 최소한 현 정권보다는 조금이라도 더 좋은 상황이 올 거라고 예상한다. 그게 변화라면 변화가 될 것 같다. 그런데 장애인들이 정치적인 문제하고 무슨 관계가 있는지를 묻고 답해야 한다는, 이런 상황 자체에 답답함을 느끼게 된다.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복지는 정치체제와 관계없이 지속적으로 보장되고 유지돼야 당연한 일 아닌가. 이게 우리나라의 현실인 것 같아 씁쓸하다.
작년에도 대표님을 이 공간에서 인터뷰한 바 있었는데, 그때 대표님은 현 정권을 규정하며 장애인들의 삶을 너무 가혹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하셨던 게 기억난다. 취재를 위해 누구를 만나든, 개인적으로 어디를 가든 간에 전국의 장애인들이 다들 좌절하고 너무 지쳐서 힘들어한다는 점이 확연하게 느껴진다. 전국의 독자들이 대표님의 말씀을 읽게 될 텐데, 장애운동의 최전선에 계신 입장으로써 말씀해주시면 좋겠다. 내년은 마치 두 개의 큰 선거를 위해 존재하는 한해 같기도 한데, 그런 1년을 맞이하면서 어떤 다짐을 해야 할지, 그냥 맞이하지 말고 어떤 자세로 준비하는 게 나을 건지를 개인적인 의견으로 남겨주시면 좋겠다
장애대중들의 현실적 삶을 생각한다면, 지금의 이 보수정권은 당연히 없어져야 할 세력들이다. 더 이상 믿거나 던져주는 떡고물 몇 개를 따기 위해 줄을 서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비근한 예로 얼마 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우리가 목격한 게 있지 않은가. 전국적 조직을 가진 어느 유명 장애인단체가 여당후보를 지지하고 나섰다. 선별적 복지를 주장하는 정치세력한테 붙어서 지지를 선언했다는 것이다. 그게 얼마나 자기 정체성과 존재성에 이율배반적인 행위였는지, 그러면서도 장애인 인권을 들먹이고 있다는 게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일인지를 모두가 직시해야 한다. 생각해 보자. 정치적인 떡고물 몇 푼 때문에 장애인 인권을 운운하며 팔고 다닌다는 게 말이 되는가? 장애인을 발가벗겨놓고 공개적으로 목욕을 시킨 걸 사과하라고 하니까, 자기도 장애아 부모라며 버티는 후보한테 지지선언을 한다는 건 단적으로 말해서 파렴치한 행위이다. 자기가 믿고 따르는 정치지도자라고 한다 해도, 실수가 있으면 실수한 것은 잘못됐다고 이야기하게 해야 한다. 그러면서 새로운 변화된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거지, 그런 건 딱 눈을 감아버리고 지지한다며 줄을 서는 건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내년에는 얼마나 더 많은 이런 모습들이 등장할 것인가. 그러면서도 장애인 인권을 들먹이며 장애인 영혼을 팔아댈 텐데, 이건 참으로 슬픈 일이자 이 사회의 일그러진 자화상인 것이다. 장애인의 인권이라 하면 최소한의 감수성과 정체성을 가진 상태에서 현실을 직시해야 할 일인데, 그런 것조차도 없이 맹목적으로 바라본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매번 겪은 일이기에 더하면 더했지 덜할 리가 없는 게 정치권 줄서기 행태일 것이다. 장애인의 이름을 내걸고 활동하는 척하다가, 결정적인 순간에는 자신의 입신양명을 위해 돌변하는 이들을 그동안 너무나 많이 봐 왔다. 내년은 최고로 극심해질 거라 예상되고, 그만큼 혼탁해질 게 분명할 것 같아 안타깝다. 장애대중 전체의 인권이 몇몇 특정 인물들의 사욕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한다는 건 비참한 현실을 반영하는 증거로 남겨질 것 같다
동감한다. 그러려면 차라리 그냥 장애인 단체를 운영해가면서, 개인적으로 잘 먹고 잘 살려 한다고 까놓고 말하는 게 낫다. 그런 입에서 장애인 인권을 들먹인다는 건 장애인 대중들에 대한 분명한 모독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장애인 인권을 팔아먹는 모독적인 행동들을 더 이상 하지 말라고 강력하게 경고하고 싶다. 현 정권의 행태에 동조하면서 그 정권의 유지를 지지하는 세력이라면, 또한 그들에게 줄을 서며 장애인 대중의 가슴에 상처를 안기는 존재들이라면 우리가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 국민으로서의 힘을 보여주는 일이 내년의 과제이다. 소통도 없이 국민을 무시하는 대상들을 깨끗이 지워내는 힘과 권리는 바로 우리 모두에게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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