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장애인의 결집에 힘이 솟았다” > 함께 사는 세상


“전국 장애인의 결집에 힘이 솟았다”

문애린 활동가가 이야기하는 장애민중행동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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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9개의 지역 장애인들이 장애인 생존권 보장에 한목소리를 내며 세종문화회관 앞을 뜨겁게 달궜던 장애민중행동대회가 지난 9월 8일 막을 내렸다.

세계장애인대회에 맞춰 치러진 장애민중행동대회에서는 장애인 연금법 제정, 탈시설, 장애인 주거권, 발달장애인.지적장애인 지원법 제정 등의 7대 장애인생존권요구안을 내걸고 각종 결의대회와 문화제, 강변북로 점거 시위 등을 치뤄냈다.

또한 전국의 장애인들이 2년여 간 준비해온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도 이번 대회를 통해 출범식을 했다.

세계장애인대회 시기에 맞춰 ‘보여주기 식 장애인 행사가 아닌 실질적인 장애인 생존권보장을 요구하겠다'는 취지로 열렸던 이번 대회에 참가했던 한 여성활동가에게 대회 참가기를 들어봤다.

강변북로 점거시 3시간동안 목이 터져라 “보건복지부는 장애인생존권 요구에 대답하라!”를 외친 문애린(28, 뇌병변1급, 성북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가 그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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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9월 7일 강변북로 점거 시 구호를 외치고 있는 문애린 활동가.
ⓒ소연 기자
 
 


함께걸음(이하 함께) : 장애민중행동대회가 처음으로 치러졌는데, 대회가 끝나고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문애린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가 ‘준비위원회’자를 떼고 정식으로 출범했다. 장애인, 장애아를 가진 부모 등의 장애당사자들이 주측이 돼 진보운동으로써의 장애운동 역사가 공식적으로 시작됐다는 것에 기쁨을 느꼈다.

함께 : 서울 출신이라 타지역 장애인들을 만날 기회가 별로 없었을 것 같은데, 이번 대회의 강점은 역시 전국 장애인들이 한데 모여 한 목소리를 냈다는 것일 텐데.

문애린 : 장애인권 문제가 한두 사람이 고민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여러 사람이 모여 의견을 나누고 이야기할수록 고민도 깊어지고 더 좋은 해결책들이 나올 수 있다.
함께 운동하는 동지들이 전국에 있다는 것에 힘을 갖게 됨도 물론이다. 기대대로 여러 지역 장애인들과 한층 심층되고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좋았다.

지역 장애인들의 최우선 과제 ‘이동권’ 

함께 : 각 지역마다 장애인 정책 우선순위가 다를 것 같다.

문애린 : 약간씩 차이를 보이더라. 서울 외 지역에서는 이동권 얘기가 가장 많았다. 서울은 수년 동안 투쟁을 한 덕에 장애인콜택시, 저상버스를 도입시키고, 지하철 내 엘리베이터 설치도 늘려왔는데, 타지역은 장애인 이동권이 취약하다고 들었다.

함께 : 이번 장애민중행동대회가 세계장애인대회 시기에 맞춰 치러졌다.

문애린 : 장애인의 기본 생존권을 무시하고 ‘보여주기 식’ 행사에만 치중하는 정부의 기만적인 행태를 규탄하기 위해서다. 한 예로, 활동보조 서비스에 대해 이야기하겠다.

올해 초에 중증장애인들이 목숨을 내걸고 24일간 단식한 결과로 활동보조서비스 180시간 보장, 자부담 폐지 등의 약속을 전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으로부터 약속 받았다. 그런데 보건복지부는 공문에 잉크도 마르기 전에 180시간 특례 시간 조항을 삭제했고, 자부담을 해야 활동보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며 서비스를 시행했다.

장애인권단체들은 자부담 폐지, 180시간 보장 등을 쟁취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싸워왔는데, 보건복지부는 세계장애인대회 시기에 맞춰 180시간 특례시간을 보장하고, 수급자에 한해 자부담을 폐지하겠다는 발표했다.

중증장애인들의 하루하루 생존이 달린 활보서비스 제도를 가지고 정부의 ‘생색내기 식’ 정책으로 써 먹은 것에 분노할 수밖에 없다.

함께 : 장애민중행동대회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행사가 있었다면?

