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우방국을 상대로 결의안 채택운동 벌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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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30일, 미국 하원 본회의에서는 일본군'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본에게 사과와 배상을 촉구하는 '121 결의안'이 통과됐다. 생존자들이 사망하고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도, 사회적인 무관심 속에서도 꿋꿋하게 운동을 펼쳐온 사람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꿈꿀 수 있게 한 사건이었다.
미국의 '121 결의안'을 필두로 일본군'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활동에 더욱더 박차를 가하고 있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윤미향 상임대표를 만나 그간의 운동활동과 앞으로 전개할 관련 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언제부터 일본군‘위안부’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합류하게 되었나요?
사회생활 초기에는 다른 단체에 있다가 92년 1월부터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이하 정대협)에 들어가게 되었어요. 간사로 시작해 사무국장을 거쳐 상임대표까지 됐죠. 중간에 97년즈음, 4년 정도 쉬었어요.
- 쉬게 된 이유가 있었나요?
두레방 유영님 원장님이 “피해자가 다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라는 말을 한 적이 있죠.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은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신과, 사회와 당당히 맞서는 사람들이지만, 평생 상처를 가지고 살아온 사람들이기 때문에 트라우마로 인한 사람들에 대한 불신, 대인기피증 등을 안고 있거든요.
그러다보니 가장 가까이에서 할머니들을 대하고, 만나는 사람들이 할머니들로부터 상처를 받기 쉬웠어요. 우리 가족은 친정에 맡겨놓고 그 시간에 할머니들하고 지냈으니까. 할머니들 입장에서도 낯선 사람들에게는 그 분노를 드러내기 어려우니, 활동가들에게 그것들을 드러내기도 하고. 이 사람들이 뭔 이득이 있다고 이런 일을 하나, 불신의 눈으로 저희를 대하기도 했어요. 그동안 한국 사람들에게 배신당하고, 이용당하고 그랬으니까.
그래서 그 상처 때문에 쉬게 됐는데, 그 뒤로 2000년에 발족한 여성재단에서 일을 했어요. 그러다 2002년 초에 정대협에서 실무책임자를 구한다는 제안을 해왔고, 어느 정도 상처가 치유됐다고 생각이 되어서 인지 사무국장으로 다시 정대협에 들어가게 되었죠. 사무국장으로 들어간 지 이제 5년이 되었네요.
긴 세월동안 몸 담아왔죠. 처음 정대협에 들어왔을 때가 20대 후반이었는데, 이제는 딸이 15살이 되었으니까. 그동안은 외로웠지만, 포기하지 않고 이 운동에 현재까지 함께 해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지지하는 사람들이 예전에는 꿈꿀 수 없을 정도로 많아져서 이젠 외롭지 않아요. 무엇보다 할머니들도 예전에는 옆에 있는 사람들 상처 입히기도 하고 그랬는데, 요즘에는 상처를 드러내놓으면서도 희망을 이야기하고, 함께 해주는 사람들에게 감사하다고 얘기해주세요.
- 일본군‘위안부’ 문제는 여성계에서도 지속적인 관심을 받아온 주 이슈는 아니었죠?
여성운동단체들이 정대협을 만들 때만 해도 이 문제가 이리 오래 갈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한국여성단체연합, 여성의전화, 민우회, 교회연합 등의 여성단체들은 임시로 단체를 만들고 일본군‘위안부’ 문제가 해결디면 바로 정대협을 해체하려고 했죠. 그래서 한 달에 한번 각 단체 대표들이 모여서 대표자회의를 했는데, 이 문제가 오래 가다보니 각 단체들도 각각의 주 업무들이 있잖아요. 결국 대표자회의는 실행위원회로 대체 돼서 1년에 1번씩 하는 것으로 바뀌었죠. 그러다 보니 일본군‘위안부’ 문제는 여성계 주 이슈에서 점점 멀어지게 되었죠. 결국 대표자 중심이 아닌 실무자 중심으로 운동을 전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인식하게 되었고, 정대협 사무국 중심으로 운동을 펼치게 되었어요.
여성 단체나 시민 단체들 사이에서 일본군‘위안부’ 문제는 해결되어야 하고, 중요한 문제라고 인식하긴 했지만, 그것을 각 단체들이 과제로 삼고 싸안기에는 애매하게 인식되는 부분들이 있었어요. 그것이 일본군‘위안부’ 문제가 처해있는 한계상황이기도 했죠.
고무적인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많이 달라져왔다는 거예요. 처음에는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단편적으로 보거나, 다분히 성적인 문제로 보기도 하고, 민족의 자긍심이 외세에 의해 상처받는 문제 등으로 많은 사람들이 봐왔죠. 사실 그게 문제의 핵심은 아니죠.
