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박성진 "꿈을 잃었지만, 진짜 꿈을 찾았어요" > 함께 사는 세상


시각장애인 박성진 "꿈을 잃었지만, 진짜 꿈을 찾았어요"

[인터뷰]제22회 대한민국장애인문학상 운문부문 대상 수상자 박성진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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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나이 28살, 전라도 광주 태생의 시각장애1급인 박성진 씨는 이번 제22회 대한민국장애인문학상·미술대전에서 ‘쑥’이라는 시로 운문부 대상의 영예를 안은 주인공이다.

대학에서 문예 창작과를 전공하면서부터 약 7년간 밤낮 글을 쓰는데 매진해왔다는 성진 씨. 그는 현재 대학원에서 국어교육을 전공하고 있고, 국어교사 겸 시인이 되는 것이 꿈이라고 한다.

   
▲ '제22회 대한민국장애인문학상' 운문부 대상을 수상한 시각장애1급 박성진 씨

인터뷰 시작부터 환한 미소로 풋풋한 대학생의 모습을 보이던 성진 씨는 자신의 작품인 시 '쑥'을 소개할 때만큼은 여느 연룬있는 작가처럼 무척 진지한 태도를 보였다. 
 
“제2차세계대전이 일어났을 때 원자폭탄이 떨어지고 모든 것이 피폐해진 상황 속에서 유일하게 생명력을 지닌 것이 쑥이라고 들었어요. 저희 아빠가 지병이 있어서 돌아가셨는데, 그때 아빠를 살릴 수 없는 게 너무 속상했거든요. 그래서 아빠에게 끈질긴 생명력이 깃든 쑥을 심어주고 싶었고, 그래서 쑥을 모티브로 해서 시를 짓게 됐어요.”


성진 씨는 어릴 적 사고로 인해 중학교 때부터 눈이 나빠지기 시작했는데, 점점 시력을 잃어갔고 2005년 경증 시각장애인이 되었다. 그리고 2009년 한창 대학생활을 즐기고 있던 어느 날 결국 실명 판정을 받게 돼 1급 시각장애인이 되었다고 한다.

“원래 수학이나 화학을 좋아해서 수학자가 되는 것이 꿈이었지만, 눈이 보이지 않아 수학이나 화학을 하기 힘들다고 판단했고 이과에서 문과로 바꾸게 됐어요. 사실 처음에는 하고 싶은 것을 포기하고 낯선 길로 걸어가야 한다는 것이 무척 힘들었어요. 하지만 마음을 다시 가다듬고 '무엇을 할까' 고민하던 중 글을 쓰고 싶다는 꿈이 생긴거에요.”


대상을 수상할 정도의 글 솜씨라면 처음부터 글 쓰는데 소질이 있었을 것 같다는 기자의 질문에 성진 씨는 의외의 대답을 내놓았다.

“지금도 잘 쓴다고는 말 못하지만, 처음에 글 쓸 때는 교수님이나 저를 가르쳐주신 작가분들도 ‘너는 글을 쓰지 말아’라고 할 정도로 너무 형편없었어요. 그런데 꾸준히 노력하다 보니 예전보다는 조금 더 나아진 것 같아요. 그렇지만 이번 대상 수상자라고 연락이 왔을 때는 정말 의아해서 ‘내가 왜요?’라고 반문할 정도였다니까요.(웃음)”

“저의 스승님인 송수건 교수님께서 어느 시인의 시집을 주셨어요. 근데 앞장에 보니까 그 시인이 '송교수님께 드립니다’라고 정성스럽게 메모를 남겨 드린거더라고요. 그걸 보고 있던 저에게 송교수님은 언젠가는 저도 이런 시인들을 만날 기회가 있을 거라며 그때까지 열심히 글을 쓰라고 하셨어요. 그 말씀을 계기로 저도 열심히 글을 써서 (작가로서)보고 싶은 사람들을 만나겠다고 결심했어요. 그 전까지만 해도 하필이면 내가 왜 이런 병에 걸려서 고생하는지 모르겠다고 탓했는데, 그 순간 목표가 생긴 거죠.”

   
 
이번 제22회 대한민국장애인문학상·미술대전에서 대상에게는 500백만 원의 상금이 주어졌다. 성진 씨에게 상금을 어디다가 쓰고 싶냐고 물었는데, 성진 씨는 집안 형편이 어려워 빚이 있었다며 그 빚을 갚는데 다 썼다고 했다. 앞서 시를 소개하며 아버지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전한 성진 씨. 또 한번 그의 가족을 향한 따뜻한 마음이 느껴져 잔잔한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인터뷰를 마칠 때쯤 성진 씨는 자신처럼 중도장애를 갖게 된 장애인분들에게 이런 말을 남겼다. 

“아무리 몸이 불편하더라도 자기가 찾아 보면 할 수 있는 일이 분명히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것을 찾아보지도 않고 ’나는 할 수 없다‘고 체념하기 때문에 좌절에 빠지기가 쉬운 것 같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많이 힘들었지만 새로운 꿈을 찾았고, 그 꿈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장애인분들 모두 각자 주변에서 자기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찾아보고 본인이 할 수 있는 것이라면 최선을 다해 노력하면 좋겠습니다.”

작성자이애리 기자  bonbon727@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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