문애린 : 딱 하나만 이야기하기 어렵지만, 개인적으로 강변북로 점거를 꼽고 싶다. 장애인들이 3시간 동안 강변북로를 점거하면서 욕도 많이 먹었는데, 비장애인들이 그 불편함을 다르게 생각했으면 좋겠다.

당시 비장애인들은 예정 시간에 1~2시간 늦은 거겠지만, 점거에 나선 장애인들 중 몇은 몇 십년동안 집에서 지내다 나온 사람들이었다. 더 이상 활동보조 없이 죽어나가기 싫고, 더 이상 시설에서 살기 싫으며 지역사회에서 당당하게 인간답게 살기 위해 나선 것이다.

장애인들이 도로를 점거해 약속 시간을 늦게 만들었다 생각하지 말고, 오죽했으면 이렇게 거리로 나섰을까, 우리들의 소리에 관심을 기울여줬으면 좋겠다. 그만큼 절박한 우리의 생존권에 대한 이야기를 한 것이다.

당시 우리의 행동과 우리의 목소리는 정당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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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경들이 플랭카드를 압수하려하자 문애린 활동가가 온 몸으로 플랭카드 압수를 막고 있다.ⓒ소연 기자  
 

함께 : 강변북로 점거 때 활동보조인을 검거해 한 중증장애인이 불편을 겪었다고 들었다.

문애린 : 경찰이 온 몸을 거의 움직이지 못하는 중증장애인의 활동보조인을 연행해 화장실을 이용할 수 없는 사태가 발생했다. 활동보조인이 없어 소변을 참고 참다가 도저히 참을 수 없어 활동보조인을 풀어달라고 요구하니 경찰이 대뜸 “그냥 가면 되지” 했다.

자립생활센터 , 집회장에서 활동하다보면 관공서 직원들, 경찰들을 많이 만나게 되는데 나라의 일을 한다는 공무원들이 장애 차별 감수성이 일반인들과 다를 바 없다.
이러니 목소리를 높일 수밖에 없는 것이고, 끊임없이 장애인의 현실을 알리기 위해,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싸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장애여성을 고려한 운동문화 부재에 아쉬웠다"

함께 : 확실히 장애민중행동대회가 전국 장애인들의 장애인 차별철폐의 목소를 한 데 힘을 갖게 했다는 것에 의의를 둘 수 있겠다. 하지만 장애여성으로서 이번 대회를 바라본다면 또 다른 모습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문애린 : 할 얘기가 많다.(웃음) 농성장에서 장애남성 활동가와 함께 숙식을 해야 하는데 장애여성 활동가 중에 아기 엄마도 있고, 아픈 사람들도 있었고, 아무래도 남성들과 함께 숙식하기에 어려운 것들이 있는데, 그러한 부분들이 전혀 고려되지 않은 채 남성들 위주로 숙식이 제공돼 불편했다.

투쟁을 할 때 전경들과 거칠게 몸싸움을 할 때도 장애여성이 다치기 쉬워서 애먹기도 하고, 중증장애인의 신체의 일부와 같은 휠체어를 전경들이 만지면 성추행을 당하는 기분이 들어 불쾌하기도 했다.
장애여성을 고려하지 않은 운동 방법 때문에 여성들이 애를 먹기도 했다.

송정문, 박명애, 박김영희 대표 등의 여성 리더들이 있지만, 아직 주도적으로 행동하는 여성 활동가가 턱없이 부족한 현실이다. 10중 9은 남자라고 보면 된다.
조직의 운영, 투쟁방식이 남성중심적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는 거다. 이를 위해선 여성 활동가들이 많이 발굴되고, 적극적으로 나서는 여성 활동가들이 많이 나와주었으면 좋겠다.

함께 : 혹시 아는 사람 중에 그런 끼가 보이는 사람은 없나?

문애린 : (웃음)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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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회 때와 달리 사석에서 만난 문애린 활동가는 친절하고, 미소가 많은 사람이었다. 문애린 활동가는 현장에만 나가면 힘이 넘친다고 한다. ⓒ소연 기자  
 
함께 : 장애민중행동대회를 기점으로 우선적으로 해결되었으면 하는 문제가 있다면?

문애린 : 우선 활동보조인 서비스다. 180시간이 특례시간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모든 장애인들에게 180시간이 제공되어야 할 것이고, 자부담은 전면 폐지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앞으로도 연대 투쟁할 것이고. 현장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활동가로써 열심히 투쟁할 계획이다.
작성자소연 기자  cool_wo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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