할머니들을 불쌍하다고 보는 시각들도 많은데, 그 시각에는 할머니들 문제를 자신의 문제가 아닌 타자의 문제로 보려는 생각이 저변에 깔려있는 거죠. 정대협에 일하고 있는 사람들도 할머니를 도와주는 사람들로 보는데, 저희는 할머니들이 불쌍해서 도와주는 사람들이 아니라 할머니들처럼 전쟁에 의해 여성들이 더 이상 희생당하는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말아야 한다, 다시는 이런 역사가 반복되지 말아야 한다는 ‘역사 바로잡기’ 운동을 펼치고 있는 거죠. 할머니들은 운동의 주체들이고요. 저희는 그런 할머니들과 함께 서로 힘 주고 받으면서 함께 운동을 펼쳐나가는 거죠.
- ‘121 결의안’ 통과 돼서 무척 기쁘실 것 같은데.
가장 중요한 건 일본의 최우방이라 자부하는, 아시아는 상관없다 하는 일본에게 ‘미국마저도’ 정치권에서 일본군‘위안부’ 문제의 역사적 책임을 요구했다는 거죠. 이번 결의안 통과는 일본에게 철퇴를 가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이 돼서 통쾌해요. 일본은 믿는 도끼에 발등이 찍힌 셈이죠. 그동안 미국은 독일 나치 문제와는 다르게 일본군‘위안부’ 문제는 일본 정부 스스로 알아서 할 일이라고 방관해왔었는데, 이제 상황이 바뀐 거죠.
미국 정치권의 입장이 달라졌고, 우리는 그걸 활용하고 싶어요. 일본의 최우방인 미국의 정치권‘마저도’ 일본에게 일본군‘위안부’ 문제에 대한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일본은 이러한 요구들에 귀 기울여야 한다. 일본이 아무리 아프리카 전역에 방충망을 뿌려 배포한다 해도 과거 전쟁 범죄를 해결하지 않으면 전범 국가일 수밖에 없다는 걸 알아야 한다는 거죠. 그것들에 또 다시 등을 돌린다해도 우리가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거니까.
미국 결의안이 우리에게 중요한 사례를 줬어요.
이번 결의안 통과를 위해 전 세계 시민단체들과 연대를 많이 했어요. 그러면서 전 세계 여러 나라들이 일본군‘위안부’ 결의안 채택하게 만드는게, 결의안이라는 이름으로 정치권에서 문제를 다루게 하는 게 일본 정부에게 압력이 된다는 걸 알게 됐죠.
일본 최우방국인 미국에서는 ‘121 결의안’을 채택했으니 이제 결의안 채택 운동을 다른 우방국인 호주나 캐나다, 뉴질랜드, 유럽 등으로 확장시켜나가려고 해요.
두 번째는 사실 우리가 이런 역사가 반복돼서는 안 된다는 생각으로 하는 거거든요. 그러기 위해서는 과거 역사가 어떻게 진행됐고, 그것들을 어떤 식으로 재현시키는가가 중요하거든요.
그래서 저희가 박물관을 건립하려고 해요. 서울시로부터 서대문 공립공원 땅을 기증받기는 했지만, 돈이 없어서 못 만들고 있는 상황인데, 정부에서는 독립기념관 안에 여성 유공자를 위한 관을 하나 만들자는 제안을 해왔어요.
독립기념관의 군사주의적이고, 장엄한 분위기 속에서 일본군‘위안부’ 문제가 제대로 재현될 수 있을지 저희는 회의적이예요. 그래서 박물관 건립을 위한 모금활동을 하고 있죠. 현재 목표액의 절반 가량인 4억 5천만원을 모금했어요.
사람들이 제 동력이 돼주는 것 같아요. 누구 한 사람이 힘을 준다기보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 과의 관계 속에서 동력을 주고 받는 것 같아요. 동지라는 게 단순히 함께 일하는 사람의 의미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서로에게 에너지를 주고, 상대방의 개인적인 아픔도 함께 아파해주고, 보듬어주는 사람들인 것 같아요. 외롭게 운동을 시작했지만, 주변으로부터 오는 지지와 격려 때문에도 힘을 낼 수 있었구요.
- 개인생활이 없을 정도로 바빠 보여요.
강연하다가 제가 불행해 보이세요?라고 물으면 청중들이 대답을 안 해요. 하지만 강의가 끝날 때쯤에 다시 물으면 “아니오, 행복해 보여요.”라고 하시더라구요.
딸들에게는 옆에 있어주지 못해 항상 미안했고, 부모님들께도 옆에서 봉양하지 못해 죄송한 마음이 있었지만, 결국 내가 최선을 다하며 살아주는 게 옆에서 직접적으로 부양하고, 봉양해주는 것보다 더 좋은 엄마, 좋은 자식이 되는 게 아닌가하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 주말에 가족들과 쉬고, 휴가도 가고 그러면서 지내고 싶지만, 공적인 삶에서 행복을 찾으려 하고, 개인적인 부분에서도 시간을 많이 할애하려고 하고 있어요. 그렇게 행복을 찾아가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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