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살지 않으면, 우리 아이가 누릴 수 있는 것이 없어요."
전남장애인교육권연대 문상엽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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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께 시위 중인 문상엽 씨 가족들 ⓒ전진호 기자 | ||
교육권연대는 장애아동 부모들의 전폭적인 지지와 참여를 바탕으로 2007년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이하 특수교육법) 제정을 이뤄냈고, 올해 5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특수교육법 시행령이 장애아동의 교육권 확보 현실화와 직결하는 것인 만큼, 장애아동 부모들이 다시 한 번 힘을 모으고 있는 것이다.
겨울 칼바람을 맞으며 천막농성을 하는 부모들 중, 유독 <함께걸음>의 눈에 띈 이가 바로 문상엽 씨(41)다.
전라남도 여수서 왔다는 문 씨는, 연말연시를 맞아 한껏 들뜬 분위기도 아랑곳 하지 않고, '장애우 교육주체의 요구를 담은 시행령 제정하라'는 피켓을 들고 거리에 서 있었다.
그리고 문 씨 옆에는 장애인 교육권 확보라고 쓰인 큰 지게를 짊어진 그이의 남편과 청사 주위를 오가는 공무원과 시민들에게 교육권연대의 목소리가 담긴 선전물을 나눠주고 함께 천막을 지켰던 외할머니, 외숙모 사촌들까지 한마디로 떼(!)로 모여 시위를 하고 있었다.
문상엽 씨는 칼바람 속에서도 뜨거운 입김을 내뱉으며 "장애가 있는 아이들의 권리를 되찾기 위해 가족이 몽땅 올라왔어요!"라고 함박웃음을 건넸다.
"이렇게 살지 않으면, 우리 아이가 누릴 수 있는 것이 없어요. 언제까지 아이를 내 품에서 키울 수도 없으니 아이가 자립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죠. 그것이 제가 아이를 위해 할 수 있는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문 씨의 아이인 형주(지적장애)는 지금 통합교육을 받고 있다.
그이는 교육권연대 투쟁을 통해 사회와 장애를 보는 관점을 다시 세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 시위 중인 문상엽 씨 ⓒ전진호 기자 | ||
물론 형주 때문에 같은 반 비장애아동들도 많이 배운다며 격려하던 교사도 있었지만, 제가 했던 경험의 상당부분은 아이들과 다툼이 일어나도 전후사정 들어보지 않고 책임을 무조건 형주에게 돌리거나, 물건이 없어졌을 때 형주를 제일 먼저 의심한다든가 하는 불합리한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학교를 상대로 목소리를 높일 수 밖에 없던 처지였죠. 그
러던 중 교육권연대 투쟁을 접했고 강의를 들으면서 단순히 형주나 형주가 다니는 학교만의 문제가 아님을 깨달은 거죠. 형주가 교육받을 권리, 자립할 권리를 누릴 수 있으려면 왜곡된 사회 전체를 상대로 투쟁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죠.”
이러한 문 씨에게 가장 큰 힘이요, 버팀목이 된 것은 바로 그이의 가족들이었다.
문 씨는 “아이의 장애를 알게 되고, 혹시 나을 수 있을까 싶어서 치료에 목숨 걸었던 때도 있었죠. 그러면서 많은 부모들이 좌절과 고통을 경험하기도 합니다. 물론 저도 그랬고요. 다행히도 제겐 그런 과정이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고 서로 지지하는 디딤돌이 됐어요. 무엇보다 남편이 가장 든든하죠.”라며 가족 자랑도 잊지 않았다.
현재 교육권연대는 교육부가 당사자들의 요구를 배제한 채 특수교육법 시행령을 제정하려고 한다며 ▲특수교육지원센터 내 전담인력 배치 및 시설·설비 확충에 관한 사항, ▲특수교육교원 배치 기준 강화에 관한 사항, ▲순회교육 내실화를 위한 특수교육교원 증원 배치에 관한 사항, ▲진로 및 직업교육 강화에 필요한 전문인력 확충 등을 요구하고 있다.
장애아동을 둔 부모들 지난 4~5년간 불볕 더위와 살을 에는 추위에 맞서며 천막에서, 아스팔트 위에서 밤을 지샜고, 삼보 일배를 했고, 삭발을 했다.
문상엽 씨를 포함해, 이 부모들이 원하는 것은 단지 내 아이도 교육받을 수 있게 해달라는 것 뿐이다. 교육부가 누구의 목소리를 듣고 시행령을 만들어야 할지, 정작 교육부만 모르는 것 아닌가 싶다.
작성자김형숙 기자 odyssey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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